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4월 20일 월요일

내가 만든 가구, 가격을 얼마로 할까?

직업 목수든 취미 목수이든 자신이 만든 작품을 다른 사람에게 팔아야 할 때, 대체 얼마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 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한 적어도 손해를 보지는 않아야 하고, 이왕이면 많은 댓가를 받는 것이 좋을테죠.  그렇다고 너무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이 외면을 하게 되거나, 친구의 원망을 듣게 됩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합리적인 기준으로 가격을 산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가 가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협의점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생산자가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신의 작품을 판매할 수 있어야, 소비자도 만족합니다.

어려운 주제이지만, 꼭 필요한 논의이기 때문에 이의 단초로서 Wood Whisperer의 "Pricing Your Work" 포스팅과 그에 달린 여러가지 토론 댓글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계산의 편의성을 위해 1달러를 1,000원으로 계산했음을 알려둡니다.

당신 작품의 가격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Youtube로 목공 동영상을 제공한 지난 몇년 동안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은... "왜 면도 안하냐?"는 겁니다.  두번째로 많이 받은 질문은 "당신이 만든 작품의 가격이 얼마냐?"라는 겁니다.

저는 저의 목공 지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하는데 더 큰 즐거움을 느끼는 데다가,  비지니스 전문가도 아닙니다.  그래서 무엇이 최선의 가격 책정법인지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가 하는 방식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다른 목공 기술과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하기 위한 여러가지의 정답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나서 여러분 나름의 가격 책정법을 댓글로 남겨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제품의 가격은 여러가지 방법으로 산정될 수 있습니다.  재료비의 2배 혹은 3배 이런 단순한 계산은 적절치 않습니다.  나무의 가격은 종류에 따라 1 bf당 1천원~5만원으로 다양합니다.  그러므로 이런 단순한 계산은 논리적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취미 목공인으로서 이윤을 남기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에게 만들어주는 경우에는 이런 규칙이라도 없는 것보단 낫습니다.

(1 bf는 북미의 목재 거래 단위로 board foot의 약자입니다.  1ft x1ftx1in로서 대략 0.00236 입방미터에 해당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재 혹은 사이는 단위를 쓰며 1치x1치x12자 로서 대략 0.00333 입방미터입니다)

하지만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재료비만 가지고 가격을 산정한다는 것은 매우 부정확한 방법인데다가 고객에게도 정당치 않습니다.  비싼 나무를 사용할 경우 고객이 부담이 급증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가격 산정 전략은 늘 그렇듯 K.I.S.S 이론을 바탕으로 합니다.  Keep It Simple Stupid! 단순한게 좋은거야! 이론입니다.

저 같은 1인 공방의 입장에서는 단순하고 유연한 시스템이 좋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큰 규모의 공방을 한다면 오버헤드까지 포함한 체계적인 가격 산정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만일 당신이 취미로 목공을 하고, 부업으로 작품들을 판매한다면 정확하게 가격을 산정한 다음 "상식에 의한 조정(common sense adjustment)"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의 가족이나, 친구 혹은 교회를 위해 만든 것이라면 최대한의 이윤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얼마나 깎아줄 수 있나를 고민할 겁니다.  놀랍게도 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연구는 당신의 작업 공정을 체계화하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모든 가격 결정 과정의 시작은 재료비를 가늠하는 겁니다.  저는 재료비 산정을 위해 두가지 방법을 씁니다.  빠르고 거친 방법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필요한 목재의 양을 board foot (우리의 경우 재) 단위로 산출하는 겁니다.  그 산출량에 20%를 자투리, 실수, 선별 등의 손실분으로 더 추가합니다.  그리고선 목재상에 가서 이 20% 추가를 포함한 만큼의 목재를 구입합니다.  이 방법의 위험성은 작업하다 보니 목재가 모자라서 다시 목재상에 가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겁니다.   정말 짜증나는 일입니다.

두번째 방법은 좀 더 정확합니다.  완성된 모양을 스케치하여 대충의 컷 리스트(cut list)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이 작업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면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작업을 목재 산정을 위해 쓰지 못할 이유도 없습니다. 이제 어떤 치수로 얼만큼의 나무가 필요한 지 알기 때문에 목재상에 가서 그에 맞게 골라오면 됩니다.  이 방법이 원가 산정에 더 좋으며, 결국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줍니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더 필요합니다.  물론 실수를 대비해서 하나나 두개의 여유분 판재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20%의 추가적인 나무를 구매할 이유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얼마만큼의 나무가 필요한지 정확하게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너그러운 목재상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목재상들은 나무더미를 헤집어 가며 고르는 걸 허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방법을 쓰던 재료비에 대해서 산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보통 이렇게 산출된 재료비에 10%를 더합니다.  이것은 여분의 판재, 기름값, 그리고 목재 사느라 필요한 시간만큼의 당신의 인건비를 위한 겁니다.

