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구만 쓰는 저같은 취목들에게 가장 큰 바램은 "수직으로 구멍을 뚫을 수 있다면..."과 "직각을 유지하며 직선으로 톱질할 수 있다면..." 이 두가지일 겁니다. 수직으로 구멍을 뚫는 것은 드릴스탠드나 지그를 이용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만... 직각으로 직선을 재단하는 일은 팔뚝과 톱만으로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쉽게 장만할 수 있는 직쏘로도 직선/직각 재단은 참으로 어렵습니다. 소리만 요란하구요. 톱날은 부러지기 일쑤입니다. 역학적으로 나무를 자를때는 직선톱이 아니라 회전톱이 더 유리합니다. 고로 테이블쏘나 플런지쏘가 있어야 정재단이 가능한데... 아파트 베란다에서 테이블쏘(Table Saw)는 부피와 소음/진동 때문에 언감생심이고, 플런지쏘(Plunge Saw) 역시 소음과 비싼 가격 그리고 위험성 때문에 쉽게 접하기 힘듭니다.
요즘 제가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 것은 미니원형톱(Mini Circular Saw)인데 예를 들어 드레멜(Dremel)에서 나오는 Saw-Max와 같은 제품은 안전하고 깨끗한 절단을 도와주는 귀염둥이 원형톱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습니다. 아마존에서 구입하려고 해도 110볼트 제품이라는 게 맘에 걸립니다. 톱날은 또 어떻게 수급하구요. 이 미니원형톱은 소음은 테이블쏘보다 적고 안전한 편이며 직선 가이드만 있으면 직선으로 재단할 수 있어 국내에 출시되면 바로 구입할 아이템입니다.
그렇다면 일반 톱으로 직선재단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몇몇 브랜드에서 톱을 위한 지그들을 판매합니다만 대부분 각도 절단을 도와주고 각재를 절단하는 정도의 수준인데다가 미국식 미는톱에 맞게 제작된 거라 쉽게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이리저리 헤매이다가 아래 사진의 제품을 눈이 번쩍 했습니다. 저건 일본의 Topman사에서 만든 Saw Guide라는 제품입니다. 두개의 얇은 원형 철판 사이로 톱을 넣어서 톱질하는 방식인데 저 철판 둘이 톱을 잡아주기 때문에 직각 혹은 원하는 각을 유지하도록 도와줍니다. 게다가 각도를 지정하여 안정되게 자를 수 있고 레일까지 제공되어 긴 판재의 길이켜기도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제가 이론적이라고 한 이유는 길이켜기는 톱으로 자르기에는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좀 쎄네요. 10만원 정도 하는데다가 쇼핑몰마다 품절이라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직접 한번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각도 조절되는 기능은 어려우니 직선으로 직각만 자를 수 있도록 간단하게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생각을 해 본 결과 톱맨사의 Saw-Guide를 나무로 흉내낸 간단한 모양으로 만드는게 가장 좋을 듯 합니다.
제작 과정
간단한 구조라 별도의 설계도를 그리진 않았습니다. 아이베란다에서 사두었던 SPF 구조목 자투리를 모두 꺼내어서 비교적 휘지 않고 평평하면서 직각으로 잘 절단된 자투리들을 골라냈습니다. 이런 지그를 만들때는 직각과 직선이 잘 되어있는 재료를 준비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신중하게 절단한 뒤 조립할 모양대로 배치를 해보았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은 모양입니다. 받침대는 무게감과 편의성을 위해 19t 두 개를 겹쳐 놓을 겁니다. 왜냐하면 톱날이 들어갈 부분의 무게 때문에 자꾸 번쩍 들리면 안정감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만들어보니 받침대가 더 커야 할 듯 합니다. 여전히 자꾸 들립니다.
받침대를 먼저 만듭니다. 귀찮아서 그냥 본딩하고 관통하는 방식으로 목심을 박았습니다. 단단하게 마를때까지 잘 둡니다.
받침대와 톱대를 연결할 차례입니다. 이 대목이 중요한데 여기서 받침대와 톱대가 직각이 유지되어야만 톱이 직각으로 내려가 직각으로 절단이 됩니다. 신경써서 잘 클램핑하여 위치를 고정한 후 역시 관통 목심으로 체결하기 위해 8mm 구멍을 냅니다.
본딩하여 목심을 박아넣은 뒤 클랭핑합니다. 톱대가 약간 휘어 있어서 받침대의 마구리에 밀착이 되도록 집에 있는 모든 힘좋은 클램프를 다 동원해서 죄어 말립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톱대와 받침대가 직각이 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다행히 직각이 잘 유지되었습니다. 만일 직각으로 맞추지 못했다면... 새로 만들어야죠.
이제 톱대의 나머지 한쪽을 연결할 차레입니다. 톱대의 나머지 한쪽은 미리 윗쪽에 38x19t SPF 구조목 조가리를 피스로 연결해 두었습니다. 두 톱대간에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도록 한 상태에서 피스 체결을 해야 하는 어려운 공정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간격재입니다. 두 부재간에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도록 끼워넣는 걸 말합니다.
