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10일 월요일

아들을 위한 멀바우 책상 만들기

처제를 위해 만들었던 멀바우 4인용 식탁이 완성되고 대전으로 배송되기 까지 약 2주 정도 걸렸습니다. 그 2주 동안 멀바우 식탁은 아들내미와 마눌님이 함께 책을 보는 책상으로 사용되었지요. 그런데 그 식탁이 대전으로 휭 가버리니 아들내미가 책 볼 곳이 없다며 불만을 터뜨립니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아들내미가 식탁 위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수성펜이 종이밖으로 나가서 식탁에 테러를 가하기도 했구요. 아들내미가 맘껏 자기걸로 사용할 책상이 절실해졌습니다. 그래서 역시 똑같은 멀바우로 책상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책상이라고는 하지만 식탁과 거의 똑같은 디자인과 설계입니다.

(이 글은 번데기너트를 이용하여 다리를 만듭니다. 하지만 총알볼트를 사용하면 더 쉽고 튼튼합니다. 여기를 참조하세요)

멀바우 책상 설계

전에 만들었던 멀바우 식탁의 상판은 1,300mm x 750mm 크기였는데 책상은 1,400mm x 700mm로 길이는 조금 넓게 하고 폭은 좀 줄였습니다. 대부분 책상은 긴 것을 선호하고 식탁은 폭이 넓은 것을 선호하더군요. 아마도 마주보고 앉느냐 옆으로 같이 앉느냐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책상이면 흔히 생각하는 서랍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마눌님이 필요없답니다. 나중에 따로 아래에 놓는 서랍장을 만들랍니다. 서랍이 없으므로 식탁과 거의 동일한 디자인입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프레임의 세로 보강목이 하나에서 둘로 늘었다는 점입니다. 전에 보강목을 하나로 했더니 좀 낭창낭창한 느낌이었는데 보강목을 두개로 하면 좀 더 탄탄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적중했습니다. 하나일 때보다 두개일때 훨씬 더 짱짱합니다.


애초 계획은 쇠로 된 코너브라켓을 사용하지 않고 코너브라켓을 대체하는 나무로된 ㄱ자브라켓을 만들어 쓰려고 했습니다. 아래 도면에서 분홍색 부분의 ㄱ자 구조를 나무로 만들면 다리의 모서리따기 가공이 필요하지 않아 간편하고, 프레임과 다리의 밀착면도 넓어 안정적이고, 다리와 프레임의 결합시 볼트에 와샤를 끼우면 충분히 튼튼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다리에 붙어 마구리면이 노출되는 것이 포인트가 되기도 하구요.


그런데 마눌님이 반대하는 겁니다. 마구리가 노출되는 것도 싫고 튼튼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처제네에서 확인해 본 결과 사용하던 식탁이 비슷한 방식의 나무브라켓으로 되어 있는데 와샤를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볼트머리가 나무를 파고들어 식탁 다리가 흔들거리는 하자가 발생했더군요. 물론 사용한지 10년이 넘긴 했지만 나무가 오랫동안 지속적인 스트레스를 받으면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죠. 그래서 적어도 볼트로 채우는 브라켓만은 쇠로 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상판은 멀바우 사이드핑거 조인트 집성판재 18t를 사용했고 나무좋아요에서 재단하여 실어왔습니다. 에이프런과 다리는 레드파인으로 아이베란다에서 재단하여 배송시켰구요. 집에 도착한지는 꽤 되었는데 일주일이나 지나서 작업에 들어갔네요. 자세한 만들기 과정 들어갑니다.

다리 가공

제작과정은 멀바우 식탁을 만들던 과정과 거의 비슷합니다. 그것과 다른 부분 그리고 개선된 부분을 위주로 설명드리니 멀바우 식탁 만들기 과정도 함께 보시기 바랍니다.

책상 다리 가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같은 길이로 네개의 다리를 자르는 거지요.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팁으로 정리해 두었으니 참조바랍니다. 정확한 길이로 하나를 자른 후 그것을 기준으로 다른 각재를 자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각재가 거의 다 잘려갈 무렵에는 왼손으로 떨어져 나갈 각재를 잡아주면서 수평으로 톱질을 해야 결이 뚝 떨어져 나가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잘 잘려진 각재의 모습입니다. 약간의 오차가 있다고 해도 자꾸 손대지 말고 계속 공정을 진행해야 합니다. 다리 길이 맞추기는 완성된 다음에 하시면 됩니다.


