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2일 월요일

어쩌다 들른 서울미술관과 석파정

지난 일요일... 아침부터 아들내미를 재촉했습니다. 도현아빠님을 비롯한 고수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회를 보러가기 위해서입니다. 

아들내미는 엄마 안가면 자기도 안간다고 떼를 써서 어쩔 수 없이 마눌님도 같이 가게 되었습니다. 사실 눈높이가 높아질까봐 마눌님은 안데리고 갈려고 했거든요. ㅡ,,ㅡ

어쨌든 전시회가 있는 평창동으로 차를 몰고 갔더랬습니다. 전시장인 금보성 아트센터에 도착했는데... 이 썰렁한 분위기는 뭐지? 하면서 마눌님이 뒤에서 그럽니다.

 마침 청소하시는 분이 계셔서... "오늘 전시회 안해요?" 하고 물어보았는데... 그 분... 인상좋으신 웃음으로 "내일부터 합니다~"... 두둥~ 순간 뒷통수를 째려보는 네개의 눈초리가 느껴집니다. 땀이 삐질삐질 납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전시회는 9월 2일부터네요. 제가 대충 보고 9월에 시작이라고 착각한 것이죠. 아 왜.. 그냥 9월 1일부터 하지 왜 9월2일 인지... 쩝~

다행히 금보성 아트센터 바로 아래에 있는 북악정에서 냉면과 갈비탕을 먹었는데 맛도 있고 운치도 있는 곳이어서 쬐끔이나마 불평을 누그러뜨릴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일요일 낮에 차를 끌고 평창동을 왔는데...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이건 두고두고 씹힐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세검정 혹은 부암동 쪽을 목적지로 삼고 드라이브를 합니다.

그러던 와중에 자하문터널 앞에서 아래 사진과 같은 요상한 건물을 보게 됩니다. "서울미술관"과 "석파정"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더군요. 마눌님이 미술 작품들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얼씨구나 잘됐다 싶어... 차를 미술관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뭘 전시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들이민 것이죠.


입장료가 성인 12,000원, 아이가 7,000원 이었습니다. 애매한 가격이죠. 전시회 타이틀은 "우리 모두가 영웅이다!"와 "우보천리" 그리고 석파정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하네요. 뭐 차까지 들이밀었는데 그냥 봐야죠. 이때가지만 해도 석파정이 뭔지도 몰랐다능...

"우리 모두가 영웅이다"는 박찬호를 주제로한 설치미술전이었습니다. 왠 박찬호? 하면서 의아해 했지만 작품들을 보면서 감탄도 많이 하고 공감도 되었습니다. 박찬호가 한창 날릴때가 바로 2000년 즈음...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로 뒤뚱거릴때였죠. 참 많이도 실직하고 많이도 월급들 깎이고 그랬더랬습니다. 그때 그나마 우리에게 힘든 현실을 잊게 해주고 희망을 주었던 이가 바로 박찬호였었죠. 이 전시는 그런 의미에서 박찬호를 주제로 내세웠던 것 같습니다.


이 전시관은 다른 미술전과는 달리 사진 촬영이 가능한 자유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게다가 관람객이 저희밖에 없었구요. 저희도 아들내미도 재밌게 봤고...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좋았습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박찬호의 전신상이 있는데... 저는 뒷주머니에 야구공 두개를 쑤셔넣은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엉덩이가 배겨서 어떻게 공을 던지지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들었구요.


백남준을 연상하게 하는 비디오아트도 있습니다.


바닥에 팬(Fan)을 설치해 두고 DREAM이라고 파여진 종이상자를 띄우는 작품도 있네요. 동작은 되지 않아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재미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프로젝터로 움직이는 그림을 표현했네요. 아들내미가 태양계 같다며 좋아합니다.


다소 우스꽝스러운 패러디도 있구요.


제가 가장 감탄한 작품입니다. 투수가 공을 던지는 괘적을 표현한 작품인데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공을 던지는 쪽에서 찍어보면 이렇구요.


타자와 포수 쪽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실제로 공을 던지는 듯한 환상적인 분위기의 수작입니다.


건너편에 있는 야구공들은 박찬호가 세운 124승의 승수 만큼의 공들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양쪽의 색톤이 대조적이라 인상적입니다.


이현세가 그린 박찬호 관련 만화의 한 장면입니다. "죽어 본 적 있어?"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최초는 매력적인 타이틀이지만 죽음을 각오할 정도로 힘들기도 합니다.


색색 타일들이 있는데 각 타일을 연결하면 동요의 가사들이네요. 아이가 무척 좋아합니다.


각 구질별 파지법과 그것의 X레이 촬영사진들입니다. 투수지망생들에게는 참 좋은 자료일 것 같습니다.


어느 CNC 하시는 분이 하셨는지요? MDF로 보이는 판재를 CNC 절단하여 구성한 두상입니다.


동영상의 원리를 역으로 보여주는 재밌는 설치물입니다. 단계별로 움직이는 인형을 회전시키며 빛을 깜빡이면 여러명의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킵니다.


박찬호가 직접 그린(?) 작품이라네요. 아래 사진과 같이 스펀지를 손에 끼고 물감을 찍어 공을 던지듯이 팔을 휘두르면...


이렇게 작품이 만들어 집니다. 미술하기 참 쉽죠?


