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16일 월요일

드디어 가구전시회를 보다

지난 2주 연속으로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하는 가구전시회를 보러갔다가 헛탕을 쳤습니다. 첫번째는 9월2일 오픈인데 9월1일로 착각한 저의 실수였고, 두번째는 일요일에 안하는지 모르고 갔다가 헛탕을 쳤습니다. 전시회 포스터에는 휴관일이 적혀있지 않았고, 다른 전시회처럼 일요일은 당연히 하는 걸로 생각을 했던거죠.

어쨌든 두번의 실패와 카페를 통해 "도현아빠"님께 알아본 결과 일요일과 공휴일(이번 추석연휴)는 모두 개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드디어 전시회를 볼 수 있었습니다. 두번이나 실패하고 세번째로 식구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라 초긴장을 했습니다만... 전시된 가구들이 예상보다 더 인상적이라 식구들 모두 즐거워 했습니다.

금보성 아트센터는 현재 두개의 가구 관련 전시회를 하고 있습니다. 1층에는 한국가구학교 1회 졸업생들과 교수님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이 업계에서 유명한 가구작가 여섯명의 역작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모든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한 정보는 구원일 작가의 블로그에 게시된 아래 리뷰글을 참고 바랍니다.
 
  - 한국가구학교 1회 졸업 전시작들
  - 6인의 가구작가 "동거"

이 글은 저와 식구들이 좋아했던 가구와 부분들에 대해서만 발췌해서 실었습니다. 언급되지 않은 가구들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호불호 차이라는 점을 밝혀 둡니다.

한국가구학교 1회 졸업생 작품들

전시장을 들어서는 순간 넓은 공간에 띄엄띄엄 배치된 작품들을 보고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얼핏 보아도 범상치 않은 작품들이 보였기 때문이죠. 1층은 한국가구학교의 교수님들과 졸업생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졸업생의 작품들이라 할지라도 그 내공이 보통이 아닙니다. 이제 하나씩 감상해 보시죠.

범상치 않은 색감의 자연스러운 벤치입니다. 노란 상판은 소태나무(Bitterwood)이고 세로로 세워진 갈색 다리는 월넛(Walnut, 호두나무)입니다. 네모반듯한 집성판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원목 제제목을 이용한 작품은 참으로 근접하기 힘듭니다. 무게도 무게거니와 일종의 예술적 영역에 들어가기 때문이죠. 만들어 놓고도 어디에 놓을지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아들내미가 덜렁 뛰어가서 앉아버리는데... 얼른 일어나라고 했더니 안내하시는 분 (작가 중 한 분이신 듯)이 앉아보고 열어보고 만져봐도 된다고... 가구전시회인데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푸근한 느낌의 벤치에 푸근한 마음씀씀이가 고마웠습니다.


이제 애쉬(물푸레나무)를 좀 만져봐서인지 애쉬는 딱 봐도 알겠더군요. 유난히 하얀색이라 화이트애쉬라고 부르는 나무로 만들어진 좌탁입니다. 화이트애쉬도 좋긴 한데 저는 좀 더 짙은 색의 브라운애쉬가 취향에 맞습니다. 마감은 천연오일이라고 되어 있는데 아마도 텅오일인 듯 합니다. 만져보니 단단한 도막이 있고 광빨이 죽입니다. 오일 마감이 이런 느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화이트애쉬와 월넛을 집성한 작품입니다. 여기 작품들 중에 월넛을 쓴 것들이 많은데 아마도 월넛이 가장 무난한 짙은색을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위작품도 그렇고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개성이 있지만 제 취향은 아닌 듯 합니다. 저는 무난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해서... 일부러 튀어보이려는 시도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역히 화이트애쉬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아래 선반을 받치는 구조가 아주 특이한 모양입니다.


오크와 월넛으로만들어진 아래 테이블은 신기함 그 자체입니다. 저렇게 휘어진 봉재를 기둥과 자연스럽게 이어붙인 솜씨도 좋고 그 중간에 서랍도 곡면을 타고 있으며, 서랍 손잡이는 매듭모양으로 나무를 조각한 것이더군요. 한마디로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제 시선에 확 들어온 브라운애쉬와 검은색의 웬지(Wenge)로 만들어진 사방탁자와 연결된 수납장입니다. 사방탁자는 만들어보고 싶어서 항상 관심을 두고 있는데 이 사방탁자는 선반의 구조가 참 특이하더군요. 웬지 각재에 브라운애쉬 선반의 색감 대조도 좋구요.


