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참 샘이 많죠.
지난 여름휴가 때 조카네 집에 머물면서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그때 조카가 아래 사진의 백호를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일종의 두꺼운 종이로 된 입체퍼즐인데 초등학생 저학년이 하기에는 좀 어려워 보이긴 하더군요. 설명 도면도 이해해야 하고 무엇보다 끈기와 집중력이 필요하더군요.
여하튼 온 가족이 도와준 덕분에 서너시간만에 백호를 완성했더랬죠. 그걸 조카가 가지고 노는데 물끄러미 쳐다만 보던 우리 아들... 쫌 불쌍했습니다. 기껏 아빠가 만들어준 것이 형의 손에 들어가 버렸으니...
어제 일찍 퇴근하고 와서 마눌님과 아들내미랑 같이 이마트에 갔는데 그곳 계산대 부근에 두둥~ 종이 입체퍼즐 판매대가 있는겁니다. 아들내미 그걸 보자마자 사달라고 조르길 시작합니다. 머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이거 사면 또 몇시간을 낑낑대면서 만들어야 하는 상상이 되었죠. 마눌님도 집에 놓을데 없다면서 반대하고... 그래도 자식 이기는 부모없죠.
아들이 고른건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티라노사우루스... 허걱입니다. 아들내미는 마트에서 집까지 이 퍼즐을 가슴에 꼭 안고 와서는 바로 만들어 달랍니다.
포장을 뜯어보니 부속이 있는 종이만 열장 가까이 되더군요. 백호와는 스케일이 다릅니다. 이런 종이공작을 할 때는 딱풀보다는 목공용본드가 좋습니다. 목공용본드는 초산비닐수지(PVC)가 주성분인데 이게 조직에 스며들어 접착이 되는 원리라 나무, 종이, 천, 가죽 등을 붙이는데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흔히 목공할 때 쓰는 오공205는 약간 건조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라 종이공작에는 좀 불편합니다. 그래서 소용량으로 사서 쓰던 아모스 목공풀을 창고에서 꺼내왔습니다. 아모스 목공풀은 1분 정도면 대충 붙어있을 정도로 약간 점도가 높은 편입니다.
저녁 식사를 하고 본격적으로 공룡만들기에 돌입합니다. 처음에는 아들내미가 "아빠~ 번호 불러주면 내가 찾아줄께~" 하면서 도와주는 척을 하더니... 10분도 안되어서 지혼자 태양계 책 보면서 놉니다. 애들이 그렇지 뭐... 하면서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에 돌입합니다.
머리통입니다. 덩치에 비해서 머리가 큰 놈입니다.
혓바닥도 있더군요. 그리고 앞발은 퇴화가 되었는지 아주 작습니다. 작은게 더 만들기 힘듭니다. ㅡ,,ㅡ 그래도 목공풀을 쓰니 일단 고정이 되면 절대 떨어지지 않아 좋습니다.
어느덧 세시간이 지나고... 아들내미는 이미 꿈나라로 갔습니다. 자러 들어가면서 "아빠~ 다 만들어놔~" 하고 당부합니다. ㅡ..ㅡ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마눌님과 TV를 보면서 계속 작업을 이어갑니다. 뒷다리를 만드는데... 오동통한게 닭다리가 생각납니다.
"자기야~ 통닭이랑 맥주랑 시켜먹을까?" 하고 살짝 마눌님께 운을 띄워볼까 하고 쳐다보는 순간... 어제 날아온 제 건강검진 결과표가 생각이 났습니다. 지방간수치 105가 정상인데 제가 350인가 그랬다는... 다행이었습니다. 통닭 얘기를 꺼냈다가는 뼈도 못추릴뻔 했습니다. ㅡ,,ㅡ
뒷다리도 붙이고 꼬리도 완성했습니다. 네시간 경과입니다. 정말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저려오기 시작합니다.
꼬리와 몸통만 살짝 본드로 붙이면 끝 ~~~ 대갈통이 커서 자꾸 앞으로 거꾸러지더니 꼬리를 다니 균형을 잡습니다. 다 만들고 보니 쫌 무섭군요.
받침대까지 만들어서 올려봤습니다. 받침대가 있는줄 알았으면 이건 아들내미 시키는건데 좀 아쉽네요.
아침에 일어난 아들내미가 아주 좋아하더군요. 그래도 뭐 한 사나흘 가지고 놀다가 또 어느구석에 쳐박혀 있을거고... 한달 정도 있으면 마눌님에 의해서 재활용박스로 들어가겠지요. 불쌍한 아빠의 순정입니다. ㅡ,,ㅡ
어차피 종이도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고 목공용 본드를 사용했으니 이것도 목공이겠죠? 다음번에 마트갈 때는 반드시 그 퍼즐 판매대를 지나지 않도록 동선을 짜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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