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4년 1월 10일 금요일

헷갈리는 나무 구별하기 (응봉산에서)

날씨가 좋고 마땅히 할 일이 없을 때는 저희 집 앞에 있는 나즈막한 응봉산을 아이와 함께 오릅니다. 오르는데 딱 1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산이라고 하기에 애매하지만 한강변에 접해 있어 올라서면 제법 좋은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응봉산에 예산이 좀 투입되었는지 길도 정비하고 정자도 보수하고 나무도 심고 몇몇 표지판들도 세웠더군요. 그 중에 헷갈리는 나무들을 구분하는 표지판은 목공을 하는 저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것들 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으로 담아 봤습니다.

측백나무, 편백나무, 화백나무

사실 측백과 편백은 구분하기 쉽습니다. 멀리서 딱봐도 잎이 서있는 모양이면 측백이고 누워있는 모양이면 편백입니다. 그리고 화백은 인공조림을 잘 하지 않아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닙니다. 그런데 이들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잎 뒤의 무늬를 보면 된다고 합니다.


잎만 떼어놓고 보면 구분이 어렵지만 뒷쪽을 봐서 W자 무늬가 있으면 측백, Y자 무늬가 있으면 편백, X자 무늬가 있으면 화백이라고 써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인터넷을 뒤져보면 이 정보는 틀린 것 같습니다.

서울에서 화백나무 군락이 있는 곳은 국립현충원입니다.  거기서 화백나무 잎의 뒷면을 찍어 본 것인데 W자 무늬 보다는 X자 무늬에 가깝고, 차라리 흰색 부분이 더 넓어 나비모양에 더 가까움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측백은 흰색 무늬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편백은 Y자 모양이 맞구요.  자세한 사진을 보려면 여기를 참고하세요.


측백나무는 도심 아파트나 관공서의 정원에 많이 심어져 있는 나무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잘 자란 키 큰 측백나무는 경복궁이나 서대문 역사박물관 등지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편백나무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나무라 전라남도 장성, 경상남도 남해와 통영 등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화백나무는 강원도 횡성에 집단 서식지가 있습니다.

소나무와 잣나무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오는 우리 민족의 삶과 가까운 친근한 나무입니다. 소나무는 종자나 서식환경에 따라 아주 키가 크고 쭉 뻗어 자라는 것도 있고 구불구불 자라는 것들도 있습니다. 경상북도 울진의 금강송 군락지는 쭉쭉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어 특히나 유명하지요.

우리의 소나무와 일본의 소나무는 같은 종인데 일본이 먼저 세계에 알리는 바람에 소나무의 영어 통상명은 Japanese Red Pine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높은 산에서 자라는 잣나무는 우리 고유종으로 영어 이름이 Korean White Pine입니다. 역설적이죠?


전세계적으로 따지면 소프트우드 그 중에서도 파인류의 나무가 가장 많고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습니다. 소나무는 목재로서도 주택을 짓는데 많이 사용될 정도로 훌륭한 소재이고, 소나무의 송화가루는 우리 조상들이 먹거리로 활용하였습니다. 송진은 Rosin이라는 이름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지(Resin)로서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고 소나무로부터 추출하는 테레핀유는 중요한 천연 오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잣나무의 잘 아시다시피 그 열매가 우리의 식생활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만... 잣나무가 고산지대에 주로 분포하는데다가 아주 키가 높이 자라는 나무라 열매의 채취가 그리 쉽지 않다고 합니다.

소나무와 잣나무의 구별은 바늘잎이 몇개씩 뭉쳐있나를 보면 됩니다. 두개씩 뭉쳐있으면 소나무이고, 다섯개 뭉쳐있으면 잣나무입니다. 그리고 멀리서 봐도 잣나무의 경우는 바늘잎이 가늘어 보이고 연해서 머리카락 같은 느낌입니다. 그리고 수피 또한 확연히 구분되는데 소나무는 거북 등 모양으로 쩍쩍 갈라지는데 비해 잣나무는 매끈한 수피입니다.

도심에서도 잣나무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것들은 미국에서 건너온 스트로브 잣나무입니다. 이 잣나무의 열매는 맛이 없어서 먹지는 못한다고 하네요. 그냥 조경수로만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메타세콰이어와 낙우송

메타세콰이어는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립니다. 공룡시대에 공룡뼈와 같이 이파리가 화석으로 발견되기도 했는데 한때 멸종된 줄 알았다가 중국 깊은 산속에 자생하는 군락지를 발견하게 되어 종 보존을 위해 전세계로 종자를 보급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아주 쉽게 볼 수 있는 나무지요.

메타세콰이어는 군락을 이루면 더욱 더 멋있는 나무로 제가 아주 좋아하는 나무 중 하나입니다. 담양의 메타세콰이어 길은 전국구로 유명하고, 서울의 경우 월드컵공원과 서울숲에 군락을 이루고 있습니다. 키가 아주 크게 자라고 잘 생긴 나무입니다.


메타세콰이어를 4월이나 5월에 만나시면 이파리를 한번 만져보십시요. 그 부드러운 감촉이 아주 환상적입니다.  메타세콰이어는 서울숲, 보라매공원 일대, 노을공원 등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멸종된 줄 알았던 메타세콰이어는 오히려 보기 쉬운데 비슷한 낙우송은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낙우송이나 메타세콰이어나 침엽수이지만 가을이 되면 갈색으로 변하며 잎을 떨구는 특징이 있습니다.