최근에 질러버린 RALI 105N 날 교체식 대패입니다. 동양대패를 셋팅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이 제품을 사봤는데 대만족입니다. 면도기날 처럼 쉽게 교체 가능한데다가 날은 자동으로 수평이 맞춰지고, 날 내밈 정도도 쉽게 조절이 가능합니다. 저같은 초보에게는 최상의 대패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가격도 저렴합니다.

판재는 대패질하기 좀 까다롭지만 각재는 쉽습니다. 대패 연습도 할 겸 60x60 레드파인 각재를 신나게 밀어댔습니다. 뽀사시한 레드파인의 속살과 그윽한 송진향이 참 좋습니다. 사포질보다 힘은 좀 들지만 가공 표면이 훨씬 좋은데다 시간이 많이 줄고 먼지가 날리지 않아서 좋습니다.


어떤 나무가 걸리느냐는 복불복이지만 이번 레드파인 각재는 비교적 예쁜 색에 예쁜 결이 걸렸네요. 특히나 이 고양이 모양의 옹이는... 밤에 보면 좀 무섭겠습니다.


이제 모서리따기(Chamfer) 가공을 할 차례입니다. 가공할 각재에서 흠집이 있거나 흉한 부분을 모서리따기 하는 안쪽으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모서리따기할 부분을 잘 고른 뒤에 아래 도면의 수치처럼 연필과 자로 그려줍니다. 21mm 의 변 길이를 가지는 직각삼각형을 그려주고, 높이는 70mm로 잡으면 됩니다. 그리고 번데기너트가 들어갈 구멍은 위/아래에서 9mm 지점에 8mm 비트로 뚫어주면 됩니다.


모두 그려진 뒤의 모습입니다.


멀바우 식탁을 만들때는 모서리를 따낸 후 드릴링을 했지만 45도로 정확하게 구멍을 내는게 어려워 개선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아큐모빌을 이용하여 45도로 정확하게 드릴링을 한 후 모서리를 따내는 방식으로 순서를 변경했습니다.

코너브라켓 구멍의 위치를 실측해보니 9mm, 61mm 지점에 구멍의 중심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 위치에 타공할 위치를 표시합니다.


타공깊이는 대각선 기준으로 35mm 정도면 됩니다. 번데기너트가 들어가고도 약간의 여유가 더 있으면 됩니다.


아큐모빌을 이용하여 대각선 드릴링을 하는 장면입니다. 지그의 접촉면이 넓은 곳에서는 안정적으로 드릴링할 수 있으나 끝부분처럼 접촉면이 좁아지면 약간 불안하더군요. 하지만 비교적 정확하게 45도 드릴링이 가능합니다.


드릴링이 모두 완료된 후의 모습입니다.


이제 톱으로 모서리를 따냅니다. 결을 켜는 방향이라 삐익~삐익 소리도 나고 힘도 많이 듭니다. 차근차근 천천히 톱질을 해 나갑니다.


외날톱으로 70mm 깊이를 파낸 후에는 등대기톱으로 45도로 살짝 따내어 줍니다. 그러면 모서리를 쉽게 따낼 수 있습니다.


타공된 구멍으로 번데기너트를 육각렌치를 이용하여 돌려 넣습니다.


이렇게 번데기너트를 모두 다 넣은 모습입니다. 다리 준비는 이제 다 되었습니다.


코너브라켓을 대어보니 윗구멍은 잘 맞는데 아랫구멍은 약간 위로 뚫렸네요. 왜 그런가하고 꼼꼼히 다시 측정해보니 코너브라켓 자체에서 약간의 오차가 있더군요. 코너브라켓의 상하가 대칭이 아니라 약간의 편차가 있었습니다. 어쨌든 저 정도로 구멍만 보인다면 볼트는 채울 수 있으므로 문제는 없습니다.


프레임 만들기

다리 가공을 마친 후 에이프런을 가공하려고 했는데... 어랍쇼 에이프런 네개가 폭이 잘못 재단되어 왔습니다. 70mm x 600mm로 왔어야 했는데 60mm x 600mm로 왔네요. 제가 주문을 잘못했나 하고 주문내역을 확인하니 제대로 주문했습니다. 아이베란다에 전화를 했는데 계속 통화중... 이거 회선 좀 늘리던지 하지... 여하튼 열번 정도 시도 끝에 통화가 되었습니다. 바로 교환처리를 해 준다고 하네요.