스포츠의 역동성을 잘 표현한 작품인 것 같습니다.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도 신분증이 있네요. 일종의 사원증(?)인 셈이죠.


박찬호 전시관은 이렇게 다 둘러보았고 잠시 쉬는데... 간결하면서도 멋진 벤치가 보이네요. 자작나무 30t 정도를 광폭 솔리드 집성했네요. 기성품은 이렇게 파는게 없으니 공방에서 직접 집성한 것일 테지요. 도브테일의 폭을 다르게 한게 멋스럽네요. 상판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보강목 역시 관통 장부로 멋을 내었구요. 멀리서 볼때는 그냥 호치키스 알 마냥 깔끔하게 보입니다. 참 멋진 디자인입니다. 다음에 한번 따라해 봐야겠습니다.


다음 전시관은 "우보천리"입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서울미술관은 유니온약품의 안병광 회장이 설립한 미술관이네요. 안병광 회장은 이중섭 매니아로서 거액을 마다않고 이중섭을 비롯한 근대 미술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 곳에 있는 작품들은 모두 진품인 것이죠.


이곳은 불행히도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안병광 회장이 35억에 경매 낙찰을 받았다는 이중섭의 "황소"를 실제로 볼 수 있습니다. 미술에는 문외한이라 감동까지는 아니지만... 범상치 않은 그림이라는 느낌은 받았습니다.


이 외에도 박수근을 비롯한 주로 1900년대 초중반에 활동하던 작가들의 작품들이 여러점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전시관의 마지막은 석파정입니다. 미술관의 옥상으로 올라가면 석파정이라는 고택으로 연결되어 있는 특이한 구조입니다. 석파정은 조선말기 고종대의 김흥근이 지은 것으로 흥선대원군이 나중에 인수하여 별장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햇수로 따지면 약 2백년 정도 된 집이죠.


이 석파정 역시 안병광 회장이 65억을 주고 경매 낙찰을 받은거라고 하네요. 대단한 지름이십니다. 이분... 그래도 이 문화재를 혼자 감상하지 않고 일반인들도 볼 수 있게 (비록 유료지만...) 해줬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조선시대 사대부의 집은 궁궐이나 사찰과는 달리 단청을 하지 않고 나무 고유의 색과 무늬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집을 더 좋아합니다. 단아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특히 서까래의 나무결이 참으로 선명하고 아름다운데 낙엽송이 아닌가하고 추측이 됩니다.


석파정 바로 옆에는 커다란 분재 모양의 아름다운 수형의 오래된 소나무가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보호하고 있는 나무이구요. 그 굵기로 보았을 때 수백년은 족히 된 듯 합니다. 윗가지를 가지치기를 했는지 옆으로만 자랐는데 그 형태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건물 뒤로 돌아가다가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는데... 장독대들이 있는 곳에 부추꽃들이 만개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부추꽃에 아주 많은 호랑나비들이 노닐고 있더군요. 참으로 보기드문 장관이엇습니다. 호랑나비는 이름은 다 알고 있지만 서울에서는 왠만해서는 보기 힘든 크기가 제법 큰 나비입니다.


석파정만 달랑 보지 마시고... 석파정 주변에는 짧지만 운치있는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습니다. 메인 산책로와 구름길, 물을 품은 길이 그것들입니다. 이 산책로도 함께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이날은 전형적인 초가을 날씨라 하늘은 맑고 푸르며 햇살은 따뜻하고 그늘 밑의 바람은 너무도 시원했습니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죠.

메인 산책로를 조금만 오르면 아래 사진과 같은 중국풍 정자가 보입니다. 이 석파정을 지은 김흥근이 당나라를 여러번 왕래했었는데 당나라에서 본 정자를 본따서 지었을 거라고 추정이 됩니다. 확실히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의 정자지요. 지금은 갈수기라 개울에 물이 없었는데... 물이 제법 흐를 때 이 정자에 앉으면 참으로 시원할 것 같습니다.


산책로의 끝은 너럭바위가 막고 섰습니다. 석파정은 인왕산 한 켠에 위치하고 있어 이렇게 바위들이 많습니다.


이 너럭바위에서 구름길과 물을 품은 길이 갈립니다. 마눌님이 구두를 신고 와서 이 길을 산책하지는 못했습니다만... 여러분들은 모두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서울미술관의 옥상은 잔디 정원입니다. 이 정원에서 북악산과 인왕산을 바라보는 뷰도 참 좋더군요. 서울 도심 한가운데서 이런 호사를 누리기 쉽지 않을 겁니다.


조금만 더 저렴하면 미술 작품들도 보고 석파정도 둘러보는 좋은 명소가 될 듯 한데 다소 가격이 높은 것이 흠입니다. 그리고 입장권을 구매하면 지하에 있는 카페의 천원 할인권을 주는데... 거기 커피 가격이 밖의 커피숍보다 이천원 정도 비싸더라능... 그래서 천원을 할인해도 바깥보다 천원 더 비싼 커피인 셈입니다. 좀 식상한 상술인 듯 합니다.

가구전시회 보러갔다가 실패하고... 어쩌다 들른 서울미술관과 석파정... 산책하기 좋은 날씨인데 어디 멀리 나가기 힘들때 들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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