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 커피캡슐을 보관하기 위한 홀더가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고 DIY로 직접 만드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나무 좀 만지는 저도 이 커피캡슐 홀더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왕 만드는 거 기존에 판매되는 것과는 다르게 만들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몇몇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당시의 제 기술로는 구현 불가라는 판단을 하고 제일 단순한 형태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대신 바닥에 놓는 기존 방식은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싱크대 레일에 매달 수 있는 형태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재료와 설계
먼저 커피캡슐의 규격부터 알아야겠죠. 네스프레스 커피캡슐의 경우 다음 도면과 같은 크기입니다. 즉 외경은 37mm 정도 되고 내경은 30mm 정도입니다. 그러므로 32~34mm 정도 간격으로 쫄대를 세우고 홈을 3mm 깊이로 파주면 커피캡슐이 빠지지 않으면 홈 안에서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예전에 전통 창호를 응용한 LED등을 만들어 보려고 레드파인 12x12 쫄대를 좀 사두었습니다. 이 가는 쫄대에 홈을 파서 커피캡슐의 머리를 끼울 만큼의 간격을 주면 홀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해서 다음과 같이 설계했습니다. 얇은 쫄대라 피스를 박기가 어려워 끼워맞춤의 형태로 전체적인 틀을 잡았습니다.
제일 아래 베이스와 쫄대는 끼워맞춤의 형태로 결합이 되고 뒷판은 본딩으로 연결될 예정입니다. 쫄대의 아랫부분에 12mm 높이의 홈을 파서 베이스의 홈에 끼우는 방식인데 오른쪽 끝 쫄대의 경우 홈이 안쪽으로 향해 있어 균형을 잡기 위해 오른쪽 두개의 쫄대는 홈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도면에 그려진 사이즈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쫄대의 높이는 조금 더 높게 해도 됩니다. 300mm로 하니 9개의 캡슐이 꽂히더군요. 조금만 더 높이면 10개를 꽂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싱크대 옆 선반과의 크기 조화를 위해 300mm로 잡았습니다.
베이스의 홈규격입니다. 홈의 폭은 8mm이고 37mm 간격으로 홈을 파지만 중간에 쫄대 홈의 방향이 바뀌는터라 41mm 간격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이 계산을 잘못해서 사고를 하나 쳤는데 그 내용은 아래에 있습니다. 여하튼 결과적으로 이렇게 설계하면 쫄대와 쫄대 사이의 간격은 33mm가 됩니다.
쫄대에 홈파기
12mm x 12mm 쫄대... 실제로 보시면 정말 가느당당한 쫄대입니다. 여기에 홈을 파는 건 트리머나 테이블쏘가 있다해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수공구만으로 홈을 파야 합니다. 어떻게든 되겠지하고 쫄대의 가운데에 선을 주욱 그었습니다.
선을 따라 끌로 한번 파내 봅니다. 조금씩 따내어지기는 하지만 더 이상 깊이 파내기는 힘이 듭니다. 그리고 깨끗하게 홈이 파지지도 않습니다.
이걸 좀 긁어내면 될텐데라고 생각하고 긁어낼 것을 찾고 있는데 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톱의 앞부분을 대충 파여진 홈에 넣고 앞부분을 왼손으로 지긋이 누른 상태에서 톱을 당기면 쑤~욱 하고 홈이 조금씩 파집니다. 홈을 벗어나지 않도록 여러번 반복하면 원하는 깊이만큼 충분히 긁어낼 수 있습니다.
톱으로 대충 다 긁어낸 모양입니다. 주변에 긁어낸 나무조각들이 보이시죠.
홈이 충분한 깊이로 파여졌지만 여전히 많이 거칩니다. 가는 평줄을 꺼내어서 홈에 넣고 다듬어줍니다. 평줄의 두께가 3mm여서 딱 적당합니다. 사진처럼 세우지 말고 수평으로 놓고 앞뒤로 밀면서 홈을 다듬으면 됩니다.
어느정도 다듬어진 모양입니다. 한 겨울에 땀이 뻘뻘날 정도로 운동이 되더군요.
이런식으로 다섯개의 쫄대에 홈을 모두 파줍니다. 양끝의 쫄대는 한쪽만 파면 되고 가운데 세개의 쫄대는 양쪽으로 파주어야 합니다. 수작업이라 정밀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의 오차는 허용됩니다.
베이스 제작과 조립
얇은 쫄대로 만드는거라 피스는 어렵고 끼워맞추어 결합해야 합니다. 이 쫄대들은 베이스와 결합되고 얇은 뒷판으로 고정될겁니다. 먼저 베이스와 결합하기 위해 쫄대에 ㄷ자 얕은 홈을 끌로 따줍니다.
베이스는 레드파인 40mm폭의 12t 판재입니다. 위 도면처럼 232mm 지점에서 절단하고 쫄대를 끼울 홈을 파줍니다.
워낙에 작은 부재에 작업을 하는데다가 손으로 하는 작업이라 오차가 좀 있습니다. 실제로 끼워보니 어떤 부분은 꽉 끼고 어떤 부분은 헐렁하고 그렇습니다. 그러나 조립에 크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닙니다.
홈을 다 파낸 베이스는 사포로 다듬어 줍니다. 이렇게 작은 부재는 사포를 들고 샌딩하는 것보다는 사포대를 눕혀놓고 부재를 움직여 샌딩하는 것이 더 편합니다. 그래서 사포대를 사진처럼 직육면체 형태로 만들면 편합니다.