선반은 이런식으로 가로대에서 약간 떠 있는 느낌입니다. 여백의 미가 느껴집니다.


수납장 부분도 웬지 프레임에서 약간씩 떠있어서 특이한 느낌을 줍니다. 심지어 상판도 띠워져 있네요.


월넛으로 만들어진 화장대 중 하나의 서랍을 열어 보았는데 서랍 안쪽도 상당히 고급스럽게 처리되었더군요. 넘사벽입니다. 상판에 장부가 뚫고 올라온 것도 특색 있습니다.


이 화장대는 트랜스포머 컨셉입니다. 스위치가 있어서 앞의 거울 부분을 내려서 숨길수도 있고 올릴 수도 있습니다. 전기와 목공의 결합입니다.


아주 얇은 (10mm?) 판재로 등받이와 엉덩이판을 만든 의자입니다. 실제로 앉아보니 약간의 탄성이 있어 편하더군요.


월넛이 참 많습니다. 유난히 결이 아름다운 월넛으로 만든 테이블이 있어 찍어 보았습니다.


스트라이프로 공을 들였지만 다소 아쉬운 작품입니다. 뭔가 과하다는 느낌이랄까?


제가 아주 마음에 들었던 책상입니다. 특히 이 서랍부분이 좋더군요. 나무레일을 쓴 서랍인데 프레임을 그대로 노출시켜서 작가님 설명으로는 "누드서랍"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유심히 살펴보니 작가님이 이렇게 서랍을 빼서 얼짱구도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 서랍장은 손잡이가 없어서 깔끔한 모양인데 양쪽 사이드에 홈이 파져있어서 반드시 양손으로 서랍을 열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더군요. 디자인은 잡았으되 실용성에서는 약간의 문제가 있는 듯 하네요. 차라리 심플한 손잡이를 중앙부에 다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마눌님이 아주 맘에 들어했던 오크로 만든 소파입니다. 뒷판이 오크 집성판으로 되어 있고 두께가 30t는 되어 보이더군요. 이렇게 만들려면 돈이 꽤나 들 것 같습니다. 팔걸이 겸 협탁으로 심플한 공간박스 모양이 소파와 결합되어 있고 반대편은 비슷한 모양으로 소파 밑에 다리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뒷쪽에서 보니 커넥팅 볼트로 연결되어 있네요. 분해 조립이 가능한 형태인가 봅니다. 마눌님이 우리집에 있는 검은 가죽소파를 바꿀때가 되었다며... 저한테 하나 만들라는데... 솔직히 이런 디자인은 제 취향은 아니네요.


제브라(Zebra)인듯한 나무로 만든 얍실한 콘솔입니다. 요런 디자인이 제 취향입니다. 아주 예쁩니다.


전시장 입구에 놓여있는 대형 떡판 테이블입니다. 아래에 있는 공간박스와 오묘한 조화를 이루네요. 어떤 나무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월넛인듯 하기도 하고...


아주 화려한 색감과 무늬의 떡판 테이블도 있던데... 옆에 설명에 "오칸"이라고 되어 있더라구요. 그런데 오칸이라는 나무는 찾을 수가 없네요.


목가구 작가 6인 작품전 "동거"

이제 2층으로 올라갑니다. 2층은 도현아빠님을 포함한 6명의 목가구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프로들의 작품이죠.

제브라로 만들어진 이 의자는 참 특이합니다. 계단인 듯 의자인 듯... 무늬도 예술입니다.


제브라 목봉을 원추형으로 세워 상판을 관통시킨 테이블입니다. 아래에 달린 무게추가 테이블의 균형을 잡아줍니다. 가구가 이렇게 다이나믹할 수 있나요?


한귀퉁이에 놓여져 있던 서류함. 여러나무를 집성해서 만든 것 같은데 느낌이 좋네요.


