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13일 수요일

향기로운 적삼목 발받침 만들기

이번 프로젝트도 마눌님의 주문입니다. 아들내미가 아직 세면대 높이에 비해 키가 작아 세수나 양치를 할 때 발받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존에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발받침을 쓰고 있었는데 약해서 벌써 금이 갔고, 높이도 낮아서 좀 불편했더랬습니다. 그래서 높이도 좀 높이고 너비도 좀 넓힌 발받침을 만들라는 주문입니다.

먼저 어떤 나무를 선택해야 하는지 정해야 합니다. 만들어질 발받침은 주로 화장실에서 사용될 겁니다. 세수나 양치할 때는 발받침으로 쓰이지만 아이 목욕시킬때는 앉혀놓을 의자로도 써야 합니다. 물에 흠뻑 젖게 되는 경우가 잦으므로 물에 강한 나무를 선택해야 합니다. 우리가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 중에서 물에 강한 것들은 히노끼(편백나무)와 삼나무류입니다. 히노끼는 일본에서는 욕조로 사용할 정도로 물에 강한 나무입니다. 삼나무 중에서는 북미에서 베어진 적삼목(Western Red Cedar, 약어로 WRC라고 함)이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많이 쓰이는 대표적인 친수 목재입니다.

가격대는 히노끼가 적삼목보다 2배 정도 비쌉니다. 게다가 12% 함수율 기준으로 히노끼의 비중(Specific gravity)은 0.54, 적삼목의 비중은 0.37로 적삼목이 훨씬 가볍습니다. 크기도 작은 것이고, 구조를 잘 짤 경우 가볍고 무른 적삼목으로도 충분합니다. 적삼목도 SPF처럼 골조재로 사용될 정도로 기본적인 강도는 있습니다. 그래서 적삼목으로 결정했습니다.

적삼목도 집성판재가 있고 골조용 원목판재가 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원목이라 튼튼한 골조용 원목판재를 택하기로 했고, 구할 수 있는 원목판재의 규격들을 토대로 스케치업으로 도면을 작성했습니다.


전체적으로 9개의 파트로 구성되는데 각 파트의 규격과 갯수는 다음과 같습니다. (단위는 mm)
  • 상판 : 235 x 300 x 19t
  • 다리 4개 : 57 x 180 x 27t
  • 에이프런 4개 : 40 x 180 x 19t
그리고 연결 방법은 목심과 본드를 사용하였습니다. 적삼목은 무르고 잘 부스러지는 나무라 피스를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나무입니다. 적삼목의 경우 목심이나 장부맞춤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적삼목은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나무라 춘재(Early Wood)의 경우 아주 무릅니다. 그래서 가공하다 보면 춘재부분이 엠보싱된 것 처럼 음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나무의 특성이려니 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먼저 할 작업은 다리를 사선으로 자르는 일입니다. 연필로 잘 그린 다음 수직에 신경써서 톱질하면 됩니다. 톱질을 하고 나면 잘린 면이 아주 거칠지만 사포질을 좀 하면 아래 사진처럼 부드러워집니다. 그런데 제가 이 당시에 썼던 톱의 톱니 하나가 엇나가 있어서 잘린 면에 깊은 스크래치가 많이 남았네요. 이 당시에 대패가 있었다면 밀어버렸겠지만, 그냥 사포질 좀 하다가 놔뒀습니다. 톱니가 엇나간 것은 햇빛에 비추어 잘 찾아내 뺀치로 교정하면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웰링(목심) 작업에 들어갑니다. 6mm 목심을 사용했고 드릴비트에 마스킹 테이프로 타공할 깊이를 표시합니다. 수직 드릴링을 위해 도웰마스터를 이용합니다.


이렇게 목심 구멍을 타공한 뒤에 이것과 맞물리는 반대편 쪽도 타공을 해야 하는데, 정확한 위치에 타공하지 않으면 삐뚤하게 결합되거나 아예 결합되지 않습니다. 반대편 부재의 타공 위치를 정확히 찍어주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래 사진의 도웰포인트입니다. 목심 작업을 하시려면 이 같은 도웰포인트를 6mm, 8mm 각 네개씩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6mm 도웰포인터를 구멍에 끼워넣고 연결할 부재의 위치를 잡아 꾹 눌러주면 도웰포인트의 뾰족한 부분에 의해 부재에 점이 찍히게 됩니다. 그 점의 위치에 타공을 하면 정확히 연결되는 것이죠.


이렇게 목심과 목심 구멍을 정확히 타공했으면 목공본드를 적당량 바른 후 끼워넣으면 됩니다.


이때 목공본드가 마를때까지 단단하게 클램핑해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너무 과한 힘을 주는 것 보다 직각을 유지하도록 적당한 힘만주는게 좋다는 겁니다. 너무 꽉 죄다 보면 직각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왕왕 생깁니다.


