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글에 이어 2013년 여름휴가 두번째 내용입니다. 날짜로는 3일째입니다.
여전히 덥고 습합니다. 원래 3일째 되는 날은 무주 일대를 여행하기로 했습니다. 대략의 코스는 무주 적상산 드라이브 -> 양수발전소 -> 머루와인 동굴 -> 반디랜드 천문대 -> 반디랜드 곤충박물관 -> 덕유산 케이블카 였습니다. 계속 차로 이동하는 일정이다 보니 아무래도 돌도 안된 막내조카에게는 무리일 것 같아 이날은 처제와 막내조카는 집에서 쉬고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조카만 데리고 갔습니다. 그리고 일정도 많이 축소되었습니다.
먼저 적상산을 드라이브하는 걸 포기했습니다. 적상산은 정상부까지 도로가 나 있는데 다소 경사가 급하고 급커브가 많습니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면서 뜨겁게 달궈진 산길을 오르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서 입니다. 그래서 적상산 가는 길 초반부에 있는 머루와인 동굴만 들릅니다.
머루와인 동굴은 원래 적상산에 있는 양수발전소 건설때 뚫었던 터널 중에서 현재 쓰이지 않는 곳을 와인 저장고로 쓰고 있는데 이곳을 관광지로 개발한 것입니다. 깊은 동굴이다 보니 여름에도 20도 이하로 시원해서 오늘같은 날씨에는 딱 좋은 곳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머루와인 동굴로 들어가기 위한 차들이 주차장 앞에서 줄을 서 있더군요. 우리 일행은 다행히 얼마 기다리지 않고 들어갔지만 우리가 나올때는 제법 긴 줄이 서 있었습니다.
적상산에 있는 양수발전소(Pumped Storage Hydroelectricity) 는 1995년에 준공된 600MW급의 발전소로서 일종의 에너지 저장소(Energy Storage)입니다. 양수발전은 산 정상부에 있는 저수지와 산 아래에 있는 저수지의 물을 이용하여 발전을 합니다. 전기요금이 싸고 여유 전력이 있는 야간시간대에는 펌프를 이용하여 산 아래에 있는 B저수지에서 산 정상에 있는 A저수지로 물을 퍼 올립니다. 그리고 낮시간에 전력이 필요할 때 A저수지에서 낙차를 이용하여 터빈을 돌려 발전을 합니다.
댐공사를 위해서 자연을 일부 파괴하기는 합니다만 비교적 깨끗하게 대용량의 전기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변환시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산악지형이 많은 우리나라에서 적용이 용이해서 현재 6개의 양수발전소가 전국에 있고 최대 1GW급 정도의 대용량입니다.
제가 하는일도 이와 비슷해서 이 양수발전소를 꼭 보고 싶었는데 불행히도 날씨가 도와주지 않아서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했습니다.
머루와인 동굴은 시원하기는 했지만 동굴이라 습기가 많아 그리 오래 있을만한 곳은 아닙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머루쥬스와 머루와인을 시음할 수 있고 살 수도 있습니다. 무주로 여행오는 분들이 선물로 사가기 딱 좋은 아이템입니다. 가격도 2만원 안쪽에서 고를 수 있구요.
우리가 산 매지끄 무주라는 머루와인입니다. 머루는 야생에서 자라는 토종 포도라고 보면 됩니다. 일반적인 포도보다 크기가 작지만 단맛은 더 강합니다. 머루로 만든 와인이 어떤 맛인지 궁금했는데 한병을 따서 먹어보니 훌륭하더군요. 프랑스에서 들여오는 비싼 와인에 못지않은 풍미와 향이 썩 마음에 들었습니다. 포장도 고급스러워서 선물용으로도 좋을것 같습니다.
머루와인 동굴을 나와 다음 행선지인 반디랜드로 향했습니다. 반디랜드는 무주군에서 운영하는 반딧불이 생태 체험 위주의 테마파크입니다. 군에서 운영해서인지 다른 테마파크에 비해 입장료 등이 저렴한 편이지만 시설이나 볼거리는 꽤나 괜찮은 것 같습니다. 특히 6월 경에는 다양한 반딧불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러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바로 아래 사진의 반디별 천문 과학관입니다. 역시 태양계에 빠진 울 아들내미를 위한 코스죠. 낮에 천문대에 와서 뭘하나 생각하시겠지만 낮에는 태양 흑점과 금성 등을 관측할 수 있습니다. 밤 관측은 첫날 대전시민천문대에서 했기 때문에 낮관측을 위해 온 것입니다.
다행히 시작하는 시간에 도착해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입장했습니다. 원래 60개월 이상만 입장할 수 있는데 울 아들내미 60개월에서 딱 일주일 모자랐습니다. 울 아들내미 이거 못보면 울고 난리난다고 얘기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관측을 안내하는 선생님이 나이가 어려 열사병이 우려된다고 걱정했는데 과연 그렇더군요.
천문대라는게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는거라 어쩔 수 없이 지붕이 없어야 하는데 이때문에 낮 관측시간에는 엄청난 햇볕을 감당해야 하더군요. 처음에는 천문대 뚜껑이 닫혀있었지만 이 돔은 회전하고 개방이 됩니다.
