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적인 협의사항
테이블의 크기는 네명이 넉넉하게 식사할 수 있도록 너비 1,300mm 폭 750mm 높이 750mm로 했습니다. 저희집에 있는 테이블이 딱 이 크기인데 군더더기 없이 딱 맞는 크기입니다.
상판은 멀바우(Merbau)로 정했습니다. 브라운 색상이 차분한 느낌을 주며 무엇보다 상판으로서 가장 중요한 특징인 표면경도가 매우 높고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 선택의 이유입니다. 멀마우는 주로 동남아에서 자라고 수입되며 비중은 0.83, 표면경도는 1,710 lb에 이릅니다. 레드파인의 표면경도가 510 lb이고 화이트 애쉬의 표면경도가 1,320 lb이니 어느 정도 딴딴한지 아실겁니다.
국내에 수입되는 멀바우는 주로 사이드핑거 조인트 집성목으로 아래 사진과 같은 형태입니다. 주로 싱크대나 식탁 상판, 마루바닥, 데크재 등으로 활용됩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멀바우는 각재가 수입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식탁의 다리가 될 부분은 다른 나무로 골라야 하는데 상판만 멀바우로 하고 에이프런과 다리는 레드파인(Scots Pine)으로 정했습니다. 레드파인이 파인류 중에서는 가장 아름다운 결을 가지고 있고 약간 붉은 톤이 돌기 때문에 멀바우와 잘 어울릴 것 같아서입니다.
국내에 여러 종류의 레드파인이 유통되는데 그 중에서 유절 솔리드 집성을 선택했습니다. 레드파인은 옹이가 아름다워 굳이 무절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상판의 네 모서리는 라운딩 가공을 해달라는 특별 주문이 있습니다. 어린 조카가 있기 때문인데요, 아이베란다에서 멀바우를 팔면 라운딩 가공을 해달라고 하면 되지만 불행히도 아이베란다에서는 아직 멀바우를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라운딩 가공을 제가 직접 해야 합니다. 그냥 톱과 열렬 사포질로 해결해 볼까 합니다.
멀바우 상판은 목재 도매상에서 원장을 살 계획이라 자투리가 많이 남습니다. 거의 절반이 남는데 일단은 같은 디자인 컨셉으로 스툴을 두개 만들 생각입니다. 그러고도 많이 남네요. 나머지 멀바우 상판의 용도는 생각을 해봐야 겠습니다.
다리와 에이프런의 연결은 코너브라켓을 사용할 예정이고, 상판과 에이프런의 연결은 수축/팽창을 고려하여 8자철물을 이용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테이블을 만든 후 분해하여 승용차에 싣고 대전까지 배달을 해야하기 때문에 분해/조립이 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코너브라켓과 다리와의 연결은 번데기너트와 커넥팅볼트로 할 예정입니다. 커넥팅볼트와 너트로 다리를 체결하면 나사선이 뭉개지지 않아서 여러번 분해/조립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멀바우 테이블의 설계와 공정
멀바우 4인용 식탁의 전체적인 크기는 아래 도면과 같습니다. 폭은 1,300 너비는 750 높이는 748입니다. 다리는 60x60 각재를 사용하여 안정감을 주도록 했고 에이프런은 코너브라켓과 맞는 크기인 70mm 폭에 18t 레드파인을 사용합니다. 상판의 코너라운딩은 20mm 반지름을 적용하려고 하는데 상황에 따라 그냥 사포질로 약간만 깍아낼 수도 있습니다.
대략적인 작업 공정은 에이프런 조립 -> 다리 가공 -> 다리와 에이프런 결합 -> 상판 결합 -> 마감의 순이 되겠습니다. 먼저 에이프런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래 도면과 같이 높이는 공히 70mm이고, 긴 에이프런은 1,100mm, 짧은 에이프런은 550mm 그리고 가운데 지지대는 590mm가 되겠습니다. 가운데 지지대와 긴 에이프런은 나사못 자국이 보이지 않도록 목심으로 결합합니다.
