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용 식탁의 상판으로 멀바우를 쓰고 난 뒤에도 원장으로 구매한 멀바우 판재가 제법 되는 크기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식탁과 세트로 비슷한 디자인의 스툴을 두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눌님의 의견이 처제네에 어린 아이들이 있으니스툴은 넘어질까 위험하다... 차라리 벤치를 만드는게 낫겠다는 거였습니다.
스툴 만들 나무는 다 사놨지만 안전에 관련된 문제이니 어쩔 수 없이 벤치를 만들기로 방향을 선회했습니다. 벤치는 벽에 붙여두고 고정식으로 사용하면 안전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더 나을 듯 합니다. 추가로 에이프런으로 사용할 레드파인 판재가 필요했는데 이는 아이베란다를 통해 구입했습니다.
많은 부분이 멀바우 4인용 식탁을 만드는 과정과 중복이 되므로 관련글들을 먼저 읽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개맞춤 멀바우 벤치 설계
테이블은 움직임이 없어서 거의 정적인 힘만을 받지만, 의자는 사람이 앉고 서고 기울이는 등의 동적인 힘이 주어지는 가구입니다. 그리고 부서질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의자는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기존에 다른 분들이 만든 벤치들은 대부분 다리를 연결하는 보강목을 대었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깔끔한 디자인을 좋아해서 이 보강목이 정말 눈에 거슬리더군요.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며 고민을 좀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가 나들목님의 사개맞춤에 대한 글을 보고 "이거다!"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사개맞춤은 서양의 목공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 고유의 짜맞춤 기법으로 판재 둘을 십자결구법으로 결합하고 그것을 사방으로 홈을 낸 각재에 끼워넣는 방식입니다. 판재 둘과 각재가 서로 꽉 끼워 맞춰지기 때문에 아주 튼튼한 결합법니다. 아름답기도 하구요.
사개맞춤의 튼튼함과 멀바우 상판의 단단함 정도이면 굳이 보강목을 넣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이에 맞추어 설계를 진행했습니다. 벤치의 크기를 정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용할 테이블의 다리 간격입니다. 이 다리 사이로 벤치가 들어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요. 이것과 세트가 되는 멀바우 4인용 식탁의 다리 간격은 1,100mm 였습니다.
약간의 여유를 두고 상판의 길이는 1,040mm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폭은 의자로서는 약간 좁다고 할 수 있는 300mm로 정했습니다. 너무 크면 거추장스럽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는 한도에서 최소한의 폭을 잡았습니다. 벤치의 높이는 450mm 정도로 잡았습니다. 상판이 18mm이기 때문에 다리의 길이는 430mm로 정했습니다.
상판은 멀바우 집성 18t이고, 다리는 레드파인 50x50 각재이며, 에이프런은 레드파인 18t 집성판재이고 높이는 60mm로 잡았습니다. 24t로 하면 더욱 더 튼튼해질 것이나 비용과 효율면에서 18t를 선택했습니다.
사개맞춤이라 마치 입체퍼즐처럼 조립이 됩니다. 아래 분해도 처럼 다리 위에 긴 에이프런 그 위에 짧은 에이프런 세개가 올라가고 8자철물로 상판과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작업 준비
레드파인 50x50 각재는 가재단만 해서 왔기 때문에 다시 정확하게 재단해야 합니다. 먼저 하나의 각재를 수직을 유지하며 원하는 길이인 430mm로 절단합니다. 그리고 아래 사진처럼 처음 자른 다리에서 기계로 잘라 수직이 보장된 면에 기대어서 나머지 각재들을 톱으로 절단하면 같은 길이의 각재 네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리의 반대쪽 끝은 시작점이 같도록 손 감각으로 잘 조절해야 합니다.
이렇게 해서 똑같은 길이의 다리 네개가 만들어 졌습니다. 네개 다리의 길이가 똑 같아야 벤치가 끄떡대지 않습니다. 또한 부직포를 바닥에 달 것이므로 1mm 정도의 오차는 허용됩니다.
