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프런과 상판의 연결
에이프런과 상판의 연결은 8자철물을 이용합니다. 보통 이 연결을 위해서는 8자철물이나 z철물을 이용합니다. 그러나 z철물은 에이프런에 긴 홈을 파야 하기 때문에 테이블쏘나 비스킷 조이너 혹은 원형 그라인더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장비들이 없는 저로서는 z철물은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8자철물을 이용합니다. 8자철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20mm 지름을 보링할화스너비트(Forstner Bit)나 나비비트(Spade Bit)와 드릴만 있으면 됩니다.
먼저 20mm 지름을 보링할 중심을 마킹합니다. 보링할 지름은 20mm이고, 에이프런의 두께는 18mm이기 때문에 약간 안쪽으로 치우친 중심을 잡아야 합니다. 8자철물의 원할한 회전을 고려해서 타공 위치는 에이프런의 안쪽에서 6mm 지점입니다. 이 지점을 콤비각자로 마킹합니다. 총 11개의 8자철물을 연결할 지점을 표시합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20mm 화스너비트는 축이 10mm이기 때문에 충전드릴에 장착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창고에 모셔져있는 SKIL 전기드릴을 꺼내어 연결합니다. 앞에서 마킹한 중심은 송곳으로 미리 펀칭을 해야 정확한 위치에 타공할 수 있습니다. 중심을 잘 맞추어 약 3mm 정도의 깊이로 보링을 합니다. 수평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만 어느 정도 오차는 허용됩니다. 적당히 타공한 다음 8자철물을 끼워보아서 철물이 에이프런보다 약간 낮게 위치하도록 보링 깊이를 조절합니다.
사진에는 생략되었지만 보링하면 중심에 깊은 홈이 파져 있습니다. 이 홈에 피스가 들어갈 것이므로 3mm 비트로 예비구멍을 뚫어줍니다. 이 부분은 목재의 표면에 가까워서 예비구멍을 뚫지 않을 경우 갈라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예비구멍은 판재의 중심부를 향하도록 약간 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비구멍이 타공되었으면 드라이버로 조심스럽게 8자철물을 연결합니다.
이때 8자철물은 약간 방향을 틀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게 해야 수축/팽창시 8자철물이 회전하며 나무에 무리를 주지 않게 됩니다. 그렇다고 느슨하게 죄어서는 안됩니다. 꽉 죄어도 나무의 수축/팽창 힘이 크기 때문에 회전이 가능합니다. 11개의 8자철물을 모두 연결한 모습입니다.
원할한 상판 연결을 위해 이제 다리를 분리하고 에이프런이 위치할 곳을 상판 뒷면에 마킹한 후 에이프런을 잘 위치시킵니다. 그리고 멀바우 상판의 8자철물 구멍 위치에 3mm 예비구멍을 뚫습니다. 예상외로 딱딱한 멀바우에도 드릴 가공은 잘 되더군요. 그리고 손으로 살살 피스를 죄어줍니다. 약간 빡빡하긴 합니다만 무리없이 체결이 가능합니다. 이런 하드우드는 예비구멍을 뚫지 않을 경우 100% 쪼개지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에이프런과 상판의 연결이 완료된 모습입니다. 아주 단단하게 잘 결합이 되었고 에이프런이 고정이 되어 휘청거리는 현상이 없어졌습니다.
투명 수성 스테인 바르기
이제 마감을 할 차례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다리와 에이프런 그리고 상판에 수성 투명스테인 한번 칠한 뒤 샌딩, 이후 다리와 에이프런은 바니쉬 두번 칠하고, 멀바우 상판은 바니쉬를 세번 칠했습니다. 바니쉬는 덧칠 전 샌딩을 하구요.
