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10월 14일 월요일

가구에 벌레가 있다구요?

몇주전에 회사 구내식당에서 저녁밥을 먹으면서 TV를 보는데 불만제로가 방영되더군요. 보통 불만제로에는 비위생적인 식당이나 음식재료 공장들이 나오기 때문에 왠만하면 시선을 돌리는데... 이날은 가구에 벌레가 생겼다는 고객 클레임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목공을 하는 입장에서 민감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숟가락을 멈추고 시선을 고정했죠.

요지는 가구를 샀는데 그 가구를 들이고부터 집에 조그만 벌레들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그 벌레의 이름은 먼지다듬이... 옛날엔 책벌레라고 불렀던 아주 조그만 벌레입니다. 너무 작아서 신경써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도 않죠.

왜 까사미아 가구에서 벌레가 나온걸까?

이 방송에서 주로 언급되었던 업체는 까사미아입니다. 저희 집에도 까사미아 가구가 몇개 있어 좀 섬뜻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방송에서 나왔던 문제가 된 가구들을 보면 나무를 가죽이나 천으로 감싼 것들이라는 거죠. 주로 가죽소파 안의 나무 프레임과 천으로 둘러싸인 매트리스 받침 이런 곳입니다. 안보이는 곳이니 아주 저급의 나무를 쓴 것이죠.

아래 방송 촬영장면은 매트리스를 받치는 저 받침의 천을 뜯으니 그 안의 목재에 곰팡이가 슬어있고 먼지다듬이 벌레가 다량으로 발견된 사례입니다.


실제로 매트리스 받침에 사용된 목재를 화면으로 보니 공사장에서 쓰는 일명 다루끼라고 하는 각목들과 저가 합판들입니다. 이 다루끼는 공사장에서 거푸집을 만들거나 간단한 임시 가설물을 만들때 쓰이는 아주 거칠고 싼 나무들입니다.


공사장에서 쓰인다면 아무 문제없지만 이들 나무들은 제대로 건조되지 않은 것들이라 함수율이 25% 이상으로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이 나무들을 가죽이나 천으로 둘러 쌌으니 환기가 제대로 안되어 그 안은 곰팡이가 살기 딱 좋은 조건이 된 것이죠. 그리고 먼지다듬이는 이 곰팡이를 아주 좋아합니다. 인과관계가 그려지죠?

까사미아는 년매출 천억이 넘는 중견 가구업체입니다. 이런 업체에서 함수율 12%이하의 가구용 목재를 쓰지 않고 이런 저가의 건축용 목재를 사용하는게 이해가 안되었습니만... 사정이 있더군요. 주로 문제가 된 가구들은 까사온이라는 브랜드의 제품들로 까사미아가 홈쇼핑과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하는 저가의 제품 라인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들 제품을 까사미아가 직접 만들었는지 의문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국내 중소업체나 해외 가구공장에서 OEM으로 들여온 것이라 생각됩니다. 판매가격이 낮다보니 이들 납품업체들도 마진을 남기려면 저가의 목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던거죠.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까? 한동안 한 대형 가구업체에서 시멘트가 붙어 있는 폐건축자재로 가구를 만들어 판 사건으로 논란이 된 적도 있었죠.

여하튼 이 문제는 까사미아의 잘못이 큽니다. 물론 저렴한 가격으로 팔았다고 항변하겠지만 소비자들은 까사미아라는 이름을 믿고 제품을 산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기네들이 생산하지 않은 것이라 할지라도 자기의 이름으로 제품이 나가는 것이라면 품질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 고급재료는 아닐지라도 적합한 재료를 쓰는 정직한 가구를 만들어야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겁니다. 대량으로 가구를 만드는 대형업체의 브랜드를 믿지마시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가구를 만드는 소규모 공방들을 믿는게 낫습니다. 이 공방들은 보이지 않는 곳까지 좋은 재료를 써서 정성껏 만듭니다.

먼지다듬이는 어떤 벌레인가?