레드파인 집성각재는 구조재로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대패질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레드파인 집성판재와는 달리 스테인을 바르고 나면 결오름 현상이 유난히 심합니다. 며칠 전 멀바우 식탁을 만들때도 스테인 바른 후의 결오름 현상때문에 스테인 바르고 난 뒤 사포질을 했더니 사포는 사포대로 소모되고 힘만 들고 좀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리 아래 사진처럼 스프레이로 물을 골고루 뿌려놓고 반나절 동안 건조되길 기다렸습니다.
건조가 되고 난 뒤 손으로 만져보면 상당히 많은 결이 올라와 거칠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상태에서 120방 -> 220방 -> 300방의 순으로 사포질을 해줍니다. 더 좋은 품질을 원하면 이 과정을 한번 더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물을 뿌리고 반나절 후 다시 샌딩하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없고... 다리가 뭐 맨들맨들할 필요가 있나 싶어 한번만 했습니다.
한번 물뿌리고 건조하고 샌딩하고 난 뒤 스테인을 발라주니 확실히 이전에 이 작업을 하지 않았을때에 비해 결오름 현상이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테인 후 샌딩도 슬슬 해주는 것으로 충분했구요. 수성스테인을 사용하실 분들은 이 과정을 절대 빼먹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이제 홈파기를 대규모로 해야 하므로 끌을 손질할 차례입니다. 망치로 내려치는 타격끌이 아닌한 조각한다는 느낌으로 나무를 살살 깍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끌의 날이 잘 서 있어야 합니다. 작업전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숫돌에 물을 적신 후 끌의 날 각도를 유지한채로 연마를 해줍니다.
제가 쓰는 저 양면숫돌은 한면은 180방, 다른면은 300방이라 편리합니다. 굳이 두개의 숫돌을 준비할 필요없이 거친 방수에서 초벌 연마를 하고 고운 방수에서 세밀한 연마를 하면 됩니다. 물론 400방 이상의 연마를 하면 더 좋겠지만 그런 고운 숫돌은 가격도 비싸고 그리 좋은 끌을 쓰는 것도 아니라 300방 정도면 충분합니다.
연마 후 끌을 시험 부재에 거의 수평으로 대고 살살 밀었을 때 사과껍질 까지듯이 대패밥 모양으로 나무가 잘 깍이면 날이 잘 선 걸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리의 가공
벤치다리의 핵심은 관통하는 십자가 모양의 홈을 파는 일입니다. 이를 위해서 홈의 모양을 연필로 그려줍니다. 홈에 끼워질 레드파인 집성판재의 두께를 실측해보니 18mm에서는 좀 모자라고 17mm보다는 좀 큰 정도입니다. 그래서 양쪽 끝에서17mm 지점에 선을 그려주면 가운데 홈부분은 약 16mm로 그려지게 됩니다. 이정도 위치에 톱으로 길을 내주고 끌로 다듬어주면 될 것입니다.
다 그리고 나면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이 됩니다. 홈의 깊이는 에이프런의 높이와 같은 60mm로 합니다.
끌로 홈을 따내기 쉽게 6mm 비트로 홈의 아랫쪽에 한면에 두개씩의 구멍을 절반씩 낸 다음 외날톱으로 수직 톱질을 해 나갑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이 됩니다. 홈 내경이 16mm로 그려져 있으므로 선 위로 톱질을 하면 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끌질을 할 차례입니다. 먼저 끌로 홈의 아랫쪽 경계에 칼금을 내줍니다. 그래야 조각을 떼어낼때 깨끗하게 떨어집니다. 그리곤 홈 바닥 약간 위 부분에 끌을 꾸욱 집어넣은 다음 지렛대 원리를 이용하여 끌을 들어주면 뚝 하고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미 드릴로 밑둥을 많이 잘라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나무조각을 떼어낸 홈 부분은 매우 거칩니다. 끌로 시간을 들여 조금씩 정리하는 방법도 있지만 아래 사진과 같은 목공용 줄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목공용 줄은 철공용 줄과는 다르게 이가 날카롭고 듬성듬성한데 나무가루가 끼지 말라고 저런 모양이라고 합니다. 대신 저런 거친 이빨 때문에 자칫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가 생기기도 합니다.
