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9월 3일 화요일

블랙보드(자석칠판) 만들기

처제로부터 좀 재밌는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조카의 책상위에 놓고 쓸 화이트보드를 하나 만들어 달라는 거였습니다. 한때 화이트보드 붐이 일면서 각 가정마다 하나씩 들여 놓았더랬죠. 

우리집에도 아주 큰 화이트보드 하나와 작은 화이트보드 하나가 있습니다. 그래서 파는 곳도 많고 가격도 저렴한 편입니다.

차라리 이런 걸 사는게 경제적으로 더 이득이겠죠. 하지만 처제가 굳이 만들어 달라고 하기에... 그럼 화이트보드 말고 블랙보드는 어떠냐고 제안했습니다. 

화이트보드는 수성마카펜으로 쓰게 되는데 처음에는 깨끗하게 지워지지만 갈수록 지저분해지는 경향이 있고, 하얀 바탕이라 별로 예쁘지도 않습니다.

블랙보드는 블랙보드용 마카펜이나 수성분필(워터초크)로 쓸 수 있는데 바탕이 칠판과 같은 짙은 색이라 안정감이 있습니다. 흔히 카페에서 메뉴가 적힌 입간판 등으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한번쯤은 보셨을 겁니다. 요즘 학교에서도 칠판에 수성분필을 사용한다고 하더군요. 수성분필은 예전 분필과 달리 먼지가 날리지 않고 물로는 잘 지워지지만 일반적인 마찰에는 강한 편입니다.

블랙보드는 아직 시장에서 보편적이지 않아 가격대가 좀 있는 편이어서 DIY로 만들만 하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그래도 제법 비용이 많이 들었네요.

설계와 비용

블랙보드는 일반적인 액자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듭니다. 처제가 요청한 크기는 가로 600mm에 세로 550mm로 거의 정사각형에 가깝습니다. 블랙보드에서 나무가 소요되는 부분은 프레임 네조각과 보드 뒤를 받칠 합판 정도입니다.

프레임은 38mm 폭에 19t 두께인 스프러스 원목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스프러스는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이라 블랙보드의 짙은색과 대조가 되어 잘 어울립니다. 만일 화이트보드라면 적삼목과 같은 짙은색의 나무를 쓰는게 좋겠죠.


그런데 프레임은 블랙보드 판이 끼워줘야 하므로 아래 그림과 같이 두께 홈따기 가공이 되어야 합니다. 이 가공은 테이블쏘나 라우터가 있어야 가능한데 저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제가 나무를 사는 아이베란다에서는 이 두께홈따기 가공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해줍니다. 거기다가 액자를 만든다고 하면 45도 절단까지 해줍니다. 정말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나무 종류와 길이를 지정하고 홈의 깊이 8mm와 너비 12mm를 지정하면 그림과 같이 가공되어 옵니다.


블랙보드 뒤에 댈 합판은 좀 고민이 되었는데 미송옹이 합판으로 하면 비용을 확 줄일 수 있습니다만... 아직 어린 조카를 생각해서 E0급인 자작합판 4t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좀 비용이 늘어났죠.

나무는 이정도이고 나머지 필요한 것은 함석과 블랙보드 시트지입니다. 이를 한군데서 팔면 좋은데 따로 따로 구매해야 해서 배송비만 6천원이 나갔습니다. 전체 비용이 대략 46,000원이 들었는데 6천원이 배송비였던 셈이죠. 저비용으로 만들려면 함석은 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함석은 자석을 붙이기 위해서 시트지 아래에 위치합니다.

