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7일 토요일

목공 시작하기 (Beginning Woodworking)

본 글은 캐나다의 엔지니어이면서 목공과 관련 지그 개발에 조예가 깊은 Matthias Wandel의 블로그 글 중 "Beginning Woodworking" 이라는 포스팅을 번역하고 제가 우리 사정에 맞게 첨언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캐나다는 단독주택이 많아 집마다 차고나 지하실이 있어 목공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쉽게 확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교적 소음과 진동이 있는 목공기계들을 이 작업실에 두고 목공을 합니다. 아파트에 사는 우리로서는 매우 부러운 환경입니다. 그래서 베란다 목공을 위한 가이드라기 보다는 조그만 작업실을 내는 분들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정된 예산을 가지고 꼭 사야할 공구와 기계는 무엇인지, 우선순위가 어떤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종종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어떻게 목공을 시작할 수 있는지, 어떤 공구와 기계들을 추천하는지, 그리고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입니다.

그런데 저는 어떤 브랜드의 공구들이 더 낫다는 식의 좋은 추천을 해주기가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가지고 있는 공구들은 대부분 우발적으로 사게 된 것들이 많고 특정 브랜드에 치중해서 구입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는 공구의 성능과 정확성을 따지기 보다는 가격이 중요한 결정요소가 됩니다. 그래서 제가 쓰는 공구들은 최고의 것들은 아닙니다만 충분히 쓸만한 것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서 시작하나? (Where to start?)

하지만 어디서 목공을 시작할까요? 당신이 필요한 기계는 무엇인가요? 하는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합니다. 저의 제안은 주요한 물품들을 먼저 구비하고 목공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준비하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몇몇 중요한 공구들만 사고 그것을 이용해서 첫 프로젝트를 진행하세요. 가지고 있는 공구에 익숙해지면 다음에 자신한테 필요한 공구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될 겁니다. 이것은 또한 목공을 취미로 계속 할지 안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모든 공구를 다 사버리는 리스크를 줄여주기도 합니다. (즉 지름신을 멀리하라는 의미)

필요한 첫 공구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망치, 드라이버, 못, 끌 몇개, 톱, 직각자, 몇몇 클램프 들과 쓸만한 작업대 정도입니다.


아마 가장 먼저 사야할 전동공구는 전동드릴직쏘(Jig Saw)일 겁니다. 이 두 공구는 목공을 하지 않더라도 여기저기서 편리하게 쓰입니다. 이 둘로 아주 멋진 가구를 만들 수는 없겠지만 지하실이나 앞마당에서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할 정도는 됩니다.

공구들은 다양한 등급이 있고 그에 따른 다양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판매자는 좋은 공구를 사서 평생 쓰라고 유혹할 겁니다. 그러나 싼 공구와 아주 품질 좋은 공구의 가격차이가 4배 이상 벌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저의 조언은 싼 공구를 먼저 사서 그게 부서질 때까지 일단 써보라는 겁니다. 부서지고 나면 더 좋은 걸로 새로 사면 됩니다. 그러나 보통 당신이 그 공구를 매일 쓰는 직업 목수가 아니라면 싼 공구들도 꽤나 오랫동안 쓸 겁니다. (그만큼 품질 평준화가 많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다음으로 살 만한 공구는 원형톱(Circular Saw)입니다. 원형톱은 직쏘보다 훨씬 빨리 자를 수 있고 똑바르고 깨끗하게 자를 수 있습니다. 또한 당신이 이미 테이블쏘 (Table Saw)를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큰 합판 원장을 자를 때는 원형톱이 더 편리합니다. 원형톱까지 가지고 있으면 간단한 테이블이나 창고의 선반 같은 걸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시점에서 손 대패를 하나 혹은 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바이스가 달린 작업대도 있으면 좋을 겁니다. 그래서 이 때가 당신만의 작업대를 만들 좋은 타이밍입니다.

이 정도 준비한 공구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기계들을 들여놓을 차례


제법 많은 수의 휴대용 공구들을 갖추게 되면 이제 슬슬 기계들을 알아보고 들여놓을 차례입니다.

