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직류 전동기에 대해 살펴 보았지만 사실 밴드쏘와 같은 목공 기계를 직접 만들고 싶다면 교류 유도 전동기(AC Induction Motor)가 더 유용합니다.
유도 전동기는 괴짜면서 천재 과학자였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가 발명한 전동기인데, 그 원리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위키피디아에 유도전동기에 대한 자세하고 학술적인 설명이 있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되도록 간단하고 쉽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먼저 아래 동영상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유도 전동기는 제동기가 될 수 있다
저는 조그만 단상 농형 유도전동기(shaded pole)를 분해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이 전동기는 냉장고의 환기팬에 사용되던 것이었습니다. 회전자(rotor)를 분리해 보면 이 회전자에 어떤 전기선도 연결되어 있지 않음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이 회전자는 자석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회전자는 외부의 자석에 의해 움직입니다.
회전자에서 볼 수 있는 사선 형태들은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단락 권선(short-circuit winding)입니다. 이 단락 권선체는 알루미늄 주물로 만들어지며 양끝을 원판으로 감싸고 있습니다. 이 단락 권선이 유도 전동기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이 농형 회전자가 자기장의 변화를 맞게 되면, 단락 권선에 작은 기전력(voltage)이 생기게 됩니다. 이 기전력은 외부에서 변화하는 자기장에 대항하여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생성됩니다.
비슷한 효과를 회전하는 알루미늄 원판을 이용하여 시연해 볼 수 있습니다. 이 회전하는 원판의 끝부분을 자기장이 강한 곳에 접근시키면 마치 제동이 걸린 것처럼 회전하던 원판이 멈춥니다. 이것은 자기장 근처에서 회전하는 원판에 전류가 발생하고 이 전류는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는 즉 원판을 멈추는 방향으로 자기장을 만들게 됩니다. 유도 전동기의 회전자도 고정자의 자기장 변화에 의해 전류의 흐름이 유도되는데 이 흐름은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는 방향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위의 비디오를 보는 것이 이해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회전자가 자기장의 변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성질을 이용하여 유도 전동기에 직류를 인가하면 전자 브레이크의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시험해보기 위해 유도 전동기 풀리(pully)에 5kg의 아령을 줄로 매달았습니다. 이 0.5마력짜리 난방기 모터에 몇 암페어 정도의 직류를 인가해 보았습니다. 이렇게 했더니 아령은 마치 위에서 누가 잡고 있는 것처럼 천천히 내려갑니다. 하지만 가벼운 아령을 달아도 멈추지는 않고 여전히 천천히 내려갑니다. 왜냐하면 회전자는 오직 자기장의 변화에 대해서만 저항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제동효과는 회전자가 회전할 때만 발생합니다. 회전자가 정지하고 있을 때는 제동효과가 없어서 약간씩 아령이 내려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유도 전동기가 제동기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걸 보았습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자기장이 움직이면 회전자도 따라서 돈다는 겁니다. 앞서 보았던 알루미늄 원판을 잡고 있고, 아까 그 자석을 빠르게 아래에서 원판을 스치듯 움직이면 이 원판은 자석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 회전함을 볼 수 있습니다. 만일 이 자석을 회전자 주위로 회전시키면 이 회전자는 자석을 따라 같이 회전할 겁니다. 흥미로운 현상이지만 원판의 전류는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흐른다는 원리에 의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자석이 움직이지 않으면 회전하는 원판은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회전을 멈추게 됩니다. 반면 자석이 움직인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석은 정지해 있고 원판이 움직이는 것과 같아서 원판이 자석의 방향을 따라가야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할 수 있습니다. 즉 자석을 따라 원판이 움직여야 원판 자체의 자기장 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아무런 물리적 접촉도 없이 자석도 아닌 회전자를 움직이는 마술이고 이를 유도(induction)라고 합니다.
아라고의 회전
이런 현상은 프랑스 물리학자 프랜시스 아라고(Francios Arago)에 의해서 1824년에 발견되었습니다. 아라고는 아래 그림처럼 도체(구리 혹은 알루미늄) 원판을 세워두고 그 원둘레 방향으로 자석을 움직이면 원판도 같이 따라 도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이 발견을 아라고의 회전(Arago's Ro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과 왼손 법칙을 이용하여 설명할 수 있습니다. 플레밍의 오른손 법칙은 자기장에서 도체가 특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 도체에 흐르는 전류의 방향을 나타냅니다. 즉 발전을 하는 경우 사용됩니다. 아르고의 원판에서 자석을 시계방향으로 돌리게 되면 반대로 원판(도체)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격입니다. 그러므로 전류는 원판의 가장자리에서 원판의 중심쪽으로 흐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원판은 단락(short-circuit)되어 있으므로 전류가 다시 돌아 나오는 맴돌이 전류(eddy current)의 형태를 띄게 됩니다.
