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계산을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무려 25년이라니. 보통 적게 필때는 한 갑, 많이 필때는 두 갑씩 피웠는데 하루에 한갑씩 피웠다 치더라도 9,125갑을 피운셈이고 담배 가격을 2천원이라고 하면 무려 1,800만원을 연기로 날려보낸 셈입니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제가 이삽십대 시절에는 남자들은 으레 담배를 피는게 보편적인 문화였습니다. 암울했던 80년대말 대학생활도 그러했고, 고생스러웠던 군대생활도 남자들에게 담배에 쉽게 빠져들게 했습니다. 담배라는게 중독성이 있다보니 한번 접하게 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저도 25년을 끊어보려고 노력했지만 3일을 넘기지 못한 적이 허다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2012년 10월을 시작하면서 금연을 시작해서 지금 2013년 3월말까지 무려 5개월을 성공적으로 금연했습니다. 더 많은 분들에게 금연을 권하고 싶어서 저의 경험담을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절제된 흡연 습관
담배를 끊기 위해서는 아주 독한 마음을 먹고 단번에 끊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대신 저는 절제된 흡연을 하는 것으로 금연에 대한 준비를 했습니다. 절제된 흡연이란 것은 담배를 피우는 장소와 시간대를 정해놓고 그거라도 지키는 겁니다.
제 경우에는 길거리에서는 절대 흡연하지 않았습니다. 담배를 피던 저도 길거리에서 걸어가면서 담배 피는 사람의 연기를 마시게 되면 짜증이 나더군요.
그리고 집에서는 절대로 담배를 피지 않았습니다. 혹여나 집밖에 나가서 피지도 않았습니다. 즉 평일 저녁부터 아침까지, 그리고 주말 내내 일체 담배를 피지 않았습니다. 이들 규칙은 약 5년 전부터 결심하고 잘 지켜왔던 겁니다. 담배가 나를 지배하는게 아니라 내가 담배를 지배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이들 규칙을 필사적으로 지켰습니다.
집에서 담배를 피지 않는 규칙은 매우 중요한데 주중에 그렇게 담배를 많이 피더라도 주말 이틀 동안은 담배를 피지 않으니 몸이 많이 회복되는 느낌이었습니다. 대단한 골초였던 제가 지금까지 큰 건강상의 이상이 없는 이유도 이런 주말에서의 금연 휴식이 큰 도움을 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을 특히 아이를 생각하라
아이가 어릴 때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네살이 되고 다섯살이 되니 퇴근하고 오면 아이가 저에게 안기면서 좋아합니다. 그럴때마다 저는 제 몸에서 나는 담배냄새 때문에 안기려고 하는 아이를 밀어내고 있었습니다. 참으로 서글픈 일이었죠. 이제 그만 피워야 겠다고 생각한 것도 마눌님의 지독한 잔소리 때문이 아니라 제가 아이를 맘껏 안아주지 못한다는 게 더 컸습니다.
아이가 저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가 싫어서 나를 멀리하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은 저에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게다가 아이가 혹시라도 저때문에 담배라도 배우게 되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의사표현이 분명해지는 여섯살이 되고 부터는 더 이상 담배를 피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제냐가 문제였죠.
긴 연휴를 계기로 담배를 끊어라
앞에서도 말했듯이 집에서는 담배를 안핀다는 원칙을 잘 지킬 수 있다면 담배를 비교적 쉽게 끊을 수 있습니다. 추석이나 설 명절 등 이틀 정도만 휴가내면 연이어 10일 정도 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바랍니다. 제 경우 2012년 추석연휴에 이틀을 더 추가해서 9일간 휴가를 냈습니다. 그리고 9일 동안 담배 생각없이 마음을 깨끗이 비웠습니다.