프레임 제작

아이베란다로부터 주문한 나무가 도착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두께홈따기 가공이 잘 되어 왔고 45도 절단도 되어져 왔습니다. 더이상 작업할 게 없었죠. 그냥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45도 절단이 잘 되었는지 가조립을 해봅니다. 아쉽지만 약간의 오차가 있는 듯 합니다. 빈틈없이 결합되지는 않네요. 그리고 더 아쉬운 점은 두개의 다른 각재를 잘랐는지 무늬결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점입니다. 좌측과 하단 각재는 곧은결로 차분한 결인데 비해서 오른쪽과 윗쪽 각재는 무늬결로 화려한 결입니다. 액자를 만드는지 뻔히 알텐데 같은 무늬로 맞추어주는 센스가 있으면 더 좋았을 텐데요... 다음번에 아이베란다에 주문할 때는 특별히 이것을 요청해야 할 듯 합니다.


이렇게 45도로 잘린 두개의 각재를 연결하는 것을 마이터조인트(Miter Joint) 라고 하며 많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는 45도 절단면에 본드를 바르고 그냥 붙이는 방법에서부터 장부를 파서 연결하는 방법까지 참으로 다양합니다. 그중에서 이번 블랙보드 제작에 쓸 방법은 갈매기타카딴혀쪽매(Spline Joint) 입니다.

먼저 아래 사진과 같이 45도 절단면에 본드를 발라줍니다.


그리고 이 두 각재를 90도로 잘 클램핑해야 합니다. 내경이 큰 코너클램프를 써도 되지만 저는 가지고 있지 않아 작업대의 도그 블록, 90도 지그와 짧은 클램프를 이용합니다. 90도 지그는 전에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 둔 것인데 우연찮게 정확하게 90도로 결합이 되어서 제가 잘 보관하고 애용하고 있는 지그입니다.

울프크래프트 작업대의 블럭은 정사각형 모양이라 편합니다. 이렇게 내경의 90도를 담당하고 두 각재를 밀착시켜 두고 바깥쪽을 90도 지그가 감싸 줍니다. 잘 밀착된 상태에서 양 방향으로 클램핑하면 그럴듯하게 잘 고정이 됩니다.


그냥 이렇게 본드로만은 좀 불안하므로 갈매기타카를 이용하여 더 단단한 결합을 해 줍니다. 갈매기타카는 아래 사진처럼 갈매기 모양으로 생긴 스테이플러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갈매기타카를 쏠수 있는 타카도 판매합니다만... 저는 그냥 망치로 때려박기로 합니다. 이것을 하나씩 떼어내어 망치로 때려박으면 됩니다. 떼어내고서 어디가 뾰족한 날이 있는지 잘 확인해야 합니다. 한쪽만 날이 서있기 때문에 이쪽을 나무쪽으로 대어야 합니다. 갈매기타카를 롱노우즈 뻰치로 잡고 망치로 땅땅 쳐넣으면 됩니다.


이런 모양으로 박힙니다. 이 프레임이 19t 이므로 15mm 길이의 갈매기타카를 사용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각 모서리마다 두개씩 박으면 아주 튼튼하게 결합됩니다만... 하나만 결합하고 나머지는 쪽매(스플라인)를 박아넣기로 합니다.


네 모서리 모두 갈매기 타카를 한방씩 박았더니 본드가 덜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튼튼하게 붙어 있습니다. 정반으로 사용하는 MDF로 된 예전 식탁 상판에 올려보니 수평도 잘 맞네요. 휘지 않은 나무가 와서 다행입니다. 이런 액자는 서로 잡아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휘어진 나무로 만들 경우 애로사항이 많습니다.


스플라인 조인트 (딴혀쪽매)

스플라인 조인트는 얇은 나무조각(스플라인)을 결합할 두 부재 사이에 끼워넣는 방식입니다. 아래 그림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스플라인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스플라인을 쓸 경우 45도 절단면의 본딩과 더불어 스플라인이 끼워진 저항과 스플라인과 부재간의 면적만큼 본딩 면적이 넓어져서 더 강한 결합을 하는 원리입니다. 더불어 미적인 면에서도 단조로운 프레임에 포인트를 줄 수 있기도 하구요.


