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제로부터 스툴과 함께 들어온 주문인 협탁 제작 과정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순간의 방심으로 오점을 남긴 아쉬운 만들기였습니다.
(협탁은 영어로 End Table 이라고 하며, 보통 소파나 침대 옆에 두는 조그만 테이블로 스탠드나 장식품 등을 올려 놓는데 쓰입니다)
협탁의 설계와 재료
협탁은 복합기를 올려놓는 것이 주 용도이고 보조적인 수납이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사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상판의 크기는 복합기의 크기에 맞추어 산정했고 협탁이 침대 옆에 놓일 수도 있기 때문에 높이는 침대의 높이와 맞추었습니다. 수납으로는 서랍 하나와 아래쪽의 보강목 겸용 선반을 놓기로 했습니다. 선반은 좁은 판재를 간격을 두고 붙이는 패널식으로 만들어 밋밋한 디자인의 포인트를 주기로 합니다.
전체적인 디자인 컨셉은 우리집 침대 옆에 있는 까시미야 협탁을 참조했습니다. 만들기 쉬운 구조로 되어 있더군요. 까사미야 협탁은 옆과 뒷면이 MDF로 막혀있는 구조인데 저는 답답한 것을 싫어해서 옆과 뒷면을 모두 틔웠습니다. 특별히 예쁜 디자인이라기 보다는 만들기 쉽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입니다.
이 협탁의 소재는 무려 다섯가지의 나무를 사용했습니다. 특별한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어서...
상판과 서랖 앞판과 옆판은 라디에타 파인을 사용했습니다. 상판의 경우 24t를 나머지는 18t입니다. 라디에타 파인은 옹이가 없거나 매우 적게 솔리드 집성하기 때문에 옹이가 정신없이 많은 스프러스와 대조적입니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선택하는 수종입니다. 나가세의 빠빠메종님이 가구 만드실때 주로 많이 사용하는 수종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마감과 곁들여지면 아주 멋스럽습니다.
다리의 경우 40x40 레드파인 집성각재를 사용합니다. 불행히도 라디에타 파인은 각재를 구하기 어려워서 하는 수 없이 레드파인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번에 구입한 각재는 옹이가 별로 없고 결도 굵은 편이라 라디에타 파인과 이질감이 별로 나지 않아 다행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숨어있는 보강목과 하부 선반은 SPF 구조목 (주로 스프러스) 38x19를 사용했습니다. 서랍은 삼나무 12t를 사용했고 서랍 밑판은 자작합판 4.5t를 사용했습니다.
파인류의 대표적인 수종인 라디에타 파인, 레드파인, 스프러스를 골고루 사용했기 때문에 다음에 처제가 주문 넣을때 나무의 선택에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프레임 만들기
일반적으로 이런 사각형의 가구를 만들때는 측면을 먼저 완성한 뒤에 앞뒷면을 붙이는게 보통입니다. 보통 앞면에 서랍이나 기타 구조물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들어온 레드파인 각재를 길이 480mm로 절단한 모습입니다. 옹이 하나 없이 깨끗한 각재가 걸렸습니다. 레드파인 각재가 참 편차가 심한 것 같습니다. 복불복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날도 무더웠죠. 톱질을 좀 하니 땀이 비오듯이 쏟아집니다. 마눌님에게 불평을 좀 했더니 마루 에어컨을 틀고 베란다 문 하나를 열어서 선풍기로 냉기를 들여보내 줍니다. 그리고 외부쪽으로는 모두 블라인드를 쳐서 햇빛을 차단하구요. 비록 작은 양의 냉기이지만 이렇게 환경을 꾸미니 그나마 작업할 만 하더군요. 전기세가 좀 걱정이긴 합니다만... ^^
레드파인 각재를 대패로 깔끔하게 다듬습니다. 레드파인과 스프러스는 대패질이 잘 되는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대패로 싹 밀면 아주 찰지고 매끄러운 표면을 얻을 수 있고 사포를 댈 필요도 없습니다.
측판과 서랍 앞판에 사용되는 라디에타 파인 18t 판재를 절단합니다. 아이베란다에 주문할 때 일부러 측판/서랍 앞판 길이를 모두 합해서 길게 주문해서 직접 잘랐습니다. 이렇게 하면 나무결 무늬를 이어지는 느낌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 목수들은 이렇게 나무결의 연결도 중요시 하더군요. 그래서 흉내를 한번 내어 보았습니다.
라디에타 파인은 뉴질랜드나 칠레 등의 따뜻한 남반구 지방에 주로 조림되어 벌목 가공됩니다. 따뜻한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이 이렇게 호랑이 무늬처럼 결이 두껍더군요. 레드파인과 같이 추운 북유럽(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들은 결이 가늘고 촘촘합니다.
