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11월 24일 화요일

자작나무 식탁에 폴리우레탄 새로 바르기

저희집 식탁은 자작나무 집성목으로 만들어 졌습니다. 제가 만든 것은 아니고, 당시 목공에 막 입문한 때라 실력있는 공방에서 주문한 것입니다.  

이 식탁을 만든 공방은 본덱스 수성 폴리우레탄을 얇게 발랐다고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2년 정도 쓰니 때가 타기 시작하더군요.

물론 어른들만 쓰면 그렇게 때 탈일이 없는데, 아들이 식탁에서 연필로 그림을 자주 그리기 때문에 시커먼 때가 많이 묻었습니다. 그때마다 지우기는 했습니다만...

아래 사진과 같이 더 이상 못봐줄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지워지지도 않네요. 폴리우레탄 도막도 마모가 되기 때문에, 오래 쓰게 되면 도막의 내구성이 떨어집니다.  게다가 밝은 색의 나무로 식탁을 만들면 이렇게 오염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에 좀 불편합니다.



도막 벗기기

한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목공을 하지 못했는데, 베란다 한켠에 먼지만 쌓여가는 작업대가 마나님이 보기엔 영 못마땅했나 봅니다. 지난 주에는 식탁을 꼭 새로 칠해달라고 명령(?) 하더군요.

지난 번에 자작합판으로 만든 로우테이블도 비슷하게 새로 칠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80 사포로 벗겨내느라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크래퍼로 폴리우레탄과 자작나무를 한꺼풀 벗겨 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작합판의 경우 버니어가 얇기 때문에 스크래퍼로 작업할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만, 자작 집성목이니 뭐 상관 없습니다.  힘 닿는데까지 벗겨내면 됩니다.

캐비넷 스크래퍼는 저렴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표면을 정리하는 마술같은 도구입니다. 다만 연마법이 다소 헷갈리는데, 이에 대해서는 조만간에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랫동안 쓰지 않은 스크래퍼라 녹도 슬었는데, 숫돌로 옆면과 윗면을 직각으로 정리하고, 버니셔(burnisher)로 버(burr)를 만들었습니다.


이제 과감하게 스크래퍼로 한꺼풀 벗겨냅니다. 날을 잘 세워서인지 시원하게 벗겨집니다. 마치 묵은 때를 미는 것 같네요. 바니쉬만 벗겨지는 것이 아니라 나무 표면까지 살짝 벗겨져 뽀얀 속살이 드러납니다.


중간 중간 스크래퍼가 닿지 않은 곳이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하고 전체적으로 벗겨 냅니다.  위와 같이 쉐이빙(shaving)이 생겨야 하는데, 아래 사진처럼 보푸라기가 나오면 스크래퍼의 날이 무뎌진 것입니다. 이럴 때는 다시 연마해야 합니다.  스크래퍼의 날 연마는 1분이면 되기 때문에 큰 부담은 없습니다.


넓은 면을 스크래퍼로 작업할 때 주의할 점은 스크래퍼의 양 끝이 나무에 닿아 스크래치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이를 위해 스크래퍼의 양 끝을 뭉퉁하게 갈아 모접이를 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테이프를 붙이기도 하더군요. 어차피 스크래퍼는 가운데 부분만 쓰기 때문에 모접이를 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왠만하면 장갑을 끼고 스크래핑 하세요. 저는 맨손으로 신나게 스크래핑하다 손가락과 나무가 심하게 마찰되어서 물집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약 30분 정도 스크래핑하니 뽀얀 자작나무의 속살이 드러났습니다. 그런데 오랫만에 안쓰던 근육을 써서 그런지 삭신이 쑤시더군요. 나중에 작업이 끝나고 앓아 누웠습니다. ㅡ,.ㅡ


사포질을 할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220 사포로 가볍게 전체적으로 밀어 미세하게 남아있는 스크래핑 자국을 없앴습니다.


폴리우레탄 칠하기

이제 폴리우레탄을 칠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폴리우레탄을 바르기 전에 상판 표면에 있는 나무 먼지를 모두 제거해야 합니다. 진공청소기로 쫙 빨아 들인 다음, 수건을 물에 적신 뒤 꽉 쫘서 상판을 깨끗이 닦아냅니다.