에이프런에는 코너브라켓의 걸쇠가 들어갈 수 있도록 폭 2mm의 홈을 파주어야 합니다. 그 홈에 코너브라켓을 끼운 뒤에 나사못으로 코너브라켓과 에이프런을 결합하면 간단하게 골격이 아래 도면과 같이 만들어집니다. (실제 작업에서는 43~45mm 위치에 홈을 팠습니다만, 45~47mm 지점에 팠어야 했습니다. 그래야 계획했던 20mm 직각삼각형에 맞을 뻔 했습니다)
다리는 60x60각재로 높이는 730mm로 합니다. 그러면 상판 두께인 18mm와 더해서 테이블의 높이가 대략 750mm가 됩니다. 다리는 코너브라켓 연결을 위한 모서리따기(Chamfer) 가공을 해야 합니다. 모서리따기는 20mm의 변을 갖는 직각삼각형을 그린 뒤에 톱을 이용하여 가공합니다. (실제로 작업해 보니 20mm의 직각삼각형은 에이프런이 다리에 밀착하지 못하더군요. 약 1mm 정도 양쪽으로 모자랍니다. 그래서 25mm의 직각삼각형으로 잘라 다시 작업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진 대각선 면에 코너브라켓의 구멍과 맞는 지름 8mm의 구멍을 20mm 깊이로 타공해야 합니다. 이 구멍에는번데기너트가 삽입됩니다.
다음으로 다리와 에이프런을 결합하는 것인데 이는 커넥팅볼트를 이용하여 코너브라켓과 다리의 번데기너트 구멍을 일치시킨 뒤 죄는 것으로 간단히 해결됩니다. 다음으로 상판을 결합할 차례인데 상판은 넓은 판재라 수축/팽창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나무결 방향상 수축/팽창은 아래 도면에서 수직 방향으로 심하게 일어날 것입니다.
8자철물이 들어갈 곳은 에이프런 상단에 20mm 화스너비트로 약 3mm 정도를 파줍니다. 그리고 8자철물을 위 도면과 같이 비스듬한 각도로 체결합니다. 이렇게 약간 사선으로 체결해야 수축되거나 팽창할 때 8자철물이 약간씩 돌면서 상판에 무리한 힘을 가하지 않게 됩니다. 가운데에 연결되는 8자철물은 거의 이동이 없을 것이므로 수평으로 연결합니다.
상판을 뒤집어 바닥에 놓은 뒤 에이프런이 위치할 곳을 연필로 표시하고 에이프런을 놓고 8자철물과 짧은 피스로 상판을 연결하면 대략 완성됩니다.
스툴(Stool)의 설계와 공정
스툴의 상판은 식탁을 만들고 남은 것을 활용합니다. 스툴 상판의 크기는 400mm x 300mm로 하고 높이는 450mm 정도로 맞춥니다. 스툴의 다리는 레드파인 40x40 각재를 활용하고 에이프런은 SPF 구조목 38mm 19t를 사용합니다. SPF 구조목은 가격도 저렴하고 원목이라 튼튼합니다.
의자는 사람이 앉기 때문에 테이블에 비해서 큰 하중을 받습니다. 따라서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약하게 만들어질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의자는 되도록 만들지 않고 기성품을 사는게 좋은데 멀바우 상판도 남고 스툴의 경우 간단한 구조로 튼튼하게 만들 수 있어 시도해보기로 했습니다.
전반적인 구조는 테이블과 유사합니다만 다리가 가늘고 긴 편이라 보강을 더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직으로만 힘을 받는다면 괜찮겠지만 비스듬한 힘을 받을 경우 다리와 에이프런의 결합이 느슨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래 도면과 같이 다리 하부를 지탱하는 보강목을 추가합니다.
스툴의 경우 크기가 작아 분해할 필요가 없으므로 에이프런과 다리 그리고 보강목들은 모두 목심과 본드로 단단하게 체결합니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목심이 아니라 장부맞춤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제작순서는 좁은폭의 다리인 ㅂ자 모양을 먼저 두개 만들고 두 ㅂ자 다리를 긴 에이프런 상단과 연결한 뒤 가운데 보강목을 바깥에서 피스로 조일 예정입니다. 공정상 가운데 보강목은 피스로 할 수 밖에 없네요. 상판은 역시 8자철물로 연결할 예정입니다. 아무리 크기가 작아도 수축/팽창에는 대비를 해야겠지요.
