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의 업무를 위해 배워둔 스케치업이지만, 요즘은 나무로 뭔가를 만들 때 설계도를 그리기 위해 집에서 많이 사용합니다. 테이블쏘나 플런지쏘 같은 정재단 장비가 없는 저로서는 목재를 파는 DIY 사이트에 재단을 요청해야 합니다. 그래서 스케치업으로 설계도를 그려 mm 단위로 정확하게 부재의 길이와 폭을 산정해 재단 요청을 합니다. 톱으로 재단을 하면 아무래도 직각/직선이 미흡하기 때문이죠.
이래저래 DIY를 하는 분들에게 스케치업은 필수 어플리케이션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여섯살이 갓 된 아들내미가 제가 스케치업 작업을 할 때마다 제 무릎에 올라타서는 이것저것 물어보고 지가 뭘 해보려고 합니다. 그냥 물어보는 것 대답해 준 것 밖에 없는데, 어느날 스스로 스케치업을 띄워서는 자기가 직접 뭔가를 그려보겠다고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3D글자를 써 넣는 법, 세모, 네모, 원 그리는 법, 그리고 스케치업 막강의 툴인 Push/Pull 방법 등등을 성의없이 그냥 시범보여주고 "이제 됐지?" 했을 뿐입니다.
어느날 노트북 화면에 띄워 진 스케치업 도면들을 보니 기가 차더군요. 별 의미없는 그림이긴 하지만 여섯살 짜리가 3D 캐드를 쓸 줄 알단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트북에 띄워져 있던 스케치업 그림들을 닫기 바쁘던 저는 몇가지를 남겨놓았는데 J빌딩이라는 작품(?)과 Wheel on The Bus 노래를 부르며 그린 빨간 버스 등이 있습니다.
사실 제가 더 놀란 것은 이 그림들을 모두 터치패드만 이용해서 그렸다는 겁니다. 아이의 손이 작아 아직 마우스는 사용하기 어려워 터치패드를 이용하는데, 제가 스케치업 시범을 보일때는 마우스만을 이용해서 보여줬거든요. 그러면서 아이에게 "너는 아직 손이 작아 마우스를 못쓰니 스케치업은 무리야"하고 포기를 시켰지만... 터치패드로 Panning하고 Zooming하고 별 걸 다합니다.
요즘 아이들 너무 무섭습니다.
(추가 업데이트 2013.3.31)
오늘 아들내미가 그린 건 더 기가 막히네요. 8각형 구멍을 푸쉬/풀 툴로 빵빵 뚫어 놓았네요. 요즘 들어 점점 더 실력이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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