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17일 화요일

경희궁과 서울역사박물관

지난 토요일 평창동 금보성 아트센타에서 가구전시회를 보았습니다. 좋은 작품들을 봐서 기분도 업되었고 날씨도 좋아서 좀 더 놀고 싶었습니다. 3주 연속으로 평창동을 왔는데, 첫주에는 서울미술관으로 가서 박찬호와 석파정을 보았고, 두번째 주에는 서대문 형무소에 갔었습니다. 이번에는 경희궁으로 갔습니다.

예전에 경희궁과 붙어 있는 서울역사박물관을 간 적이 있는데 뒷쪽에 보이는 궁궐인 경희궁이 무척 궁금했었거든요. 그때 갈수도 있었지만 같이 갔던 조카가 싫증을 내서 그냥 돌아왔더랬습니다. 그 아쉬움을 달래고자 경희궁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식구들 모두 OK.

주차는 서울역사박물관에 하면 됩니다. 역사박물관 뒷쪽으로 이런 계단을 오르면 경희궁으로 들어설 수 있습니다.

이 계단 위로 오르면 범상치 않은 모양의 느티나무를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엄청 굵었어야 할 밑둥의 상당부분이 없어지고 심지어 구멍이 났는데도 여전히 푸른잎을 내며 잘 살고 있습니다. 옆에서 보면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완전히 쏠려있어 쓰러질 것만 같은데도 잘 서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가까이서 보면 이런 모양입니다. 어떻게 서 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경희궁은 임진왜란 후 광해군대에 지어진 궁궐입니다. 원래는 전각이 백채가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큰 궁궐이었고 조신후기 임금들의 집무장소로 쓰이던 곳입니다. 그런데 일제 강점기때 일본이 전각들을 거의 모두 철거하고 그 자리에 일본인들을 위한 경성중학교를 세웠습니다. 그것이 서울고등학교로 이어졌었죠. 또 서울역사박물관도 경희궁 터에 떡하니 자리잡음으로서 경희궁은 터만 남고 그 터에는 다른 것들이 들어와 있는 형국입니다.

그런데 앞으로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예산을 투자하여 경희궁을 원래대로 복원하기로 했다는 군요. 서울역사박물관도 이전하고 일부 경희궁터에 있는 민간 소유지도 매입한다고 하네요. 복원이 되면 경북궁, 창덕궁, 덕수궁 등을 잇는 궁궐 벨트가 완성되겠군요.

경희궁의 정문은 흥화문인데 일제가 장충동 자리로 옮겼었고 해방후에 장충동에 들어선 신라호텔 영빈관의 정문으로 쓰였다고 하네요. 그러던걸 1988년에 현재 경희궁터로 다시 옮겨왔다고 합니다. 궁궐의 문이 참으로 많이도 옮겨다녔습니다.

아래 사진은 숭정전으로 들어서는 숭정문입니다. 그 뒤는 숭정전이구요. 이들은 모두 1990년대에 복원 재건된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문화재로서의 느낌보다는 촬영세트같은 느낌입니다.


숭정문을 들어서면 드라마에서 종종 보던 풍경이 나옵니다. 주로 임금의 즉위식을 치를때 이용되던 곳이더군요. 정일품, 종일품 등의 표지석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이 너른 마당의 옆에 저런 복도같은 것들이 만들어져 있네요. 저기를 따라 걷는데 시원하고 특이한 느낌이더군요.


아들내미는 아직 한자를 모르지만 비석에 새겨진 글씨를 유심히 보며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사극에서 많이 나오는 임금의 집무실인데, 다른 궁과는 달리 좌탁과 몇몇 가구들이 놓여 있더군요. 실제 집무실을 재현하기 위해 가져다 놓은 것이라고 합니다.


숭정전을 옆으로 빠져나와 산책로로 올라서면 이렇게 경희궁에 현재 있는 전각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제법 많은 수의 전각들이 있더군요. 우리 식구는 그리로 들어가는 길을 몰라 그냥 산책로로 산책을 했습니다.


숭전전 바로 옆에 밑둥부터 줄기가 갈라진 느티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이런 모양의 느티나무는 처음 보는 것이네요. 가까이서 봤지만 느티나무가 맞습니다.


아직은 문화재라기 보다는 공원같은 느낌입니다. 산책로는 짧게 조성되어 있고 경희궁터를 한바퀴 돌 수 있게 해놓았더군요. 그리고 운동을 하는 주민들도 있네요. 산책로는 이런 느낌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대물급 회화나무와 아까시나무들이 즐비했습니다. 회화나무는 나이를 먹을수록 더욱 더 아름다워지는 나무인 것 같습니다.


그날 새벽까지 비가와서 날이 좀 습하더군요. 산책하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날씨라 산책로 절반만 돌고 다시 내려와 서울역사박물관으로 향했습니다. 가서 커피나 한잔 하려고 했는데 역사박물관 로비에서 공연을 하고 있더군요. 마침 막 시작한터라 식구들이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난타공연 같더군요.


이 공연들은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열린예술극장" 프로그램이며 서울 곳곳에서 주말마다 무료공연이 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 동네에도 할 수 있으니 열린예술극장 홈페이지를 찾아 확인하시면 아이와 함께 즐거운 공연을 감상할 수 있답니다. 홈페이지는 http://seoulopenstage.kr/ 이고 여기서 공연장소와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 안에는 조그만 도서관도 하나 있는데, 요즘 아들이 도서관에서 책보는 것을 좋아해서 (주로 우주에 관련된 책이나 세계지리에 관련된 책들) 또 여기에 자리 잡았습니다. 역사박물관이라 그런지 주로 역사에 관련된 책들이 많이 비치되어 있더군요. 여하튼 이런 곳에서 여유롭게 책을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입니다.

충분한 책을 찾을 수 없어서인지 아들내미 할아버지 집앞에 있는 도서관에 가자고 하네요. 하남의 나룰도서관을 말하는 건데 거기 어린이 도서관에 아들이 좋아하는 책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또 차를 몰고 하남까지 가서 나룰도서관에서 마치는 시간까지 책을 보며 놀았답니다.

여하튼 이 경희궁에 오면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그리고 경찰박물관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좋답니다. 경희궁을 나설때 아이들이 어떤 건물에 줄을 서있는 걸 봤는데 경찰박물관이더군요. 경희궁은 다른 궁에 비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입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다양한 구경과 체험을 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오기에 딱 좋은 곳 같아서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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