아래 사진을 유심히 보시면 홈 아랫부분에 나무 조각이 떨어져 달랑달랑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본드를 약간 발라 다시 붙여야 합니다. 목공용 줄은 이렇게 부재를 손상시키기 쉽기 때문에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리저리 고민하다 방법을 터득했는데 아래 사진처럼 턱이 될만한 부재를 홈의 바닥에 맞게 위치시켜 클램핑한 다음 이 부재에 기대어 수평으로 끌질을 하는 방법이 유용합니다. 이렇게 하면 홈 아랫부분의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가지도 않고 바닥도 잘 정리됩니다. 단 주의할 점은 끌의 진행방향에 있는 반대쪽으로 밀어 나가되 밖으로 벗어나면 안됩니다. 역시 줄과 마찬가지로 건너편 나무조각이 떨어져 나갈 수 있습니다. 항상 이렇게 부재를 대어 나무조각이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한 다음 줄이든 끌이든 사용해야 합니다.
홈 바닥은 위와 같이 하면 되고 홈의 옆면은 홈에 끼울 에이프런 혹은 잘라놓은 자투리를 끼워보면서 홈을 넓혀 나가야 합니다. 줄로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아래 사진처럼 조각하는 자세로 끌을 눕혀서 홈의 간격을 넓혀 나갑니다.
한번씩 좌우로 깍아낸 뒤에는 아래와 같이 에이프런 부재를 끼워봐서 너무 헐렁하지 않으면서도 손에 힘을 주면 쑤욱 하고 들어갈 정도까지 반복해서 깍아냅니다. 부재를 자주 끼워봐야 실패하지 않습니다. 자칫 너무 홈을 많이 파게 되면 낭패입니다. 이런 피팅(Fitting) 작업은 소음과 먼지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퇴근하고 밤에 혼자 베란다에서 유리 너머 TV를 보면서 했네요. 엄마들 뜨게질 하듯이요. ㅡ..ㅡ
부재를 대고 끌질한 다리의 모습입니다. 아까보다는 훨씬 깔끔하죠? 그런데 문제는 네개의 다리 중 세개는 이미 나무 결이 떨어져 나가는 불상사를 당했고 마지막 남은 이 다리 하나만 깔끔하게 가공되었다는 거죠. 뭐 처음 해보는 사개맞춤인데 이 정도면 잘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합니다.
마지막 과정으로 대패를 이용하여 다리 모서리의 각진 부분을 살짝 날려줍니다. 원래 이런 용도로 모서리대패라는게 있지만 저는 그냥 싼 미니 평대패로 모서리를 땁니다. 별로 어렵지는 않습니다. 이 대패도 한동안 날을 빼지 못해 창고에 쳐박혀 있다가 맘잡고 양쪽 머리를 두드리며 겨우 덧날을 빼서 사용하게 된겁니다. 그런데 날 수평을 맞추기가 힘들어 판재에 대고 대패질을 하니 상처만 나네요. 조만간에 대패 하나 들여야 겠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열렬 사포질 신공... 사진에는 담지 않았습니다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도 많이 드는 과정입니다. 이 사포질이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한다는 평범한 사실을 잊지 마세요. 이렇게 가공을 모두 마친 홈파기 가공된 다리 사형제입니다. 이렇게 가공된 부속을 가지런히 놓고 사진 찍는게 목공을 하면서 가장 즐거운 순간입니다.
에이프런 가공
먼저 에이프런을 재단합니다. 세트인 식탁의 다리간 간격이 1,100mm 여서 상판의 길이를 1,040mm으로 했습니다. 그래서 긴 에이프런도 1,040으로 합니다. 길이를 표시하고 잘라줍니다. 이 잘리고 남은 자투리를 가공하는 홈에 끼워넣어 보는 피팅재로 사용하면 됩니다.