이 맴돌이 전류는 다시 자기장을 만들어 어떤 힘을 가지게 됩니다. 이때 전동기에 적용되는 플레밍의 왼손법칙을 통해 그 힘의 방향을 알 수 있습니다. 기전력은 원판의 중심방향이고 자기장은 원판을 관통하는 방향이므로 힘은 시계방향으로 생깁니다. 그래서 원판은 자석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정리하면 자석이 움직여 맴돌이 전류가 흐르고, 이 맴돌이 전류로 인해 다시 자기장이 생기며 이때 힘의 방향이 자석이 움직이는 방향과 같다는 겁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원판의 입장에서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따라 움직입니다.
비슷하게 앙페르의 오른손 법칙을 이용하여 더 쉽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맴돌이 전류는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생긴다고 했으므로 아래 그림처럼 자석의 N극이 시계반대방향으로 이동하면 자석의 뒷쪽은 S극이 생겨서 자석을 당기고, 자석의 앞쪽은 N극이 생겨서 자석을 밀치게 됩니다. 그래서 원판이 자석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거죠. 앙페르의 오른손 법칙에 의하면 B쪽에 S극이 생기려면 전류는 시계방향으로 맴돌게 되고, A쪽은 반시계 방향으로 맴돌게 됩니다.
아라고는 원판으로 실험을 했지만 실제 유도 전동기는 원통(cylinder) 구조의 회전자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회전 원리는 동일합니다.
아래 그림처럼 자석의 N극과 S극이 회전자 양쪽에 배치되어 있다고 보면 맴돌이 전류는 회전자의 수직방향으로 생성됩니다. 아래 그림은 평면도라 맴돌이 전류의 방향이 잘 표현이 안됩니다.
회전자를 입체로 그려서 보면 빨간색 화살표 방향 즉 회전자의 축방향으로 맴돌이 전류가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맴돌이 전류로 인한 전자기력으로 회전자는 자석의 이동방향에 따라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됩니다. 회전자의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원리로 유도 전동기의 회전 원리를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유도 전동기의 회전자는 별도의 전선이나 코일없이 알루미늄 주조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어 고장이 적고 신뢰성이 높습니다.
삼상 유도 전동기의 원리
3상 유도 전동기에서는 각 권선에 순차적으로 전기를 인가함으로서 회전하는 자계를 만듭니다.
파란 선에 직류 전원이 인가된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폴1은 N극이 되고, 폴4는 S극이 됩니다. 다음으로 붉은 선에 전원을 넣으면 폴2는 N극이 되고, 폴5는 S극이 됩니다. 마찬가지로 초록 선에 전원이 인가되면 폴3는 N극, 폴6는 S극이 됩니다. 이렇게 순차적으로 파란선 -> 붉은선 -> 초록선에 전원을 인가하게 되면 마치 자석이 회전하는 것 같은 회전 자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 3상 전원에서는 이 세개의 권선에 모두 사인파의 교류 전원이 인가됩니다. 그리고 이 세 선에는 120도씩 위상이 차이나는 사인파 교류가 공급됩니다. 그래서 한 주기를 펼쳐놓으면 아래 그림의 아랫쪽과 같은 전원이 공급되는 것입니다. 이를 60도 단위로 잘라서 보면 3개의 상 중 하나는 전압이 0가 되며 나머지 두 상은 부호가 반대가 됩니다. 위 그림과 같이 권선이 감겨져 있다고 볼 때 순차적으로 부드럽게 자석이 회전하는 형상이 됩니다. 즉 실제로 자석을 회전하는것이 아니라 120도 위상차이가 나는 세개의 전원 코일에 의해 회전하는 자계를 흉내낼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게 안쪽의 회전자가 자계의 방향대로 회전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회전속도는 교류전원의 주파수에 의존하게 됩니다. 유도 전동기의 회전수는 회전 자계의 회전속도를 초과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 글에서 살펴 본 유니버설 전동기에 비해 회전속도가 매우 낮습니다.
이렇게 3상 유도전동기는 구조도 단순하고 효율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테이블쏘를 비롯한 큰 목공기계들에 단상 유도전동기 보다 3상 유도 전동기를 쓰는 것이 더 좋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상 유도 전동기의 원리
3상 유도 전동기의 경우 직관적이어서 이해가 쉽습니다. 하지만 보통 가정집은 3상 전원이 없고, 단상 교류 전원을 사용합니다. 3상 유도 전동기의 원리를 그대로 적용해서 2개의 폴에 하나의 교류 전선으로 권선을 감았다고 생각해 봅시다. 사인파에 따라 +에서 -로 계속 바뀌긴 하지만 순차적으로 회전하는 자계가 아니라 한번은 정방향, 한번은 반대방향 식으로 왔다 갔다 하는 교번자계가 만들어 집니다. 즉 스스로 기동을 못합니다.