멀바우의 특징 중 하나는 물에 닿을 경우 빨간 물이 배어나온다는 점입니다. 시험삼아 물티슈로 멀바우 상판 뒷면을 스윽 닦아보니 아래 사진처럼 붉은 물이 배어나옴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문제지만 이 붉은물이 마르고 나면 상판의 얼룩으로 남는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얼룩은 사포질로 말끔하게 정리됩니다만 매번 사포질을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멀바우는 반드시 방수가 되는 바니쉬 마감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만들기 과정 중에 스테인과 바니쉬를 써봤지만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았습니다. 칠하기 전이 훨씬 낫다는 것이 마눌님의 평이었죠. 그래서 이번에는 마감재에 과감한 투자를 했습니다.
스테인은 제비표 페인트에서 나오는 자스민우드 투명 수성스테인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이건 국산 제품이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투명으로 할 것이라 굳이 비싼 수입품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스테인을 바르는 이유는 자외선으로 인한 황변현상을 방지하고 곰팡이나 벌레를 방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리고 바니쉬로는 제너럴피니쉬의 엔듀로 프리캣 수성 바니쉬 반광(Semi-Gloss) 제품을 선택했습니다. 위넥스툴에서 오만원 넘게 주고 구입한 비싼 제품입니다. 국산 바니쉬의 세배 가격, 다른 외산 제품의 두배 가격일 정도로 비쌉니다. 내열성이 뛰어나고 견고하다고 해서 골라봤습니다. 우연이 일치인지 형제처럼 두 제품의 포장 색깔이 똑같네요.
집에 있는 재활용 박스에 뒹구는 두부 케이스가 스테인을 덜어 사용하기에 제일 좋습니다. 칠은 예전까지 주로 붓을 사용했는데 이번에는 스펀지붓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스펀지는 붓에 비해 붓자국이 남지 않고 눌러서 바르기 때문에 도료가 잘 스며드는 잇점이 있지만 일회용 장갑을 껴야 하는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스펀지붓은 스펀지에 막대가 달려 있으므로 이모저모 편리한 도구입니다. 가격도 저렴하구요.
자스민우드 투명 스테인은 덜어보니 실제로는 하얀색이네요. 그러나 바르고 나면 나무에 옅은 노란색이 입혀집니다. 그리고 매우 묽기 때문에 바닥에 뚝뚝뚝 떨어져 좀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친환경 제품이라 냄새가 그리 독하지는 않습니다만 환기는 잘 해야 합니다.
스테인은 나무에 스며들기 때문에 금방 건조됩니다. 30분 정도 지나면 사포질이 가능한데... 열심히 사포질해서 맨질맨질했던 레드파인 각재에 이렇게 다시 결이 돋아났습니다. 좌절입니다. 다시 또 샌딩을 해야 하는데 나무의 표면에 남아있는 스테인 때문에 사포질도 쉽지 않습니다.
스테인을 바른 나무를 샌딩하면 아래 사진처럼 스테인이 사포에 끈적하게 달라붙어 사포질이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우드워커에서 찾아보니 스테인을 바르기 전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결을 돋아나게 한 다음 사포질을 하는 작업을 두번 정도 하고 스테인을 발라야 결이 돋아나지 않는다는 군요. 이 과정을 빼먹은 거죠.
스테인 도색 후 샌딩을 하면 사포가 너무 많이 낭비되는데다가 들인 힘에 비해 그리 시원하게 샌딩되지도 않습니다. 다시는 이런 시행착오를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다행히 대패처리가 된 레드파인 판재는 결이 돋지 않더군요. 즉 대패질을 하거나 미리 물 샌딩을 해야 스테인 후 결이 돋지 않는다는 거죠.
다음으로 멀바우 상판에 스테인을 발랐습니다. 히끄무레하던 멀바우 상판은 스테인을 바르자마자 진하게 색이 확 살아옵니다. 칠하는 과정에서 좀 얼룩덜룩해 집니다만 마르고 나면 다시 매끈해지므로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다행히 멀바우는 스테인이 건조된 후에도 결이 돋아오르지 않더군요. 아마도 대패 처리가 되어 있는데다가 이런 결오름 현상은 하드우드보다는 소프트우드에서 더 심하기 때문일 겁니다. 가볍게 사포질하여 먼지를 닦아내니 아래 사진처럼 색이 약간 진해진 정도로 고정이 되었습니다. 뒤에 있는 가공 안된 멀바우와 색을 비교해보시면 차이를 아실 겁니다.
