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26일 화요일

심플한 자작나무 합판 시계 받침

새로 이사와서 도배 장판 싹 새로 하고 나면 항상 맘에 걸리는 건 예전부터 갖고 있던 살림들입니다.

샤방샤방 흰 벽지 깨끗한 마루와 누른 때가 앉은 살림살이들은 참 거시기하게 안 어울리죠. 그렇다고 다 갈아버리기엔 돈이 너무 없고...

집안을 들어서면 딱 눈앞에 보이는 옛날 시계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유리에 붙은 알 수 없는 찌든 때가 도저히 볼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시계를 하나 사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시계 무브먼트만 사다가 나무로 만들까도 생각했는데, 까다로운 마눌님의 취향에 맞추기가 힘들것 같아서 기성품으로 찾아봤습니다. 그러다가 딱 눈에 들어온 것이 "디자인원"이라는 우리나라 회사에서 만든 "샌드위치 시계"였습니다.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종이로 만들어진 이 시계는 아주 가볍습니다. 검은색을 살까 아이보리색을 살까 고민하다가 아이보리로 결정했습니다. 시계를 산 쇼핑몰에서 재고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배송에만 일주일 정도 걸렸네요. 제품을 꺼낼때는 바늘을 보호하는 유리가 없기 때문에 시계바늘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 샌드위치 시계는 고급형 무소음 무브먼트를 사용해서 소리가 하나도 안납니다. 그리고 초침이 없어서 배터리를 넣어도 시계가 동작되는지 안되는지는 시간이 좀 지나서 분침이 움직이는 걸 확인해야 합니다. 그 정도로 조용합니다.

동작을 확인한 뒤 벽 어느쪽에다 걸까하고 마눌님한테 물었더니 벽에다 안건답니다. 시계를 세울 수 있는 받침을 만들라는 겁니다. 전에 접시받침 만든 것 처럼요.

근데 문제는 집에 자작나무 합판 쫄대가 아주 조금밖에 남지 않았고 (약 400mm 정도) 똑 같은 걸 네번째로 만들려고 하니 좀 질리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형태로 만들어 보자고 고민했습니다. 자작나무합판 쫄대를 더 주문하지 말고 남아 있는 걸로 최대한 심플하게 만들어보자며 몇시간을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과 같은 설계도가 그려졌습니다.


들어가는 나무의 양을 최소화한 형태입니다. 시계가 미끄러지지 않게 발굽을 세우기 보다는 그냥 홈을 파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경첩을 쓰지 않고 각도를 줘서 결합하기로 했습니다.

부재는 크게 짧은 바닥과 긴 기둥으로 이루어집니다. 기둥은 윗 부분에 각도를 줘서 잘라내야 합니다. 잘라낼 부분을 연필로 그린 뒤에 클램프로 고정하여 톱질해 잘라냅니다. 짧은 톱질이라 간단합니다.


이렇게 기둥 두개의 끝 부분을 사선으로 절단하면 됩니다. 대어보고 아구가 잘 맞는지 확인합니다.


이제 바닥 부분입니다. 홈을 팔 부분을 연필로 표시하고 중앙 부분을 톱으로 정한 깊이 만큼 홈을 파줍니다.


이제 45도 방향으로 톱질을 해서 홈을 따내야 하는데 두 부재에 동일한 크기 동일한 위치의 홈을 파기 위해 클램프로 두 부재를 단단히 붙여 고정시키고 한꺼번에 톱질합니다.


칼같이 정확하진 않지만 손톱으로 이정도 홈을 판것도 제 나름대로는 흐뭇합니다. 이렇게 부재가 다 준비되었으니 이제 결합을 할 차례입니다.


먼저 기둥 역할을 하는 두 부재를 연결해야 하는데 목공본드로 결합하긴 할 거지만 접착 부위의 면적이 너무 작아 단단하게 붙을지가 좀 걱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목심을 박을까 생각했는데 사선으로 잘린 부분이 6mm 목심을 박기에도 너무 얇은게 문제였습니다.

그때 번쩍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목심이 꼭 6mm, 8mm 일 필요는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었습니다. 아주 가는 목심 즉 이쑤시개를 목심으로 써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쑤시개는 직경이 2.5mm 정도밖에 되지 않아 쉽게 부러지지만 자작나무로 만들어 지기 때문에 강도가 약하진 않습니다. 길이를 짧게 사용한다면 왠만한 힘에는 견딜만한 가는 목심으로 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목심을 박기 위해 두 기둥을 클램프로 단단히 고정한 후 3mm 테이퍼 드릴 비트로 드릴링을 합니다. 일반적인 목심은 연결 목심을 숨기기 위해 안쪽으로 동일한 깊이의 구멍을 팝니다만, 가는 목심이기 때문에 그냥 한 방향에서 관통하는 방향으로 목심을 박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 부재의 사선 절단면에 본드를 바른 후 붙여놓고 이쑤시개의 뾰족한 부분을 잘라낸 원통 부분만으로 본드를 바른 후에 구멍으로 쑥 집어 넣어 건조될 때까지 기다립니다. 건조된 뒤에 튀어나온 이쑤시개를 목심제거톱으로 잘라내면 깨끗하게 마무리됩니다. 건조된 후에 손으로 힘을 줘도 아주 튼튼하게 잘 견디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기둥과 바닥부분 부재를 연결할 차례인데 전에 만든 접시받침 처럼 6mm 목심을 사용합니다. 그러기 위해 양쪽 부재에 수직 타공을 한 다음 목심을 박고 본딩하여 결합하면 됩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모습입니다. 내츄럴 오일 폴리쉬를 발라서 약간 갈색톤이 나도록 마감을 해주었습니다. 한층 아름다워진 자작나무 합판의 단면과 무늬결이 보입니다.


샌드위치 시계를 올려보았습니다. 마치 원래 한 세트였던 것처럼 색깔도 잘 어울리고 심플한 시계와 심플한 받침이 조화롭습니다. 마눌님이 아주 흡족해 합니다.


뒷면에서 본 모습입니다. 뒷면이 더 아름다워 숨기기에는 너무 아깝네요.


가까이서 보면 디테일이 더 아름답습니다. 이렇게 자작나무 합판은 단면을 이용하여 아름답고 튼튼한 소품을 만들 수 있는 유용한 소재인 것 같습니다. 가격만 좀 싸면 좋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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