그리고 날개와 홈을 그려줍니다. 날개는 10mm 안쪽으로 들어온 점에서 위로 사선을 그려주고 홈의 시작점은 30mm 끝부분은 48mm로 합니다. 아래와 같은 식의 그림을 모든 에이프런 조각에 그려줍니다.
이제 홈을 잘라낼 차례입니다. 등대기톱으로 선을 남기고 톱질합니다. 왜냐하면 18mm 간격으로 홈을 그렸으니까요. 아랫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해서 수직으로 톱질합니다.
이제 끌로 홈을 따낼 차례입니다. 이렇게 결방향의 홈을 따는 것은 그리 큰 힘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나무는 뿌리에서 꼭대기로 이어지는 수직방향의 섬유질이 있는데 이것들이 기계적 강도를 담당하는 부분입니다. 이 섬유질을 가르는 방향의 끌질은 쉽고, 이 섬유질을 자르는 방향의 끌질은 힘이 듭니다. 반대로 섬유질을 가르는 방향의 톱질은 어렵고, 섬유질을 자르는 방향의 톱질은 쉽습니다. 이상하죠?
먼저 홈의 바닥부분에 끌을 지긋이 눌러서 칼금을 내줍니다. 이렇게 칼금을 내주어야 깔끔하게 홈을 뜯어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홈 바닥에서 2~3mm 앞쪽에 끌을 꾹 눌러준 후 지렛대 원리로 들어주면 나무 조각이 쉽게 떨어져 나갑니다. 이후 수직으로 홈 바닥을 가공해주면 됩니다. 너무 깔끔하게 하려고 하다보면 너무 홈이 많이 파지므로 유의하시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세요. 어차피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약간 거칠어도 됩니다.
여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고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급하게 빨리 조립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앞섰고 잘 들어가지 않는걸 억지로 억지로 끼워 넣었습니다. 그랬더니 아래 사진처럼 쨘하고 조립이 됩니다. 본드가 필요없을 정도로 빡빡하게 홈이 파져서 아주 튼튼합니다. 그러나 좋아하던 것도 잠시...
사포질과 마무리를 위해 다시 분해를 하는 도중 불상사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너무 빡빡하게 끼워져있던 나머지 에이프런의 약한 부분인 끝부분이 뚝 부러지는 겁니다. 그것도 세개의 짧은 에이프런 모두 다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목공용 본드를 가져다가 다시 잘 붙였습니다.
조립할 부속을 모두 한군데 모아봤습니다. 부러진 에이프런의 끝부분 조각은 본드를 바른 뒤 클램핑하여 고정될 때까지 두었습니다. 초산비닐수지로 만들어진 목공 본드는 클램핑만 잘 되고 건조만 잘 되면 원래 나무 부분보다 강도가 더 강해집니다. 그래서 부러지더라도 본딩한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이 부러지죠. 삐져나와 말라버린 본드는 끌로 살살 밀어 떼내는 것이 쉽습니다. 물론 그전에 마르기전 물티슈로 닦아내는 것이 더 좋구요.