가장 유용한 목공기계는 뭐니뭐니해도 드릴프레스테이블쏘입니다. 저는 오랫동안 저렴하고 오래된 컨트랙터쏘(Contractor Saw, 캐비넷쏘보다 작은 컴팩트한 크기의 테이블쏘)와 아주 작은 드릴 프레스를 사용했습니다. 드릴 프레스가 없을때와 싼 드릴프레스라도 있을때의 차이는 싼 드릴프레스와 아주 좋은 드릴프레스와의 차이에 비해 훨씬 큽니다. 그러므로 완벽한 드릴프레스를 사기 위해 많은 돈을 모으며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한 가격대의 것으로 사라는 의미)

하지만 테이블쏘에 대해서는 같은 식으로 말하지는 못하겠습니다. 보통 200달러 이내로 가격 형성이 되어 있는 벤치탑 테이블쏘(Bench-Top Table Saw, 정반이 작은 미니 테이블쏘로 다른 테이블 위에 올려서 사용,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많이 씀)는 깨끗한 절단면이 안나오고 정확하게 잘리지 않아 끔찍합니다. 아주 좋은 벤치탑 테이블쏘는 좀 낫겠지만 그 가격이면 컨트랙터 쏘를 사고도 남습니다. 컨트랙터쏘는 모터가 뒷쪽으로 돌출되어 있는 형태라 집진에 불리함이 있습니다만 주물로 만들어져서 제법 괜찮은 절단 품질을 보여줍니다. 하이브리드쏘(가장 큰 캐비넷쏘와 컨트랙터쏘의 중간 정도임. 모터가 캐비넷 안에 들어가 집진이 용이하며 크기는 캐비넷쏘보다 작음)도 요즘 보편화되고 있고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습니다. 하이브리드쏘는 캐비넷쏘보다 훨씬 싸면서 무게도 덜합니다. 위 사진의 컨트랙터쏘는 40년된 것인데 아랫부분에 집진을 위한 캐비넷을 만들어 넣은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하이브리드 테이블쏘를 쓰고 있습니다.

테이블쏘로 깨끗한 절단을 하려면 좋은 톱날을 사는게 좋습니다. 적당한 가격의 테이블쏘와 좋은 품질의 톱날이면 아주 부드럽고 깨끗하게 잘려서 마감하는데 큰 손질이 필요없을 정도가 될 겁니다.


저는 이들 기계들에 밴드쏘(Bandsaw)를 더한 상태에서 마블머신을 만들었습니다. 밴드쏘의 좋은 점 중 하나는 그리 무섭지 않다는 겁니다. 물론 밴드쏘가 당신의 손가락을 자를 수도 있습니다만 그 속도가 느려서 손가락이 톱날에 닿는 것을 느끼면 바로 뺄 수 있고 큰 부상을 입지는 않습니다. 저도 어릴때 엄지손가락을 밴드쏘 톱날에 살짝 베인 적이 있는데 반창고를 바르고는 괜찮아 졌습니다. 그래서 테이블쏘가 무서우면 밴드쏘를 먼저 사는게 좋습니다. (테이블쏘는 잘못 사용할 경우 킥백으로 인한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밴드쏘는 매우 편리합니다. 직쏘보다 깨끗하게 잘리고 무엇보다 편리합니다. 대충 어떤 모양을 잘라낼 때 밴드쏘만큼 편한 건 없습니다. 긴 나무를 정확하게 자르는데도 밴드쏘를 주로 사용합니다. 저는 정말 밴드쏘를 많이 씁니다. 사실 테이블쏘를 사기전에 밴드쏘를 먼저 샀었죠. 나중에는 제가 직접 밴드쏘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제 다른 전동공구가 필요할 때가 됩니다. 벨트샌더는 종종 유용하게 쓰입니다. 라우터 역시 있으면 좋습니다. 어떤 라우터를 살지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대부분의 목공들은 라우터를 두개 이상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지금 가지고 있는 라우터가 마음에 안드는 점이 있겠지만 두번째 라우터를 사고 나서도 여전히 첫번째 라우터는 필요로 합니다. (아마도 하나는 라우터 테이블에 장착하고 하나는 손에 들고 사용하기 위해서 일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목재 절단을 위해 각도절단기(Miter Saw)를 갖추라고 권합니다. 그러나 저는 테이블소에 자르기 썰매(Crosscut Sled)를 달아서 사용합니다. 각도절단기는 테이블소에 썰매를 이용하는 것만큼 깨끗하게 절단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각도절단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다음 단계로 들어서면 아마도 수압대패(Jointer Planer)가 필요할 겁니다. 수압대패는 당신이 직접 판넬의 옆면끼리 붙여 집성을 해야 할 경우 중요하게 쓰입니다. 저는 자동대패(Thickness Planer)를 갖추기 전에 수압대패를 먼저 갖추라고 권합니다. 왜냐하면 수압대패가 자동대패보다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자동대패는 판재를 특정한 두께로 가공할 때 유용합니다만 이것은 테이블쏘로도 대신할 수 있습니다. 판재의 두께를 쳐낼 경우 테이블쏘의 펜스를 잘 조절하여 두께 방향으로 잘라내면 됩니다. 뒤집어 자를 수도 있으므로 톱날 돌출 높이의 두배 너비의 판재 두께를 동일하게 맞출 수 있습니다.

굳이 안사도 되는 공구들

모든 공구는 그 용도가 있어서 언젠가는 필요로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이제 목공을 시작하는 단계라면 아래에 나열된 공구들은 나중으로 미뤄도 될 것 같습니다.

