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8월 22일 목요일

알파벳에 빠졌던 아들내미

제가 어디에 잘 중독되는 스타일이라 한번 꽂히면 끝까지 파보는 편입니다. 머 그래봐야 별건 없지만...

예를 들어 제가 25년 동안 담배를 피웠는데 중간에 끊으려고 몇번 시도했지만 안되더군요. 그랬는데 목공에 빠지게 된 후로 담배를 끊을 수 있었습니다. 중독을 끊는 방법은 다른 것에 중독되는 것이고... 그 다른 것이 건전한 것이면 좋은 것이죠.

제 아들내미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어떤 계기로 뭐에 빠지면 헤어나질 못합니다. 아이가 세살인가 네살인가 부터 알파벳에 빠졌습니다. 처음에는 벽에 붙여놓은 알파벳 전지를 보고 따라하더니 다음으로는 카드와 팝업북, 영어동요 순으로 진행되더군요.

그중에서 가장 즐겨하는 것은 스마트폰으로 유튜브하는 겁니다. 유튜브에서 "ABC Song"을 검색해서 듣더니 관련된 비디오들을 클릭하면서 각종 영어동요와 파닉스 송까지 섭렵하더군요. 다른 아이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한다던데, 울 아들내미는 좀 특이합니다.

덕분에 아들내미 다른 아이들 보다 빨리 알파벳과 간단한 단어를 말하고 읽을 수 있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파닉스도 제법 해서 처음 보는 단어도 대충 비슷하게 읽기도 하구요.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운 격인데... 영어를 하니 한글도 금방 배우더군요. 워낙에 한글이 과학적이잖아요?

여하튼 카메라 메모리를 정리하던 중에 제가 아들을 위해서 가위로 오려줬던 알파벳 사진이 있길래 올려봅니다. 뭐 이런식입니다.

"아빠 대문자 A부터 Z까지 오려줘"

그러면 제가 열심히 오려줍니다. 그럼 아들내미는

"아빠 소문자도 오려줘"

이런식으로 끝도없이 저를 부려먹습니다. 저 알파벳의 구멍파는거 쉽지 않습니다. ㅡ,,ㅡ


정말 다양한 종이에 다양한 크기로 알파벳 오려줬습니다. 조그만 종이 쪼가리라 하나라도 없어지면 새로 다 오려달라고 합니다. ㅡ,,ㅡ 좀 잘 가지고 놀지...

한번은 또 오려달라기에 매번 똑같이 하는게 지겨워서 좀 다르게 오려봤습니다. 알파벳과 모양을 연결시킨거죠. 예를 들어 D는 은행잎 모양, F는 깃발 모양, J는 컵모양 등입니다. 아들이 엄청 좋아했습니다.


다섯살 크리스마스때 유치원에서 아이 선물을 보내라고 해서 자작합판을 레이저 가공하여 만든 알파벳과 박스를 만들어 보냈죠. 엄청 좋아했고... 지금도 가지고 놉니다.

한동안은 빠리바게뜨 같은 빵집을 가면 알파벳 모양의 초를 사달라고 엄청 졸랐습니다. 아마 100개도 넘게 사줬을거 같습니다. 알파벳 초를 가지고 단어도 만들고 하더군요.


알파벳 오려달라고 했는데 제가 귀찮다고 안해주면 아들이 직접 그려서 가지고와 오려만 달라고도 합니다. 저렇게 외곽선을 그리고 안을 칠하는게 쉬운 일은 아닌데요...


제가 목공을 하고 있을때는 베란다에 나와 앉아서 이것 저것 만지면서 "아빠 나무로 ABC 만들어줘" 이럽니다. 그럼 뭐 만들어 줘야죠... 삼나무를 12x12로 얇게 톱으로 켜서 쫄대를 만들어 A를 만들고 B도 만들어 줬습니다. 근데 더 이상은 힘들어서 못 만들겠더군요. 이렇게 작은게 의외로 손이 많이 갑니다. 아들은 계속 만들어 달라는데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 피하고 있습니다. ㅡ,,ㅡ


여하튼 다섯살, 여섯살이 호기심이 아주 왕성한 시기인 듯 합니다. 아이들마다 다르겠지만... 뭐 하나 걸리면 끝까지 파고 듭니다. 요즘은 태양계에 한창 빠져있죠.


호기심이 왕성할 때 잘 끌어주면 아이들이 쓸데없는 게임같은데 빠지지 않고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스스로 찾아 얻더군요. 아들내미가 항상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열심히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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