먼지다듬이는 크기가 1mm ~ 2mm 정도 되는 아주 작은 벌레입니다. 게다가 색깔도 반투명한 회색이나 갈색이어서 잘 눈에 띄지 않고 그냥 먼지인줄만 아는 경우도 않습니다. 그런데 이 먼지알갱이가 움직인다면 먼지다듬이로 의심할만 합니다. 먼지다듬이는 암수구분이 없고 한두달이면 성충이 되고 번식력도 아주 강합니다. 즉 한번 집에 들어오면 퇴치하기 어렵다는 얘기지요.


먼지다듬이의 생존에는 먹이와 습도가 가장 중요한 영향을 줍니다. 먼지다듬이는 잡식성이라 먼지, 곰팡이, 꽃가루, 종이 등을 먹고 삽니다. 이중에서 곰팡이를 아주 좋아한다고 하니... 곰팡이부터 모두 제거하셔야 합니다. 또한 먼지다듬이는 습기를 아주 좋아하는 벌레라 습도 관리를 하고 축축한 곳을 없애면 자연스럽게 퇴치할 수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하면서 장마철이 매우 길어졌는데 장마철을 지나면서 먼지다듬이가 대규모로 발견되는 이유가 바로 이 습기를 좋아하는 먼지다듬이의 특성에서 기인합니다. 장마라는 자연적인 현상을 막을 수는 없으니 집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안보이는 틈까지 모두 막아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먼지다듬이 자체는 그렇게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 벌레입니다. 다만 알러지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에게는 가려움을 더 유발할 수 있어 조심할 필요는 있습니다. 무엇보다 조그만 벌레가 바글바글 기어다니는 것이 끔찍하기는 하죠.

원목가구는 안전한가?

앞서 까사미아 가구의 경우 함수율이 높은 목재를 가죽으로 감싸서 곰팡이가 생겼고 이로 인해 먼지다듬이가 생겼다고 했는데 과연 좋은 가구용 목재를 쓰는 공방들의 가구들은 벌레에 안전할까요? 문제가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얼마전 대구에서 공방하시는 "미르"님께서 납품한 가구에서 벌레가 생겼다는 클레임을 받았다고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드하모니"님도 비슷하게 벌레에 관한 클레임을 받으셨다고 하구요. 그런데 이게 납품한 가구에 뭍혀서 그 집에 들어간 건지 아니면 그 집에 있던 벌레가 가구로 들어온 건지 구분하기가 참으로 모호합니다.

원래 살아있는 나무는 많은 곤충들의 삶의 터전입니다. 특히 참나무류는 벌레들이 아주 좋아하나는 나무죠. 벌레들은 나무 껍대기 아래에 알을 놓고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들은 나무를 파먹고 자랍니다. 가구에서 쓰는 목재들은 대부분 베어진 다음 건조과정을 거치는데 보통은 고온의 건조로(Kiln Dry)에서 인공건조합니다. 보통 60~80도 정도로 고온 건조하기 때문에 나무 안에 있던 알들과 벌레들은 모두 죽게 됩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목재 수급은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나무를 수입할 때는 반드시 열처리나 약물처리를 하여 살충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목재 자체에 벌레가 있을 가능성은 없습니다. 한가지 가능성이 있다면 목재가 수입되고 나서 목재상의 창고나 공방의 창고에 쌓여있게 되는데 그 주변에 있는 벌레들이 침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목재를 보관하는 곳에서는 습도와 곰팡이 관리를 잘 해야 하는 것이죠.

한편 최근에 새로 지은 아파트 단지에서 먼지다듬이 떼가 발생하여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흔히 먼지다듬이는 오래된 집에 있는 곰팡이를 먹고 갈라진 틈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새집에서 대규모로 발생했다는 것은 의외였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한 연구관이 여기에 대해 코멘트를 했는데 "먼지다듬이는 목재와 관련이 없는 해충"이라고 전제하면서 "먼지다듬이는 전분을 먹고 사는데 목재에는 전분이 거의 없다. 그러므로 원목에 먼지다듬이가 끼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친환경 바람을 타고 친환경 도배풀을 쓰는데 여기에 전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가구의 관리를 잘못해서 곰팡이가 생기면 먼지다듬이가 꼬일 수 있으므로 여전히 주의해야 합니다.

