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들 다녀 오셨나요? 저는 보통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여름휴가를 보통 8월말에서 9월초 사이로 잡았습니다. 이때가 더위도 한풀 꺾여서 바깥에 다닐만 하고 성수기 요금의 바가지도 없고 한적하고 여유로운 휴가를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8월말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개장 마지막날에 가서 여유롭게 물놀이를 했던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아들내미가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는 아들내미의 방학에 맞추어 휴가를 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시기는 가장 덥고 가장 붐빌때 입니다.
원래 장성 축령산 편백나무 숲 걷기를 테마로 한 여유로운 휴가를 생각했었는데 불행히도 숙소로 예정했던 소소원이 에어컨을 구비하지 않아 내키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숲이라 시원하다 해도 휴가지에서 습기와 더위로 짜증낼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고려했던 여행지는 무주였습니다. 무주 지역의 괜찮은 펜션을 하나 알아 보았는데 가격도 괜찮고 시설도 괜찮은 것 같아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실제로 예약을 하려고 하니 극성수기라는 이유로 홈페이지에 고시된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요구하기에 기분이 상해서 관두었습니다. 그야말로 멘붕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대전에 사는 아랫동서가 회사 사정으로 여름휴가를 내지 못해 처제와 조카들이 답답해 하고 있었습니다. 처제의 제안으로 처제네 집에서 묵으면서 근처를 둘러보는 식으로 휴가를 보내기로 했습니다. 저희로서는 숙박비가 들지 않아 좋고 대전이라 근처에 무주를 비롯한 휴양지가 멀지 않고 이제 돌이 다 되어가는 막내 조카를 보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휴가 계획이었습니다.
휴가 첫날은 여유롭게 천천히 내려가서 태양계에 빠져있는 아들내미를 위해 대전 시민천문대를 가기로 했고, 둘째날은 대둔산 관광농원에서 물놀이를, 셋째날에는 무주 일대를 돌아다니기로 대략 계획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휴가 첫날 느지막이 일어나서 대전으로 갔고 오후 즈음에 도착했습니다. 대전은 서울에 비해서 딱 3도 정도 높은 온도더군요. 정말 살인적인 더위였습니다.
대전 처제네에 도착해서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힌 뒤, 처제의 요청사항을 해결했습니다. 전에 만든 애쉬 모니터 받침이 장마철을 지나면서 결이 일어나서 가시에 찔릴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니터 받침을 만들 당시 비가 계속 와서 할 수 없이 오일로만 마감을 했는데 계속 장마가 지니 높은 습도에 의해 오일을 뚫고 결이 일어난 것입니다.
이럴 경우 어쩔 수 없이 바니쉬 마감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가진 바니쉬는 수성밖에 없어서 오일 마감 위에 수성 바니쉬가 발라질지가 좀 의문이었습니다. 더구나 모니터 받침을 티슈로 닦아보니 오일이 여전히 묻어날 정도로 건조도 충분히 되지 않았더군요.
그래도 하는수가 없어서 두눈 감고 바니쉬를 3회 발랐습니다. 첫번째 바른 바니쉬 후에 엄청난 결오름이 있었지만 사포로 싹 밀고 두번째 바니쉬를 바르니 이후로 결오름이 생기지는 않더군요. 게다가 오일 마감 위에도 수성 바니쉬 마감이 잘 되더군요. 건조가 된 후의 촉감은 오일 마감을 했을때에 비해서 훨씬 좋더군요. 색도 약간 밝아진 듯 하구요. 전체적으로 만족스런 마감이었습니다.
