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3월 12일 화요일

가난한 목공의 재활용 아이템

제 스스로를 "저소음, 저비용, 친환경 목공"이라고 부릅니다. 

드릴외의 전동공구는 취급하지 않고 오직 수공구로만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저소음 목공이고, 마눌님의 핍박 속에 용돈을 아끼고 아껴 소박하게 하나씩 지르고, 큰 돈들 일이 생기면 설겆이/청소 봉사와 웃음을 팔아 겨우 나무나 공구를 살 수 있으니 저비용 목공입니다.

조그만 싸구려 작업대를 쓰다 보니 톱질을 하다 보면 진동이 심해집니다. 그러다가 테이블 위에 올려둔 충전드릴이 바닥으로 떨어져 식겁했습니다. 타일이라도 깨졌다면 바로 베란다 작업실 폐쇄입니다.

다행히 드릴은 고장이 안났는데 드릴비트가 두동강이 났습니다. 그리고 당시 유일하게 하나 가지고 있던 철마 끌도 바닥에 떨어져 두동강이 났습니다. 나무를 베는 날카로운 끌이 땅에 떨어졌다고 두동강이 나다니... 참으로 슬펐죠.

정말 아깝습니다. 어떻게 다시 살려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서 이런 것들을 재활용해 봤습니다. 먼저 몇번 써보지도 못하고 부러진 끌의 재활용입니다. 저렇게 아주 예쁘게 두동강이 났습니다.


근데 두 동강이 난 이유가 끌을 쓸려고 작업대에 올려놨다가 떨어져 그런건데, 휴일이라 나가서 살 데도 없고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자투리 나무로 끌 자루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자투리가 아래 사진 모양 밖에 없네요. (지금은 쓸만한 자투리가 더 많아졌는데) 가운데 톱질을 해 홈을 내고 부러진 끌날을 끼워봤는데 결방향 때문에 뚝 하고 나무가 뿌러지네요. 그래도 뭐 상관없습니다. 케이블 타이로 묶으려고 했으니까요. 케이블 타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톱으로 홈을 내줍니다.


케이블 타이로 최대한 조여서 결합합니다. 그러면 간단하게 간이 끌(혹은 칼)이 완성됩니다. 단단하게 박힌게 아니라 큰 힘을 주지 못합니다만 칼 대용으로 쓸 수 있을 만큼 날이 잘 서 있습니다. 당시 이 끌로 만들려고 했던 나무십자가를 이 간이끌로 무리없이 만들었구요. 이후로도 날카로운 날을 막써야 할 때 주로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에 박혀있는 신주못이나 스테이플을 들어줄 때 등입니다.


그래도 잘 선 날이 아까워 조만간에 이 날로 모서리 대패를 만들어볼까 합니다. 성공하게 되면 다시 글을 올리죠.

두번째로 부러진 드릴비트의 재활용입니다. 브래드 포인트 비트의 뾰족한 송곳 부분을 이용하여 드릴비트의 자리를 잡아주거나 나무에 금을 귿기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겁니다. 부러진 비트가 6mm 짜리이기 때문에 12mm 이상의 목봉 자투리를 구합니다. 목봉이 없으면 19mm x 19mm 각재도 상관없습니다.

먼저 목봉의 중앙에 부러진 비트의 지름과 같은 6mm 구멍을 수직으로 타공합니다. 약간 뚫고 보니 중앙에서 약간 벗어났네요. 드릴링할 곳을 송곳으로 꾸욱 눌러 예비 홈을 내주면 정확한 위치에 타공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송곳이 필요해요. 그리고 구멍을 가로지르는 홈을 내기 위해 톱질을 제법 깊이 해줍니다. 약 30~40mm 정도면 됩니다.


부러진 드릴 비트와 가공된 송곳집입니다. 드릴비트 앞부분이 좀 나오도록 구멍의 깊이를 잘 조절해서 타공해야 합니다.


드릴비트를 구멍으로 꾸욱 집어넣은 다음 앞 부분을 단단하게 케이블 타이로 묶어 준 다음 남는 케이블 타이를 잘라주면 됩니다. 이런 용도로 사용할 케이블 타이는 아주 작은 크기로 사야 합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천원에 샀습니다.


이 송곳은 아주 많이 쓰입니다. 드릴링을 하기 전에 반드시 이 송곳으로 구멍을 미리 조금 내줍니다. 그러면 정확하게 타공이 가능합니다. 물론 부러진 드릴비트가 없다면 송곳 같은걸로 대용하면 됩니다. 이거 만들려고 일부러 드릴비트를 부러트릴 이유는 없겠죠.

흔들리는 작업대 위에 날물1을 올려놓거나 충전드릴과 같은 고가의 장비를 올려두는 건 정말 위험한 일입니다. 바닥에 떨어지면 그 공구가 부서지는 건 물론이고, 바닥이 깨질수도 있고, 더 심하게는 사람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드릴비트와 끌을 부러뜨린 후 공구들을 걸어 놓을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었습니다. 그것들에 대해서도 다음에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작업하는 베란다에서 재활용품을 내놓는 곳이 빤히 보이는데, 누가 나무로 된 가구나 소품을 내놓지 않나 틈날때마다 보고 있습니다. 명절 즈음에는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곶감상자들이 제법 보이던데 그것도 몇개 주워 왔고, 적삼목으로 만들어진 액자틀, 이젤 등도 주워와서 분해해 두었습니다.

너무 저비용을 추구하다 보니 베란다에 이런 것들이 쌓여 정신이 없네요. 빨리 치우라는 마눌님의 압박이 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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