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원래 유리와 같이 쓰게 되어 있는 식탁이라서 그런지 식탁에 바니쉬 마감이 되어있지 않더군요. 물이 그대로 스며듭니다. "제가 바니쉬 발라드릴게요~"라고 말씀드린지 한달이 지났는데 드디어 지난 주말 바니쉬 마감해드리러 온 식구가 출동했습니다.
준비물은 바니쉬(제너럴피니쉬 엔듀로 프리캣), 스펀지 붓, 트레이, 마스킹테이프, 식탁 바닥에 붙일 부직포 등을 챙겼습니다. 그런데 처가집 앞에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 아 사포를 안가져왔더군요.
다행히 처가 바로 앞에 "신장종합상사"라는 큰 철물점이 있더군요. 들어가 보았는데, 오~ 꽤나 괜찮은 철물/공구점이더군요. 나무도 파는 것 같아 물어보니 공사 현장용 합판과 MDF밖에 없다고 하네요. 가구용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주인 아주머니께서 친절히 얘기해 주시네요. 천사포를 장당 600원에 싸게 샀습니다. 80방, 220방, 400방 사포를 각 다섯장씩 9,000원에 업어왔습니다.
자 이제 바니쉬 칠을 당할 식탁을 소개하죠. 메이플(단풍나무) 톱핑거조인트 집성으로 된 상판입니다. 메이플도 종류가 많지만 대부분 흰색에 가까운 밝은 색이므로 스테인으로 착색된 것일 겁니다. 그리고 착색된 모양이 수성은 아니고 유성 스테인 같습니다. 표면은 사포질이 잘 되어 있어 아주 매끈합니다. 여기에 바니쉬를 올려야 합니다. 사포질을 한번 할까?하고 고민하다가 그냥 하기로 했습니다. 괜히 표면을 망칠것 같아서요. 근데 하드우드인 메이플도 저렇게 상처가 나네요. 하긴 10년을 쓰셨다니...
어떻게 만들어진 식탁인가 하고 아래를 들여다보니 다리와 에이프런은 장부맞춤을 하고 에이프런과 상판은 피스로 직결했네요. 에이프런 간에는 대각선의 보강목을 대고 타카로 박았구요. 십년전에 백만원 정도 주고 산 식탁이라는데 가격에 비해 정성이 보이지는 않는 상업가구군요. 제가 만들어 드렸어야 하는데... ^^
먼저 상판 표면을 물티슈로 깨끗하게 닦은 뒤 마른 걸레로 한번 더 닦아주고 조금 말렸습니다. 다음으로 바니쉬를 쓸 만큼 트레이에 옮겨 담아야 하는데 이때 계량스푼을 이용하면 좋습니다. 아래 사진의 큰술은 약 15cc 정도입니다. 보통 4인용 식탁의 초벌칠은 2~3 큰술, 재벌칠은 1~2 큰술, 세번째 칠은 1 큰술이면 충분합니다. 정확하게 계량해서 덜면 바니쉬의 낭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과감하게 바니쉬 초벌칠 했습니다. 표면이 너무 매끄럽고 오일스테인이 발라져 있어 혹시 바니쉬가 겉도는 걸 아닐까 하고 우려를 했는데 그 우려가 그대로 적중하네요. 바니쉬는 스며들지 않고 붓자국은 그대로 남고 얼룩덜룩 장난이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바니쉬를 낮에 발라본 적이 없네요. 시끄럽지 않은 작업은 주로 퇴근하고 와서 하기 때문에 밤에 희미한 조명 아래서 발라봤지, 이런 대낮에 발라보진 않았습니다. 대낮이라 그런지 붓자국이 유난히 눈에 띄더군요. 그래도 손대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 그냥 일단 말려봅니다.
모든 마감도료에는 재도장 시간 간격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걸 잘 지켜야 하는데... 엔듀로 프리캣의 경우 지촉건조(Tack Free, 손으로 만졌을때 건조한 느낌이 나는) 시간은 5~10분, 샌딩 가능 시간은 30분, 재도장 가능 시간은 1시간, 사용 가능 시간은 5~6시간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바니쉬 도장 사이에는 가벼운 사포질을 해주는 것이 좋은데 이때 사포를 물에 적셔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차피 바니쉬를 한번 바르고 나면 나무에 물이 스며들지 않기 때문이고 물이 있어 마찰열이 적게 발생하고, 깨끗하게 세척하면 혹시 모를 불순물을 제거하여 스크래치가 덜 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먼지가 날리지 않아 실내에서도 사포질을 할 수 있습니다.
물에 적신 물사포로 샌딩 작업 중입니다. 정말 가볍게 쥐고 해야 하는데 얼룩덜룩이 신경쓰였는지 좀 힘이 많이 들어갔습니다. 고운 입자의 400방 사포로 했는데도 미세한 스크래치가 납니다. 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번엔 좀 더 두텁게 칠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번째 바니쉬를 칠하고 보니 식탁 가장자리에 물이 떨어진 자국이 보입니다. 맙소사 제 땀이 떨어진 거였습니다. 혹시나 망칠까 해서 휴지로 살짝 닦아냈는데 마르기 전이라 그런지 복구가 불가능한 자국이 남았습니다. ㅡ,,ㅡ 도막이 한꺼풀 벗겨진 듯한... 아 정말 마감 작업이 제일 어렵습니다. 정성들여 만든 가구인데 마감이 잘못되어 망치는 건 정말 악몽입니다.
그래서 이후로는 아래 사진처럼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바니쉬 마감을 했습니다. 혹시 모를 탈모에도 대비하구요. 땀이 떨어지지 않아 좋기는 했는데 여전히 붓자국은 남고 얼룩덜룩 합니다. 사포질을 하면 스크래치만 납니다. 정말 초난감입니다.