그리고 라디에타 파인이 큰 차이는 아니지만 파인류 중에서는 표면 경도나 강도가 강한 편에 속합니다. 그래서 파인류로 상판을 해야 한다면 라디에타 파인이나 엘리오티 파인(브라질산)을 사용하는 것이 기능적인 면에서는 좋습니다. 미적인 면은 논외로 하구요.
측판과 각재는 목심으로 연결합니다. 지난번 스툴을 만들 때 피스+목심으로 했었는데 목심의 동그라미 자국이 못내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피스자국을 안보이도록 만듭니다. 측판의 마구리에 세개의 구멍을 모두 뚫습니다.
목심은 6mm를 사용했는데 원래 8mm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집에 8mm 목심이 거의 다 떨어졌더군요. 그리고 6mm 목심은 200개 가량이 남아있고... ㅡ,,ㅡ 그래서 별로 큰 하중을 받지 않는 협탁이기에 6mm 목심을 소진하기로 합니다. 나중에 만들고 보니 6mm도 전혀 강도에 문제는 없더군요.
도웰포인트를 구멍에 끼워서 각재에 표시할 준비를 합니다.
각재에 대고 도웰포인트를 찍은 모습입니다. 이 과정은 매우 신중하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자칫 약간 틀어지면 조립 후 단차가 생기는 등 피곤한 일이 생깁니다.
하부쪽 보강목도 목심 구멍을 내고 도웰포인트로 찍어줍니다. 그런데 다리 하부로부터 100mm 지점에 정확하게 결합이 되도록 콤비자를 이용합니다. 이 과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다리가 끄떡이는 원인이 되므로 반드시 하부 보강목의 높이가 일정하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보통 보강목은 세로로 세워서 결합하지만 이번의 경우 보강목이 패널의 지지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눞혀서 결합합니다.
목심을 모두 박고 각재에 구멍을 모두 낸 모습입니다. 목심과 마구리면에 본드를 잘 펴 바른 다음 구멍에 끼워 고정하면 됩니다. 특별히 클램프를 쓰지는 않았는데 목심의 저항 때문에 벌어지거나 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클램프로 강하게 죄다보면 직각에서 틀어지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렇게 측면 구조 두개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두 측면 프레임을 연결할 차례입니다. 역시 하단 보강목과 마찬가지로 세우지 않고 눕혀서 연결하는데 전면부 보강목은 서랍의 스토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서랍 앞판의 두께(18mm) 만큼 들여서 도웰포인트를 찍습니다.
한쪽을 모두 목심+본드로 연결한 뒤 반대쪽도 구멍을 뚫고 연결할 준비를 합니다.
짜잔하고 연결이 완료되었습니다. 프레임 연결시 특별히 클램프는 사용하지 않고 체중으로 깔고 앉아서 밀착을 시켰습니다만... 이게 나중에 삽질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서랍에서 삽질하다
지난 번 레드파인 책장을 만들때 삼단레일을 처음 달아보고 이번이 두번째 입니다. 지난번에 너무 순조롭게 잘 달려서인지 방심을 했나 봅니다. 서랍 달면서 삽질을 했고 귀중한 경험을 했습니다.
먼저 서랍을 만듭니다. 서랍은 삼나무 12t 아래쪽에 홈을 파고 거기에 자작합판 4.5t를 끼우는 식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알판을 끼우는 식으로 만들어야 수축/팽창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서랍이 완성되었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아이베란다의 서랍재 가공서비스는 정말 편리합니다. 트리머가 없는 저로서는 가뭄의 단비같은 고마운 서비스이죠.
서랍에 삼단레일의 속레일을 빼서 연결합니다. 위에서부터 정확한 간격으로 선을 주욱 그은 뒤 그 선의 중심을 레일의 구멍이 지나도록 고정하면 됩니다. 삼나무 12t에 나사를 박아야 하므로 아주 짧은 피스가 필요합니다.
삼단레일의 남은 부분도 프레임에 부착합니다. 서랍 앞판과 서랍의 높이 차이를 고려해서 정확한 위치에 선을 그려 고정합니다.
서랍을 끼웠습니다. 잘 들어가고 잘 동작되는 듯 합니다만... 치명적인 오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서랍의 오른쪽은 단차없이 딱 맞게 들어가는데 서랍의 왼쪽이 아래 사진의 화살표처럼 튀어나오는 겁니다. 손으로 밀어넣으면 들어가기는 합니다만 손을 놓으면 다시 튀어 나옵니다.
왜 그런가 이유를 살펴 보았더니 프레임이 직각에서 약간 틀어져서 였습니다. 직각자로 대어보니 눈에 띌 정도의 큰 오차가 보이네요. 이렇게 프레임이 틀어지니 서랍이 딱 맞게 들어가지 않고 한쪽이 튀어나오는 거였습니다.
