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사이즈 (1,500mm x 2,000mm)의 침대를 원목으로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 글 제목에 답이 있습니다만 대략 십만원 정도면 만들 수 있습니다. 아직 만든건 아니지만 저의 설계안을 공개합니다. 이 침대 설계를 한 이유는 처가집에 퀸사이즈의 매트리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침대 프레임은 없어서 바닥에 널부러져 있습니다. 바닥에 매트리스를 놓고 쓰는 분들도 많아서 별 문제가 없지 않느냐 생각되시겠지만... 의외로 장마철에는 바닥에 습기가 차고 청소기가 지나가면서 매트리스를 쳐서 손상을 입기도 합니다. 그리고 침대에서 누웠다가 일어날때도 편안한 높이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 매트리스를 놓을 프레임을 만들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식구가 처가집에서 자면 이 매트리스에서 주로 자기 때문에 사실은 우리 매트리스라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주로 바닥에서 주무십니다. 비싼 비용들여서 만들면 마눌님이 나무를 안사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격으로 침대를 만드는게 애초 설계의 목적입니다.
저렴한 침대 프레임 제작을 위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습니다.
- 침대에 사용되는 목재는 SPF 구조목을 이용합니다. SPF구조목은 집성이 아니라 원목이어서 튼튼하고 가격도 매우 저렴합니다. 그러나 구조재로 쓰이는 것이라 마감과 보관상태가 그리 좋지 않습니다. 잘못 걸리면 아주 상처가 많은 것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리스크를 떠 안고 구조목을 이용합니다.
- 최소한의 나무로 최소한의 필요 강도를 구현합니다. 침대 프레임은 전체적으로 19t 판재를 두께로 두장 집성해서 38t로 만듭니다. 두장을 집성하는 이유는 상판을 얹을 턱을 쉽게 만들고 결방향을 잘 고려해서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 헤드보드는 없이 그냥 평상의 형태로 만듭니다. 헤드보드가 의외로 나무가 많이 들어가고 공정이 복잡합니다. 이를 없앰으로서 시간과 돈이 절약됩니다.
- 철물의 사용을 최소한으로 합니다. 녹다운 시스템으로 침대를 만들려면 침대철물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냥 끼워맞춤과 나사못을 이용하여 비용을 최소화합니다.
- 승용차에 실을 수 있는 크기로 분해조립이 가능하게 합니다. 단 침대의 특성상 여러번 분해될 일이 없으므로 볼트/너트 보다는 일반 나사못을 이용합니다.
전체적인 모양은 다음 도면과 같습니다. 퀸사이즈 매트리스 크기와 동일한 폭과 길이로 만들어 집니다. 폭은 1,500mm 길이는 2,000mm이고 높이는 300mm 입니다. 측판 프레임이 140mm 이므로 바닥과 측판까지의 공간은 약 160mm가 남습니다. 처가에서는 로봇청소기를 사용하므로 로봇청소기가 들어가서 청소할 높이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상판은 235mm 판재를 잘라서 일곱개를 올려놓습니다. 헤드보드가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평상과 매우 유사합니다.
아래에서 본 모습입니다. 가운데 보강목은 38mm x 89mm로 세로로 세워서 들어가고 그것을 받치는 양끝 지지대(분홍색)와 가운데 다리가 있습니다. 네개의 메인 다리는 38x89 각재를 두장 집성해서 만들고, 가운데 다리는 38x89 각재를 세장 집성해서 만들어 끼우는 형식입니다. 보강목을 하나 더 놓고 다리를 하나 더 놓으면 더 튼튼해 지겠지만 슈퍼싱글 침대를 만들어본 경험으로는 이정도만 해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침대 만드는 과정의 첫번째는 보통 풋보드를 만드는 겁니다. 이 설계의 경우 풋보드와 헤드보드가 동일합니다. 먼저 다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38x89를 300mm 길이로 잘라서 집성하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집성하기 전에 미리 홈을 좀 파두어야 합니다. 다리의 왼쪽은 측판의 장부가 들어가야 해서 좀 어렵게 홈을 파야 하고 다리의 오른쪽은 상판이 얹힐 공간만 확보하면 되므로 톱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다리의 왼쪽은 드릴의 도움을 받으면 그나마 쉽게 만들걸로 보입니다.