밤 9시에 맞추어서 대전시민천문대로 향했습니다. 밤이 깊었는데도 여전히 덥고 습하더군요. 대전시민천문대는 해발 50미터 정도의 야산 위에 있는데 불행히도 이날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에 차가 올라가지 못하도록 막아놓았더군요. 원래 아래 사진의 숲길로 차가 올라갈 수 있는데 방학이라 많은 아이들이 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차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윗쪽에는 주차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덥고 습한 여름밤에 약 500미터 정도의 산길을 두 아이와 함께 걸어 올라가는데 정말 숨이 턱턱 막히더군요. 게다가 9시 관측 예정인데 우리가 아래에 도착해서 차를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하니 딱 5분이 남더군요. 5분 안에 올라가야 해서 애들도 저도 빠른 걸음으로 올라가느라 땀 범벅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제 시간에 도착을 해서 주관측실로 들어갔습니다. 예상과는 달리 참 많은 아이들이 왔더군요. 그리고 울 아들내미 못지않은 우주 박사들이더군요. 주 관측실은 아래 사진과 같이 회전하는 돔이 있고 개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냉방이 안되어 매우 덥습니다. ㅡ,,ㅡ
주관측실의 망원경이 조준한 별은 백조자리의 부리에 위치하는 알비레오(Albireo)라는 별이었습니다. 알비레오는 지구에서 385광년이 떨어진 별로 맨눈으로 보면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푸른색 별과 붉은색 별이 서로 마주보며 공전하는 이중성입니다. 망원경으로 실제 보니 아래 사진과 같이 색이 구분되는 두개의 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만 사진과 같이 원 형태가 아니라 점의 형태로 보일 뿐입니다.
이어서 보조 관측실로 이동을 했는데 이 곳에서는 세개의 망원경으로 세개의 별을 조준해 두었더군요. 하나는 직녀성(Vega)이고 다른 하나는 토성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이름이 기억나지 않네요. 멀리 있는 별들은 망원경으로 봐도 그냥 점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실 별 감흥은 없습니다.
그런데 태양계 내의 행성은 비교적 가까워서 원의 형태로 보입니다. 특히나 토성은 아름다운 고리까지 그 형태가 보이더군요. 마치 아래 사진과 같은 식으로 고리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저도 신기했는데 아들내미는 얼마나 신기했을까요? 맨날 책으로만 보던 토성을 이렇게 직접 눈으로 보니 너무도 좋아하더군요.
너무 많은 아이들이 몰려와서 충분히 오랫동안 관찰하며 감상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만... 도시 한가운데서 이렇게 별을 관측할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참 행복한 일입니다.
휴가 둘째날인 다음날 우리는 전라북도 완주군 운주면에 있는 대둔산 관광농원으로 향했습니다. 이 관광농원은 대둔산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펜션 단지입니다. 그런데 관광농원이라고 이름붙은 이유는 이곳에서 여러가지 농사와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별로 곶감 만들기, 블루베리 따기, 은행 따기, 고사리 끊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더군요.
하지만 이 더운 여름에 농장체험을 하러 온건 아니고 이곳에 제법 규모가 되는 수영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수영장을 이용하려면 이곳의 펜션이나 수영장을 둘러 있는 평상을 임대하면 됩니다. 평상의 경우 저렴한 가격에 임대할 수 있고 삼겹살을 구워먹는 등의 간단한 취사도 가능해서 가족 단위로 오기 좋더군요.
수영장은 아래와 같은 분위기입니다. 계곡에서 내려오는 물을 이용한 수영장이라서 수온이 제법 낮습니다. 그래서 아주 더웠던 이날 딱 좋은 온도더군요. 도심의 수영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에서 물놀이를 할 수 있더군요. 그리고 나름대로 아기자기한 슬라이드도 있어서 어른들도 재밌게 놀 수 있습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깨끗한 화장실과 샤워실 등이 구비되어 있어서 좋습니다. 우리 가족은 삼겹살을 싸가서 구워 먹었는데 맛이 아주 일품이더군요. 물론 유일한 성인 남자였던 제가 다 구웠는데... 여름에 삼겹살 굽는건 거의 고문에 가까웠습니다.
11시쯤 도착해서 저녁 6시까지 먹고 물놀이하고 먹고 물놀이하고를 반복하면서 알차게 놀았습니다. 원래 대전 근처의 리솜스파캐슬에 가려고 했었는데 그곳에 가봐야 사람에 치여서 짜증만 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이곳으로 급히 방향을 틀었는데 참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전 인근에서 가족 단위로 한적한 물놀이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단 예약이 폭주하고 있다고 하니 미리 예약해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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