이제 정말 어렵고 중요한 부분입니다.  당신의 작업 시간을 산출하는 겁니다.  저는 프로젝트를 자세한 공정으로 나누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간단한 수납장의 경우 8개의 공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단, 프레임 결구, 프레임 조립, 문짝 결구, 문짝 조립, 모서리 다듬기, 마감, 하드웨어 설치 이렇게요.  그리고선 각 공정별로 완료하는데 걸릴 시간을 솔직하게 예측합니다.  당신이 저와 성격이 비슷하다면 아마도 이 작업 시간을 실제보다 적게 예측할 겁니다.  이런 경우는 좀 더 시간을 더 쓰는게 좋습니다.  확실히 저는 실제보다 훨씬 더 빨리 일을 끝낸다는 환상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해야 할일은 당신의 시급을 정하는 겁니다.  돈을 얼마나 벌길 원하나요?  신이시여... 이게 간단한 문제이면 참 좋겠습니다.  저는 보통 시간당 5만원의 시급을 책정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로 실제 작품의 가격을 계산해 보면, 고객이 납득할 만한 정도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식에 의한 조정"을 하게 됩니다.

결국 두가지 중 하나를 해야 합니다.  좀 더 빨리 일을 해내거나, 제 시급을 낮추던가요.  보통은 시급 3만5천원~4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적절한 수치가 나옵디다.   저의 작업 속도로는 시급 5만원은 희망사항일 뿐입니다.  또 한가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당신의 시급에 오버헤드 비용도 포함되어 있다는 겁니다.  전기료, 소모품, 그리고 연마를 위한 시간 등도 어떻게든 가격 산정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든 공정에 포함되는 공통 비용이라, 저의 시급에 포함시켰던 겁니다.

정리하면 저의 간단한 가격 공식은 이렇습니다.

가격 = 재료비 (+10%) + (시급 X 작업 시간)



이 글에 대한 댓글들

Don : 견적을 낼 때 얼마나 자세하게 디테일을 명시하나요?  다 만들어 놓았는데 고객이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없었나요?

Wood Whisperer :  디테일의 정도는 고객과 프로젝트에 따라 다릅니다.  당연히 디테일할 수록 오해의 소지는 적습니다.  하지만 계약서에 싸인하기 전까지는 완전한 스케치나 렌더링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공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에서 고객이 당신의 작업 현황을 알 수 있도록 배려하고 동의를 얻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저는 나무를 치수대로 자르기 전에 모호함을 제거하고 고객의 동의를 반드시 얻습니다.  그리고 고객에게 종종 작업 과정에 대한 사진을 보냅니다.  그래서 고객의 의도와 다르게 진행되는 것이 없는지 스스로 체크하고 알려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저는 선금 50%를 받고, 배송할 때 잔금 50%를 받습니다.  50% 선금은 재료비와 저의 임금 약간 정도를 커버할 수 있습니다.  고객이 저의 결과물 인수를 거부한 적은 없지만, 만일 그렇다 할지라도 적어도 50%의 선금과 만들어진 가구가 저에게 남아 있습니다. ^^

rgdaniel : 저의 목공 커리어를 기준으로 볼 때, 저는 단지 재료비 정도만으로 댓가를 받아 왔습니다.  제가 만든 것들을 적당히 팔릴 정도의 가격으로 산정한 것인데,  그 댓가로 저는 배우고 기술을 연마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비용을 커버하는 정도로 가격을 산정하고,  공짜로 배운다는 컨셉입니다.  물론 장기적인 비지니스 모델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전 은퇴했고, 인생을 즐겨라...주의 입니다.

Jim : 목공으로 가족들을 부양하지 않는 사람들은 목공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제품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파는 걸 자제해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취미 목공을 하는 동안 지키려고 노력했던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제 늙었고 일을 그만 두었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저의 작품으로 충분한 돈을 받고 싶습니다만... 그러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www.etsy.com에  저가로 자기 작품들을 팔고 있는 걸 보세요.

Thomas : 좋은 글 고맙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사업을 안착시킬 수 있었나요?  광고를 했는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았는지, 아니면 입소문을 통해 천천히 자리잡게 되었나요?

Wood Whisperer : 입소문, 지역 네트워킹, 명함 돌리기 그리고 웹사이트.  이게 제가 한 전부입니다.  저는 광고에 한푼도 돈 쓴 적이 없습니다.  아~  저는 아주 멋진 광고 문구가 쓰인 트럭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  그 트럭으로 얼마나 많은 손님이 생기는지 알면 깜짝 놀랄 겁니다.