바니쉬 바르기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번에 사용할 바니쉬는 제너럴피니쉬 엔듀로 프리캣 반광 수성 바니쉬입니다. 깡통으로 포장되어 있고 946cc 입니다. 좀 양이 많죠. 깡통을 따보니 유백색의 액체이고 초콜렛 향이 납니다. 조심스럽게 깡통에서 트레이로 바니쉬를 덜어 담습니다. 점도는 스테인보다는 끈적이는 정도지만 그리 뻑뻑하지는 않습니다.
바니쉬를 덜어 담을때는 계량스푼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눈대중으로 트레이에 부어버리면 깡통에 바니쉬가 묻어 지저분해지는 데다가 바니쉬의 낭비가 많습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천원주고 이 계량스푼을 샀는데 양에 맞게 덜어쓰는게 깔끔하고 낭비가 없습니다.
먼저 다리에 바니쉬를 바릅니다. 다리는 분리한 상태이기 때문에 고정시켜 바니쉬를 바르기 애매합니다. 그래서 아래 사진과 같은 받침대를 급조했습니다. 자투리 나무에다가 이중기리로 구멍을 내고 나사를 죄어 박습니다. 그럼 이게 송곳 역할을 해서 다리를 올려놓고 돌려가며 바니쉬를 바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다리를 꽂아서 돌려가며 바니쉬를 바르는 겁니다. 다리 아랫부분은 어차피 부직포를 붙일 것이라 구멍이 생겨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단 바니쉬가 어느 정도 마를때까지는 손으로 좀 잡고 있어야 하는데 점성이 있는데다가 얇게 펴바르다 보니 1분 정도면 어느 정도 마르더군요. 그럼 살짝 들어 옆에 세워두면 됩니다.
이런 식으로 바니쉬를 바른 후 한시간 정도 말리고 다시 발라주었습니다. 이 바니쉬는 아주 투명도가 높더군요. 마찬가지로 에이프런도 바니쉬를 두 번 발라주었습니다. 중간에 한시간 정도의 재도색 필요 시간은 지켜야 합니다.
이제 멀바우 상판에 바니쉬를 바를 차례입니다. 바니쉬는 얇게 여러번 칠하는게 좋습니다. 스펀지붓에 약간만 묻혀서 얇게 펴 바릅니다. 끝부분에 남는 붓자국을 없애기 위해서는 멈추지 않고 일자로 휙 지나게 바르는 것이 좋고 되도록이면 덧바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바니쉬를 바르기 시작하니 멀바우의 색이 다시 확 살아납니다.
바니쉬 마감을 해가 진 뒤 밤에 했기 때문에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시간의 건조시간을 준 뒤에 고운 사포 (300방 이상)를 물에 적셔서 바니쉬 마감된 곳을 가볍게 샌딩해 줍니다. 이를 물사포(Wet Sanding)라고 하는데 바니쉬로 매끄러운 표면을 얻고자 할 때 고수들이 사용하는 기법이라고 합니다. 물사포를 하면 바니쉬 먼지가 날리지 않아 좋고 사포에 묻은 약간의 바니쉬도 물로 씻어낼 수 있어 좋습니다. 물에 마르지 않게 자주 적셔야 바니쉬에 흠집이 나지 않고 매끄럽게 샌딩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두번 한 뒤 마지막 세번째 바니쉬 뒤에는 일절 샌딩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세번째 바니쉬 뒤에 밤새워 건조시켜 두었습니다. 마지막 바니쉬 후 실제 사용에는 4~5시간 정도 건조시간이 필요합니다.