그리고 다음날 제대로 된 70mm x 600mm 레드파인 판재가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에이프런을 잘라야 하는데 설계상 긴 에이프런은 1,240mm, 짧은 에이프런 두개는 540mm 입니다. 이렇게 두개의 얇은 판재를 똑같은 길이로 자르려면 판재 두개를 겹쳐서 한꺼번에 자르는게 편합니다.

자를 부분에 표시를 한 후 기대어 자를 부목을 대고 직각자로 직각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두 판재를 한꺼번에 톱질합니다. 물론 반대쪽 끝은 똑같은 위치로 맞춰져 있어야 합니다.


깨끗하게 잘린 모습입니다. 일타쌍피입니다.


에이프런의 양끝에는 코너브라켓이 꽂혀질 홈과 예비구멍이 가공되어야 합니다. 홈의 위치는 끝에서 45~47mm 지점입니다. 전에 멀바우 식탁을 만들때 43~45mm로 했다가 낭패를 봤었죠. 홈의 양쪽을 등대기톱으로 6mm 깊이로 자른 후 외날톱으로 홈의 가운데 부분을 가볍게 긁어내면 됩니다. 그리고 코너브라켓을 꽂고 연필로 구멍위치를 표시하고 가운데 예비구멍을 뚫어주면 됩니다.


이렇게 긴 에이프런, 짧은 에이프런 모두를 가공한 모습입니다.


아직 코너브라켓을 결합할 단계는 아닙니다. 중간에 끼워질 두개의 보강목을 먼저 작업해야 합니다. 먼저 보강목의 길이가 얼마나 되야할 지 측정합니다. 설계상으로는 582mm인데 코너브라켓 홈 위치 오차에 따라 약간 달라지므로 아래 사진과 같이 클램프로 대충 고정한 뒤 에이프런 사이를 측정합니다. 그런데 긴 에이프런이 휘어져 있어 폭이 580mm ~ 590mm까지 다양하더군요. 그래서 그냥 설계치에 1mm 더해서 583mm로 결정했습니다.


보강목은 도웰링(목심)으로 결합될 예정입니다. 그런데 에이프런의 마구리 길이가 짧아서 도웰마스터로 목심작업을 하지 못합니다. 이럴때는 도웰포인트와 아큐모빌을 이용하면 편리합니다. 먼저 도웰포인트를 마구리 구멍에 꽂은 뒤 긴 에이프런에 타공 위치를 찍습니다.


그리곤 아큐모빌로 타공위치에 맞게 수직드릴링을 정확한 깊이로 하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 갑자기 충전드릴의 배터리가 방전이 되었고, 하는수없이 전기드릴을 꺼내어 도웰링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기드릴의 힘이 엄청나서 순식간에 드릴스토퍼가 풀리면서 에이프런을 관통해버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드릴스토퍼만 믿고 힘으로 밀어붙인게 화근이었습니다. 이렇게 드릴스토퍼는 잘 풀리니 주의해야 합니다.

저 구멍은 8mm 목심을 본드를 발라 끼워넣은 후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내어 어느정도 복구는 되었습니다만... 오점으로 남았습니다. 목심으로 가공했지만 피스박고 목심으로 가린것 같은 형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것도 하나만...


한가지 문제가 더 있었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긴 클램프가 600mm까지 압착이 가능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목심 결합을 한 프레임에 본드를 바르고 클램핑을 해야 하는데 이 폭이 620mm인 겁니다. 20mm 차이로 클램핑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고민을 하다 떠오른 생각이 트리거바 클램프의 경우 조를 바꿔 끼우면 벌리는 용도로 쓸 수 있는데 이때 벌림의 폭은 구조상 최대 800mm까지 가능합니다. 제가 작업하는 베란다의 폭인 1,300mm이고 프레임이 620mm이니 남는 폭이 대략 680mm입니다. 고로 벌림으로 클램핑을 할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아래 사진과 같이 프레임을 벽쪽으로 밀어붙여서 클램핑을 했습니다. 베란다같이 좁은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팁입니다.


