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5월 6일 월요일

대현산 공원 - 응봉산의 친구, 도심속 아담한 숲

오늘 소개시켜드릴 걷기 코스는 서로 인접해 있는 독서당공원대현산공원입니다. 독서당공원은 전에 소개시켜드린 응봉산 북단(지도상의 EM)과 연결된 능선에 조성된 길쭉한 공원이고 이 독서당공원은 응봉산과 형제산인 대현산으로 연결됩니다. 즉 독서당공원은 지나가는 길이니 그냥 대현산공원이라고 칭하겠습니다.

독서당공원(지도의 주황색 코스)은 예전에는 두 아파트 단지에 끼어 허름한 집들이 모여있는 길쭉한 땅이었는데 서울시에서 보상 매입한 후 공원으로 꾸민 곳입니다. 그냥 잘 꾸며진 화단과 체육시설이 있는 곳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서울숲-남산길의 경로에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독서당공원으로 가려면 응봉산과 연계하여 북단으로 내려가면 되고, 버스를 이용하시면 응봉동 신동아아파트 앞이나 금호동 삼성래미안 앞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혹은 바로 대현산공원으로 가려면 왕십리역 7번출구 앞에서 탈 수 있는 성동02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됩니다. 지도에서 BUS라고 표시된 "또또와마트"앞에서 하차하시면 바로 대현산공원 앞 입니다. 저희는 집이 독서당공원 측면에서 바로 연결되므로 그냥 걸어갑니다.

지난주 제법 땀이 날 정도로 더웠던 봄날 오후 아이와 마눌님과 함께 대현산에 가자며 집을 나섰습니다. 집앞의 자산홍백철쭉이 활짝 피어 우리를 반겨주네요. 자산홍이나 백철쭉은 다 철쭉의 개량종으로 아파트 정원에 많이 심어져 4월말부터 5월 중순까지 화려한 꽃을 피웁니다. 영산홍이라는 철쭉의 개량종도 많이 심어지는데 자산홍과 영산홍은 거의 구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합니다. 자생종이 아닌 개량종이라 구분하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어 그냥 자산홍이라 부릅니다.


주황색코스인 독서당공원은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능선을 따라 완만하게 오르는 코스로 아이도 부담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습니다. 조성된지 얼마되지 않은 공원이라 아직은 심어져있는 나무와 꽃들이 어린 것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제법 지대가 높아서 주변의 아파트 지붕을 걷는 느낌이 듭니다.


독서당공원이 거의 끝나가는 지도상의 M지점에 도달하면 오른쪽으로 아주 키가 크고 잘 빠진 나무들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서 볼때는 삼나무인 줄 알고 반가웠습니다. 삼나무를 도심에서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아직 어린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이네요. 이 나무들 안쪽으로 들어가 가까이 다가가 보세요.


메타세콰이아는 참 할 얘기가 많은 나무입니다. 메타세콰이아는 1945년 이전에는 화석으로만 발견되고 살아있는 나무가 발견된 적이 없이 멸종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945년 중국의 양쯔강 상류에서 수천 그루가 자생하고 있는 것이 발견되고 이후 이 사실이 식물학계에 보고되어 화제가 되었던 나무입니다. 중생대 백악기때의 화석에서도 발견되었으나 종의 변화가 없어 은행나무, 소철과 더불어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립니다.

요즘은 종자가 많이 퍼져서 전세계에 많이 심어져 자라고 있습니다. 나무가 아름답고 곧게 빨리 자라서 가로수와 정원수로 사랑받고 있는 나무입니다. 침엽수임에도 불구하고 가을이면 잎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다 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것이 삼나무와 가장 다른 점이죠.

지금은 봄이니 메타세콰이아의 새내기 잎들이 푸릇푸릇 나 있습니다. 키에 닿는 잎들을 만져보니 깃털처럼 부드럽네요. 아이도 만져보고 무척 좋아합니다. 정말 아름답고 신비한 느낌의 나무입니다.


메타세콰이아의 밑둥에는 조팝나무들이 같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네요. 조팝나무의 흰꽃과 메타세콰이아의 세로로 갈라진 수피가 잘 어울립니다.


비록 스무그루 정도밖에 없는 메타세콰이아 나무들이지만 충분히 가까이서 즐길만 합니다. 그리고 그 바로 앞에는 해먹(hammock)이 있습니다. 캠핑족이 아닌한 해먹을 접하기는 힘들죠. 식구들 모두 누워서 흔들흔들 해봤습니다. 아들내미가 누워서 일어날 줄을 모르네요. 얼릉 가자~


대현산으로 가는 길을 재촉하다가 자주 보지만 이름을 알지 못했던 노란꽃을 발견했습니다.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서 다시 검색해보고 꽃이름을 찾아냈습니다. 겹황매화 혹은 죽단화라고 불리는 황매화의 개량종입니다. 원래 황매화는 중국이 고향인 꽃나무로 매화꽃과 닮았다고 해서 황매화라고 불리웁니다. 그런데 매화와는 전혀 종자가 다릅니다. 황매화는 다섯개의 꽃잎이 달린 정갈한 모양인데 비해 죽단화는 겹벚꽃처럼 풍성한 꽃잎을 가지도록 개량된 품종입니다.


