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 좀 한다는 사람들 중에는 프로 목공인이라면 나사못을 쓰면 안된다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딱 들어맞는 장부맞춤이나 빈틈없는 도브테일과 나사못을 비교하라면... 좀 없어 보이긴 하겠죠. 하지만 나사못도 목공의 많은 분야에서 충분히 사용될 수 있고, 작업 효율도 매우 좋습니다.
나사못도 종류가 많아서 작업 내용에 맞는 정확한 것을 고르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사못 유지력을 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필요합니다.
나사못에 대한 기본
나사못으로 튼튼하게 나무를 결합한다는 의미는 나사못이 잘 뽑히지 않아야 한다는 걸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나사산(thread)이 나무에 접촉하는 면이 넓을수록 나사못이 잘 뽑히질 않습니다. 그래서 더 튼튼한 결합을 위해서 더 길고, 몸통이 더 굵고, 나사산이 더 높은 나사못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사산이 감겨있는 원기둥부를 몸통(root)이라고 하는데 이게 더 굵을 수록 나사못의 비트는 힘에 대한 저항성이 더 강해집니다. 하지만 튼튼한 몸통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때로는 나사못 머리가 나무를 파고 들기도 하고, 나사산이 구멍에서 빠져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나사못을 사용해야 하고, 정확한 직경의 예비구멍(pilot hole)을 뚫어야 하며, 드릴이 너무 과도한 힘으로 나사를 죄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충전드릴에는 토크를 조절하는 클러치(clutch)가 있는데 이를 약하게 해서 나사못을 죄거나, 드릴로는 끝까지 죄지 말고 약간 남겨 나머지는 손 드라이버로 죄는 것도 방법입니다. 나무 과한 힘으로 나사못을 죄게 되면 나사못이 헛돌게 되면서 나사산이 나무 섬유질을 다 손상시켜 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나사못을 잡고 있는 나무의 힘이 약해져 나사못이 쉽게 빠지게 됩니다.
예비구멍(pilot hole) - 나무에 나사못을 박을 때는 반드시 예비구멍을 먼저 뚫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나무의 탄력성으로 인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단단한 나무이거나, 얇은 판재이거나, 판재의 끝부분일 경우에는 예비구멍을 미리 뚫지 않으면 나사못을 죄다가 나무가 갈라질 수 있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나사못을 죄는데 저항이 너무 커져서 나사못이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비구멍이 필요한데, 예비구멍의 직경은 보통 나사못 몸통의 직경과 같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어떤 나사못은 끝부분으로 갈 수록 점점 더 직경이 작아지기도 합니다. 이렇게 테이퍼링된 나사못을 사용할 경우에는 예비구멍을 뚫는 드릴비트도 테이퍼링된 것을 사용해야 합니다.
헐거운 구멍(clearance hole) - 나사못 사용시 흔히 발생하는 문제로 나사못 결합 후 두 판재가 밀착되지 않고 살짝 들리는(jacking) 경우가 있습니다. 나사못 유지력이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두 판재가 밀착되지 않으면 약한 고리가 됩니다. 그래서 헐거운 구멍이 필요합니다.
헐거운 구멍은 연결할 두 판재 중 윗 판재에 뚫는 구멍으로 윗 판재가 아랫 판재에 밀착되도록 도와줍니다. 나사못이 헐거울 정도의 직경으로 뚫어 놓았기 때문에 나사못을 죄면 나사못 머리가 윗 판재를 당겨서 아랫 판재에 밀착시키게 됩니다. 보통 헐거운 구멍의 직경은 나사산의 직경에 맞추면 됩니다. 정확한 직경을 측정하기 위해서 버니어 캘리퍼스를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나사못 직경을 정확히 측정 - 예비구멍과 헐거운 구멍의 직경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다이얼 캘리퍼스(dial calipers)를 이용하여 직접 재보면 됩니다. 그리고 드릴비트는 0.5mm 단위로 세분화되어 있는 세트를 구비해 두세요. 먼저 나사못 몸통의 직경을 재야 하는데 캘리퍼스 조(jaw)를 나사산을 피해 찝으면 됩니다. 일반적인 나무의 경우 이 몸통의 직경과 같은 직경의 드릴비트로 예비구멍을 뚫으면 됩니다. 하지만 소나무와 같이 아주 무른 나무는 0.5mm 더 작은 직경의 드릴비트로 예비구멍을 뚫는게 좋습니다.
헐거운 구멍을 위해서는 나사못의 나사산 위를 조로 찍어서 재면 됩니다. 만일 나사못 머리가 들어가도록 보링해야 한다면 나사못 머리를 재면 됩니다. 혹은 목심(plug)으로 나사못 구멍을 막을 거라면 목심의 직경에 맞는 비트로 보링을 하면 됩니다.