폴리우레탄은 국민 마감재인 바라탄 반광입니다. 아쉬움이 좀 있긴 하지만, 가성비가 좋아서 쓰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개의 스펀지 붓을 준비합니다. 넓은 붓은 폴리우레탄을 바르기 위한 것이고, 작은 붓은 옆으로 흘러내리는 것을 훔쳐 옆면에 발라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작은 붓은 마른 상태로 써야 합니다. 이렇게 두개의 붓을 써야 깔끔하게 바를 수 있습니다.


흘러내려 셀프-레벨링(self-leveling)이 되길 기대하며 약간 두텁게 발랐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흘러내리지 않더군요. 붓자국이 좀 많이 남습니다. 어쨌든 바르고 한시간 말리고를 반복하여 세번 발랐습니다.

도막 사이에는 #1,000 사포로 가볍게 샌딩을 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고운 사포로 샌딩할 때는 폴리우레탄 가루가 사포에 들러붙어 떡이 되기 때문에, 사포를 살짝 물에 적셔 샌딩하면 좋습니다. 웻 샌딩(wet-sanding)이라고 하는 거죠. 사포질이 끝나면 다시 꽉짠 수건으로 다시 잔여물을 깨끗이 닦아내야 합니다.


도막 사이의 사포질을 어느 단계까지 해야 하는지가 항상 고민입니다. 이 식탁은 손으로 느껴지는 거칠거칠한 부분만을 없애고자 도막 샌딩을 했습니다만... 유리같은 평탄함을 위해서는 좀 더 공을 많이 들여야 합니다.

완성과 아쉬움

세번 도막을 올린 후 하룻 밤을 푹 재우고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도막 샌딩을 해서 촉감은 매우 부드럽고 매끈한데, 시각적으로는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물론 멀리서 보면 전보다 훨씬 깨끗해졌습니다. 그래서 마나님도 다행히 좋아합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자작나무 같이 밝은 색의 나무이면서 기공이나 결이 거의 없이 매끈한 나무는 도막을 입히기 참 어렵습니다.  이런 나무는 차라리 스프레이를 뿌리는게 나을 듯도 싶습니다. 그런데 집에서 스프레이는 어렵죠.

수성 폴리우레탄은 빨리 마르기 때문에 셀프-레벨링 되는 시간이 자칫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붓자국이 제법 많이 남았고, 특히나 마음이 급해 빠르게 붓질하다 보니 거품도 제법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유성 폴리우레탄을 와이핑 하며 바르자니, 밝은 자작나무에 호박색을 입히게 되어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멀바우나 애쉬, 오크 같은 나무는 색깔도 짙고, 기공도 커서 붓자국이 남는다 할지라도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어차피 나무 표면 자체가 굴곡이 있기 때문이죠.

건조시간이 두세시간 정도 걸리는 수성 폴리우레탄은 왜 안나오는 걸까요? 물론 지연제(retarder)를 넣으면 된다고는 하지만, 구하기도 쉽지 않고...  빠르게 마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천천히 마르는 것도 있으면 좋은데요.


도막을 상당히 두텁게 올렸으니, 한달 정도 지나 완전히 경화되고 나면 폴리셔와 컴파운드로 광이나 내볼까 생각 중입니다.

댓글 4개:

  1. 새테이블이 되었네요...
    스크래퍼와 버니셔 사용법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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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목가구가 좋은게 리피니싱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늬목이나 합판은 새로 칠하기가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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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비터스윗님 따라 멀바우 집성목으로 식탁 만든지 1년인데
    멀바우가 색감이 진해서인지 아직 때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아직 리피니싱 해보진 않았네요..
    베란다에서 꼼지락 거리다 보니 대패와 스크래퍼에 눈이 갑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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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네 저도 멀바우 테이블 쓰고 있는데, 아직 큰 문제가 없네요. 색깔이 진한게 장땡인 것 같습니다. ^^
      대패는 투자 비용이 좀 들지만, 스크래퍼는 별로 부담없으니 도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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