그냥 만들어보면서 즉흥적인 공정이 많이 추가될 것 같습니다.
마감 (Finishing)
멀바우는 오일류로 마감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하도오일이나 오일스테인의 경우 냄새가 심하고 화재의 위험성이 있어서 가정에서 작업하기에는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되도록 수성 마감재를 사용합니다.
멀바우나 레드파인 모두 일단 투명 수성스테인으로 초벌 마감을 합니다. 스테인은 주로 색을 입히기 위해 사용합니다만 나무의 원래 색이 아름답기 때문에 스테인의 항균, 항벌레, 변형 방지 등의 물성 향상 효과만 보기 위해 투명 스테인을 사용합니다.
멀바우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그건 멀바우에 물이 닿으면 붉은색이 베어나온다는 점입니다. 베어나와 옷에 묻기도 하고 나무 자체에 얼룩이 지기도 합니다. 따라서 멀바우의 경우 실내에 사용할 경우 반드시 바니쉬 코팅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테이블과 스툴에 사용되는 멀바우는 모두 바니쉬 마감을 할 예정입니다.
재료 구입처와 비용
나무 및 철물을 어디서 구입하고 비용이 얼마인지 계획을 잡아봤습니다. 저는 주로 아이베란다에서 나무를 구입합니다만 거기는 멀바우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상판 및 각재 일부는 목재 도매상이면서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그래봐야 한시간 거리)나무좋아요에서 구입하고 나머지 목재와 철물은 아이베란다와 헤펠레샵, 그리고 마감재는 위넥스툴에서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 "나무좋아요"에서 구입할 재료 = \86,800
- 멀바우 상판 (1개) : 910 x 2400 x 18t = \61,600
- 레드파인 각재 (1개) : 60 x 60 x 2400 = \13,200
- 재단비 : \12,000
재단 요청 사항은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 "아이베란다"에서 구입할 재료 = \52,800
- 긴 에이프런 2개 레드파인 집성 : 70x1100x18t = \10,600
- 짧은 에이프런 2개 레드파인 집성 : 70x550x18t = \5,900
- 가운데 지지대 1개 레드파인 집성 : 70x600x18t = \2,900
- 레드파인 다리 1개 : 60x60x800 = \7,400
- 8자철물 30개 : \3,600
- 커넥팅 볼트 8개 6x20mm 8개 = \800
- 번데기 너트 6x18mm 8개 = \2,200
- 스툴 다리 : 레드파인 각재 40 x 40 x 890 (4개) = \15,400
- 스툴 에이프런 : SPF 구조목 38 x 1600 x 18t (2개) = \4,900
* "헤펠레샵"에서 구입할 재료 = \7,300
- 코너브라켓 70mm (4개) = 1,200 x 4 + 2,500 = \7,300
* "위넥스툴"에서 구입할 재료 = \57,200
- 수성 폴리우레탄 바니쉬 General Finish Enduro Pre-cat Urethane 1000cc = \57,200
* 동네 삼화페인트에서 구입할 재료 = \5,000
- 아이생각 수성 투명스테인 500cc = \5,000
위와 같아서 총 비용은 \210,000 이 소요될 예정입니다. 4인용 식탁에 스툴 2개에 그리고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멀바우 상판을 생각하면 참으로 경제적인 DIY입니다. 기성품을 산다면 아마도 40~50만원 정도 소요될 걸로 예상됩니다.
바니쉬의 경우 제너럴피니쉬의 엔듀로 제품을 사용해 볼 예정입니다. 다소 비싸긴 하지만 (다른 수입품의 두배 가격) 내열성이 강화된 폴리우레탄 바니쉬라 식탁 상판에 좋을 듯 해서입니다. 예전에 만든 테이블들은 삼화페인트의 수성 바니쉬와 본덱스 수성 퀵드라잉 바니쉬를 사용했는데 뜨거운 커피잔을 놓아도 자국이 남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너럴피니쉬의 엔듀로 제품은 과연 얼마나 열에 잘 버티는지 시험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이래저래 바니쉬를 칠해야 할 테이블들이 몇개 있어서 겸사겸사 구입하기로 했습니다.
어제 나무와 철물 주문은 완료했고 나무들이 도착하면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 과정도 사진으로 담아 블로그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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