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25일 월요일

단면이 아름다운 자작합판 접시받침 만들기

저희집에는 마눌님이 아끼는 접시 두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다이소나 지마켓에서 천원에서 이천원 사이에 판매되는 플라스틱으로 된 접시받침을 사서 식탁에 진열해 두었는데, 싼게 비지떡이라고 내구성에 좀 문제가 있어 무거운 도기 접시를 올려놓기에는 무리가 있더군요. 

경첩부분이 떨어져 나가고 플라스틱의 특징인 시간이 지나면 색이 바래지는 문제가 생겼죠.

그래서 다시 싱크대 깊숙이 쳐박혀 있던 접시들이었는데, 나무를 들고 찝적대는 저에게 접시 진열할 튼튼한 받침대 좀 만들라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면서 시중에 파는 접시받침 (주로 미니이젤 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더군요)들을 죽 검색해봤습니다. 플라스틱으로 된 것들은 대부분 오천원 안쪽의 저렴한 가격대이고 나무로 된 제법 튼튼해 보이고 모양도 괜찮은 것들은 만원이 넘어가더군요. 충분히 직접 만들면 경제적인 이득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만들건지를 고민했는데 일반적인 형태인 L자 모양을 두개 만들어 뒷쪽을 경첩으로 연결해 간격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단 재료가 될 나무는 단면도 아름답고 무게감도 있고 튼튼한 자작나무 합판 19mm x 19mm 쫄대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여러개를 만들 예정이라 1200mm 길이의 쫄대를 2개를 주문했습니다.

스케치업으로 진열할 접시의 지름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이 설계를 했습니다. 사실 왼쪽에 있는 모양의 원 설계이고, 1200mm 쫄대로 왼쪽걸 만들고 남은 게 1/3 가량 있어서 그 크기에 맞게 나중에 설계한게 오른쪽의 모양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알겠지만 발굽이 있냐 없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만드는 공정은 단순합니다. 19mm X 19mm 쫄대를 적당한 길이로 자른 다음 목심으로 연결하여 L자 모양을 만들고 경첩을 달면 그만입니다. 그런데 좁은 단면에 목심 연결을 위한 수직 드릴링을 하는게 좀 난감하더군요. 드릴프레스가 있더라도 이런 타공은 어려울 듯합니다. 어쩔 수 없이 핸드 드릴로 최대한 수직에 맞게 신경써서 드릴링했는데 대부분 정확하게 수직 드릴링되었고 한 두 구멍만 미세하게 틀어졌습니다. 그래도 미관상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이렇게 타공된 구멍에 6mm 목심을 박아 놓고 결합하면 됩니다. 이런식으로 L자 모양을 두개 만듭니다.


그리고는 아래 사진처럼 경첨을 연결하면 됩니다. 경첩은 약간 빡빡한게 좋더군요. 너무 부드러우면 안정적으로 접시를 받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방향을 잘못 선택했더군요. 버니어가 적층된 면에 피스를 박으니 접착부분이 약간씩 벌어지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만든 접시 받침에는 방향을 틀었습니다.


두번째 형태인 발굽이 없는 접시받침 만들기입니다. 동일한 요령으로 목심을 위한 수직 드릴링을 한 후 L자 모양을 두개 만듭니다.


그리고는 두 L자 모양을 경첩으로 연결하면 됩니다. 그런데 발굽이 없는 모양은 수평을 잡기가 좀 힘들더군요. 아무래도 경첩을 다는게 정밀하게 하기 어려워서인지 끄떡끄떡 합니다. 쫄대 길이가 부족해서 이런 식으로 만들었는데 흔들리지 않게 만들려면발굽이 있는 위 형태가 더 좋습니다.


드디어 마눌님이 아끼는 접시를 요렇게 디스플레이합니다. 이 접시들을 식탁에 디스플레이 해두었는데 집에 오시는 손님들 마다 접시와 접시받침이 예쁘다고 칭찬입니다. 하긴 저런 유니크한 접시받침은 아직 보기 힘드니까요.

아름답기도 하지만 더 맘에 드는 건 아주 튼튼하다는 겁니다. 도기 접시들의 무게가 상당해서 왠만한 플라스틱 받침으로는 잘 견디지 못하거든요. 받침 자체가 가벼우면 뒤로 홀라당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받침 자체의 무게가 좀 되어야 안정적으로 접시를 받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나무로 만든 접시받침은 플라스틱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름다움이 더 배어난다는 겁니다.


한동안 아무 마감없이 놔두었는데 너무 허연것 같아서 마침 집에 있던 내츄럴 오일 폴리쉬를 발라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단면은 더 진하게 도드라지고 무늬결 면은 아름다운 갈색톤이 입혀져서 더 볼만 해졌습니다.


장모님이 집에 오셔서 이 접시받침들을 보시더니 "이서방 내것도 하나 만들어주게~" 하시네요. 집에 빌로이&보흐(Villeroy & Boch) 접시가 있는데 이걸 진열할 만한 튼튼한 받침이 없어 싱크대 한켠에 묵혀져 있다면서요. 여쭤보니 직경이 30cm 가량되는 접시네요. 그 크기에 맞게 발굽있는 모양으로 다시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적층면이 아니라 무늬결 면에 피스를 박도록 방향을 좀 틀었습니다.

높이가 250mm 정도 되는 놈입니다. 아주 묵직합니다.



장모님이 묵직하네 하면서 들고 가셨는데, 처가집에 가보니 이렇게 예쁜 접시였더군요. 도자기 진열하는 곳 한켠에 이렇게 빌로이&바흐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청자 옆이라 좀 어색하긴 하네요.


여하튼 이 자작나무 합판으로 만든 접시받침들은 별로 돈도 안들고 힘들지도 않게 만들었지만 가장 많은 칭찬을 받았던 저의 소소한 작품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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