나사머리/목심을 위한 보링 - 카운터싱크(countersink) 비트와 카운터보링(counterboring)비트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카운터싱크는 옆 사진처럼 원추모양의 비트로 접시머리 나사못 머리에 맞추어 파내는 걸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외날 커터(single flute) 방식의 카운터싱크 비트가 보다 더 깨끗하게 보링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카운터보링은 둥근머리 나사못을 위한 것으로 평평한 바닥으로 보링합니다. 둥근머리 나사못을 쓸 경우에는 보통 목심(plug)으로 뚜껑을 덮어주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나사못 머리와 뚜껑이 들어갈 정도로 깊이 보링합니다.
여러 드릴비트를 쓰는게 귀찮으면 이중기리(combo bit)를 이용하여 헐거운 구멍과 나사머리 구멍을 동시에 뚫는 방법도 있습니다.
접시머리 나사못 사용시 드릴링 순서
가구를 만들때 아주 정밀한 결합이 필요하다면 구멍을 뚫는 순서를 고민하는게 좋습니다. 구멍 뚫는 순서를 틀리게 할 경우 전에 뚫었던 구멍의 중심에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접시머리 나사못을 사용할 경우, 먼저 결합할 두 부재를 단단히 클램핑한 후 나사못 몸통 직경에 해당하는 예비구멍을 윗 판재와 아랫 판재까지 관통하여 뚫습니다.
두번째로 나사산 직경에 해당하는 헐거운 구멍을 위해 트위스트 비트를 이용하여 윗 판재에만 구멍을 넓힙니다. 트위스트 비트는 브레드포인트 비트와 달리 카운트싱크 모양이어서 이전 구멍의 중심을 유지하면서 구멍을 넓힐 수 있습니다. 이때 윗 판재의 구멍만 넓힐 수 있도록 윗 판재의 두께의 위치에 테이프를 붙여 표시하면 드릴링 깊이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 카운터싱크 비트로 접시머리가 들어갈 만큼 파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사못을 죄면 됩니다.
헐거운 구멍을 뚫는 과정이 번거로워 생략하고 싶다면, 사진에서 처럼 두 판재를 손으로 잡고 고정해서는 안되고 큰 힘의 클램프로 단단히 죈 상태에서 예비구멍 후 나사못을 죄어야 합니다. 헐거운 구멍 없이 손으로 잡고 나사못을 죌 경우 윗 판재가 들리는(jacking) 현상이 생깁니다.
경우에 따라 카운터싱크 비트로 더 깊이 파서 목심을 덮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중기리로 접시머리 나사못 체결하기
이중기리(combo bit)를 쓰면 단계를 좀 줄일 수 있습니다. 카운트싱크 가운데 끼우는 드릴비트가 헐거운 구멍의 직경이 되는 걸로 골라 먼저 윗 판재의 깊이 만큼만 구멍을 냅니다. 카운터싱크 부분이 깊이를 가늠할 수 있게 해주어 편리합니다. 이후 예비구멍 직경의 비트로 아래 판재까지 예비구멍을 뚫어주면 됩니다.
둥근머리 나사못과 목심 뚜껑 사용시 드릴링 순서
왜 굳이 둥근머리 나사못을 써야 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합된 판재에 큰 힘이 가해질 경우 접시머리 나사못의 경우 나무와 닿는 부분이 경사져서 나사못 머리가 파고들 수도 있습니다. 반면 둥근머리 나사못의 경우 나무와 닿는 머리 바닥이 평평하기 때문에 나무를 파고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둥근머리 나사못의 경우 나사못 머리가 튀어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나사못 머리가 들어갈 만큼 보링을 하고 위에 목심 뚜껑을 덮게 되는 겁니다.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목심 뚜껑 직경의 카운터보링 비트로 먼저 목심 뚜껑의 높이보다 약간 더 깊게(1.5mm 정도) 보링을 합니다. 다음으로 예비구멍을 뚫습니다. 카운터보링 비트의 중심부는 약간 돌출되어 있기 때문에 보링된 바닥의 중심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헐거운 구멍을 위해 트위스트 비트로 윗 판재만 구멍을 넓혀 줍니다.
나사못을 죄고 난 후 본드를 바른 목심 뚜껑을 망치로 때려 박으면 됩니다.
보링을 할 때 나무 표면에 마스킹 테이프를 붙여두면 보링 비트에 의해 나무결이 터지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마구리면에 나사못 박기
나사못을 나뭇결의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박을 경우 결의 직각방향으로 박을 때에 비해 나사못 유지력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마구리면에 나사못을 박을 경우 나사산이 칼날처럼 나무의 섬유질을 잘게 끊어 들어가기 때문에 섬유질이 나사못을 잡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관련글을 참고하세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마구리면에 나사못을 튼튼하게 박아야 할 경우 마구리면에서 적당히 떨어진 곳에 구멍을 내고 여기에 목심(dowel)을 끼워 나사못이 결 직각방향으로 체결되도록 해주면 됩니다.