이중에서 가장 쉽게 수공구로 할 수 있는 스플라인 조인트는 위 그림에서 화살표로 표시한 방식입니다. 테이블쏘가 있다면 아래 그림처럼 지그를 만들어서 테이블쏘에 한번 밀면 쉽게 프레임 모서리에 홈을 낼 수 있고 여기에 본드를 바른 스플라인을 끼운 뒤 마르고 나면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내면 됩니다.


우선 스플라인을 3mm 두께로 만듭니다. 스플라인도 수공구로 만들기 때문에 두께가 정확치는 않을 겁니다. 그래서 먼저 스플라인을 만들어 두께를 실측하고 이 두께 만큼 홈을 파야 합니다. 이게 수공구의 한계입니다.

스플라인은 짙은색의 하드우드로 하면 좋습니다. 그래서 보통 월넛이나 로즈우드 같은 걸로 많이 하죠. 근데 둘다 없기 때문에 멀바우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멀바우는 색이 다양한 편인데 비교적 짙은 색 부분을 결방향으로 얇게 켭니다. 톱으로 얇게 켜는 건 상당히 어렵지만 멀바우와 같은 하드우드는 쉽게 조직이 뭉그러지지 않아 3mm 정도는 가능합니다.


이렇게 해서 두 조각의 스플라인이 만들어 졌습니다. 실측해보니 하나는 3mm이고, 다른 하나는 2.5mm 정도 되네요. 이 한조각으로 두 모서리에 끼울 수 있습니다.


이제 프레임에 홈을 팔 차례입니다. 홈을 팔 곳을 연필로 그려줍니다. 끼울 스플라인의 실측 두께를 바탕으로 그리되 선을 남기면서 톱질하여 약간 폭이 좁게 합니다. 그래야 꽉 끼여서 튼튼하게 결합되고 혹여 두꺼워 들어가지 않을 경우에는 스플라인을 살짝 사포질하여서 피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등대기톱으로 홈의 양쪽선을 정밀하게 잘라줍니다. 아래 위 연필선을 잘 확인합니다.


등대기톱으로 홈 양쪽을 잘라낸 모습입니다.


이제 거친 톱으로 가운데 남은 부분을 살살 긁어냅니다. 톱질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긁어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이렇게해서 홈이 만들어 졌습니다. 테이블쏘로 하는 만큼 깔끔하고 정밀하게 되지는 않지만 어느정도 흉내낼 정도는 됩니다.


스플라인 양쪽면에 본드를 바른 뒤에 홈에 꽉 끼워넣습니다. 그리고 클램프로 조여서 본드가 마를때까지 기다립니다.


본드가 마르고 나면 목심 제거톱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조심스럽게 잘라줍니다.


대패로 튀어나온 부분을 살짝 다듬고 사포로 마무리하면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미적인 포인트이자 결합을 튼튼하게 해주는 스플라인입니다.


마감과 홈파기

보드에는 바니쉬가 묻으면 안되기 때문에 보드를 붙이기 전에 마감을 하는것이 좋습니다. 보드와 프레임은 액자고리를 이용하여 결합할 것입니다. 그런데 프레임의 홈 깊이와 보드 높이의 단차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정하기 위해 약간의 홈을 파주어야 합니다. 합판을 프레임에 넣고 액자고리를 놓을 곳에 그 높이만큼 끌로 홈을 파줍니다.


이런식으로 홈을 팠습니다.


이제 마감을 합니다. 마감은 투명 수성스테인을 한번 바르고 수성 폴리우레탄 바니쉬를 3회 바릅니다. 블랙보드는 물티슈로 닦아 지우기 때문에 습기에 많이 노출됩니다. 그리고 분필이 프레임에 묻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바니쉬 마감은 필수입니다.


보드 만들기

보드는 합판 -> 함석 -> 블랙보드 시트지를 차례로 겹쳐서 만듭니다. 이를 위해 합판의 크기에 맞게 함석과 시트지를 잘라야 합니다. 먼저 함석을 자르는데 합판을 대고 윤곽을 그립니다.


