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2월 1일 금요일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모든 일의 시작에는 어떤 이유가 있습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간에 어떤 사건에서부터 일이 시작되는 것이죠.

거의 30년 가까운 세월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그걸로 취직하고 그걸로 돈벌고 가정을 꾸려왔던 제가 왜 갑자기 뜬금없는 목공의 길에 발을 들이게 되었을까요?

결혼해서 8년동안을 전세로 서울 이곳 저곳을 떠돌다 조그만 20평짜리 아파트를 좋은 위치에 좋은 가격에 구입을 하였고, 결혼한지 딱 10년이 되는 해에 저희에게 첫 아이가 생겼습니다.

아이없이 10년 가까이 살다보니 부부만 사는 집구조와 가구들만 갖추어져 있고 아이가 세살이 되자 이제 아이방을 만들어주어야 될 때가 되었습니다. 때마침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몇년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단지내의 30평 아파트가 이제는 조금만 무리하면 살 수 있는 상황도 되었구요. 이래저래 운좋게 지난 겨울에 같은 단지내로 평수를 넓혀 이사를 했습니다. 이제 여기서 은퇴할 때까지 살자... 라는 생각으로요.


이사를 하다 보면 돈이 많이 듭니다. 집이 넓어지면 그것을 채울 가구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네 삶의 질이 높아졌는지 MDF로 만든 가구는 눈에 차지 않습니다. 원목가구를 사려고 하니 가격이 무섭습니다. 지역에 있는 공방에 가면 좀 쌀까 해서 가봤더니 주먹구구식으로 가격을 산정하고 신뢰가 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제법 이름있지만 신뢰가는 분이 운영하는 원목가구점을 알게되었고 거기를 몇번 드나들면서 얘기듣고 보고 만져보고 하면서 원목가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그 가구점에서 침대 두개와 아이가 쓸 옷장과 서랍장 그리고 마루에 놓을 TV장, 식탁까지 구입을 했습니다. 장사가 잘되는지 주문하고서 한달 정도가 걸려서 물건을 받았습니다. 이사하고 2주를 메인 가구가 없이 살았죠. 가구를 받고 배치하여 두었는데 아... 그 느낌과 향기... 이래서 원목가구를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인터넷을 뒤지며 정보를 모으던 중... 양적충만이 질적변화를 야기하는 순간 나는 20년을 넘게 피워온 담배를 끊으며 대신 목공을 취미로 삼기로 했습니다. 중독의 대상을 담배에서 목공으로 바꾼 것이죠.

시작은 이렇게 미약하였는데 그 끝은 어떤지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계속 가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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