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꽃이 활짝 피었네요

길고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은 봄비와 꽃일 겁니다. 봄꽃이라 하면 대부분 개나리와 진달래를 연상하겠지만 이들 꽃은 4월이나 되어야 피기 시작하는 늑장꾸러기들입니다. 

봄이 왔음을 가장 빨리 알리는 꽃은 단연 복수초라고 할 수 있지만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꽃입니다. 그렇다면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봄의 전령은 어떤 꽃일까요? 저는 단연코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이라고 말합니다.

지난 3월 15일 대전 출장을 갔을 때 공원에 허드러지게 피어있던 산수유 꽃을 보고 아주 기뻤는데, 드디어 우리 아파트 단지 화단에 있던 산수유나무에도 꽃이 활짝 피었네요. 여러분이 사시는 주변에도 흔히 볼 수 있는 산수유나무는 층층나무과의 키작고 야윈 나무입니다. 수피(나무껍데기)는 껍질이 벗겨지고 있는 dirty한 모양이어서 잎이 달리지 않아도 꽃이 피지 않아도 쉽게 구별 가능합니다.

아이와 함께 주변의 산수유꽃을 찾아보세요. 멀리 가지 않더라도 주변의 야산이나 아파트 화단에 꼭 있을 겁니다. 그리고 노랗디 노란 산수유꽃의 조형미를 가까이 보도록 안아 올려주세요.

산수유나무는 우리나라 전국에서 자라는 흔한 나무인데 특히 몇몇 곳은 집단적으로 자라는 곳이 있어 봄이면 산수유꽃 축제를 하곤 한답니다. 대표적인 곳이 지리산 인근의 구례 산수유마을인데 서울에서는 너무 멀고 이천시 백사면 일대와 양평 추읍산 일대가 서울에서 가볼만한 곳입니다.

산수유꽃이 마을 전체를 덮고 있는 형상이어서 아름답기 그지 없습니다만 축제기간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오히려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그저 집 근처의 산수유나무 몇그루를 찾아 꽃을 감상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산수유꽃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모양의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도 있습니다. 잎이나 가지를 꺾으면 생강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생강나무의 꽃은 오히려 산수유보다 더 화려한 모양입니다. 꽃술도 풍부하고 색도 더 노랗습니다. 산수유가 약간 탈색된 듯한 노란색이라면 생강나무꽃은 그야말로 화려한 노란색 꽃입니다. 이 둘을 모두 볼 수 있다면 아이와 함께 어떻게 다른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산수유나무는 가을이면 빨간 열매를 내놓습니다. 산수유열매를 보시면 하나 맛을 보세요. 단 아파트단지에 있는 나무들은 농약을 치니 반드시 씻어 먹어야 합니다. 시큼털털한 산수유열매 맛을 아이와 함께 느껴보세요. 이 산수유열매는 말려서 약으로 쓰거나 술로 담가 먹거나 차로 끓여 먹는 등 좋은 식재료입니다.

아침에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가는 길에 산수유꽃을 발견하고는 우리 부자는 너무 기뻤답니다. 작년에 보고 또 보네~ 하면서요. 봄은 이렇게 우리에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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