Ron : 저는 제 공방에 큰 LED 스톱워치를 설치했습니다.  그래서 각 공정의 시간을 실제로 측정합니다.  저는 반복적인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똑같은 문짝을 계속해서 만듭니다) 이런 시간 측정은 한번만 잘 하면 됩니다.

이렇게 아주 세세한 시간 측정을 통해 제 제품의 가격을 정확하게 매길 수 있습니다.  부수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병목(bottleneck)이 되는 작업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어떤 공정에 어떤 기계를 투입해서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저에겐 시간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새 테이블쏘를 사는게 더 마음에 끌리긴 하지만, HVLP 스프레이 기계를 사는게 더 많은 시간을 아낄 수 있습니다.

저는 재료비의 여유분을 30% 정도로 높게 잡습니다.  목재상으로 운전해 가서, 좋은 나무를 고르고,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와 그것을 쌓아놓는 작업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재료비의 큰 여유분은 나무값이 인상되어도 감내할 수 있는 버퍼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나무값이 5% 올랐죠)

Morton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전 한가지 더 덧붙이고 싶습니다.  당신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에 예측한 작업시간과 실제로 소요된 작업시간을 데이터베이스로 쌓아 보세요.  초기 예측과 실제 시간을 비교함으로서 다음번 예측은 더 정확해 질 수 있습니다.

Tex27 : 제 경우는 친구들 보다는 가족에게 더 많이 받을 수 있더군요.  친구들은 이런 저런걸 만들어 달라고 해 놓고선 말도 안되는 가격을 기대합니다.  물론 저는 취미로 목공을 하고, 비지니스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제 일을 그만 둔 뒤로 가족들은 목공방을 해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만,  그렇게 되면 목공이 더 이상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게다가 제 와이프는 제가 너무 손이 느리다고 합니다.  저는 항상 목수들이 어떻게 저 가격으로 작품을 팔고도 먹고 사는지 놀랍니다.  여기서 성공담을 듣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어떻게 가격을 책정해야 하는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Sam : 저도 비슷한 방법을 씁니다.  제가 사는 목재들은 대부분 3미터의 길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3미터를 기준으로 컷 리스트를 만들고 소요되는 목재의 양을 산정합니다.  그래야 목재상에서 헤매지 않고 정확하게 살 수 있습니다.

목재를 가져와 공방에 쌓을 때는 아름다운 판재는 따로 빼 놓습니다.  그래야 나중에 목재 더미를 모두 헤집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목재값에 기름값, 세금, 목재를 사는데 드는 시간을 고려하여 20%를 더합니다.

Chad : 당신의 시스템은 저의 것과 비슷하네요.  저는 부업으로 목공을 하고 있고, 꽤나 많은 수의 작품을 팔았습니다.  몇가지 추가하고 싶은 내용은 저의 기술과 품질이 나아질 때마다 저의 시급을 조금씩 올릴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경험과 생산성이 높아지는 만큼 연봉도 올라야 하는 건 당연합니다.   물론 이것도 당신이 말하는 "상식에 의한 조정"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이라는게 있으니까요.

둘째로 당신을 너무 싸게 팔지 마라는 겁니다.  저도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고객에게 너무 비싸게 부른 것이 아닐까라는 걱정을 하여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춥니다.  하지만 고객이 저의 결과물에 대해 너무 만족을 할 때, 제가 실수한 것이라고 깨닫곤 합니다.  당신의 고객에게만 공평하지 말고, 당신 스스로에게도 공평해 지세요.

Dyami : 저는 지붕 설치업체 관리자로서 매일 원가를 산정합니다. 우리는 40명의 직원을 둔 제법 큰 회사입니다.  우리의 공식은 1인 공방에 적용하기에는 과도한 측면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산정 방식을 통해, 당신이 오버헤드를 과소 평가한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우리의 공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재료비 + 인건비 + 오버헤드 = 원가
원가 + 이익 = 가격

재료비는 직관적입니다.  재료비는 실제로 물건들을 사는데 든 비용에 아무도 정확히 모르는(God Only Knows) 추가 비용 5%를 더합니다.

인건비는 [일하는 시간 X 시급] 입니다.

오버헤드는 1년간 드는 총 오버헤드 비용을 총 man-hour로 나눕니다.  그러면 man-hour당 오버헤드가 나오는데,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드는 man-hour에 이 오버헤드를 반영합니다.  우리의 오버헤드 항목은 당신 보다는 훨씬 많을 겁니다.  우리는 10년간 오버헤드 비용을 철저히 계산해 보았는데, 놀랄만치 생각보다 높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오버헤드 비용은 매해 새로 계산합니다.