베이스와는 끼워 맞추었고 뒷판은 간격을 잘 맞추어 본딩합니다. 원목 쫄대라 좀 휘어져 있어 저렇게 클램핑을 단단히 해두어야 합니다. 커피 캡슐을 끼워가며 간격 확인을 수시로 해야 합니다. 뒷판은 자작나무 합판 3.5t 입니다.
문제 발생 !
근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위 사진의 세번째 칸이 조금 넓어서 커피캡슐이 끼워지지 않고 슝하고 밑으로 빠집니다. ㅡ,,ㅡ 좁다면 파내면 되는데 넓으니 이걸 어쩐다... 하고 고민하길 한시간... 번쩍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홈은 그냥 두고 홈 윗부분에 조그만 나무를 덧대어서 간격을 좁히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조그만 나무는 뭐가 좋을까... 하고 온 집안을 뒤적 뒤적했는데 싱크대 서랍이 고이 모셔져 있는 대나무 김발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 이거면 되겠군 하면서 대나무 김발에서 네개의 대나무 쫄대를 빼냈습니다. 그리고는 몰래 다시 넣어놨죠. (나중에 자수하고 새로 사 놓았습니다. ㅡ,,ㅡ)
이 대나무 쫄대는 둥글게 가공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둥근 나무를 본드로 붙이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포대에 놓고 한쪽을 갈아줍니다.
그러면 이렇게 단면에 평면이 생겨서 본드로 접착할 수 있습니다.
대나무 김발에 본드를 바르고 쫄대에 붙인 뒤 집에 있는 온갖 작은 클램프(큰 클램프는 안됩니다)를 꺼내다가 클램핑을 합니다. 조그만 부재를 갖다대고 양끝을 클램핑하면 전체적으로 본딩된 부분을 밀착시킬 수 있어 좋습니다.
이렇게 대나무 김발을 붙여 간격을 좁혔으므로 캡슐을 꽂아도 빠지지 않습니다. 모양은 좀 흉해졌지만 괜찮은 임기응변이라고 자부합니다. ^^
마무리 작업
이제 문제도 수습되었고 뒷판을 고정하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제일 위 뒷판을 본딩하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니 더 보강을 하도록 합니다. 아래 사진처럼 드릴을 사선으로 놓고 3mm 구멍을 냅니다.
그리고는 이쑤시개를 본드에 뭍혀서 구멍에 끼워넣습니다. 쐐기의 원리지요. 이게 레일에 매달릴 것이기 때문에 힘이 오른쪽 방향으로 가해집니다. 그러므로 왼쪽으로 기울게 이쑤시개를 꽂아넣으면 더 강하게 버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커피캡슐이 워낙 가벼워 그리 힘에 대해 신경쓰지는 않아도 될 듯합니다. 좀 오바인것 같습니다.
윗쪽만 뒷판을 하기에는 좀 허전해서 중간에도 뒷판을 하나 더 붙여줍니다. 그리고 아랫쪽에는 커피 캡슐을 빼낼 수 있도록 턱을 깍아 줍니다. 생각보다 많이 깍아내야 하더군요. 적당한 도구가 없어서 그냥 줄로 했습니다만... 거친 사포를 목봉에 감아서 갈아 내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 지금 생각이 드는군요.
튀어나온 이쑤시개의 끝부분은 목심제거톱으로 잘라내고 사포질을 하면 깔끔하게 정리됩니다.
설치하기
이제 이걸 레일에 걸어야 하는데 굵은 철사로 레일에 맞는 걸이를 가공해야 합니다. 집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굵은 철사는 세탁소에서 끊임없이 가져다 주는 옷걸이입니다. 뻰치로 옷걸이의 평평한 부분을 잘라낸 뒤 아래 사진처럼 V자로 가공을 합니다.
그리고 이 V자를 윗쪽 뒷판에 감아줍니다. 역시 뻰치를 이용합니다. 그런데 뻰치의 이빨 자국이 남아서 보기가 좀 그렇네요. 뻰치의 날카로운 톱니를 덮을 수 있는 고무같은 걸 덧댄 뒤에 작업하면 깨끗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시 귀차니즘이 문제죠.
이제 레일에 걸어봅니다. 옆에 있는 기성 선반처럼 이 커피캡슐 홀더도 원래 짝이었던 것처럼 알맞게 잘 걸립니다. 물론 철사라 강한 힘을 버티진 못하겠지만 커피캡슐 몇십개 정도의 무게는 문제 없습니다.
끼워맞춤을 했기 때문에 베이스의 아랫부분은 쫄대가 좀 나와 있습니다. 그나마 곡선의 효과를 내기 위해 양 가장자리는 약간 길게 했습니다. 조립할 때 사용했던 숫자를 미처 지우지 않았네요. 역시 귀차니즘때문에 그냥 둡니다. 쫄대와 베이스는 결이 좋은 레드파인이 걸려서 실제로 보면 제법 아름답습니다. 마감은 내츄럴 폴리슁 오일을 살짝 발라줬습니다.
싱크대 레일이 제법 긴데다 선반 두세개 밖에 걸지 않아 많이 남았는데 이렇게 커피캡슐 홀더가 한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네요. 내려놓는 형태가 아니라서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 좋고 캡슐의 알록달록한 색깔과 레드파인의 아름다운 결이 만나 자칫 산만할 수 있는 부엌의 포인트 소품이 되었답니다. 옥의 티라면 김발이겠지만요... 그러나 다시 만들기에는 너무 귀찮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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