측판은 140x19 판재와 89x19 판재를 집성해서 만들되 윗쪽에 상판이 올라갈 높이인 19mm 단차를 줍니다. 집성은 간단하게 본드와 나사못으로 합니다. 본드가 마르고 나면 아주 튼튼해 집니다. 그리고 두 판을 집성할 때는 단면의 나이테 모양을 잘 보고 서로 반대방향으로 보게 집성해야 나중에 휘어지지 않습니다.
짧은 측판과 다리와의 연결은 다섯개의 8mm 목심으로 합니다. 어차피 이 부분은 분리할 필요가 없으므로 영구적으로 본딩하여 튼튼하게 만듭니다.
긴쪽 측판의 형태와 치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역시 짧은 측판과 마찬가지로 140mm 판재와 89mm 판재를 19mm 단차를 주고 집성합니다만... 89mm 판재가 양쪽으로 70mm 정도 튀어나와 있습니다. 이 튀어나온 부분이 숫장부의 역할을 해서 다리의 암장부에 끼워지게 됩니다.
긴 측판과 풋보드가 연결되는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그림을 보면 이해가 되실겁니다. 장부를 끼워넣으면 위에서 누르는 힘에는 엄청 강하지만 장부를 뽑는 방향의 힘에는 다소 약한 측면이 있습니다. 본딩을 하면 되겠지만 혹시 나중에 분해할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아래 그림의 빨간 화살표 방향에서 피스를 네개 정도 박으면 튼튼하게 고정될 겁니다. 피스 구멍도 PVC로 된 뚜껑으로 덮으면 되구요.
측판과 다리가 결합된 모양을 색깔로 구분해서 다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상판이 올라갈 수 있는 형태입니다.
가운데 보강목의 양끝은 아래 그림의 분홍색 같은 구조물을 자투리 나무로 만들어서 보강목이 놓일 자리에 고정시킵니다. 보강목의 위치도 고정하고 아래로 쳐지지 않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피스와 본드로 짧은 측판과 단단히 고정시킵니다.
보강목을 지지대 위에 올린 뒤에는 측판 바깥쪽에서 긴 피스 두개를 이용하여 보강목을 고정시켜 줍니다. 이때 보강목의 마구리면에 연결되므로 피스 유지력이 매우 약합니다. 따라서 전에 소개드린 마구리면에 나사못 튼튼하게 박는 팁을 이용하여 보강목 끝부분에 목봉을 미리 심어둡니다.
가운데 다리는 38x89를 다음과 같은 치수로 잘라서 집성하여 만듭니다. 전에 만든 슈퍼싱글 침대와 동일한 형태로 끼워지기 때문에 슬라이딩이 가능합니다.
상판은 235mm x 19t 판재를 1,460mm 길이로 잘라서 올립니다. 양끝과 가운데에 피스 구멍을 내어서 프레임의 턱에 고정시킵니다. 수축/팽창을 고려해서 가운데만 고정하며 가운데가 튀어나오게 나이테 방향을 잘 고려합니다.
재료 구입과 원가 산정
제가 주로 원장과 구조목을 구입하는 나무좋아요를 기준으로 재료비를 산정해 보았습니다.
- 38x89x3000 2EA = 5,300 x 2 = \10,600
- 19x140x3600 2EA = 6,700 x 2 = \13,400
- 19x89x3600 2EA = 4,200 x 2 = \8,400
- 19x235x3600 2EA = 14,500 x 3 = \43,500
위와 같아서 합계 \75,900이고 부가세와 재단비를 합치면 대략 9만원 정도 소요될 걸로 예상됩니다. 기타 목심과 피스, 본드 등의 부자재, 나무를 가지러 가는 기름값 등을 포함하면 십만원 정도면 퀸침대를 만들 수 있을걸로 예상됩니다.
물론 만든이의 수고비와 마감도료에 대한 비용은 포함되지 않았으니 공방에서 파는 침대와 단순한 가격비교는 어렵습니다. 마감은 레몬오일 폴리쉬로 간단하게 할 예정이므로 저의 경우 별도의 비용이 들지는 않습니다.
마눌님의 결제가 나고 날씨가 좀 선선해지면 바로 추진해볼 생각입니다. 이런 저렴한 원목침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에게 자원봉사의 형태로 만들어 드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취미 목공인들이 재능 기부를 할 때 이 설계도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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