보강목의 본드가 마른 후 코너브라켓을 나사못으로 연결합니다. 보강목이 하나일때에 비해 엄청 견고한 느낌입니다.


다리까지 연결해서 세웠습니다. 프레임만 만드니 금방이군요. 이렇게 다리를 세워둬야 상판을 얹어서 가공을 할 수 있습니다. 큰 작업대가 없으니 뭐 이렇게라도...


코너브라켓 부분을 확대한 사진입니다. 코너브라켓과 각재의 모서리따기 한 부분에 약 1mm 정도의 유격이 있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그래야 코너브라켓의 탄성으로 양쪽 에이프런을 꽉 죌 수 있습니다.


상판 가공

이번 멀바우 상판은 전에 비해서 좀 덜 예쁘네요. 무늬나 색감도 좀 불규칙하고 몇몇 패이고 떨어져 나간 곳이 보입니다. 다행히 우리가 쓸거라 크게 개의치 않습니다만... 일반 공방하시는 분들은 이런 나무 자체의 하자에 대해서 고객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할 지 참 난감할 것 같습니다.

상판 한 구석에 저렇게 패인 자국이 있습니다. 저런 곳은 메꾸미로 때우는게 보통인데 제가 가진 메꾸미가 하얀색이라 갈색의 나무에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이 상판의 나무가루로 메꾸미를 만들어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상판을 80방 정도의 거친 사포로 크게 크게 밀어줍니다. 그러면 아래 사진과 같은 갈색 나뭇가루가 모입니다. 이걸 한군데 잘 모은 뒤 패여진 곳에 목공본드를 살짝 묻힙니다. 그리고는 나뭇가루를 본드 위에 덮어서 꾹꾹 눌러줍니다. 그리고 본드가 마를 시간을 줍니다. 아마도 여전히 조금 파여 있을 겁니다. 그러면 다시 본드를 묻히고 다시 나뭇가루룰 덮어 누르고... 하는 과정을 서너번 반복합니다.


그래서 약간 솟아오른 정도까지 반복한 다음 잘 말려서 사포질로 평을 잡아주면 아래 사진처럼 비교적 티나지 않게 메꿀 수 있습니다.


마구리 부분 한쪽에 아래 사진과 같이 폭 1mm 정도의 깨진 곳이 있습니다. 이런 곳은 비교적 쉽게 보수할 수 있습니다.


멀바우 쪼가리를 등대기톱으로 얇게 쐐기 모양으로 자른 뒤 본드를 바르고 아래 사진처럼 꾸욱 눌러 꽂아줍니다. 그리고 본드가 마르길 기다립니다.


본드가 마른 후 목심제거톱으로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낸 후 사포로 마무리하면 아래 사진과 같이 감쪽같습니다. 이후 스테인과 바니쉬 마감을 하면 더 나아집니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한 작업인데 벌써 밤 9시입니다. 서둘러서 스테인과 바니쉬 마감을 합니다. 소리가 많이 나는 드릴링과 톱질은 되도록 낮에 다 끝내고 밤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끌질과 마감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베란다 목공의 중요한 팁입니다.


밤 11시 2차 도포한 바니쉬가 다 마르고 상판까지 모두 연결했습니다. 다리 바닥에 부직포 붙이는 것은 울 아들내미 담당. 정성스럽게 비교적(?) 가운데에 부직포를 붙입니다.


마무리

아직 제작기는 올리지 않았지만 어제 장부맞춤으로 만든 벤치와 함께 놓아 보았습니다. 엄마와 아들같이 닮았네요.


전기드릴로 관통시켜 목심으로 때웠던 구멍은 저렇게 희미하게 흔적이 남아있네요. 다행히 크게 티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는 레드파인 각재와 판재는 예쁜게 걸렸고 멀바우는 좀 미운게 걸렸습니다. 상판이 예뻐야 하는데 좀 아쉽네요. 대패질이 잘 된 다리는 꿀벅지가 연상되는 매끄러운 촉감입니다. 계속 만지게 되네요. ㅡ,,ㅡ 쿨럭


아들내미가 오랫동안 이 책상에서 공부하고 추억을 쌓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책 많이 보고 열심히 낙서하렴~ 바니쉬 듬뿍 발랐응께~


근데 저녁도 안먹고 일했더니 배고프네요. 마눌님은 너무 늦었다고 미숫가루 한잔 타주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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