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5월 28일 화요일

나무로 만든 캔들 쉐이드

오늘 소개시켜 드릴 만들기 프로젝트는 양키캔들을 위한 캔들쉐이드(Candle Shade)입니다. 지난 마눌님 생일때 선물로 만든건데 이제서야 올리네요. 설계도도 없이 머리속으로만 구상을 하고 만든거라 실제로는 시행착오가 많았습니다.

양키캔들은 아로마향이 나는 양초인데 마눌님이 그 향을 아주 즐깁니다. 거한 요리를 한 뒤나 화장실에서 응가한 뒤 피워 놓으면 은은한 향이 온 집안에 퍼져 좋은 분위기를 만든답니다.

캔들에 구멍이 생겨요

그런데 그냥 양초처럼 불을 붙여 계속 사용하다 보면 아래 사진처럼 양초의 심지가 있는 가운데 부분만 녹아내리는 홀현상이 발생합니다. 이 구멍이 계속 커지고 깊어지다 보면 주변부 향초가 많이 남아있는데도 심지가 다 타버려 이 비싼 양키캔들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향초를 오래 쓰려면 홀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양키캔들에서는 몇가지 홀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악세사리들을 판매하는데 바로 캔들워머캔들쉐이드입니다. 캔들워머는 향초에 불을 붙이지 않고 할로겐램프의 고온을 이용하여 향초를 녹이는 방식입니다. 캔들쉐이드는 아래 사진처럼 열이 잘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향초의 입구 부분에 좁고 긴 통로를 만들어 줍니다. 물론 미적인 면도 있구요.



캔들워머는 할로겐램프를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세가 좀 나온다는 문제가 있고 향초를 태우는게 아니라 녹이는 방식이라 향은 다 날아가고 파라핀만 남아 속에 있는 향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초에 불을 붙여 향을 발산시키는 캔들쉐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캔들쉐이드가 가격이 아주 비싸다는거죠.

마눌님도 캔들쉐이드를 사고 싶어 했지만 가격때문에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마눌님은 인터넷에서 알아낸 은박지 신공으로 홀현상을 없애고 있었습니다. 은박지를 저렇게 입구에 길게 싸두면 쉐이드와 같은 역할을 해서 파라핀이 고루 녹게 됩니다. 돈 안들고 간편한 방법이지만 폼안나고 화상의 위험도 있어서 마눌님이 계속 투덜댔습니다. "돈 좀 많이 벌어오면 저런것도 팍팍 살텐데... 아이구 살림살이가 퍽퍽하다~"


그래서 나무로 캔들쉐이드를 만들 수 없을까? 라고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얼핏 생각해도 나무는 불에 잘 타는 소재라 캔들쉐이드로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구글로 아무리 검색을 해도 나무로 만든 캔들쉐이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뭔가 묘안이 필요했습니다.

다이소에서 영감을 얻다

이렇게 뭔가 막힐때는 괜찮은 소재를 찾아 쇼핑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무작정 집 근처에 있는 다이소에 가봤습니다. 그래서 거기서 도기나 유리로 된 적당한 형태의 것이나 두꺼운 알루미늄으로 된 것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다가 다이소에서 파는 캔들홀더를 발견했습니다. 이 캔들홀더는 쇠로 된 프레임에 바람을 막아주는 유리관이 끼워져 있는 형태였습니다. 양키캔들 용기의 입구 지름이 80mm인데 이 캔들홀더에 끼워져 있는 유리관도 지름이 80mm라 딱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이 유리관을 양키캔들 입구에 올려두면 캔들쉐이드나 은박지로 싼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이 유리관을 양키캔들 위에 올려두고 불을 피워봤습니다. 그 결과 파라핀이 골고루 녹기는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30분 정도에 골고루 녹으면 좋은데 저렇게만 하면 두시간 정도 걸리더군요. 그리고 저렇게 유리만 올려두면 위험하기도 하구요. 뭔가 이 유리를 잡고 향초의 입구에 끼울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 구조물을 집에 있는 자투리 나무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머리속으로 대충 다음과 같은 모양을 그렸습니다. 이 스케치업 도면도 다 만들고 난 다음 그린것이고 실제 만들때는 대략적인 구상만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행착오가 많았죠.



캔들쉐이드 프레임 제작 과정

먼저 설계를 하고 만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저도 이게 과연 될까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시도한 거라 좀 좌충우돌이 많았습니다. 우선 안정적으로 향초 용기의 입구에 끼울 수 있는 구조물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자투리 나무로 네모 구조를 먼저 만들었습니다. 지름 80mm인 입구와 딱 맞도록 내경이 80mm가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힘이 받지 않는 구조물이므로 목공본드와 클램핑으로만 결합합니다.


저 나무는 아이베란다에서 구입한 오비스기(일본 오비지방의 고급 삼나무) 21x21mm 쫄대입니다. 마땅히 쓸데가 없어 묵혀두었는데 이번 기회에 쓰게 되었네요. 본드가 마른 후 향초의 입구에 끼워봤습니다. 딱 맞네요.


