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9일 월요일

소나무숲길 - 북한산 둘레길

2012년 10월 21일, 날씨 좋은 가을날 할아버지, 아들내미와 함께 북한산 둘레길 중 소나무숲길을 걸었던 기록입니다.

소나무숲길은 솔밭근린공원에서 출발하여 북한산 자락 소나무숲을 거쳐 우이령길 입구에 이르는 2.9km의 평탄한 코스입니다.

 길이 편하고 위험요소가 거의 없어 어린아이와 걷기 좋은 코스입니다. 이 코스의 끝인 우이령길 입구는 우이령길과 전에 소개드린 왕실묘역길과 연결됩니다.

 소나무숲길은 짧은 코스이기 때문에 체력이 된다면 왕실묘역길까지 한꺼번에 주파하는 것도 좋습니다.


출발지인 솔밭근린공원은 우이동 덕성여대 맞은편에 있는 소나무숲입니다. 천여그루의 잘자란 소나무들이 주택가에 있어 근처 주민들의 훌륭한 쉼터가 되고 있죠. 솔밭근린공원이 좋은 공원이긴 하지만 여기서 너무 오래 지체하지 않도록 합니다.

아이들은 육체적 피로가 중요한게 아니라 한시간이 지나면 지루해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므로 주요한 걷기 코스는 한시간 이내에 끝내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솔밭공원을 가로질러서 바로 북쪽 출구로 나가면 다음 사진과 같은 이정표가 보입니다. 방학동 방향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솔밭공원을 나서면 이런 주택가가 나옵니다. 대궐같이 으리으리한 집과 낡은 연립주택이 같이 어울려 있네요. 이때가 가을이라 나무들이 형형색색으로 아름답습니다. 이런 포장도로에서는 둘레길을 안내하는 하늘색 선을 따라가면 됩니다.


조금 더 진행하면 박을복 자수박물관이 나옵니다. 토/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데다가 입장료가 6천원으로 좀 비싸네요. 저렴하면 한번 구경하고 가도 좋을 법 한데요.


한동안 이런 시멘트 포장길이 이어집니다. 하지만 주변 풍경은 숲이나 다름 없습니다. 할아버지와 아이가 정답게 얘기하며 걷고 있네요.


누구집인지 담장이 운치가 있습니다.


소나무숲길의 시작을 알려주는 문입니다. 같이 있는 지도를 항상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부터는 흙길입니다. 작은 흙알갱이들이 깔린 길이라 건조한 계절에는 미끄러지기 쉬울 것 같습니다. 특히 아이들의 발은 작기 때문에 더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단단히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절대로 뛰지 못하게요.


길을 가다가 눈을 확 잡아끄는 꽃이 보이네요. 산부추(두메부추)입니다. 보통 많이 먹는 부추는 흰색의 꽃이 피는데 반해 산부추는 이런 보라색의 아름다운 꽃이 핍니다. 하지만 부추 특유의 줄기는 똑같습니다. 아이도 반찬으로 먹는 부추에 꽃이 핀 것을 보고 신기해 합니다.


곧 소나무가 밀집해 있는 쉼터에 도착합니다. 벤치들에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고 배트민턴과 같은 간단한 운동을 하는 분들도 있네요. 전형적인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입니다.


소나무 쉼터를 지나 조금 더 가면 만고강산 약수터가 나옵니다. 그런데 물의 양은 많지 않네요.


바른 소나무와 휘어있는 소나무가 대조적이라 재미있습니다. 이런 소나무들이 걷는 내내 보입니다.


아이와 함께 걸을때는 지루해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엄마에게 줄 선물을 찾으라고 아이에게 미션을 주었는데, 아주 잘 생기고 빨갛게 잘 익은 단풍잎 하나를 주웠습니다. 이걸 엄마에게 선물할 거라고 손에 꼭 쥐고 다닙니다.


출발한 지 40분 정도 지나니 지루해하기 시작합니다. 할아버지와 제가 아이 양 손을 잡고 하나~둘~셋~ 점프 놀이를 해 줍니다.


그린벨트를 표시하는 표지석입니다. 나중에는 저것도 문화재가 되겠지요? 포즈 끝내줍니다.


태풍에 넘어간 나무를 보고... "왜 나무가 누워있어?"하고 묻습니다. 단순히 걷기만 하면 지루해하고... 이것저것 알려주고 보여주고 가다보면 너무 시간이 지체되어 지쳐하고... 적당한 조화가 필요합니다.


숲길이 끝나고 교회와 주차장이 보이면 거의 다 온겁니다. 밭에 있는 토란이 정겹습니다. 여기까지 한시간 정도 소요되었네요.


여기서 조금만 더가면 찻길과 만나기 때문에 여기서 도시락을 까먹기로 합니다. 적당한 벤치를 확보하고 엄마가 싸준 유부초밥을 나누어 먹습니다. 아이들은 김밥 보다 유부초밥을 더 수월하게 먹습니다.


아들내미는 스케치북에 그림이나 알파벳 쓰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걷기 여행을 할 때는 항상 제 배낭에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넣어 다니면서 쉴 때 그리고 놀게 합니다. 이 날은 ABC를 써보겠다고 하네요.


A부터 Z까지 윤곽선을 잘 그렸네요. 스스로 뿌듯해 합니다.


소문자도 쓰고 싶은데 곡선이 많아 힘든지... 할아버지에게 써달라고 하네요.


열심히 과자도 먹습니다. 아이가 숲을 즐기며 잘 놀때는 재촉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곳은 코스의 거의 끝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주변을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만져보도록 해줍니다. 늦가을이라 걷지 않으니 이내 쌀쌀해 집니다. 그래서 다시 길을 나섭니다.


조금만 나가면 손병휘 선생 묘가 나오고 더 나가면 북한산 등산로 입구와 만납니다. 원래 소나무숲길은 우이천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지만 이 우이천 구간은 그늘이 지는 곳이라 가을이나 겨울에는 아주 추운 길입니다. 물론 여름에는 좋겠죠. 그래서 햇볕이 따뜻한 찻길로 내려갑니다.


한시간 정도 걸었고 숲에서 도시락 까먹으면서 30분 정도 놀았네요. 소나무숲길은 편안하고 길이도 딱 적당하니 좋습니다만 뭔가 하이라이트가 없는 것 같아 좀 아쉽네요. 포토존은 소나무쉼터인데 좀 산만하고 주목할 만한 건 없더군요.

오늘 아들내미와 북한산 둘레길 가보지 못한 코스 가보기로 약속했는데... 과연 약속이 지켜질지 모르겠습니다. 아들내미의 변덕이 심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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