수축/팽창을 고려한 슬롯 구멍
원목은 계절에 따른 습도의 변화에 따라 수축/팽창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테이블의 상판을 결합하거나 캐비넷 혹은 상자를 만들때 이를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수축/팽창에 대응하는 주요한 방법 중 하나는 나사못이 들어갈 구멍을 다소 여유있게 뚫어주는 것입니다. 다만 나사못 머리가 파고들지 않도록 수축/팽창 방향에 맞추어 긴 구멍(slotted hole)을 뚫어주고, 머리가 큰 나사못이나 와셔 혹은 이 둘 모두를 사용해야 합니다.
슬롯구멍을 파기 위해서는 라우터와 스크류 슬롯 비트(screw slot bit)가 필요합니다. 스크류 슬롯 비트는 바닥이 평평한 것(counterbore)과 바닥이 경사진 것(countersink)이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평평한 것이 무난하고 서랍 아랫판처럼 큰 힘이 가해지지 않는 경우에는 카운트싱크 비트를 사용해 간편하게 결합하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평평한 바닥과 와셔를 쓰는 것이 나사못 머리가 파고들 확률이 적고, 수축/팽창에 따른 움직임도 원할합니다.
합판의 결합에 사용될 경우
합판이나 MDF의 경우 습도에 따른 수축/팽창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쉽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합판과 MDF는 옆면이 터지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에 나사못 유지력이 매우 낮습니다. 따라서 경우에 맞게 적절한 나사못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합판의 경우 나사못을 윗면에서 박으면 제법 강한 나사못 유지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합판의 옆면에서 박으면 구멍을 뚫다가 합판 옆면이 벌어질 정도로 내구성이 약합니다. 그래서 합판의 옆면에 사용할 나사못은 되도록 높은 나사산이 있는 나사못이 좋습니다. 또한 두꺼운 몸통 직경을 가진 나사못의 경우 예비구멍을 뚫다가 혹은 나사못을 죄는 과정에서 합판 옆면이 벌어지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므로 결론적으로 몸통 직경은 허용하는 강도 범위에서 최소화하고 나사산 높이는 최대인 나사못을 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흔히 Spax 나사못이라고 하는 것과 W타입 석고보드용 나사못이 이 범주에 속하며, 합판 뿐 아니라 일반적인 나무에도 적절합니다. 이들 나사못은 몸통에 비해 나사산이 높으며 나사산의 간격도 넓습니다. 그리고 나사산이 매우 얇아서 나무 섬유질을 큰 저항없이 깊게 파고 듭니다.
(Spax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는 독일의 스크류 전문회사로 고급 나사못을 전세계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의 특허 나사못은 앞 부분의 톱니와 카운터싱크의 톱니로 예비구멍이나 카운터싱크 작업 없이도 쪼개짐 없이 나사못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MDF의 연결에 사용되는 경우
MDF(Medium-Density Fiberboard)는 합판과 달리 나무의 섬유질을 모두 해체한 후 본드로 결합된 것이라, 나란히 배열된 섬유질 다발의 나사못 유지력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MDF에서는 보통 미니픽스나 라픽스 같은 하드웨어를 사용합니다. 만일 나사못을 사용해야 한다면 아래 사진과 같은 원피스 커넥터(Confirmat Screw)를 사용하는게 좋습니다.
이 나사못은 끝부분이 뾰족하지 않아 예비구멍을 나사못의 길이에 맞게 뚫어야 합니다. 이건 아마도 예비구멍이 없는 부분을 나사못이 파고 들 경우 MDF가 쪼개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원피스 커넥터는 굵은 몸통에 비해서 나사산이 낮은 편입니다.
원피스 커넥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예비구멍, 헐거운 구멍, 카운터싱크와 같은 3단계의 드릴링이 필요한데 보통은 이를 한방에 해결하기 위한 전용 드릴비트(Confirmat Drill Bit)를 사용합니다.
관련글 :
- 다양한 드릴비트의 종류
- 나사못 뽑힘 저항력에 대한 연구
- 마구리면에 튼튼하게 나사못 박기
- 막경첩 다는 방법
- 조카를 위한 책장을 만들다
- 나무는 왜 수축/팽창하는가?
- 나무의 수축/팽창에 대응하기
- 가공방법에 따른 목재의 종류
- 다양한 드릴비트의 종류
- 나사못 뽑힘 저항력에 대한 연구
- 마구리면에 튼튼하게 나사못 박기
- 막경첩 다는 방법
- 조카를 위한 책장을 만들다
- 나무는 왜 수축/팽창하는가?
- 나무의 수축/팽창에 대응하기
- 가공방법에 따른 목재의 종류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 알고갑니다 ^^
답글삭제네~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좋네요.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