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 8일 금요일
TV에 외장 스피커 달기
저희 집에는 연식이 좀 된 42인치 PDP TV가 있습니다. 10년쯤 전 구매할 때는 꽤나 비싼 돈을 주고 샀는데 요즘 팔리는 LED 42인치 TV는 전에 산 가격의 1/4 정도밖에 하질 않더군요. 이래서 전자제품은 초창기 제품을 사면 후회하나 봅니다. 전자제품이라는게 일단 대량생산 체제가 확립되면 원가가 획기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이죠.
집에 있는 PDP TV의 모델은 LG전자의 42PM2D라는 모델입니다. 물론 지금은 단종되었구요. 이 TV는 양쪽에 길다란 회색 스피커가 달려있습니다. 아들이 3~4살 즈음 한참 낙서하기 좋아할 때 온 집안이 지울 수 없는 낙서 투성이였는데 이 TV 스피커에도 아주 아름답게(?) 낙서를 해 놓았더군요. 평평하고 광택이 있는 면이면 여러가지 약품을 써서 지우기를 시도해볼텐데, 스피커에 있는 작은 구멍들 때문에 그것도 어렵더군요.
TV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기 때문에 새로 살 수도 있겠지만, 집에서 TV를 거의 안보는 지라... 멀쩡히 잘 나오는 TV를 낙서 좀 되어 있다고 새로 산다는게 좀 그렇더라구요. 그래도 이사를 해서 도배, 장판 새로 다했는데 마루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TV의 낙서자국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습니다. 제가 낙서가 지워지지 않을바에야 아예 까만색으로 칠을 해버리자고 제안했고 마눌님도 동의했습니다. 다행히 이 스피커들은 TV에 나사로 고정되어 있는 형태라 나사만 풀면 TV에서 쉽게 분리가 가능했습니다.
마눌님이 예전에 그림을 취미로 배운 적이 있어 집에 전문가 삘이 나는 아크릴 물감이 있었더랬습니다. 저는 락카가 낫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마눌님이 아크릴로 칠해보겠답니다. 그래서 작업대에 스피커를 올려놓고 아크릴로 칠했습니다. 뭐 무난하게 검은색 아크릴 물감이 잘 발라져있는 것 처럼 보였지만... 문제는 이 아크릴 물감이 사흘이 지났는데도 마르질 않는 겁니다. 여전히 손으로 만지면 액체 상태로 묻어납니다. ㅡ,.ㅡ 아크릴물감으로 플라스틱에 칠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아닌가 봅니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발라져있는 아크릴 물감을 다 닦아내고 락카칠을 하는 수 밖에 없는데... 닦아내는 것도 일, 락카 뿌리는 것도 일, 그 냄새는 또 어떡할 건가... 그래서 그냥 버리기로 했습니다. 스피커만 새로 사다가 TV에 달자... 어차피 외장 스피커인데...
그래서 회사 앞에서 싸구려 2.1채널 스피커를 샀습니다. 그냥 싸구려 2채널 살려다가 우퍼가 있으면 왠지 좋을 것 같아서 2.1채널로 샀죠. 스피커와 TV의 연결은 어려울게 없습니다. 어차피 TV에서 나오는 스피커 연결 선이 피복이 벗겨져 있는 전선 형태라 스피커에 연결하는 RCA커넥터 한쪽 끝을 잘라내고 피복을 벗겨내 서로 연결하면 됩니다. RCA 커넥터는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으로 오디오나 TV에서 많이 사용되는 커넥터입니다.
이 커넥터는 가운데 쇠막대 모양이 +극, 바깥을 둘러싸는 원통모양이 -극으로 사용됩니다. 이것이 연결된 선도 쉴드선인데 선을 까보면 바깥쪽에 가는 선이 감겨있고, 안쪽에 또 쉴드된 선이 있습니다. 이 안쪽의 선이 +극, 바깥쪽에 둘러싸있던 선이 -극입니다. 니퍼나 와이어 스트리퍼를 이용하여 한쪽 선의 전선을 아래 사진과 같이 벗겨내면 됩니다.
피복을 벗겨낸 부분은 스피커 단자(Speaker Terminal)로 되어 있는 TV의 뒷부분에 연결하고, RCA 커넥터는 스피커에 색깔을 맞추어 연결하면 됩니다. 이때 좌우 스피커를 잘 구별해서 연결합니다. 스피커 단자는 보통 검은색 단자와 빨간색 단자로 구별되는데 빨간색 단자가 +극, 검은색 단자가 -극입니다. 극성에 맞추어 연결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여 아래 사진처럼 TV옆에 달려있던 스피커를 떼어내고 외부 스피커를 달아두었습니다. 그런데 음질이 영 맘에 들지 않더군요. 우퍼가 있어 저음부는 확실히 소리가 좋은데 가장 중요한 사람 목소리 대역인 중음 부분의 표현력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우퍼의 출력만 컸지 중/고음 담당 스피커는 출력이 작은게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사람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다시 새로운 스피커를 찾기로 했습니다. 스피커라는게 참 웃긴게 싼거는 만원도 안하는데, 비싼건 몇십만원 짜리도 있더라구요. 적절한 가격대(3~4만원)에 괜찮은 중음 표현력이 있는 스피커를 찾기 힘들더군요. 음악 마니아들은 비싸고 좋은 스피커에만 관심이 있는지... 중간급 제품에 대한 리뷰도 찾기가 어렵습니다.
하는수 없이 제가 IT 제품을 주로 구입하는 사이트에서 가격대가 4~5만원대 제품 중 하나를 그냥 고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골라진 게 Britz(브리츠)에서 나온 BR-1000A Plus 라는 스피커입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인클로저(스피커 울림통)와 두개의 우퍼를 가진 것이 특징인 제품입니다. 그리고 더 맘에 든 건 두 개의 입력 채널을 제공한다는 겁니다.
솔직히 음질은 별로 기대 안했고, 두개의 채널이라 집에 있는 턴테이블도 이 스피커로 연결할 수 있겠다고 기대했습니다. 근데 음질도 기대했던 것의 열배 이상입니다. 웅장한 저음과 더불어 섬세하고 분별력있는 중음 부분의 표현력이 아주 마음에 듭니다. 사람 목소리가 또렷하게 잘 들립니다. 예전 싸구려 스피커가 경차로 시속 120km/h를 밟는 듯한 기분이었다면 Britz BR-1000A Plus는 중형차로 120km/h를 밟는 기분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BR-1000A 스피커는 두개의 입력 채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는 TV에 연결하고 하나는 턴테이블에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스피커 한 세트로 공유를 하니 마루에 놓여져야 할 게 대폭 줄어 간소해졌습니다.
아래 사진의 왼쪽에 있는 전축은 아남에서 만든 걸로 처가 창고에 묵혀있던 걸 제가 가져온 겁니다. 원래는 전축 본체 크기만한 스피커가 두개가 더 있었죠. 사실 저 전축 중 필요한 건 턴테이블 하나 뿐입니다. 그런데 턴테이블을 위해서는 전용의 포노앰프(Phono Amplifier)가 있어야 하고, 턴테이블에 들어가는 20V 전원 공급을 위한 어댑터도 찾기 힘들어 저 큰 덩치를 그냥 쓰고 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신호가 너무 작아서 전용의 민감한 앰프가 필요한데 이를 포노앰프라고 하더군요.
돈과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면 아래에 있는 덩치 큰 전축은 치워버리고 전용 포노앰프와 전원 공급장치를 구입할 예정입니다. 그때 다시 관련 내용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은 Britz BR-1000A 스피커 괜찮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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