목공에서 mm 단위의 간격이 필요할 때 가장 쉽게 쓸 수 있는 것이 화투장입니다. 화투장은 제조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0.8 ~ 0.9mm 정도의 두께입니다. 제가 쓰는 타지마 외날톱이 0.7mm의 두께를 가지고 있으니 딱 안성맞춤입니다. 0.2mm 정도의 유격이면 딱 좋은 정도입니다.
두 톱대 사이에 화투장을 늘어놓고 톱대 두개를 겹쳐 클램핑합니다. 그리고 피스 체결을 신중히 합니다. 이런 지그는 한번 만들면 계속 사용되기 때문에 신중히 만들어야 합니다.
자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톱을 집어넣어보니 쑤욱 하고 들어가고 앞 뒤로 왔다갔다 해도 별 저항없이 잘 미끄러집니다. 왠지 좋은 느낌입니다.
톱가이드 사용법과 후기
톱가이드의 받침대는 19t 두개를 붙여 만들었고, 톱대는 19t 위치에 매달려있습니다. 때문에 19t 판재를 자를 때는 그냥 톱가이드를 바닥에 밀착하여 클램핑하고 부재를 톱가이드 앞에 손으로 잘 밀착시키면서 톱질을 하면 됩니다. 아래 사진을 참고하시면 될겁니다.
좀 더 넓은 판재를 자르는 장면입니다. 저 정도 폭은 톱이 길기 때문에 굳이 톱가이드를 옮기지 않고도 한방에 해결이 가능합니다. 판재를 제가 만든 C클램프로 고정했지만 그건 설정이고 실제로는 손으로 잘 잡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실 이 톱가이드를 만들고자 했던 이유는 나중에 올리게 되겠지만 286x500x19t 판재를 길이켜기해서 좁은 폭의 판재로 만들기 위해서 였습니다. 500mm나 되는 긴 길이를 가이드 없이 손과 톱으로만 자르려고 하니 참으로 부담되더군요. 특히 자르기(나무 결의 직각방향)보다 켜기(나무 결과 같은 방향)가 훨씬 힘이 들고 어렵습니다. 결따라 톱길이 휘어지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긴 판재를 길이켜기 할 때는 원형톱으로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만 그런게 없는 베란다 공방족들은 톱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긴 쇠자를 직선 가이드 삼아서 톱가이드를 옮겨가면서 톱질을 하는 원리입니다. 긴 쇠자를 자르고자 하는 선에 평행한 위치에 고정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톱대 사이에 화투장을 끼워서 쇠자의 윗부분부터 아랫부분까지 이동하면서 화투장이 자르고자 하는 선 위에 정확히 일치하는지 확인하면서 튜닝을 하면 됩니다.
아래 사진은 넓은 판재를 쇠자를 가이드 삼아서 길이켜기 하는 장면입니다. 사진으로는 똑바로 잘 잘린것 같습니다만 디테일은 좀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톱가이드 없이 그냥 잘랐다면 더 엉망이었겠지만 기계로 자른것에 비하면 품질이 형편 없습니다. 그래도 꼭 길이켜기를 해야 한다면 이런 자작한 톱가이드가 어느 정도 도움은 될 겁니다.
개선방안
이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간단하게 만든 톱가이드를 좀 써보니 몇몇 문제점과 개선점이 보였습니다. 그것들을 정리해 봅니다.
- 비오는 날 습기가 많을 때 톱가이드의 톱대 사이에 톱을 넣어보면 빡빡합니다. 그래서 톱질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습도가 높은 날은 나무가 팽창하는 데다가 습기가 나무와 쇠사이의 저항을 증대시키는 것 같습니다. 하여 톱이 왔다갔다하는 톱대는 수축/팽창에 강한 합판이나 MDF로 하든지 아니면 아크릴과 같은 플라스틱 소재로 하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 몇 개월 지나보니 톱가이드의 나무 일부가 또 휘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이제 더 이상 직각으로 잘리지 않습니다. 역시 이런 지그는 원목 보다는 합판이 더 낫습니다.
- 베이스부는 좀 더 무거워야 합니다. 현재 톱가이드 베이스는 너무 가벼워서 잘 넘어가고 안정감이 떨어집니다.
- 쇠자를 직선 가이드로 이용하는 것은 매우 불편합니다. 알루미늄 프로파일을 하나 사서 프로파일의 홈에 톱가이드의 베이스를 끼울 수 있게 만들면 길이켜기할 때 훨씬 안정적으로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로파일의 상하단 부에는 직각을 유지할 수 있는 T자 모양의 가이드도 달구요.
요즘은 톱질에 좀 익숙해져서 굳이 이런 가이드 없이도 연필로 그어놓은 선을 따라 직각/직선을 유지하면 잘 자르긴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톱질에서 생기는 톱밥때문에 연필선이 가려져서 종종 선을 벗어날 때가 있습니다. 이럴때는 참 톱가이드가 아쉽긴 합니다. 조만간 소형원형톱을 살지 톱가이드를 새로 제대로 만들 것인지 결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가서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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