손으로 과장되게 그려서 알아보실지 모르겠지만 빨간선이 평행사변형 모양으로 틀어진 프레임이고 파란선이 직각이 맞는 서랍이라면 저렇게 한쪽이 튀어나오는 겁니다.
문제의 원인은 클램프를 쓰지 않고 몸으로 눌러서 밀착시킨 뒤 직각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두었기 때문입니다. 클램핑 하면서 직각을 확인하여야 했었는데 안일하게 잘 되겠지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이미 본드는 굳어서 직각을 다시 맞출 방법은 없습니다. 하는 수 없이 꼼수를 쓴 것이 위 사진의 주황색 부분에 두꺼운 종이를 끼운 상태에서 레일을 달아서 약간이라도 더 직각에 맞게 레일을 조정하는 방법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두꺼운 종이를 네겹 접어서 피스와 같이 결합합니다.
아래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레일의 좌상단과 우하단의 틈이 약간 벌어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직각을 맞추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약간이나마 왼쪽의 튀어나오는 부분을 줄이기는 했습니다만... 아래 사진처럼 여전히 3mm 정도의 단차가 발생합니다. 참 아쉽습니다. 초기 실수이면 어떻게라도 수정이 가능한데 막판에 발견된 실수라 수정할 방법도 없네요.
서랍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작업을 계속 진행합니다. 하단의 보강목에 38x19 SPF 구조목을 패널식으로 고정합니다. 고정은 아래쪽에서 피스 하나만 박아서 합니다. 일정 간격으로 고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간격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정확한 간격재를 구하기가 어려울 때는 가운데 패널을 먼저 중앙에 고정하고 남은 공간을 또 측정해서 중앙에 고정하는 식의 Divide & Conquer 전략을 사용하면 편리합니다.
약간의 좌우 흔들림이 있길래 아래 사진의 화살표처럼 보강목을 대었습니다. 사실은 보강보다는 조금이라도 직각으로 틀기 위해 달았습니다만... 별 효과는 없었습니다. ㅡ,,ㅡ 아래에도 보강목으로 잡아주기 때문에 흔들림은 더 이상 없습니다.
상판을 놓고 뒤집어서 8자철물을 연결합니다. 이 과정에서 프레임이 틀어졌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더군요. 어떻게 해도 상하좌우 여백이 똑같이 나오지 않습니다. ㅡ,,ㅡ
샌딩까지 깔끔하게 한 다음 마감에 들어갑니다. 라디에타 파인을 결이 두껍고 강해서 약간의 착색을 해주는 것이 예쁘긴 한데... 전체적인 색조화 때문에 그냥 투명으로 진행합니다. 자스민우드 투명 수성스테인을 1회 발라줍니다. 충분히 건조시킨 뒤에 고운 사포로 오른 결을 다듬어 줍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다 써가는 제네럴피니쉬 엔듀로 프리켓 수성 폴리우레탄 바니쉬를 3회 발라줬습니다. 반광 제품이지만 파인류에서는 광이 그렇게 살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해서 완성이 되었습니다. 서랍을 연 모습이구요. 가벼운 무게라 서랍을 열 때 덜썩거리긴 합니다만 나중에 물건을 얹으면 괜찮겠지요.
서랍에서의 삽질만 아니었다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을텐데 참 아쉽습니다.
다섯가지의 나무가 쓰였지만 실제로 톱질하고 샌딩하고 대패질한 나무는 라디에타 파인, 레드파인, 스프러스입니다. 가공할 때의 찰진 맛은 레드파인이나 스프러스가 나은 듯 하고, 견고함은 확실히 라디에타 파인이 나은 듯 합니다. 어떤 것이 예쁜가는 개인의 호불호이겠습니다만... 레드파인 -> 스프러스 -> 라디에타 파인 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옹이가 없으면 자연스러운 멋이 없어서 좀 그렇더군요.
지난 주말 처제가 처가로 올라와서 협탁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설치한 사진을 보내주었네요. 제대로 자리를 잡으니 뭐 봐줄만은 한 것 같습니다. 하나 만들때마다 삽질 하나씩을 하는 저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집중력이 떨어져 그렇다고 스스로 위로해 봅니다. ^^
근데 저 괴어놓은 종이는 좀 안습인듯 ㅡ,.ㅡ
(2013. 8. 20 업데이트)
주문진에서 공방하시는 키타노님이 프레임이 틀어졌을때의 대처법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평행사변형에서 예각으로 튀어나온 두 모서리를 클램프로 조여서 최대한 직각으로 만든 다음... 8자철물로 상판을 연결하면서 그 상태를 유지시켜주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해도 약간 튀어나오는 서랍 앞판은 대패로 귀접이(모서리를 대각으로 날려주는 것)를 하거나 완만한 각으로 단차를 맞추어주는 방법을 쓰면 된다고 합니다.
조언을 주신 키타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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