이런 식으로 에이프런과 다리를 목심으로 계속 연결해주면 됩니다. 각 과정에서 본드가 마를때까지의 클램핑 시간은 지켜주세요. (약 30분)


이렇게 4개의 다리와 네개의 에이프런이 모두 연결되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가까운 쪽 다리가 약간 휘어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원목판재를 쓰면 반드시 이렇게 휘어있는 판재와 만나게 됩니다. 최대한 직각에 가깝도록 자연스럽게 연결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상판을 연결해야 하는데 크기가 작은 상판이기도 하고 적삼목이 특히나 수축/팽창이 적은 나무에 속합니다.  그래서 그냥 목심으로 결합하기로 합니다. 물에 항상 노출되는 터라 철물을 쓰기도 그렇습니다. 이 과정의 사진은 없는데 네 기둥에 목심 구멍을 뚫고 도웰포인트를 꽂은 후 상판에도 구멍을 낸 다음 본드를 바르고 결합한 뒤 클램핑하여 두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적삼목 발받침이 완성되었습니다. 보시면 다리 부분과 상판의 색이 다른 걸 볼 수 있습니다. 적삼목을 베어 가공하면 크게 세가지 색이 나오는데 심재(Heartwood)부분은 짙은 갈색, 변재(Sapwood)부분은 옅은 분홍색, 그리고 심재와 변재의 경계는 붉은색이 나옵니다. 저한테 걸린 상판은 변재 부분인 거죠. 좀 이상하게도 보이지만 곁에 두고 계속 보면 은근히 어울리는 색입니다. 적삼목의 나무결도 은근한 맛이 있어 좋습니다.


제가 구입한 적삼목 구조재는 삼면대패가 되어 있는 거라 뒷면이 아주 거칩니다. 사포질해서 좀 맨들하게 만들어 볼려다가 포기했습니다. 대패가 아니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거칩니다. 그래도 뭐 안보이는 면이라 상관없습니다. 혹시나 4면을 모두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대패질을 할 수 없으면 곤란하다는 걸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적삼목은 주로 북아메리카 대륙의 서부지방(태평양 연안)에서 자라는 나무인데 보통 높이는 70미터 정도까지 자라고 나무의 두께는 지름 4미터 정도까지 자랍니다. 예외적으로 아주 더 큰 적삼목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Giant Cedar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죠. 아래 사진을 보시면 얼마나 큰 나무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크기도 상품성이 있고 성장속도도 빠른데다가 물에 강하고 가볍고 향기가 좋아 아주 쓰임새가 많은 나무입니다. 단 그리 단단한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점은 유의하셔야 합니다.



심재와 변재 색상이 확연히 다른 점 때문에 적삼목으로 집성판재를 만들면 특색있고 아름다운 색깔의 조화를 보여줍니다. 물론 생산자에 따라서는 색깔과 결을 맞추어 내놓는 집성판재도 있지만, 저는 이렇게 색깔이 섞인 판재가 좋더군요.



작업하는 내내 베란다에 나와서 아빠 뭐하는지 궁금해 하던 아들에게 "아들~ 다 만들었어~" 하고 부르니, 이 발받침을 낼름 들고 갑니다. 그러고는 앉는 의자로도 쓰고 간이 책상으로도 쓰네요. 가벼워서 아이들이 가지고 놀아도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원래 용도는 이렇게 화장실에서 발받침으로 쓰고 샤워할 때 의자로 쓰는 거죠. 이제 아들내미가 혼자서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그리고 아이가 목욕할 때 이 받침에 앉아 적삼목의 향기를 즐깁니다.


개인적으로 적삼목의 향기를 아주 좋아합니다. 사포질할 때도 아주 진한 향이 나고, 물에 젖으면 사우나에서 흔히 맡았던 바로 그 향기가 납니다. 그리고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무수히 많은 구멍들(물관)이 나있는 걸 볼 수 있는데 이 구멍들 때문에 젖었던 적삼목은 아주 빠르게 건조가 됩니다. 적삼목이 가벼운 이유도 바로 이 구멍들 때문이고, 구멍의 효과때문에 방음재와 단열재로도 사용됩니다. 실제로 적삼목 데크를 베란다에 까는 분들이 많은데 겨울에도 발이 시렵지 않죠.

히노끼나 적삼목이나 물에 강하긴 하지만 계속해서 물에 노출되면 곰팡이가 슬기 마련입니다. 곰팡이가 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젖을 땐 젖더라도 짱짱하게 말려주어야 합니다. 그런면에서는 히노끼보다 적삼목이 마르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더 낫습니다.

이렇게 해서 적삼목은 저의 즐겨찾기 나무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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