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5월 15일 수요일

편백나무 십자가 - 미안한 마음을 담아...

제 아들내미... 까불까불 대기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이 여리고 착한 아이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사고를 쳤으니... 그것도 하마터면 대형사고를 칠 뻔 했습니다.

아이의 또래 여자친구가 있는데 그 여자친구의 4살짜리 남동생이 있습니다. 그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우리집에 놀러왔는데 아이들이 흔히 그렇듯 친구끼리만 놀려고 하지 동생은 끼워주지 않죠. 

이 동생은 제 아들과 여자친구가 놀려는데 끼어들려고 계속 쫓아다니고... 아이들은 이 동생을 못들어오게 할려고 방문을 꽝닫는 와중에 문틈에 그 동생의 손가락이 끼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제 아들내미는 마눌님에게 죽도록 혼나고 아이들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동생의 손가락은 푸르죽죽 멍이 들어 딱 보기에도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가서 X-ray를 찍었는데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하네요. 아이들의 뼈가 참으로 유연한가 봅니다.

퇴근하고 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는 그 아이에게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제 아들내미가 어디서 맞고 들어오는 거랑 누구를 때리고 들어오는 거랑 고르라고 하라면 맞고 들어오라고 할 판인데... 이 아이의 손가락 뼈라도 부러졌다면 참으로 슬픈일일 겁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위해 조그만 소품을 만들었습니다. 전에 음식물쓰레기 받침대를 만들고 나서 편백나무 쫄대가 꽤 남아 있었는데 이걸로 조그만 십자가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끼워맞춤으로 만들어 아이가 연결했다 뗐다 하면서 가지고 놀 수도 있고, 편백나무의 부드러운 속살과 향기가 아이에게 좋은 느낌을 줄 것 같아서입니다.

반턱 끼워맞춤으로 할거라 두개의 부재에 아래 사진과 같이 파낼 곳을 표시를 합니다. 톱질이나 끌질을 할 때는 이 그려진 선을 남길것이냐 없앨것이냐가 항상 고민인데 이렇게 홈을 파는 경우는 선을 남기고 톱질과 끌질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이 파내는 것보다 덜 파내어 조금씩 수정하는게 이치에 맞기 때문입니다.


반턱가공은 주로 테이블쏘로 많이 합니다만 이렇게 작은 부재이고 수공구밖에 없다면 톱과 끌로도 충분히 가능한 작업입니다. 먼저 톱으로 수직의 두 선을 정확하게 자르고 나머지 가로 선 부분에 끝을 꾸욱 눌러 넣고 따내면 됩니다. 혹은 아래 사진처럼 드릴로 구멍을 안쪽으로 뚫어낸 뒤 끌로 정리해도 됩니다.


작업시간은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은 듯 합니다. 두개의 부재에 홈을 모두 파낸 모습입니다. 약간씩 모자라게 파냈기 때문에 서로 끼워지지 않는데 이럴때는 부드러운 끌로 조금 파내고 줄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튜닝을 하면 됩니다.


편백나무에 사포질을 하는 것은 항상 즐겁습니다. 그 향과 촉감이 유난히 좋기 때문인데요. 정성스레 사포질한 다음 완성 사진을 찍어봅니다.


두 부재는 본드없이 결합되어 아이들 힘으로도 분리하고 연결할 수 있습니다. 제 아들내미도 이 뗐다 붙였다 하는게 재밌는지 이 단순한 걸 계속 가지고 놀더라구요. 그래서 든 생각이 목공의 여러가지 짜맞춤... 예를 들어 연귀맞춤, 주먹장, 반턱, 사괘맞춤 등이 아이들 공간지각과 손감각을 키우는데 도움이 되겠다... 이런걸 장난감으로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십자가가 전에 손을 다친 아이에게 전달되기까지 약 일주일이 걸렸는데 그동안 제 아들내미가 얼마나 가지고 놀았는지 반턱홈이 넓어져서 너무 쉽게 분리가 되더군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편백나무 조각을 얇게 자른 후 본드로 살짝 붙여 홈의 폭을 좁힌 뒤 줄로 정리해서 다시 빡빡하게 만들었습니다. 짜맞춤할 때 홈이 너무 넓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팁입니다. 이를 대비해서 같은 색깔의 나무는 항상 준비해두는 것이 좋겠죠.


마눌님을 통해 이 십자가는 손을 다친 아이에게 전달되었고 들리는 후문으로는 뗐다 붙였다하면서 한동안 손에 쥐고 놀았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단순한 나무장난감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아이의 손도 2주 정도 지나니 다 완쾌되었다고 합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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