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7일 목요일

첫 목공 프로젝트 - 핸드사포대 만들기

사포질이라는게 그렇습니다. 힘도 무지하게 들고, 땀도 삐질삐질 나고, 먼지란 먼지는 다 날리고,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그런데 사포질 안하면 작품의 완성도가 팍 떨어집니다. 모양은 이쁘게 만들고 튼튼하게 만들었는데 촉감이 맨들맨들하지 않고 까끌까끌하다? 만들다 만 느낌이 듭니다.

목공을 시작해볼려고 이리 저리 알아보니 고수들은 이 사포질의 힘듦과 그에 비례하는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더군요. 힘든 걸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전동샌더를 사면 됩니다. 전동샌더는 왔다갔다 하는 손의 동작을 흉내낸 오비탈(Orbital) 샌더가 대세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샌딩 성능은 좋지만 먼지가 컨트롤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진동과 소음이 무시 못할 정도입니다. 베란다에서 목공하는 저로서는 드릴도 조심해서 쓰는 판에 전동샌더는 그림의 떡이죠.





그렇다면 손사포질을 해야 하는데 손에다가 사포를 감고 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해서 찾아보니 핸드사포대라는 걸 팔더군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이들 제품도 가격이 6천원~8천원 정도여서 싼 가격이 아니더군요. 하나만 사면 그나마 다행인데, 사포는 주로 거친 것, 중간 것, 고운 것 이렇게 세 종류를 번갈아 써야 해서, 핸드사포대도 세개가 있어야 합니다. 필요할 때마다 사포를 갈아끼우는 건 너무도 비효율적입니다.

제가 목공을 하겠다고 마눌님께 선언한 뒤에 마눌님이 (못미더워하면서 ㅡ..ㅡ) 주문한 첫번째 오더는 책장을 두개 만들라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톱질도 한번 안해보고 책장을 만든다는 건 시행착오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에 잠시 미뤄두고 목공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해 작은 것 부터 해보기로 했습니다. 작은걸 하되 앞으로 계속 쓰일 목공에 필요한 지그나 공구를 만들기로 합니다. 그래서 골라진 첫번째 프로젝트가 핸드사포대 만들기입니다.

제가 나무를 사는 아이베란다에서는 SPF 구조목 자투리를 팝니다. 나무에 대한 감을 익히기 위해 19t짜리 38mm폭과 89mm 폭 자투리를 주문했죠. (물론 몇가지 공구들과 함께) 자투리는 말 그대로 자투리라서 길이가 150mm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흔히 쓰는 천사포의 크기가 280mm x 230mm 입니다. 이걸 가로로 세등분하면 93mm x 230mm 가 됩니다. 딱 안성마춤인 크기가 나옵니다. 89mm폭 부재와 삼등분한 사포의 폭은 거의 같고, 150mm 정도의 길이에다 세로로 19mm가 양쪽이 더 붙으니 대략 190mm 정도의 길이가 되고 40mm정도가 남으니 이걸로 사포대에 고정을 시키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위 핸드사포대 사진을 보면 클립의 형태로 사포를 끼우게 되어 있죠.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스케치업으로 대략 설계를 합니다. 자세히 그리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치수와 전체적인 비례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렸습니다.


위 도면과 같이 직육면체 모양의 사포대를 만듭니다. 파는 핸드사포대에 비해 투박해 보이지만 무게감이 있어 사포질이 더 잘될 걸로 예측했습니다.

자 이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생애 첫 톱질을 해봅니다. 톱을 들고 89mm 19t 부재를 클램프로 고정한 뒤 톱을 대고 첫 톱질을 하는데 짜릿한 느낌이 오더군요... 마치 롱키스 굿나잇의 지나 데이비스가 칼질을 하면서 Feel을 받듯이 저도 목공이 내 체질이었나봐! 이런 Feel은 아니고... 아 이거 괜히 일벌였나? 하는 Feel이 오는 겁니다. ㅡ..ㅡ


이런 두려움을 가지고 톱질을 하니 왼쪽의 두 부재처럼 직각에서 한참 벗어난 80도에 가까운 엉망인 톱질이 되었습니다. 아... 이거 쉽지 않은 걸... 하며 물 한잔하고 심호흡하고... 신중하게 다시 톱질합니다. 두번째 톱질은 다행히 직각으로 잘 이등분 되었습니다.

두번째 난관은 밑바닥과 기둥을 직각으로 피스 체결하는 겁니다. 만일 코너클램프가 없었다면 여기서도 삽질을 엄청 했을 겁니다. 코너클램프와 작업대 클램프 덕분에 직각으로 피스박기는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두 기둥을 연결하는 38mm 손잡이도 어찌어찌 잘 연결했습니다. 피스를 박기 전 항상 3mm 드릴로 타공을 해주어서 부재가 쪼개지는 경우는 다행히 아직 없었습니다.