하지만 회전자를 손으로 잡고 어느 방향이든 살짝 돌려주면 회전 관성과 교번 자계에 의해 지속적으로 회전을 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동차 엔진에 스타팅 모터가 필요하듯이 단상 유도 전동기도 최초 기동을 위한 토크를 얻을 방법이 필요합니다. 이 기동 토크를 얻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이 방법에 따라 단상 유도 전동기를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은 가장 단순한 형태인 단상 농형 (shaded pole) 유도 전동기입니다. 이 전동기의 고정자에는 주권선의 방향에서 약간 틀어진 곳, 즉 드라이버로 가리킨 곳에 구리로 된 간단한 단락 권선(short circuit)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단락 권선에는 자기장의 변화를 억제하는 맴돌이 전류가 흐르게 되고, 따라서 주권선의 자계와 약간의 위상 차이가 나는 곳에 시간적으로 약간 느린 자계의 변화가 생깁니다. 이 미세한 차이가 기동 토크를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 지연된 자계의 변화는 회전자를 주권선에서 단락 권선쪽으로 회전하도록 합니다. 이 효과는 권선에 직류 펄스를 인가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권선에 직류를 살짝 가하면 회전자가 약간 회전하다가 멈추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교류 전원을 가하게 되면 회전자는 계속 회전하게 됩니다.
쉐이드 폴(shaded pole)은 사실 매우 작은 기동 토크를 얻을 수 있는 방식입니다. 이 유도 전동기가 최고 속도로 회전할 때의 토크에 비하면 매우 작습니다. 하지만 최초 기동하는 정도로는 충분합니다.
쉐이드 폴은 단락 권선입니다. 전동기 동작 중에 맴돌이 전류가 계속 발생하여 제법 많은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그래서 이 농형 단상 유도 전동기의 효율은 매우 낮은 편입니다.
1/4 마력 이상의 좀 더 큰 단상 유도 전동기들은 다른 방법으로 큰 기동 토크를 얻습니다. 추가로 권선을 더 감기도 하고 컨덴서를 이용하여 위상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방법들도 역시 주권선과 시간과 각도가 약간 어긋나게 해 회전자계를 만들어 기동 토크를 얻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동 토크를 얻기 위한 자계는 실제 전동기가 본격적으로 일을 할 때는 효율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회전자가 어느 정도 회전 속도에 이르게 되면 원심력에 의해 자동으로 기동을 위한 권선에 전기를 차단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전동기의 효율을 높입니다. 전동기에 전원을 끊고 나서 전동기가 멈출 때 딸깍하는 스위치 소리가 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원심력이 없어져서 다시 기동 권선에 접점이 닿는 소리입니다. 이것을 원심력 스위치(Centrifugal Switch)라고 합니다.
기동 방식에 따른 다양한 단상 유도 전동기들이 있는데 이것들에 대해서는 위키피디아를 참조 바랍니다.
2극 전동기와 4극 전동기
대부분의 단상 유도 전동기들은 2극(pole) 혹은 4극을 가지고 있습니다. 2극 전동기의 경우 서로 마주보는 두개의 극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류의 한 주기에 회전자도 한번 회전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교류는 60Hz이므로 초당 60번 회전하고 RPM으로 따지면 3,600 RPM 이거나 이보다 작습니다. 유도 전동기의 경우 회전자계의 회전수보다 실제 회전자의 회전수가 작습니다. 여러가지 문제로 회전자계를 따라가지 못하고 회전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슬립(slip)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3,500 ~ 3,600 RPM 정도로 보면 됩니다.
4극 전동기의 경우는 90도 간격으로 N극 S극이 번갈아 배치됩니다. 그러므로 교류의 한 주기마다 회전자는 180도를 돌게 됩니다. 2극 전동기보다 회전수가 절반이 되는거죠. 그래서 보통 4극 전동기는 1,700 ~ 1,800 RPM 정도 됩니다.
이렇게 극수가 많아질 수록 회전수는 느려집니다. 6극이나 8극 이상의 제품도 있어서 저속 회전이 필요한 곳, 예를 들어 환풍기용 전동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회전 속도 조절
유도 전동기의 단점 중 하나는 동적으로 회전 속도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유도 전동기의 경우 극수와 사용 전원의 주파수에 따라 최대 회전수가 정해져 있습니다. 가정용 환풍기 모터의 경우 의도적인 슬립을 만들어서 회전속도를 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전동기를 매우 비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겁니다. 그리고 회전수가 부하의 크기에 의존하는 것이라 정밀 기계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유도 전동기의 속도조절을 위해서는 VFD(가변 주파수 드라이브, Variable Frequency Drives)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VFD는 원하는 주파수로 사인파 전원을 합성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서 유도 전동기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2000년도 이후에 나오는 목선반들은 대부분 VFD를 내장하고 있어서 회전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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