저 상판에 처음 바니쉬를 바를때는 세 큰술의 바니쉬가 필요했는데, 두번째 바를때는 두 큰술, 마지막 세번째 바를때는 한 큰술로도 충분히 바를 수 있었습니다. 즉 바니쉬 도포 횟수가 증가함에 따라 필요한 바니쉬의 양이 줄어든다는 점을 아시면 바니쉬의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바니쉬 마감상태를 보니 오~ 환상이더군요. 반광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다소 광이 강한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투명도와 감촉이 남달랐습니다. 전에 써봤던 삼화페인트의 홈스타클리어의 경우 약간 탁하고 끈적이는 단점이 있었고, 본덱스 바니쉬의 경우 딱딱하고 건조한 느낌이었다면 이 엔듀로 프리캣 바니쉬는 맑은 시냇물을 보는 듯한 투명도와 만졌을때의 부드러움이 일품이더군요. 비싼 이유가 다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진으로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습니다만 멀바우의 아름다움이 120% 드러나는 마감재인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완성된 멀바우 식탁을 감상해보시죠. 멀바우 옆면의 검은 물관이 자연스러운 나무의 느낌을 주고, 레드파인의 밝은 베이지색이 묘하게 멀바우의 갈색과 어울립니다.
멀바우의 아름다운 갈색은 차분한 느낌을 주어서 식탁보다는 아이들 공부 책상으로 더 좋을 듯합니다. 마눌님도 한동안 만지작거리며 만족스러워 합니다. 그러면서 한마디... "우리꺼나 이렇게 잘 만들지~". 다음에 또 멀바우로 아들내미 책상을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정리
이번에 식탁을 만들면서 삽질을 제법 하긴 했지만 설계부터 재료의 구입, 원가 그리고 완성품의 품질까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앞으로 멀바우로 만든 테이블은 여러 곳에서 주문이 들어올 것 같네요. 테이블을 끝내고 어제는 이 테이블과 세트인 멀바우 벤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원래는 스툴을 두개 만들려고 했는데 벤치가 더 낫겠다는 의견이 있어 바뀌었습니다. 그것도 곧 제작 과정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멀바우 4인용 식탁을 만들면서 느꼈던 점들을 정리해 봅니다.
- 식탁높이가 결과적으로 750mm가 되었는데 740mm 정도로 조금 낮추는 것이 좋겠습니다. 특히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조금 낮추는 것이 만족스러운 절충이겠더군요.
- 다리와 다리 사이는 최대한 넓히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명이 앉아서 밥을 먹는데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데 현재 다리 사이의 간격이 1,100mm 정도네요. 조금만 다리를 바깥으로 뺐으면 1,150mm까지 확보할 수 있었는데요. 그 점을 생각하지 못한것이 아쉽습니다. 물론 균형미는 좀 떨어지겠지만요.
- 다소 거친 레드파인 각재를 핸들링하기 위해서는 대패를 사용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겠습니다. 사포질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 헤펠레 70mm 코너 브라켓을 사용할 경우 에이프런의 홈 위치는 45~47mm 여야 하고, 모서리따기는 21mm 지점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 금전적 여유가 된다면 에이프런은 24t로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18t도 강도면에서 문제는 없습니다.
- 코너브라켓이 다리가 분리되어 편하긴 한데 각재와 에이프런의 높이 차이가 좀 커서 미적인 점에서 아쉽네요. 24t로 하면 좀 개선될 듯 하고, 다른 코너브라켓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겠습니다.
- 스테인을 바르기 전에는 반드시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 결을 일으킨 뒤 사포질을 미리 해두어야 여러모로 편합니다.
- 다리의 모서리를 따기 전 아큐모빌로 45도 구멍을 뚫은 뒤에 모서리를 따는 것이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엔듀로 프리캣 바니쉬의 마감 품질은 매우 만족스럽지만 광이 좀 많아서 아쉽습니다. 반광(Semi-Gloss) 제품보다는 저광(Satin) 제품을 사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 멀바우 같이 딱딱한 나무를 핸들링할 때는 찍히는 것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어서 좋더군요. 막 다뤄도 멀쩡합니다.
-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마감할 때 위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이 문제가 되더군요. 바니쉬 칠하고 있는데 마르기 전에 떨어진 땀이 오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땀을 막기 위해 머리띠를 하고 자주 수건으로 땀을 닦아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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