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18일 수요일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어떻게 구별할까요?

예전에는 길을 가다가 바늘 모양의 뾰족한 잎이 달려있으면 그냥 소나무겠거니 생각했고, 나무나 꽃을 봐도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함께 걷기 여행을 하게 되면서 그때마다 만나게 되는 아주 작은 꽃부터 아주 큰 나무까지 "이거 이름이 뭐야?"고 아이가 물어대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식물도감을 사서 틈날때 마다 보고 외웠고 이름을 모르는 나무나 꽃은 사진을 찍어와 인터넷에서 검색하거나 물어봐서 알아내곤 했습니다. 심지어 나무와 꽃이름을 공부하기 위해 아들과 함께 식물원도 참 많이 갔더랬죠.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유홍준 교수가 고전에서 발견한 이 문구는 참 이런 상황에 맞는 문구입니다. 아이와 함께 아파트 안을 산책하면서 유심히 자라고 있는 나무와 풀과 꽃들을 헤아려 봤는데 참으로 많은 종류의 식물들이 단지내 화단에 있더군요. 그래서 요즘은 아이와 함께 서로 나무 이름 맞추기를 하면서 다니고 있답니다.

공교롭게도 바로 우리가 사는 동 바로 앞에 침엽수(소프트우드)들이 종류별로 다 있더군요.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 측백나무, 향나무, 주목에 이르기까지 어찌보면 비슷 비슷하고 자세히 보면 확연히 다른 점이 있는 나무들입니다. 오늘 글은 아이와 함께 나가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를 같이 공부하고 사진찍고 관찰했던 기록입니다.

소나무, 잣나무, 전나무는 사실 잎만 보면 금방 구별할 수 있습니다. 소나무는 바늘처럼 생긴 잎이 길고 두개가 한묶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잣나무는 잎이 좀 짧고 부드러우며 다섯개 혹은 여섯개가 한묶음으로 되어 있습니다. 전나무는 잎모양 자체가 다릅니다. 전나무는 차라리 주목의 잎과 비슷합니다.


소나무

우리나라 고유종인 소나무는 흔히 육송(육지에서 자란다는 의미, 해송과 대비, Pinus densiflora, 통상명 Japanese Red Pine)이라고 합니다. 붉은기가 도는 거북이 등처럼 육각형 모양으로 갈라진 수피가 특징입니다. 아들내미는 이제 수피만 보고도 소나무인 줄 알 정도로 도사가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흔히 보는 소나무들은 어린 소나무들이 많아서 가늘고 볼품이 없어 보이지만 오랫동안 살면서 키가 30미터가 넘는 거대한 소나무들도 종종 있습니다. 소나무는 예로부터 단단하고 충해가 없어서 궁궐을 짓는데 많이 쓰였습니다. (주로 금강송) 요즘도 목조 주택을 짓는데 소나무과의 목재를 많이 사용하죠.

한국 고유종 말고도 미국에서 도입된 리기다 소나무(Pinus Rigida, 통상명은 Pitch Pine)도 1970년대 녹화사업 당시 많이 심어졌습니다. 그런데 별로 경제성 없는 수종이라 요즘은 베어내고 다른 나무로 바꿔 심는다고 하네요. 리기다 소나무는 잎이 세개가 한 묶음이라 쉽게 구별 할 수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시의 정원에서는 우리나라 고유종인 육송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산에서는 리기다 소나무를 더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잣나무

잣나무는 영어로 Korean Pine이라고 할 정도로 한국의 고유종입니다. 수정과에 띄워먹는 잣이 이 잣나무의 열매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잣나무는 주로 높은 산에서 자라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닙니다. 크게 자라는 것은 50미터가 넘게 자랄 정도로 거대한 나무입니다.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잣나무 열매를 따는 사람들의 얘기를 본 적이 있는데, 정말 목숨을 걸고 잣을 따더군요. 너무 높은 가지에 잣나무 열매가 달리고, 깊은 산속이라 장비를 가지고 들어가지도 못하기 때문에 직접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따더군요. 잣이 비싼 이유가 다 있더라구요. 우리나라에서 잣의 주산지는 경기도 양평과 가평입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잣나무는 미국에서 도입된 스트로브 잣나무(Pinus Strobus, 통상명 East White Pine)입니다. 곧게 자라고 수형이 아름다워서 조경수로 많이 심죠. 스트로브 잣나무의 열매는 불행히도 먹지는 못합니다. 우리 아파트에 있는 잣나무도 스트로브 잣나무더군요. 잣나무의 솔방울은 소나무의 그것보다 훨씬 길고 큽니다. 특히 우리나라 잣나무의 열매는 스트로브 잣나무에 비해 더 큽니다. 아들내미가 스트로브 잣나무 열매와 소나무 열매를 놓고 비교를 하고 있네요.


(스트로브)잣나무의 수피는 비교적 맨들맨들한 회색톤이고 중간 중간 갈라져 있어 소나무와 확연히 구별됩니다. 그리고 바늘잎도 훨씬 가늘고 연두색에 가까워 멀리서 봐도 소나무잎과 잣나무잎은 구별이 됩니다. 잣나무잎은 부드러운 머릿결 같은 느낌입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로브 잣나무는 유난히 송진이 많이 납니다.  스트로브 잣나무를 가지치기한 부분이나 이 나무의 솔방울을 보면 맑고 끈끈한 송진이 흘러나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손으로 살짝 찍어서 코에 대면 상쾌한 송진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맡게 해주면 아주 좋아합니다.  대신 손은 좀 끈적끈적해지니 손을 씻을 수 있는지 확인하세요.

전나무

전나무는 젓나무라고도 하는데 나무의 수액이 하얀 젓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전나무들은 주로 오대산, 설악산, 백두산, 금강산, 한라산 등 북부 지방과 높은 산에서 주로 자랍니다. 높이는 50미터 이상 자라고 지름도 1미터 이상 되기도 합니다.

줄기가 굽는 일이 없이 높이 자라서 절이나 큰 집을 지을 때 기둥이나 대들보로 많이 쓰였다고 합니다. 서양에서는 전나무로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죠. 전나무의 열매는 원통형으로 생기고 치밀한 구조여서 소나무나 잣나무와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잎모양도 소나무, 잣나무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짧은 바늘잎이 촘촘하게 달렸습니다.



댓글 4개:

  1. 겉씨식물에 관해 공부하다가 소나무/전나무/잣나무 어떻게 구별하나 검색했더니 이 홈피가 나오더라구요~ 글을 참 이해되기 쉽게 써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답글삭제
  2. 소나무,잣나무,전나무의 잎과 줄기 모양은 사진으로 잘봤습니다. 눈이 왔을때 어떻게 쌓이는지 비교할 수 있는 모양 보고 싶습니다.

    답글삭제
    답글
    1. 그냥 이파리 위에 눈이 쌓이겠죠? ^^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