낙우송은 물을 좋아해서 물가에 살거나 아예 물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기도 합니다.  물속에 잠긴 뿌리가 숨을 쉬기 위해서 뿌리가 밖으로 돌출하게 되는데 이를 기근이라고 하고, 낙우송을 구분하는 큰 증거가 됩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기근을 볼 수 있습니다.



메타세콰이어와 낙우송의 잎을 보면 낙우송의 것이 좀 더 가늘고 짧고 부드럽습니다.  하남의 강변에 가면 가로수로 메타세콰이어와 낙우송이 섞여서 심어진 곳이 있는데 거기서 보면 이 둘을 확실히 구별할 수 있습니다.  저는 낙우송의 잎이 더 아름답더군요.



낙우송은 보라매공원의 호수 가운데에도 심어져 있고,  의왕 자연학습공원의 호수에도 심어져 있습니다.


헷갈리는 참나무들

나무에 대해서 공부를 좀 했지만 아직까지도 참나무 5형제는 구분하지 못합니다. 너무 외우기가 어렵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참나무는 떡갈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졸참나무,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입니다. 모두 약간씩 다른 잎의 모양, 약간씩 모양이 다른 도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국의 참나무는 화이트오크와 레드오크를 중심으로 가구를 위한 고급 재료로 많이 활용됩니다만... 우리나라의 참나무는 그러지 못하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아름드리 큰 참나무 군락도 드문데다가 건조기술이 부족해서인지 건조하는 과정에서 갈라지는 경우가 많아 가구재로의 활용이 매우 어렵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참나무들은 대부분 버섯재배용이나 땔감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숲에는 참나무들이 많이 있는데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참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는 다람쥐, 너구리, 멧돼지, 곤줄박이, 거위벌레 등의 야생동물의 주요 먹이입니다. 그래서 산에서 도토리를 채취하는 것은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참나무의 수피 안에는 아주 많은 곤충들이 알을 놓고 깨어난 애벌레들이 자라기도 합니다.

밤나무와 상수리나무

밤나무와 상수리나무는 종이 다르지만 이파리가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리는 나무입니다. 물론 열매를 보면 확연히 구분할 수 있지요. 하지만 열매가 달리기 전이나 열매가 떨어지고 없어지면 구별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주변에 밤나무 열매의 가시가 흩어져 있다면 밤나무일 확률이 많습니다. 하지만 수피를 자세히 보면 이 둘을 구분할 수 있는데 밤나무는 세로로 쩍쩍 갈라진 형상이라면 상수리나무는 구불구불 코르크 재질의 수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느티나무와 느릅나무

느티나무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정자나무로 시골마을 어귀에 버티고 서있던 친숙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는 수형도 아름답거니와 목재로서의 가치도 높아서 최고급 가구재로 오래전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한편 느릅나무는 오래전부터 새순, 껍질, 뿌리 등이 약재로 사용되어 온 유용한 나무입니다.


이 둘은 모두 느릅나무과의 나무로 외형도 매우 비슷해서 구별이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수피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데 느티는 맨들한 편인데 가로로 무늬가 있으며, 느릅은 쩍쩍 갈라져 수피가 잘 떨어져 나가는 형상입니다.

오히려 수피나 잎모양만 따지만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느티나무와 벚나무가 더 헷갈릴 수 있습니다. 벗나무나 느티나무나 수피에 가로 줄무늬가 모르스부호처럼 생겼지만, 벚나무는 가로 줄무늬가 터져서 입술 모양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편 응봉산에는 자생하는 참느릅나무를 여러군데서 찾을 수 있는데, 참느릅나무와 느릅나무는 또 약간 다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참느릅나무의 잎은 느릅나무의 것보다 훨씬 작습니다.


왕벚나무와 산벚나무

왕벚나무와 산벚나무는 구별이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도시에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는 것은 왕벚나무들 입니다. 산벚나무는 주로 산에서 자생하는 것들입니다. 꽃색깔에 약간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둘을 놓고 비교했을 때나 확연히 드러날 정도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왕벚은 잎보다 꽃이 먼저 피고, 산벚은 꽃보다 잎이 먼저 난다는 정도입니다.


갈대와 억새

갈대와 억새는 비슷하게 생겨서 많이 헷갈려 합니다. 하지만 억새는 산에 살고 갈대는 물가에 살아서 어디서 보았는지로 쉽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특히 꽃이 필때면 하늘하늘 아름다운 것이 억새이고 갈대는 약간 투박한 모양입니다.


산수유와 생강나무

봄이 되면 벚꽃보다 먼저 노란색 꽃을 피워 우리들을 즐겁게 해주는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있습니다. 꽃만 놓고 보면 구별이 매우 어렵지만 수피를 보면 어렵지 않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산수유는 수피가 쩍쩍 갈라져서 지저분해 보이는 반면, 생강나무는 매끈한 수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산수유는 도심의 정원에 많이 심어져 있어 보기가 쉬운 반면 생강나무는 대부분 산에서 자생하는 것이라 산에 가야만 볼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소박한 노란색이 아름다운 산수유 꽃입니다.  벗겨지는 수피를 볼 수 있습니다.


진달래와 철쭉

진달래는 4월에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 것들입니다. 철쭉은 5월이 되어야 피기 시작하는데 잎과 같이 꽃이 핍니다. 진달래는 주로 산에서 자생하는 것들이고 철쭉은 자생하는 것들도 많지만 개량종이 많아서 도심의 정원에 많이 심어지고 있습니다.


아들과 이렇게 표지판 하나하나를 보면서 나무 구별하는 공부를 하면서 응봉산에 올랐더니 어느듯 해가 질려고 하네요. 아들이 산 정상에 있는 저 운동기구를 좋아하는데 참 부쩍 빨리도 자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