강한 햇볕이 선생님을 비추고 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아이들에게 아주 재밌게 설명을 해주더군요.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오늘 볼 것은 태양의 흑점과 금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구름이 많아서 태양의 흑점을 보는 것도 구름이 지나가길 기다려서야 가능했습니다. 태양을 망원경으로 관측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인데 실제로 선생님이 종이를 망원경에서 눈을 대는 곳에 갖다 대었더니 1초도 안되어서 타버리더군요. 태양을 관측할 때는 반드시 특수한 필터를 망원경에 장착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태양을 가리던 구름이 지나가자 아이들을 불러서 한명씩 태양 흑점을 보여줍니다. 아이가 잘 보지 못하면 볼 때까지 차근차근 설명해주는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어른들도 불러서 태양 흑점을 보여주었는데 특별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더군요. 아래 사진이 그것인데 필터 때문에 태양의 밝기가 많이 줄어든 모습이고 중간 중간 보이는 조그만 까만 점이 흑점이라고 합니다. 태양의 활동이 활발할 때 흑점이 많아진다고 하네요.
다음으로 금성을 관찰합니다. 금성은 낮에는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지만 비교적 가까이 있는 행성이라 망원경으로는 관측할 수 있습니다. 금성의 위치를 잡고 아들내미에게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금성도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볼 때는 초승달이나 반달모양이라고 합니다. 밤에 육안으로 금성을 볼 때는 점처럼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아래 사진과 같이 초승달처럼 보입니다.
약 10여명의 아이들이 같이 관측을 했는데 나이가 많은 아이는 중1이었고 대부분이 초등학생이었습니다. 울 아들내미가 가장 어렸는데... 이 선생님이 울 아들내미가 조카를 그냥 따라온 동생 정도로 알았나 봅니다. 설명하는 중간중간 퀴즈를 내면서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울 아들만 빼고 물어보는 겁니다. 근데 아들이 이게 많이 서운했나 봅니다. 좀 울먹울먹 하더라구요.
근데 기회가 왔습니다. 금성이 아침에만 보이기도 하고 저녁에만 보이기도 해서 옛날 우리 선조들은 두 별이 다른 별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침에 보이는 금성을 "샛별"이라고 했고 저녁에 보이는 금성을 뭐라고 했을까요? 라는 퀴즈를 냈는데 울 아들내미가 큰 소리로 "개밥바라기"라고 정답을 맞췄습니다. 이후로 선생님이 울 아들내미를 다르게 보더군요. ㅋㅋ
어쨌든 관측이 끝나고 내려왔는데 아들내미는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합니다. 태양 흑점도 보고 금성도 보았으니 오죽 하겠습니까? 천문대에 있는 각종 전시물과 책자를 보느라 30분 정도를 더 있다가 나왔습니다.
천문대 바로 옆에는 곤충박물관이 있는데 어떤가... 하고 한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제법 잘 꾸며진 박물관 이더군요. 그런데 우리 일행 중 아무도 곤충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없어서 별 감흥은 없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오후 네시를 넘어서 대전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너무 날씨가 더워서 덕유산 케이블카는 스킵하기로 했습니다.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주IC 앞에 있는 유명한 중국집 천마루에 들러서 늦은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천마루가 무주 IC 바로 앞에 있어서 원래 일정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들러 먹으려고 했는데 그때가 점심시간이라 밖에까지 줄을 서 있더군요.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구경 다하고 들러 먹기로 해서 늦은 점심을 하게 된 겁니다.
천마루는 해물갈비짬뽕과 머루탕수육이 유명한 곳입니다. 그런데 해물갈비짬뽕은 하루에 수십그릇 분량 정도만 재료를 준비하기 때문에 금방 동이 난다고 합니다. 점심시간이 지나 들렀더니 역시나 해물갈비짬뽕은 품절이더군요. 대신 삼선짬뽕과 짜장면 그리고 머루탕수육을 시켰습니다.
삼선짬뽕은 홍합만으로도 배가 부를 정도로 아주 많은 홍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국물은 저에겐 다소 맵더군요. 더운 날씨에 매운 짬뽕 국물은 별로인 듯 합니다. 짜장면은 나쁘지 않은 정도인 것 같고 머루탕수육은 상당히 괜찮았습니다.
양파를 볶지않고 생양파를 얹은 것이 묘하게 고기와 잘 어울리더군요. 돼지고기도 두텁고 부드러운 부위를 사용해서 식감도 좋았습니다. 사실 저는 딱 두 조각만 먹었을 뿐인데 아들내미와 조카가 순식간에 탕수육을 다 먹어 치우더군요. 어쨌든 시장이 반찬인지 맛있게 잘 먹고 대전 처제네로 다시 돌아 왔습니다.
휴가 마지막날 저녁 처제네에 있던 종이퍼즐 백호를 만들었습니다. 인내심을 요하는 매우 어려운 퍼즐이지만 온 식구가 힘을 합쳐서 만드니 두시간 정도에 완성되더군요. 삼일 동안의 휴가를 기념하는 조형물이랄까요?
짧지만 알찼던 휴가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토성, 금성, 태양 흑점을 본 아들내미에게는 최고의 여행이었구요. 조카도 힘든 공부를 잠시 잊고 리프레쉬를 한 듯 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주말에 서울에 올라와서 개학을 맞이하는 아들과 함께 목욕탕에 가서 때를 벗기는 걸로 공식적인 휴가 일정이 끝났습니다. 아들도 월요일부터 개학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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