지금까지 바니쉬 원액만 사용해서 세번 발랐는데... 어디서 들은대로 바니쉬에 물을 10% 정도 섞어 희석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니쉬가 묽으면 마르는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리지만 넓게 퍼져서 붓자국이 덜 날것이라는 계산이었습니다. 네번째 마감은 희석한 바니쉬로 하니 과연 얼룩덜룩한 부분이 약간 줄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스크래치와 위의 땀자국은 없어지질 않습니다.
완전히 말리고 난 후의 사진입니다. 각도에 따라서는 아주 칠이 잘 된것 처럼 보이지만 약간만 각도를 낮추어 빛을 비추면 붓자국과 흠집이 그대로 보입니다. 완전히 실패작입니다. 그래도 장모님은 고맙다고 하시네요. 밥을 먹다 김치국물 흘릴까봐 신경쓰였는데 이제 걱정 않으셔도 된다구요. 좀 밉게 되었지만 방수기능이라도 잘 되면 그나마 다행이겠죠.
일전에 만들어드린 자작합판 접이식 상을 보니 거무스레한 자국이 묻어 있더군요. 물티슈로는 지워지지 않는... 아마도 뜨거운 커피잔에 의해서 생긴 자국 같습니다. 이 상은 삼화페인트의 홈스타 클리어 바니쉬를 발랐는데 락카 베이스입니다. 폴리우레탄보다는 열에 약하다고 합니다.
다행히 고운 사포로 살살 문질러주니 자국은 어느 정도 벗겨지더군요. 가지고 간 엔듀로 프리캣 바니쉬를 덧칠해 주었습니다. 다행히 잘 접착은 되는 것 같더군요. 한번 더 발랐으면 좋겠지만 땀을 뻘뻘 흘리는 저를 보고 장모님이 만류하십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바니쉬와 어슬픈 실력을 믿고 한 작업들이었지만 실패였습니다. 이유에 대해서 제가 생각해 본 점은 이렇습니다.
- 무엇보다 재도장 간격을 지키지 않은 것이 문제인 듯 합니다. 식탁을 마루 한켠에 두고 했는데 바니쉬 마르는 걸 지켜보자니 참 무료하고 아이도 돌아다니며 만지려 하는 등... 충분히 말리지 않고 재도장을 한듯 합니다. 역시 마감은 해놓고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집에서 저녁에 마감할 때는 한번 칠하고 아이와 두시간 정도 놀다가 또 다시 칠하고 잠들고... 이런식이라 시간 간격이 넓거든요. 이렇게 칠하고 있는 걸 눈 앞에 두면 시간 간격 지키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라리 발라놓고 산책이나 나갈 걸 그랬습니다.
- 첫번째 바니쉬를 칠하기 전 샌딩하고 바니쉬를 발랐어야 했나 봅니다. 샌딩 후 샌딩실러를 발라주면 더 좋구요. 바니쉬가 오일스테인 위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강해서 좀 그랬습니다.
- 붓자국이 좀 나면 바니쉬를 묽게 해서 두텁게 바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 나무로 가는 세상 카페에 관련한 질문을 올려보니 오일과 왁스마감을 하는 것이 나을뻔 했다는 의견입니다. 원래가 오일마감이었으니 오일로 덧마감을 해야 했었나 봅니다. 그런데 오일류는 냄새가 심하고 건조시간이 오래 걸려서 이렇게 출장와서 칠하기는 어렵죠.
한가지 확실한 사실은 마감은 여전히 어렵다는 점입니다.
(2013.11.5 추가내용)
요즘 마감에 대해서 공부를 하다보니 이 실패의 원인이 뭔지 대충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나열해 보면...
- 이 테이블의 경우 오랫동안 사용한 것이라 상판에 기름과 물로 오염이 많이 되어 있었을 겁니다. 그러므로 이들을 제대로 닦아내지 않으면 바니쉬에 제대로 접착이 되지 않습니다. 거친 사포를 이용하여 전체적으로 샌딩을 먼저 하고 상도를 올려야 했습니다.
- 붓을 좀 큰걸 썼어야 했습니다. 수성 폴리우레탄은 건조속도가 빨라 작은 붓으로 하다보면 도장을 완료하기도 전에 윗쪽은 이미 말라 버립니다. 그게 눈에 보이면 덜 발라진건가? 하고 의심하면서 자꾸 덧칠을 하게 됩니다. 큰 붓으로 천천히 긴 스트로크로 빠르게 도장해야 합니다.
- 도장사이에 습식샌딩을 전체적으로 한게 문제였습니다. 첫도장의 품질이 안좋으니 전체적으로 빡빡 문질러 했는데... 이것보다는 부드러운 사포로 손으로 만져보면서 거친 부분만 살짝 샌딩을 했어야 합니다. 그리고 습식이 아니라 건식으로요...
마음 같아선 새로 해드리고 싶은데... 우리집이 아니라 참 어렵네요.
글 잘 보았습니다.
답글삭제마지막 부분에서, 건식 샌딩을 해야 한다는 것은 어떤 이유인가요?
물사포가 안 되고 건식으로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하여 문의드립니다.
습식샌딩은 물기와 떡짐 현상 때문에 표면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저는 한번 습식으로 해보고는 건식으로 계속 하고 있는데, 습식으로 하는 경우는 이론적으로 비눗물을 사용해 마찰을 줄이는게 좋다고 합니다. 건식으로 샌딩을 최소화하는 것이 아마츄어에게는 시간도 절약하고 품질도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전체적 습식 샌딩은 도막이 충분히 올라온 상태에서 공을 들여 매끈한 표면을 만들때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어중간하게 하면 더 나쁜 결과가 나오는 것 같습니다.
삭제답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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