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비디오폰은 아날로그 방식(STAR형이라고도 함)과 디지털 방식(BUS형이라고도 함)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날로그 방식은 옛날 방식의 인터폰과 아날로그 방식의 영상 전송방법을 사용해서 제조사와 상관없이 호환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디지털 방식은 회사마다 프로토콜이 달라서 반드시 그 회사 제품 중 호환되는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합니다. 비디오폰에 표준 프로토콜이 없다는 게 좀 의아스럽긴 하더군요.
어쨌든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이사갈 아파트 단지가 아날로그 방식을 사용하는지 디지털 방식을 사용하는지 알아야 했습니다. 이건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걸면 바로 확인이 되더군요. 디지털 방식이라고 합니다. 예전게 삼성 제품이므로 새로 교체할 비디오폰도 삼성걸로 구매해야 합니다. 그런데 비디오폰은 삼성전자가 아니라 삼성SNS라는 회사에서 제품이 나오더군요.
삼성SNS 콜센터(1588-4141)에 전화를 걸어 "비디오폰을 교체할려고 하니 안내 바란다"고 문의했더니, 지역과 아파트명을 묻습니다. 그리고는 핸드폰 번호를 하나 알려줍니다. 이사갈 아파트 단지를 담당하는 설치기사라고 합니다. 그 설치기사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담당하는 단지라 그런지 뭐 길게 설명할 것도 없이 금방 견적이 나옵니다. 대체할 수 있는 모델은 두가지가 있는데 화면 크기로 5인치 모델로 할지, 7인치 모델로 할지만 결정하면 되는 거였습니다. 일단은 알았다고 하고 끊었습니다.
설치기사의 말을 토대로 다시 검색을 해보니 5인치 모델이라는 건 SHT-3605XM 이라는 모델이었고, 7인치 모델은 SHT-3207XM이라는 모델이었습니다. 가격차이는 5만원 정도 나더군요. 물건만 사다가 직접 설치하면 출장 설치비 5만원이 절약되기는 한데, 인터넷에 관련 자료도 잘 없고, 배선 상황에 따라 트러블슈팅이 복잡하다고 해서 직접 설치는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삼성SNS 설치기사님께 전화드려 5인치 모델로 정하고 설치할 시간 약속을 잡았습니다.
예전에 쓰던 비디오폰의 크기가 새로 설치할 비디오폰의 크기보다 배는 커서 예전 비디오폰을 뜯으니 큰 구멍이 생기더군요. 이걸 어떡하나 봤더니 아래 사진의 은색 마감판을 먼저 붙여 구멍을 막고, 그 위에 비디오폰 모듈을 거치하는 방식으로 설치하더군요. 따로 수화기는 없고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문밖의 카메라도 같이 같이 교체해주더군요. 생각보다 깔끔하게 잘 설치되어서 만족했었죠.
근데 문제는 며칠 뒤에 발생했습니다. 저희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이사를 들어와 소음과 진동때문에 아랫집에서 항의를 좀 받았기 때문에 아랫집 눈치를 보느라 발걸음도 조심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아랫집에서 다시 연락이 오는 겁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우리집에서 말하는 소리가 아랫집에 다 들린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새로 설치한 인터폰을 보더니 인터폰 공사가 잘 못된게 아니냐며 따지는 겁니다.
그래서 소리가 어떻게 얼마나 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랫집에 마눌님을 내려보내고 제가 우리집에서 큰 소리로 얘기를 해봤습니다. 비디오폰에서 좀 떨어져 얘기하면 중얼중얼 이런 소리가 들리고 비디오폰 가까이 와서 얘기하면 어떤 소리인지 구분이 될 정도로 명확하게 들린다는 겁니다. 우리가 은근히 아랫집 참을성도 없다고 욕도 많이 하고 했는데, 그런 소리까지 다 들은게 아닌지... 소름이 좌악 끼치더군요. 아들내미가 좀이라도 뛸라치면 "아랫집 몬스터 아줌마 올라온다~"며 겁을 주곤 했는데 그 소리까지 다 들은 건 아닌지... 난감하더군요.
다시 삼성SNS 콜센터에 전화를 해서 상황을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AS기사가 저희 집을 방문했습니다. 기사님 말은 비디오폰의 배선이 지나가기 위해 아래 윗집을 관통하는 긴 파이프가 수직으로 심어져 있는데, 이 관을 통해 소리가 전달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배선이 지나간 파이프의 남은 공간을 뭔가로 채우면 소리 전달이 막아진다는 거였습니다. 간단한 해결책이 있구나... 하고 안심하고 같이 비디오폰을 뜯어보니 파이프도 잘 막아져 있는 겁니다. AS기사는 이상하다며 아랫집으로 내려가 봅니다. 그쪽도 잘 막혀져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입니다.
한참을 고민하던 AS기사는 혹시... 하며 아파트 안내방송이 나오는 스피커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스피커를 뜯어봅니다. 스피커 배선 역시 아래 윗집을 관통하는 긴 파이프로 되어 있어 소리가 전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스피커 배선이 통과하는 파이프는 밀봉이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스피커에 가까이 대고 소리를 내보니 아랫집에서 또렷하게 들린다고 합니다. 역시 이 파이프를 통해 소리가 전달되었던 겁니다.
AS기사는 가지고 온 우레탄 폼 스프레이를 꺼내서 스피커 배선 파이프의 빈 곳을 밀봉합니다. 거품 상태의 우레탄은 스스로 팽창하면서 틈을 메우며 굳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틈새를 메꾸거나 방음작업을 할 때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아랫집에 내려가서도 똑같은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테스트를 해보니 이제 우리집 소리가 아랫집에 전달되지 않습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우레탄폼은 가연성이고 불에 탈때 유독성 가스가 나오므로 화재에 민감한 곳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근데 이상한 점은 애초에 스피커 배선 파이프는 밀봉이 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왜 갑자기 우리가 이사오고 나서 아랫집에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을까라는 점입니다. 좀 생각을 해보니...
첫째 우리가 이사오기 전 여기 살던 분은 할아버지 한분과 장성한 아들 밖에 없어 큰 소리낼 일이 없었다는 거.
둘째 예전에 있던 비디오폰은 유선폰이라 잘 들리고 크게 얘기할 필요가 없었으며 유선이라 벽에서 좀 떨어져서 통화할 수 있는데, 바꾼 비디오폰은 스피커폰이라 잘 안들리고 그러다 보니 우리도 소리를 크게 내게 되고, 또한 스피커폰이다 보니 비디오폰 바로 앞 벽에 붙어서 큰 소리를 지르다 보니 윗쪽에 있던 스피커 배선 파이프를 통해 소리가 내려갔던 거였습니다.
어쨌든 경험많은 AS기사님이 오셔서 저희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셔서 대단히 고마웠고, 자칫 제가 직접 비디오폰을 달았다면 이런 일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생각을 하니... 아찔합니다. 혹시나 비슷한 고민이 있는 분들이 있을까 해서 저의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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