Marc : 저는 위의 의견에 100% 동의합니다.  저는 2~3명을 고용한 공방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추측에 의한 산정 대신에 정확한 작업 시간을 측정합니다.   각 작업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작업에 얼마나 시간이 드는지 파악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당신의 오버헤드 비용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만일 일을 해도 손해를 보기 시작한다면 망설이지 말고 당신이 받아야 할 가격을 고수하세요.  그리고 당신이 작품이 매우 뛰어나다고 스스로 확신하세요.  이게 제가 고생하며 배운 겁니다.

John : 저는 제 목공 작품을 팔지는 않습니다만,  마케팅 컨설턴트로서 제 시간을 팝니다.  제 생각을 몇가지 적어 봅니다.

1. 당신의 비용(들인 시간 x 시급 + 재료비)을 먼저 산정하고, 거기다 이익을 더하세요.  이게 바로 우주가 돌아가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건축 프로젝트도 이런 방식입니다.

2. "가치"를 기준으로 가격을 매길 수도 있습니다.  Jame Krenov나 George Nakashima가 만든 작품은 제가 만든 것보다 가치가 더 높을 겁니다.  예술 작품은 이런 식으로 가격이 매겨집니다.

3. 경쟁자가 내건 가격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만든 저가형 가구와 고가의 고급 수제가구 사이 어디쯤의 가격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가격을 고수하라"는 말을 들은 적 있습니다.  고객이 작품의 가격을 비싸다 한다고,  당장 가격을 깎아주진 마세요.   대신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세요.  예를 들어 덜 비싼 나무로 제안하거나, 더 작게 만들게 하거나, 더 저렴한 하드웨어를 사용하도록 하세요.

Jim : 가격은  [작업에 드는 시간 x 당신의 시급 + 재료비 x 1.2 + 부수비용(본드, 마감재, 헝겊, 톱날, 연마, 전기료, 보험, 임대료, 필터 등등) + 감가상각비(공방 기계들을 5년만에 교체한다고 가정)] 으로 결정되어야 합니다.

David : 좋은 글입니다.  저의 수년간의 가격 산출 경험(목공은 아니지만)에 비추어 몇가지 추가하고 싶습니다.

목공은 당신의 "시간"을 파는 겁니다.  그러므로 작업 스케쥴이 꽉 차 있으면 좋습니다.  이는 두가지를 의미합니다.  첫째 미래에 까지 작업 스케쥴이 짜여져 있으므로 프로젝트가 끝나면 다른 프로젝트로 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재료를 대량으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작업도 한번 세팅으로 대량으로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집중적인 투자도 가능합니다.

둘째로 여러 프로젝트를 섞어서 하루를 꽉 채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마감이 마를 동안, 멍하니 있지 않고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목수들은 난방, 조명, 공구 등에 지속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목수들이 파는 건 시간입니다.   아무도 이 시간을 사지 않는다면 결국 100% 돈을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므로 할 일이 없으면 시급 천원짜리 일이라도 해야 합니다.

당신이 바빠지면 바빠질 수록 당신의 시급을 올리거나, 일을 중첩시켜 납기를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일감이 일정한 비율로 중첩되게 됩니다.  이는 또한 자동적으로 조절이 되는데, 당신이 바빠질 수록 당신의 고객은 빠른 납기를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며,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고객은 자연스레 떠날겁니다.  이런식의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당신 시간의 단가가 정해지며, 자연스레 균형을 찾게 됩니다.

댓글 8개:

