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가이즈(The Piano Guys)의 탄생
어느날 공연을 앞둔 존 슈밋은 유타주의 세인트 조지(St. George)에 있는 피아노 가게에 들릅니다. 존 슈밋은 그 가게 주인인 폴 앤더슨(Paul Anderson)에게 여기서 피아노 연습을 좀 하고 싶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유명 피아니스트가 자기 가게에서 연습을 하겠다는데 마다할 사람 없겠죠.
때마침 폴 앤더슨은 당시에 피아노 판매를 늘려볼 계획으로 홈페이지도 만들고 페이스북도 만들고 하는 온라인 마케팅을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게에는 영화를 공부하던 텔 스튜어트(Tel Stewart)가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앤더슨과 스튜어트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존 슈밋의 영상을 찍고 편집하여 유튜브와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는데 (단순히 피아노 좀 팔아보겠다는 의도로) 이게 반응이 괜찮은 겁니다.
존 슈밋은 자신보다 한참 어리지만 20년 동안 친하게 지내며 협연을 해온 스티븐 넬슨(Steven Nelson)이라는 끼넘치는 천재 첼리스트를 불러 들입니다. 스티븐 넬슨은 젊은 정통 첼리스트이자 전자 첼로, 첼로 퍼쿠션1등의 첼로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음악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넬슨은 이웃에 살고 있던 친한 뮤지션인 알 판데르 비크(Al van der Beek)를 끌어 들입니다.
이렇게 다섯 명이 모여서 The Piano Guys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습니다. 존 슈밋은 피아노를 담당하는 Piano Guy, 스티븐 넬슨은 첼로를 담당하는 Cello Guy, 알 판데르 비크는 편곡/녹음/편집 등의 전반적인 음악을 담당하는 Music Guy, 텔 스튜어트는 비디오 촬영 및 편집을 담당하는 Video Guy, 마지막으로 폴 앤드슨은 그냥 대장 "The" Guy... 이렇게 담당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뮤직 프로젝트 그룹이 실제 음악을 담당하는 보컬과 메인 연주자만이 그룹 멤버로 일컬어지는데 피아노 가이즈는 연주를 뮤직비디오로 만드는 것이 중요 미션이기 때문에 편집과 영상 담당하는 스태프까지 그룹 멤버로 인정합니다.
이들이 모여서 처음으로 만들어낸 본격적인 작품이 "Michael Meets Mozart" 입니다. 마이클 잭슨과 모짜르트에게 헌정한다는 의미의 이 영상은 첼로로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소리를 담아내었고 존 슈밋의 간지나는 피아노 연주와 목소리 퍼쿠션 등이 인상적인 명곡입니다. 클래식은 어렵고 지루한거라는 생각을 통쾌하게 깨버리는 피아노 가이즈의 작품들은 통틀어 1억 3천만 뷰를 넘어서는 대히트를 치게 됩니다.
장난으로 시작했던 이 영상 작업들은 폴 앤더슨이 생업이던 피아노 가게를 정리했을 정도로 이제 그 규모가 커졌습니다. 앨범도 내었고 공연 투어도 다니고 엄청난 팬들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열정적으로 음악을 만들고 영상을 만들어 팬들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악기 배우기에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피아노 가이즈의 영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도 물론이구요.
수많은 명 영상들이 있지만 오늘 제가 뽑은 영상은 Rockelbel's Canon 이라는 곡입니다.
Rockelbel's Canon
이 음악은 조지 윈스턴의 피아노 연주로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입니다. 17세기에 활동했던 독일 음악가인 요한 파헬벨(Johann Pachelbel)에 의해 만들어 졌습니다. 카논(Canon)은 앞에 연주된 메인 멜로디에 시차를 두고 비슷한 멜로디를 겹치게 하는 작곡기법을 의미합니다. (돌림 노래를 연상하시면 됩니다) 실제로 카논을 들어 보면 비슷한 멜로디 패턴이 좌우를 번갈아 가며 들리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티븐 넬슨이 말한 이 음악을 만들게 된 동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 첼리스트에게나 물어보세요. 파헬벨 카논의 첼로(베이스) 파트는 8개의 음만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좋은 점은 외우기 쉽다는 거고, 나쁜 점은 이 반복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거죠. 소문에는 파헬벨이 첼로 파트를 쓰다가 미처 마치지 못하고 죽었다는 말도 있고, 그가 첼리스트와 사귀다가 잘 안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너무 지루해서 첼리스트들은 이 곡을 연주하다가 잠들기 십상입니다."
Rockelbel's Canon 영상의 첫부분은 결혼식장에서 신부가 입장할 때 첼로 주자 4명 (그래봐야 다 넬슨입니다. ^^)이 카논을 위 악보대로 연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계속 무한반복입니다. 지루해서 연주자가 졸기 시작하는데 꿈까지 꿉니다. 꿈에서 "난 카논을 이렇게 연주하고 싶었다구~" 하면서 신나는 퍼쿠션이 가미된 락(Rock)버전의 카논을 연주합니다. 결혼식에 참석한 모두가 즐거워하고 춤을 춥니다.... 허걱 근데 이건 앗슈빌꿈.
이 음악에서는 아쉽게도 존 슈밋의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뮤직비디오에 나오기는 합니다. 잘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스티븐 넬슨은 활로 연주하고, 활로 두드리고, 현을 뜯고, 심지어 기타처럼 치고, 첼로를 돌려가며 소리통을 두드립니다. 첼로 네 트랙으로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하고 탄성이 절로 나지 않습니까?
피아노 가이즈라는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은 폴 앤더슨이 운영하는 피아노 가게의 이름이었습니다. 5명의 멤버 중 피아노 치는 사람은 존 슈밋 한 명밖에 없는데, 왜 피아노 가이즈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묻는 사람이 아주 많다고 합니다. 스티븐 넬슨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렇게 합니다.
"The more exciting part of the story is that we've been doing our genealogical research, and we've found that the cello and the piano do share a common ancestor: The Tree."
(흥미로운 것은 말이죠. 족보 조사를 좀 해보니 피아노와 첼로는 조상이 같더라구요. 바로 나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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