벌레에 강한 가구를 만들자

가구를 만들때도 약간만 신경쓰면 먼지다듬이와 같은 벌레가 꼬이지 않게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슈는 곰팡이인데 곰팡이는 환기가 되지 않아 습기가 찬 곳에 발생하므로 가구를 만들때 환기가 잘되는 구조가 신경써야 합니다.

가끔 책장이나 서랍장 혹은 공간박스를 쌓은 구조 등에 다리가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잘못해서 바닥에 물을 흘려 가구 밑으로 들어가게 되면 잘 마르지 않아 곰팡이가 생기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가구는 다리를 만드는게 좋으며, 다리는 아래를 청소하기 쉽도록 100~150mm 정도를 확보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가구의 보이지 않는 뒷면은 가능하면 틔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가구 뒷판까지 막아버리고 이것을 벽에 붙이게 되면 역시나 환기가 안되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든 가구와 벽은 약간 떨어뜨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소비자가 국내 대형가구업체로부터 서랍이 달린 침대를 구매했는데 이 서랍 아래에 곰팡이가 끼었다고 클레임을 넣은 경우가 있습니다. (아래 사진) 침대 프레임 아래에 이렇게 서랍장이 있으면 역시 환기가 안되어 이렇게 곰팡이가 생길 수가 있습니다. 어쨌거나 환기가 중요합니다.


그리고 마감을 한 가구가 마감을 하지 않은 가구에 비해서 벌레나 곰팡이가 생길 확률이 적습니다. 가구에는 보통 친환경 마감을 하거나 천연마감을 합니다.

친환경 마감의 경우 화학적인 방법으로 만들어진 오일스테인이나 수성스테인 그리고 폴리우레탄 바니쉬 등을 사용합니다. 이런 친환경 마감재의 경우 방충/방부/자외선 차단 기능을 하는 첨가물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감재의 포장에 있는 설명을 잘 보시기 바랍니다)

반면에 천연마감의 경우 보통 린씨드오일이나 텅오일로 마감을 하는데 별도의 첨가제가 없는 경우 이런 오일들은 방충/방부/자외선 차단 효과는 거의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비싼 마감 방식인 천연마감이 오히려 벌레에 취약할 수 있다는 겁니다. 사람에게 좋은 건 벌레들에게도 좋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벌레가 꼬이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방부제를 하도로 발라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본덱스의 친환경 목재방부제는 사이퍼매트린이라는 살충제와 프로피코나졸이라는 방부제가 함유된 하도제입니다. 비록 싸이퍼매트린이 환경부가 지정한 내분비장애 유발 살충제이긴 합니다만 마감 후 상도를 도막이 생성되는 것으로 해서 피부접촉이 되지 않게 한다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살충제를 써가면서까지 벌레에 민감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여하튼 마감을 할 때는 노출되는 마구리면을 꼼꼼히 막아야 합니다. 마구리면은 비교적 큰 기공들이 있어서 벌레들이나 수분이 침투하기 쉽습니다. 바니쉬 마감을 할 경우에는 마구리를 꼼꼼히 발라서 이런 것들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보통 바깥쪽만 마감을 하는데 되도록이면 안쪽까지 모두 스테인 정도는 발라주는 것이 좋습니다. 서랍같은 곳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옷의 섬유질을 먹이로 하는 벌레들도 꽤 있습니다.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를...

가구에 대한 자부심 하나로 꿋꿋하게 공방을 운영하는 목수들에게 이런 가구의 벌레가 이슈가 되는 건 참으로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가구에 마감이 제대로 되어 있고 통풍과 습기에만 신경쓰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애써 열심히 만들어서 납품했는데 벌레가 나왔다고 환불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공방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공방에서도 목재 관리에 신경쓰고 마감을 꼼꼼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소비자들도 벌레 문제에 대해서 너무 민감하게 대응하지 말고 집에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습기와 곰팡이 관리를 잘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벌레가 무서워서 온 집안을 철제 가구와 플라스틱 가구로 채울 수는 없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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