그런데 저렇게 사각형을 둥근 향초 용기에 올려두기에는 뭔가 어색하고 불안합니다. 그래서 사각형이 아니라 팔각형으로 만들어 보기로 합니다. 8각형을 만들기 위해서 조그만 세모 조각을 잘라서 아래 사진처럼 안쪽에 본딩하고 네 모서리를 잘라내면 쉽게 팔각형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 세모조각에 본드를 발라 클램핑해야 하는데 참 클램핑하기가 어색한 각도입니다. 이를 위해서 미리 만들어놓은 V자 모양의 부재를 이용하면 아래 사진처럼 깔끔하게 클램핑이 가능합니다.


네개의 세모조각을 모두 붙인 뒤에 네 모서리를 톱으로 잘라내어서 팔각형을 만듭니다.


이 팔각형에 세워서 날개를 연결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팔각형을 둘러 턱가공을 합니다. 그리고 날개를 이 턱에 맞추어 가공하면 끼워맞춤까지는 아니더라고 접착면이 넓어져 본딩시 유리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아랫부분의 턱 가공을 위해 두께의 절반 정도만 톱질을 합니다.


그리고 세로로 세워서 남은 턱부분을 잘라냅니다.


잘라내고 남은 부분을 정리하면 아래 사진과 같이 팔각형을 둘러서 턱가공이 됩니다. 오비스기는 향이 대단히 좋아서 톱질하고 사포질하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이제 저 팔각형에 끼워 세울 날개를 만들 차례입니다. 날개는 SPF구조목 자투리 중에서 38x19짜리를 사용합니다. 아이베란다에서 이런 구조목 자투리를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대략 150mm 정도 되는 자투리를 골라서 아래와 같이 그림을 그려줍니다.


먼저 사선으로 절단을 해서 8개의 날개를 만듭니다.


나머지 톱질과 끌질로 홈모양을 파줍니다. 끌질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지렛대의 원리로 따낼 수 있습니다.


8개 날개의 홈을 모두 따낸 모습입니다.


날개 끝부분의 날카로운 부분을 톱으로 따낸 뒤 약간 다듬어 팔각형 베이스에 끼워봅니다. 일부는 꽉 맞고 일부는 헐렁하지만 본딩을 할 것이므로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마무리 작업과 튜닝

프레임은 어느 정도 준비되었지만 여기에 유리관을 넣으면 밑으로 쑤욱 빠집니다. 그러므로 이 유리관을 받쳐줄 뭔가가 필요합니다. 게다가 유리관 안쪽은 촛불과 직접 닿을 가능성이 많아 나무로는 하지 못합니다. 적당한 걸 찾다가 서랍에서 클립을 찾았습니다. 클립은 철사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재료입니다.

뻰치로 클립을 아래 사진과 같이 ㄷ자 모양으로 만듭니다. ㄷ자의 짧은 부분은 날개의 밑부분에 구멍을 내어 꽂을 것이고 ㄷ자의 긴 부분은 유리관을 받치게 됩니다.


8개의 날개 중 네개에만 아랫쪽으로 3mm 구멍을 낸 뒤 클립이 지나갈 홈을 끌로 약간 파줍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이 됩니다. 저 클립과 나무 날개 사이로 유리관이 끼워지게 됩니다.


네개의 날개에 클립을 꽂고 유리관을 얹은 모습입니다. 안정되게 잘 올려짐을 확인했습니다.


이제 8개의 날개 모두에 본드를 바르고 팔각형 베이스에 고정할 차례입니다. 본드가 마르고 난 뒤 향초에 불을 켜고 시운전을 해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렇게 직선으로 뚫린 관으로는 열을 가두는 효과가 적어서 파라핀이 고루 녹는데 시간이 너무 걸립니다. 뭔가 튜닝이 필요합니다.


촛불의 열기는 중앙에서 올라와 위로 올라갑니다. 그렇다면 촛불의 바로 위를 둥글게 막아주면 열기가 다시 아래로 내려와 가장자리의 파라핀을 녹일 겁니다. 이런 원리를 이용하여 클립을 죽 펴서 둥글게 만들고 은박지를 둘러싸 둥글게 만든 뒤 클립이 끼워질 부분만 약간 구멍을 내줍니다. 결과적으로 아래 사진과 같이 은박지를 클립에 끼우면 됩니다.


이렇게 촛불의 열기가 위로 올라가는 것을 막으면 30분 정도만 태워도 파라핀이 모두 골고루 녹아 홀현상이 생기지 않습니다. 혹시나 나무에 불이 붙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불꽃은 유리관에 막혀 직접 나무에 닿지는 않습니다. 클립을 통해 전달되는 열도 손으로 만져도 될 정도여서 나무가 발화될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실제 3개월 정도 써본 결과 아무 문제 없었습니다.

원가는 약 5천원 정도 들었지만 세계에서도 보기 힘든 나무로 만든 캔들쉐이드였습니다. 마눌님은 은박지가 옥의티라고 하지만 잘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더 예쁜 모양으로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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