피팅하며 조립하기
부러진 에이프런을 붙인 본드가 마른 뒤 본격적인 피팅과 조립 작업에 들어갑니다. 먼저 에이프런의 사선 절단 단면부를 깨끗하게 샌딩합니다. 절단부를 샌딩하지 않으면 너무 거칠어서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맨들맨들하게 샌딩하면 보기에도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싸구려 SKIL 0909 작업대 바이스가 갑자기 고장이 나 버렸네요. 도통 움직이질 않습니다. 며칠 전부터 약간 말썽이긴 했는데 이제 확실히 고장이 나버렸네요. 뜯어서 고쳐볼까 생각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핸드스크류를 작업대 바이스 대용으로 사용합니다. 저 핸드스크류는 제가 핸드스크류 키트를 사다가 만든건데 조만간 만드는 방법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핸드스크류는 조(Jaw)가 넓고 평평하며 평행하게 힘을 가할 수 있으며 한쪽 조를 단단히 클램핑하면 아래 사진처럼 수직으로 부재를 고정할 수 있어 작업대 바이스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홈에 본드를 바른 뒤 턱을 맞춰 조립을 하는데 본드도 물 성분이 있다보니 나무가 팽창되어서 잘 들어가지질 않습니다. 그래서 하나만 우선 끼운 뒤 나머지는 다시 끌로 0.5mm 정도 모두 홈을 파내었습니다. 손으로 쑤욱하고 끼워질 정도로 너무 느슨하지 않을 정도로 다시 끌로 피팅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에이프런 나무 조각 5개가 모두 연결되었습니다. 딱 맞는 끼워맞춤이다 보니 클램프가 필요없어 좋습니다. 본드가 마를때까지 기다린 뒤 다리 연결 작업에 들어갑니다.
목공용 본드는 얇게 펴바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소용량 포장의 튜브에서 조금씩 짜서 묻힌 뒤 이쑤시개 같은 걸로 얇게 접착면을 고루 발라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다리의 홈에 본드를 바르고 조립된 에이프런에 쑤욱 집어 넣습니다. 이 과정에도 본딩 전에 홈을 약간 더 넓혀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본드를 묻히면 팽창하니까요. 이렇게 네개의 다리를 다 본딩한 뒤입니다. 이렇게 다리를 연결하면서 걱정스러웠던 점 중 하나는 다리가 과연 수직으로 연결될까라는 거였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끼워맞춤은 홈이 수직으로 잘 파져야 수직으로 끼워지는데 수작업으로 하다보니 오차가 있을까 염려되어서 였습니다.
실제로 다리를 끼우면서 직각자로 수직여부를 확인해보니 세개의 다리는 수직이 잘 맞았고 하나의 다리만 약간 바깥쪽으로 1~2도 정도 틀어졌습니다. 하지만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는 정도라 다행이었습니다. 육안으로도 거의 구별이 안되구요.
이제 상판 작업을 할 차례입니다. 전에 나무 살 때 식탁 상판으로 쓸 부분외의 남은 자투리를 1,130 x 300의 크기로 미리 재단을 해두었습니다. 그런데 만들 벤치는 1,040의 크기이므로 약 90mm 정도를 잘라내어야 합니다. 멀바우가 아주 단단한 나무라 과연 톱질이 될까 걱정되었습니다. 왜냐하면 사포질도 제대로 안될 정도로 단단한 나무거든요.
등대기톱으로 살살 잘라보는데 의외로 톱질이 잘 됩니다. 게다가 단단한 나무라 그런지 직선 유지도 아주 잘되어 별다른 가이드없이 거의 90도로 깨끗하게 정재단 되었습니다. 멀바우가 단단한 나무이긴 해도 가공성은 괜찮은 나무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게다가 모서리 부분은 대패로 각진 부분을 날려봤는데 역시 대패질도 잘 되었습니다. 덕분에 사포질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멀바우 집성판은 앞면과 뒷면이 구분되는데 앞면은 비교적 매끈한 편이라 약간의 사포질로 매끈한 면을 얻을 수 있는 반면 뒷면은 좀 거친 편입니다. 그런데 앞면을 사포질 하면서 자세히 보니 집성이 평면으로 되지 않고 계단 현상이 생긴 부분이 있어 눈에 거슬리더군요. 뒤집어서 사용할까 생각했지만 뒤집어서 사포질 몇번 해보고는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냥 흠집이 있어도 원래 앞면을 쓰기로 했습니다.