9일 정도 담배를 안피게 되면 다시 담배 피기가 좀 아깝습니다. 9일이나 끊었는데 좀 더 노력해서 이참에 완전히 끊어보자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금단현상을 잘 극복하라
금단현상이라는 거 분명히 있습니다. 9일 휴가 동안은 담배 생각없이 잘 지내왔는데 제가 주로 담배를 피는 영역인 회사에 오게 되면서부터 다시 담배 생각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컴퓨터를 들여다 보다가 뭔가가 막히면 담배 생각이 절로 납니다.
입이 심심한게 문제입니다. 뭔가 계속 입에 자극이 있어왔는데 그게 갑자기 없어지니까 금단현상이 생기는 겁니다. 초조하고 열이나고 집중도 안되고 답답합니다. 무조건 견뎌야 합니다. 금단현상은 약 한달 정도면 없어집니다. 금단현상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은 입안을 상쾌하게 해주는 것들이 좋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폴로(POLO) 사탕을 주로 애용했습니다. 저렴하고 오래가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입이 화한 사탕이나 은단 같은 것도 괜찮을 겁니다.
예전에 금연에 실패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금단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니코틴 패치같은 것을 붙여보기도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습니다.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입안에 상쾌한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사탕만 먹기 지겨우면 물이나 커피라도 엄청 마시는게 좋습니다. 저도 이때 커피를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아주 쓰렸던 기억이 나네요. 녹차나 둥글레차 같은 것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것은 입이 계속 심심하지 않게 해주어야 한다는 겁니다. 과자 같은 걸로 입을 채우면 살만 찝니다.
다른 중독거리를 찾아라
담배에 중독된 적이 있는 사람은 천성적으로 중독되기 쉬운 체질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제 성격이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중독이 잘 되는 편입니다. 이럴 때는 좋은 일이나 취미에 중독이 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몸을 쓰는 일이면 더 좋습니다.
제 경우는 DIY 목공에 중독이 되었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고, 스케치업으로 도면을 그리고, 실제 작업대에서 톱질하고 사포질하고 땀흘리면서 담배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희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꼭 목공이 아니더라도 몸을 쓰는 자전거 하이킹이나 등산, 둘레길 걷기, 테니스, 배트민턴, 조깅 등 뭐든지 자기 취향에 맞는 새로운 취미를 가져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금연한다고 주위에 널리 알려라
저는 금연하기로 마음먹은 연휴가 끝나고 출근한 날 직원들에게 금연한다고 공표를 했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담배를 찾으면 절대 나한테 주지마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담배피는 동료들에게 잔소리도 계속 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시 담배를 피기가 아주 무안합니다. 결심을 하고 지키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이라는 시선이 두렵습니다.
금연하면서 생긴 좋은 일들을 생각하라
금연을 한달 정도 하면 몸이 우선 달라집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개운하고 정신도 오히려 맑아짐을 알 수 있습니다. 일의 효율도 올라갑니다. 아이를 맘껏 안을 수 있으니 아이도 좋고 저도 좋고 마눌님도 좋아합니다. 물론 제가 건강해지니 좋아하는 거겠죠.
직원들이 하는 얘기는 제가 기침이 없어졌다고 합니다. 예전에 제가 담배 필 때는 자리에서 기침과 헛구역질이 그렇게 많았고 굉장히 거슬렸다고 합니다. 그런데 담배를 끊고 나서 딱 사라졌다고 하네요. 여직원들이 너무 좋답니다. 알고보니 제가 완전히 혐오대상이었더군요. ㅡ,,ㅡ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금연하고 난 뒤의 좋은 일들이 많습니다. 그것들을 생각하고 다시 내가 담배를 피면 이 모든 것들이 다 허망하게 날아간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까워서라도 이제 담배를 못 핍니다.
마눌님은 이제 5개월 끊었으면서 너무 자만하지 말라고 다그칩니다. 일년 넘게 금연하다가 다시 피는 사람도 부지기수라면서요. 네 그럴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제 제 인생에서 담배는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예 나라에서 담배를 생산/수입/판매를 금지하도록 했으면 더 좋겠습니다. 왜 그렇게 못하는 걸까요?
여러분들도 부디 금연에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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