월넛으로 만든 좌탁입니다. 상판이 너무 매끄럽고 광이 좋아서 보았더니 셀락과 와이프온폴리로 한 마감입니다. 셀락은 눈매를 메꾸어주기 때문에 매끈한 표면을 만들고, 와이프온폴리는 유성 폴리우레탄 바니쉬와 유사한 제품인데 광빨이 좋습니다. 이 둘이 만나니 이런 질감입니다. 이 좌탁은 하부구조도 사개맞춤 등을 이용하여 튼튼하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사진은 안찍었네요.


드디어 도현아빠님의 작품입니다. 그래비티(Gravity)라고 이름붙여진 스툴과 콘솔입니다. 자투리 하드우드들을 일일이 집성하여 평을 맞추고 다리를 붙여 만든 스툴입니다. 멀리서봐도 대단한 작품이라는게 느껴집니다.


마구리면을 윗면으로 해서 집성한 것이라 상판이 좀 거칠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거울 그 자체입니다. 대패로 싹 밀고 샌딩도 한 다음 셀락과 와이프온폴리로 마감했다고 하더군요. 그냥 패턴 종이에 유리를 올려놓은 것 같은 느낌입니다. 할말을 잃었습니다. 테이퍼링한 다리의 모서리를 대패로 날려준 다음 포인트로 검은 네모를 상감한 것도 아주 매력적입니다.


자투리 나무를 재활용한 것이라 같은 모양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또한 매력입니다. 이 스툴의 경우 제브라를 많이 섞어서인지 특이한 패턴을 보여줍니다.


그래비티 스툴과 짝을 이룬 그래비티 콘솔 윗부분입니다. 각기 길이가 다른 하드우드 자투리들이 거꾸로 선 빌딩 모양 같기도 하고 고드름 같기도 합니다. 그래비티라는 이름은 참 잘 붙인것 같습니다.


콘솔의 상판은 아주 넓습니다. 그리고 이 넓은 상판을 저 작은 조각을 모아서 만들었습니다. 왠만한 꼼꼼함과 열정이 없다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작품입니다.


콘솔 하단은 더욱 더 아름답습니다. 몬드리안 풍의 집성도 아름답거니와 테두리로 둘러싼 퍼플하트의 색감은 정말 환상적입니다. 전시회 작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감히 얘기해 봅니다.


이 옆으로 패브릭과 가구를 결합시킨 몇점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특이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마눌님은 이 작품들에 쓰인 아래 사진과 같은 손잡이가 아주 맘에 든다고 하네요. 어서 구해보랍니다. ㅡ,,ㅡ 얼핏봐도 비싸 보이는데요...


제맘대로 구부러진 느티판재와 직선으로 가공된 월넛판재를 붙여서 만든 특이한 좌탁입니다. 의외로 개성있고 아름다운 가구입니다.


오크로 만든 침대도 하나 있더군요. 솔직히 제 취향은 아닙니다. 아니 저는 침대를 하드우드로 만드는 건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와닿지 않는 작품이더군요.


듀오백처럼 등판을 둘로 갈라서 붙인 재밌는 의자도 있더군요. 뒷쪽에는 다래덩굴로 보이는 꼬여있는 가지목을 붙여서 재밌는 형상입니다.


전시장 입구에 떡하니 놓여있는 대형 회화나무 떡판 좌탁입니다. 회화나무 중에서도 이렇게 예쁜 결이 나온 떡판은 드물다고 하네요. 가운데 썩은 부분이 오히려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큰 감명을 받은 작품입니다.


전시회는 9월 30일까지...

이 전시회는 9월30일까지 진행됩니다. 일요일과 공휴일은 쉬구요. 토요일은 합니다. 취미 목공인 여러분들도 가서 보시면 다양한 마감법과 다양한 나무들을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느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되리라 생각하며 강력 추천합니다.

단 주의할 점은 눈이 너무 높아지고, 자신이 너무 초라해 보인다능거... 이거만 유의하시면 됩니다. ㅡ,,ㅡ

여하튼 저도 조만간에 집에 있는 자투리 나무들을 모아다가 그래비티 스툴을 만들어 볼까 합니다. 단 저는 하드우드 자투리는 애쉬 조금밖에 없기 때문에 소프트우드로만 만들겁니다. 그래서 이름을 소프트 그래비티라고 지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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