하지만 위 사진에 있는 저 집게를 연결할 때부터 사단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저한테 있던 피스 중 가장 짧은 것이 38mm였고, 집게의 구멍에 피스를 꽂고 나무에 고정시켜야 하는데, 앞쪽 집게 손잡이가 방해를 해서 도저히 수직으로 피스를 박을 수 없는 겁니다. 그래서 대각선으로 박아야 하는데... 대각선으로 3mm 타공을 하려니 드릴비트가 자꾸 미끄러져 다칠뻔도 했습니다. 땀은 삐질삐질 나고... 멘붕에 빠질려는 찰나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

그래서 3mm 예비구멍을 뚫지 않고 그냥 피스를 박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피스는 잘 박혔지만 어떤 피스는 위 사진의 동그라미 처럼 나무 밖으로 튀어나오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나무가 쩌억 하고 갈라지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내구성이나 안전에 문제는 없어 그냥 쓰기로 했습니다만... 모양은 애초 생각했던거에 비해 많이 추해졌습니다. 어쨌든 이런 모양으로 3개의 핸드사포대를 만들었습니다. 3등분한 사포는 아래 사진처럼 클립에 끼우면 딱 맞습니다.


그런데 미련하게 만든 이 첫 작품들은 아직도 잘 쓰고 있습니다. 튜닝도 해가면서 새로운 용도도 발견하고 말이죠. 구조재로 만든 이 핸드사포대는 무게가 묵직해서 별로 힘들이지 않고 사포질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하드코어적인 대량의 사포질을 할일이 있었는데 사포가 전체적으로 부재에 닿지 않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사포를 분리해보니 역시 사포대 밑바닥과 기둥사이에 턱이 져 있어 사포대 기둥부분만 사포질이 되지 밑바닥은 사포질이 되지 않게 되었더군요.


저 턱진 부분은 사포나 대패로 평을 잡아주면 됩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처럼 평이 잡힙니다. 사포를 붙여 사포질해보면 확실히 잘 됨을 알 수 있습니다. 나오는 톱밥의 양이 장난이 아닙니다.


핸드사포대가 직육면체인 점은 또 다른 장점을 제공하는데, 바로 사포대를 눞혀놓고 부재를 움직여 사포질할 수 있다는 겁니다. 큰 목재는 핸드사포대를 들고 사포질을 해야 하지만, 조그만 부재는 사포대를 고정시켜두고 부재를 들고 사포질 하는게 훨씬 편합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사포질할 일이 생기면 아예 220방 사포를 붙인 사포대와 320방 사포를 붙인 사포대를 작업대에 고정시켜두고 220방에서 초벌 사포질을 그리고 바로 옆으로 옮겨 320방에서 마무리 사포질을 하여 효율을 꾀하고 있습니다. (80방 사포를 붙인 사포대도 있는데 이건 많이 깍아내야 할 때만 사용합니다) 이렇게 사포대가 고정되면 한가지 더 중요한 장점이 있는데 바로 사포질에서 발생하는 먼지가 날리지 않고, 사포대 위에 살포시 앉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청소기로 사포 위만 싹 빨아들이면 깨끗하게 청소가 됩니다.


또한 핸드사포대의 직각을 이용해서 직각으로 연결해야 할 큰 부재를 잡아주는 등의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클램프와 같이 사용되면 간이 코너클램프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 마감을 많이 하면서 새로운 용도를 찾았는데 그건 상판 마감시 받침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포대 윗부분이 I 자 모양이라 접촉면이 적을 뿐더러 안정되게 상판을 지지할 수 있는 직육면체다 보니 상판을 올려놓고 윗면과 마구리를 마감하는데 딱 좋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집게의 악력이 충분히 쎄지 않아 간혹 과하게 사포질을 하다 보면 사포가 움직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구점에 가서 더 강한 집게가 없나 찾아봤지만 특별히 눈에 띄지는 않더군요. 나중에 미국에서 나오는 목공잡지에서 핸드사포대를 만드는 방법이 나온 걸 봤는데 조임나사를 이용하여 고정하는 방법이 있더라구요. 물론 지금 다시 만들라면 그렇게 만들겠지만, 지금 만들어져 있는 사포대도 크게 불편하지는 않습니다.

여러가지 우연하게 용도를 발견한 핸드사포대이기도 하고, 저의 첫 목공 프로젝트이기도 해서 참 애착이 가는 물건입니다. 여러분들도 처음 목공을 시작한다면 이 핸드사포대로부터 시작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감히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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