슬라이딩 각도절단기 (Compound Sliding Miter Saw)

슬라이딩 각도절단기가 요즘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걸 사기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요. 슬라이딩이 안되는 각도절단기의 절단 폭을 넘어서는 판재를 얼마나 자르는지요? 몇번 되지 않는다면 그냥 원형톱이나 테이블쏘를 쓰는게 낫습니다. 슬라이딩 각도절단기의 복잡한 구조는 고장이 자주 나고 유격이 생기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아주 비싼 슬라이딩 각도절단기가 슬라이딩 안되는 각도절단기보다 절단 품질이 더 안좋을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세배 정도 비싼데 말이죠.
(예를 들어 슬라이딩이 되는 마끼다 LS1016B는 310mm까지 절단 가능하고 95만원에 팔립니다. 슬라이딩이 안되는 LS1040S는 95mm까지 절단되고 29만원에 팔립니다)

모든 종류의 복합기계 (Combination Machines)

하나의 기계가 다른 기계로 변할 수 있는 복합기계를 사지 마세요. ShopSmith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ShopSmith는 하나의 기계가 테이블쏘, 디스크 샌더, 목선반, 수평 보링기, 드릴프레스, 라우터 테이블까지 가능합니다. 가격은 $4,000 정도 하네요) 다목적 기계는 한 두 기능은 쓸만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단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문제는 기능을 바꿀 때마다 기계를 변환시켜야 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각각의 기계를 따로 사는 비용보다 이 복합기계의 가격이 더 비싼 경우도 있습니다.

네일건이나 타카 (Nail Gun or Brad Nailers)

가구는 못을 많이 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만일 못을 써야 한다면 망치로 때려 박으면 됩니다. 이런말 들어 보셨을 겁니다. "니가 가진게 망치밖에 없다면 모든 문제는 못으로 보일 것이다" (If all you have is a hammer, every problem looks like a nail,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면 본질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자 그럼... 니가 가진게 네일건 밖에 없다면... 글쎄...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럴듯해 보이는 테이블쏘 마이터 게이지와 펜스(Fancy Table Saw Miter Guage and Fence)

마이터 게이지는 아주 좋아 보입니다. 색깔이 입혀진 알루미늄과 황동 손잡이는 아주 그럴듯 해보이죠. 하지만 그게 꼭 필요합니까? 정말로 INCRA의 휘기도 하는 마이터 게이지가 주물로 만들어진 당신의 테이블쏘보다 더 믿음이 갑니까? 대신에 테이블쏘 썰매(Sled)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세요. 만일 45도 컷을 많이 한다면 45도 썰매를 만드세요.

스크롤쏘 (Scrollsaw)

스크롤쏘는 퍼즐을 만들거나 동물 모양의 쿠미키를 만들때 적합합니다. 그러나 가구를 만들때는 별로 사용될 일이 없습니다. 드레멜 조각기와 스크롤쏘는 공예 작가들에게 필요한 것이지 가구 만드는 목수들에게 필요한 공구는 아닙니다. 하지만 드레멜 조각기는 드릴비트, 화스너비트, 밴드쏘 톱날 등을 연마하는데 사용될 수 있으므로 목수들도 가지고 있으면 좋습니다.

목선반 (Lathe)

당신은 근사한 촛대나 그릇을 목선반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일 당신이 우드터닝(Wood Turning)에 열망이 있다면 목선반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구 만들때는 그다지 많이 쓰이지 않습니다. 절대로 사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테이블쏘나 드릴프레스처럼 가구만들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플런지쏘와 레일시스템(Track Saw, 트랙쏘)

트랙쏘는 테이블쏘로 할 수 있는 절단 작업을 상당부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합판 원장을 잘라야 한다면 편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랙쏘를 살 수 있는 돈이면 괜찮은 테이블 쏘를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테이블쏘가 훨씬더 기능이 많고 편리합니다. 그러므로 트랙쏘를 가지고 있더라도 테이블쏘는 반드시 필요하고 테이블쏘가 트랙쏘보다 우선순위가 높습니다.

다음으로 무얼 할 건가?

초보 목수를 위한 소개글을 정리합니다. 이 글에 있는 링크를 따라 가면 쉽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이 제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만든 몇몇 비디오들을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혹은 Steve Ramsay가 제공하는 Woodworking for mere mortals 유튜브 채널을 즐기셔도 됩니다. 아주 재미있고 초보자들에게 유익한 내용이 많습니다. 저도 그 비디오를 보는 걸 좋아하는데 스티브는 정말 재밌는 사람입니다. 스티브도 블로그가 있습니다.

자 이제 시작해보세요. 어디까지 갈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당신이 이런 공방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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