그리고 가위로 오립니다. 함석가위가 있으면 좋지만 여기서 사용된 0.3t 정도의 함석은 일반 가위로도 무난하게 잘립니다. 단 이때 함석이 찌그러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함석의 찌그러진 부분은 시트지를 바르고 나서도 그대로 보여서 아쉬운 결점으로 남습니다.


먼저 본드로 합판과 함석을 붙입니다.


그리고 시트지를 합판보다 약간 큰 크기로 잘라서 준비합니다. 그리고 함석의 표면을 티클 하나 없게 깨끗하게 닦아 줍니다.


시트지를 잘 펴서 바른 다음 합판의 크기에 맞게 가장자리를 잘라주면 끝입니다.


액자고리는 다음과 같이 생겼습니다. 나사로 죄면 액자고리가 합판을 눌러서 고정하는 방식인데 나중에 나사를 풀면 보드를 분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보드를 오래 써서 때가 많이 탔을 때 보드만 살짝 갈아줄 수 있어 좋습니다. 그런데 나사가 너무 작네요. 2mm 나사인 듯 합니다.


이렇게 해서 보드까지 다 결합되었습니다.


보드 받침대 만들기

이 보드는 책상 위에 비스듬이 세워질 예정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미끄러지기 쉬우므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간단한 받침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준비할 부재는 38x19t 스프러스 각재를 70mm 길이로 자르고 4t 합판을 40x40으로 자른 것들 입니다. 이 각재의 마구리면에 합판 조각을 엇갈리게 연결하면 됩니다.


이렇게 만들어 집니다. 본드를 바르고 검은 나사로 고정시켜서 포인트를 줍니다.


받침대의 한쪽은 테이블과 벽 사이에 끼워져 고정되고 다른 한쪽은 블랙보드를 미끄러지지 않게 받치게 됩니다.


요런식으로 블랙보드를 살짝 얹으면 됩니다. 블랙보드의 윗부분은 겔패드로 간단하게 고정시키면 됩니다.

아쉬운 점

아들내미가 이 보드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이리 옮겼다 저리 옮겼다 하면서 쓰던데... 그 와중에 액자고리 하나가 쏙 빠졌습니다. 작은 직경에 짧은 나사를 쓰다보니 결합력이 상당히 약하더군요. 액자고리를 쓰지말고 차라리 8자철물을 쓰고 3mm 풀림방지 피스를 썼으면 더 튼튼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블랙보드 시트지는 생각보다 많이 두껍더군요. 그래서 일반 자석은 약하게 붙는 편입니다. 그나마 강력자석(네오디움)은 잘 붙어있는 편입니다.

워터초크는 필기감도 좋고 잘 지워지지 않아 좋은데 손에 너무 많이 묻어나더군요. 그래서 초크홀더가 반드시 필요한 듯 합니다. 없으면 종이로 감싸서 써도 됩니다. 필기를 많이 하지 않는 경우는 워터초크로도 충분하고 필기가 많은 경우에는 블랙보드 마카를 쓰는게 더 편할 듯 합니다.


합판은 4t를 사용했는데 6t 정도는 쓰는게 꿀렁꿀렁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특히 크기가 커질 수록 더 두꺼운 합판을 써야 할 듯 합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자작합판을 쓰는 것도 좀 오버인 것 같기는 합니다. 미송옹이합판을 쓰는게 비용면에서는 훨씬 이득일 겁니다.

취목의 한계라고 할 수 있지만 프레임을 만든 네개의 각재가 결이 다른 모양이라 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완성되고 나니 봐줄만 하더군요. 액자 모서리에 있는 스플라인은 포인트 역할을 해서 나름 괜찮은 듯 합니다.

대전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데 아들내미가 너무 좋아해서 큰일입니다. 남은 함석과 시트지로 조그만 블랙보드를 하나 더 만들어 주어야 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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