대현산의 입구인 또또와마트에 가까워지자 복사나무꽃들이 저희를 반깁니다. 복사나무의 열매가 복숭아이니 아주 친근한 나무지요. 하지만 복사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시는 분은 별로 없을 겁니다. 분홍색의 꽃잎이 다섯개나는 것이 특징이어서 살구나무꽃이나 벚꽃과는 확연히 구분됩니다. 복사나무가 있는 곳을 확인했으니 여름에 달릴 복숭아를 구경하러 또 와야겠습니다.


대현산입구에는 평판이 좋은 금봉어린이집이 있습니다. 이 어린이집 마당에 잘 자란 겹벚나무가 한그루 있네요. 흰 벚나무꽃들이 다 지고 난 다음 피어내는 이 분홍색 겹벚나무 꽃은 혹시나 벚꽃 구경을 놓친 사람들에게 한번 더 기회를 주는 듯해서 반갑습니다. 풍성한 꽃잎과 그 색이 매우 아름답습니다. 사실 이렇게 큰 나무가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은 몇 종류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나무들이 연두색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꽃들을 피우기 때문에 그 꽃이 피었는지도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죠.


대현산 공원 입구에는 아래 사진과 같은 안내도가 있습니다. 이 인근에 있는 화장실이나 편의시설을 확인하시고 숲으로 들어가시기 바랍니다. 깨끗한 화장실이 대현산을 끼고 도는 차도 곁에 있으니 이용하시면 편리합니다. 배트민턴 등의 간단한 운동을 즐길 수 있는 평지도 있으므로 준비해 오시는 것도 좋습니다.


대현산 숲은 아래 사진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소나무, 느티나무, 벚나무, 은행나무 등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도심에서 보기드문 울창한 숲입니다. 여름에는 모기가 많아서 앉아있기 힘들었는데 4월이나 5월은 이 숲을 즐기기에 딱 좋은 것 같습니다.


소나무 꽃을 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요즘 소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작은 솔방울이 달린 붉은 꽃이 단아한 멋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소나무의 수꽃인데 이 수꽃에서 송화가루라는 꽃가루가 날리죠. 이 송화가루에 민감한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분도 있지만 송화가루는 달짝지근한 솔향이 일품이어서 한과나 다식, 면을 만들때 사용해 왔습니다.


대현산의 정상부에는 아래 사진의 물탱크가 있습니다. 이 물탱크는 인근의 고지대 주택들에게 물을 공급하는 중요한 시설이죠. 그래서 삼엄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인근의 응봉공원(구 대현산 배수지)에도 이런 물탱크가 묻혀있습니다. 이 일대가 고지대여서 예로부터 식수 확보가 큰 문제였는데 이들 물탱크가 참 고마운 존재들입니다. 아들내미에게 물탱크에 대햇 설명하면서 물을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하는 중력에 대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중간중간 화단에 최근에 심은 듯한 싹들이 나고 있네요. 아마 여름에 꽃을 피울 것 같은데 원추리나 맥문동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여름에 와서 다시 확인해봐야 겠네요.


인근에서 무늬옥잠화를 발견했습니다. 흔히 옥잠화라고 하면 물에 떠다니는 부레옥잠을 연상하는데 사실은 이렇게 땅에서 자라는 옥잠화 종류가 더 많습니다. 넓적한 잎에 흰테두리가 있어 비슷하게 생긴 비비추와 구별할 수 있습니다. 무늬옥잠화는 하얀색의 큰 꽃을 피우는데 개화기간이 짧아서 참 아쉽더군요. 같은 옥잠화속에 속하는 비비추는 잎에 흰 테두리가 없고 보라색 꽃을 피웁니다.


이렇게 나무도 많고 풀도 많고 꽃도 많아서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한 곳입니다. 계단과 데크로 잘 정비되어 있어 아들내미도 저렇게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놀고 있네요. 요즘같은 세상에 숲에서 뛰어노는 아이를 보는 것은 참으로 행복한 일입니다.


대현산에는 특히 잘 자란 느티나무들이 많습니다. 느티나무는 오랜 기간동안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온 Soul Tree라 할 수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시골 동네마다 정자와 함께 수백년동안 잘 자란 느티나무들이 있고, 그 중에서도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느티나무들이 수십 그루가 넘습니다.

느티나무의 수형은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진하지 않은 연두색의 작은 잎들이 빽빽하게 달려서 사람들에게 시원한 나무 그늘을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아이가 천방지축으로 뛰어노는 동안 우리 부부도 이 느티나무 아래 정자에서 앉아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참으로 오랫만에 가져보는 한가한 힐링시간이었습니다. "느티나무 아래 정자" 이게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쉼터가 아니겠습니까?


정자에서 쉬고 있으니 여러가지 새소리가 들립니다. 박새 소리와 직박구리 소리는 알고 있는데 다른 새들도 많이 있네요. 직박구리 한마리가 눈앞에 앉아서 놀고 있길래 사진에 담아 봤습니다. 얘네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서 사진찍기가 쉽네요.


대현산은 정해진 코스없이 아이와 함께 이러저리 나무와 풀을 구경하면서 다니거나 간단한 운동을 즐기면 되는 동네 뒷산입니다. 굳이 멀리서 올 필요는 없는 평범한 숲이지만 인근에 사신다면 한번쯤 들러서 아이와 함께 대현산 숲에서 힐링의 시간을 가져볼 것을 권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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