멀바우는 사포질할 때 매우 건조하고 미세한 먼지가 많이 날려서 파인류를 사포질할 때와는 달리 좀 힘이 듭니다. 파인류를 사포질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멀바우를 사포질할 때는 마스크를 써야 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제 투명 수성스테인을 바를 차례입니다. 사포질로 나무 표면에 묻은 나무 가루들은 청소기와 마른 키친타올로 깨끗하게 모두 닦아 냅니다. 그리고 레드파인으로 만들어진 다리와 에이프런을 먼저 칠하고 다음으로 멀바우 상판을 칠합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멀바우는 물이 닿으면 빨간색이 배어 나오기 때문입니다. 멀바우를 먼저 칠하고 그 붓을 세척하지 않고 바로 레드파인에 바르게 되면 레드파인에 빨간물이 들게 되니 유의하기 바랍니다.
레드파인으로 된 부분은 이미 앞에서 물을 뿌려 결을 일으킨 뒤 샌딩을 하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스테인이 건조된 후에도 결이 많이 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멀바우는 이 물사포 작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물이 닿는 순간 빨간물이 배어나와 표면이 얼룩덜룩 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냥 마른천이나 키친타올로 잘 닦아낸 후 스테인을 바릅니다. 다행히 마른 뒤에도 멀바우는 결오름이 심하지 않습니다. 가벼운 사포질로 매끈하게 손질이 가능합니다.
바니쉬는 제너럴피니쉬의 엔듀로 프리캣을 사용했습니다. 1회 도포 -> 1시간 건조 -> 물에 적신 고운 사포로 가벼운 샌딩 -> 2회 도포 -> 5시간 건조의 과정을 거쳤습니다.
상판의 바니쉬가 바를 동안 에이프런에 8자철물을 연결할 20mm 지름의 보링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보링비트에 의해 찍혀진 원의 중심에 3mm 테이퍼 드릴로 나사못이 들어갈 예비구멍을 뚫어줍니다.
멀바우 상판에 프레임을 엎어서 놓은 뒤 8자철물의 구멍위치를 찍어놓고 피스가 들어갈 예비구멍을 팝니다. 드릴 스토퍼 역할을 하기 위해 마눌님의 예쁜 머리끈이 출연했습니다. ^^
8자철물이 모두 연결된 모양입니다. 총 7개의 8자 철물을 썼습니다. 식탁을 만들면서 경험했던 거라 마감부터 상판연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완성품 감상
사개맞춤으로 인해 다리를 뚫고 나오는 저 날개가 이 벤치의 디자인 포인트입니다. 안전을 위해 다리를 최대한 바깥으로 뺐는데 그게 앙증맞은 귀여움으로 표현이 되네요. 무게감도 있고 마감도 좋아서 아주 맘에 듭니다. 물론 디테일은 조금 안습인 부분도 있습니다만...
과연 보강목을 대지 않고도 튼튼하게 만들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은 바로 풀렸습니다. 벤치는 주로 수직으로 힘이 가해지는데 다리에 에이프런이 얹혀있는 형태라 아주 강하고 비틀린 힘에 대해서도 본딩도 잘 되었고 다리의 기둥들이 잘 버티기 때문에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체중이 제법 나가는 저와 아내 그리고 아이까지 모두 올라타서 쿵쿵 거려봤는데도 끄떡 없습니다. 보강목이 없으니 디자인 면에서도 깔끔하고 청소할때도 간편하고 무엇보다 나뭇값이 절약되어 좋네요.
세트로 만들어진 멀바우 식탁의 다리와는 약 60mm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쑤욱 집어 넣을 수 있습니다.
좀 더 잘 보이는 각도에서 찍어봤습니다. 식탁위의 물건들을 좀 치우고 찍었어야 하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쿨럭. 아빠와 아이처럼 닮은꼴의 식탁과 벤치입니다. 색깔도 예쁘고 마감도 매끈하고 모양도 예쁜 식탁과 벤치입니다.
벤치 상판만한 크기의 멀바우 판재가 두개 더 있는데 마눌님이 우리거 하나 만들고 처가에 가져다 놓을 것도 하나 만들라고 하네요. 다음 번에 좀 다른 디자인으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이제 처제에게 납품할 일만 남았네요. 다음주 화요일에 실어서 대전에 내려갑니다. 처제와 조카가 좋아라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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