  1.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최근에 '수작사계'라는 책을 읽었는데 여기에도 비슷한 고민이 있더군요. 이책에서는 나무값에 일당 15만원 * 일한 날수로 계산 한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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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수작사계 좋은 책 같네요. 기회가 될 때 한번 읽어 보겠습니다. 제가 목공을 하기전 공방에 가구 가격을 문의한 적이 있는데, 거기는 나무값x2 로 계산을 하더군요. 그래서 애쉬로 하면 50인데, 소나무로 하면 25, 뭐 이런식입니다. 소비자가 가격에 납득하려면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모든 물건이 그렇지 않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가 산정 기준을 밝힐 필요가 없지만... 목수들이 정당한 댓가를 받기 위해서는 좀 더 비싼 가격에 가구가 거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합리적 가격 산출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한다고, 가난하게 살 필요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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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한국을 다들 선진국이라고 생각하고 살지만, 일부만 선진국의 모양새를 하고 있습니다. 가구 만들기와 같은 목공은 어떨까요? 아마 취목과 직목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혼란스럽습니다. 제가 생각할때는 취목하시는 분들이 사는 목재의 양과 구매액이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선진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이런 일이 왜 일 일어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아마추어이면서도 프로 이상의 대우를 받기를 원하는 마음이 취목하시는 분들 상당수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목공으로 가족들을 부양하지 않는 사람들은~ 자제해야 합니다."란 말에 많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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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저 같은 경우 조그만 가구 하나 만드는데도 한 두달이 걸립니다.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수공구만 사용하니까요. 이렇게 비생산적인 방식으로는 직업 목수를 따라갈래야 갈 수 없죠. 물론 품질도 많이 떨어지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무를 다루고, 머릿속의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즐거움 때문에 목공이라는 취미를 좋아합니다. 전 좋은 가르침과 영감을 주는 전문 목수들께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제대로 된 대우와 존경을 받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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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취미목공 10년입니다...
    목공시작과 함께 열쇠공방을 만들었으니 이 또한 10년이네요...

    은퇴후에 내할일을 가지겠다고 다짐하고 지내온 시간이었는데...
    집에 모든가구가 여러번 내가 만든가구로 바뀌었음에도...
    아직도 모르겠는 것이 이걸 판다면 얼마를 받아야 하는냐는 문제입니다...

    아직 제 일당이 얼마를 받으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나의 능력과 일당은 반비례관계인데...

    주위의 공방하시는분들 어렵다 어렵다 하시는데...
    여러운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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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지금은 취미이지만, IT업종 특성상 빨리 은퇴할 것으로 보여져 은퇴 후를 목공 관련으로 생각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요즘 다 그렇긴 하지만 목공쪽 노동자(?)들 임금이 매우 열악하더군요. 목공방 사장님들이 떼돈 벌면서 그렇게 박하진 않을거고, 전체적으로 목공방 쪽이 그리 큰 돈이 안되는 것 같더군요.
      배부른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취목하는 입장에서 직업 목수분들의 밥그릇을 뺏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목공방의 가구들을 비싸다고만 하지말고 이런 원가들이 들어간다는 걸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바라면서 이 글을 소개드린 겁니다.
      저에게도 종종 제작 의뢰가 들어오지만, 우리 가족이 쓸 것 외에는 모두 근처 공방을 안내해 드립니다. 아무쪼록 원목가구에 대한 관심이 많이 늘어나 관련한 시장이 커지고 목수들이 일당일 나가지 않고도 먹고 살만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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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안녕하세요!
    제가 목공을 배우고자 여러 싸이트를 찾아다니다 비터스윗님의 글을 보고 열심히 정독하고 있으며, 이 글을 빌어 먼저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저는 오랫동안 광고쪽의 일(디자이너)을 하였는데, 광고일을 하면서 알게 된 국내 판매가에 대해 3가지 정도 이야기할까 합니다.
    먼저 패션쪽 판매가는 (원 판매가(제품 원가+수익) * 5) 를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같은 값이라도 남자옷은 원단이 좋고(유행에 덜 민감하니) 여자옷은 원단(유행이 지나면 입지않으니)이 남자옷에 비해 덜 좋다고 합니다.
    예를들면 100만원의 옷은 원래 판매가가 20만원에 불과한거죠. ㅜㅠ

    또한 전기그릴의 박스를 디자인할때 안 이야기인데 소비자가 20만원 제품은 납품가 4~5만원을, 제가 전에 산 소니 32인치 crttv는 구입가 250만원 이었는데 배송기사분 왈 수입원장을 봤는데 어마어마 할 정도로 싸다라고 하셨던걸 봐도 국내 소비자가는 대략 4~5배 정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봤을때 가장 문제점은 수요예측과 유통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 아직 목공을 배우는 입장이라 가구에 대해 원가계산 및 판매가에 대해 뭐라 이야기 할 입장은 아니지만, 적어도 위 계산대로라면 최소한 5배는 넘어야 수지타산이 맞다고 보여집니다.(단순히 현 소비자가를 정하는 기준에서)

    하지만, 제가 조사해 본 현 시점에서는 공방의 문제점은 바로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됩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디자인적으로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는 생각이기에... 한 예로 홍대 공예과를 나와 kaareklint을 차린 분들을 보면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아도 좀 더 이해하기 쉬울거라 생각합니다.

    가구 판매가에 대한 글타래가 다른 이야기쪽으로 흘렀지만, 혹시 도움이 될까하고 몇 자 적었습니다.

    다시한번 노고에 감사드리며,
    항상 가정에 행복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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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자주 들러 의견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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