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뭔가를 만들때의 마지막 공정인 마감. 그리고 그 마감의 마지막인 바니쉬 코팅. 참 어렵습니다.
마감은 마감제를 이용해서 하는건데 마감제라는게 이거했다 지우고 저거해보고... 할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경험담이 참 중요합니다. 애써 만들어놓고 마감을 잘못하면 완전 도루묵이죠.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제가 써본 두가지 폴리우레탄 마감제에 대해서 경험담을 올려봅니다.
하나는 General Finish사에서 나온 Enduro Pre-Cat (이하 엔듀로 프리캣이라 함) 이고 다른 하나는 Rust-Oleum사에서 나온 Varathane (이하 바라탄) 입니다. 둘다 수성이고 폴리우레탄 베이스의 도막성 마감제입니다.
엔듀로 프리캣의 문제점
일단 가격면에서는 946ml 기준으로 엔듀로프리캣이 52,000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바라탄은 26,000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엔듀로프리캣이 두배의 가격입니다. 과연 두배의 가격을 치를만큼 엔듀로프리캣은 가치가 있는 마감제일까요?
제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엔듀로프리캣을 구매한 이유는 이 제품이 열에 강하다고 홍보하기 때문입니다. 이 제품의 성능데이타를 보면 끓인 물을 도자기컵에 넣고 20분 동안 이 바니쉬로 코팅한 상판에 두었을 경우 아주 미세한 링마크(Ring Mark)가 생기는 정도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그외에도 자랑스럽게 다양한 성능 데이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을 구입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의 다른 코팅제의 경우 MSDS (Material Safety Data Sheet)라는 필수 자료만 제공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어떤 경도를 가지는지 어떤 내화학성, 스크래치에 대한 강도, 내열성 등을 확인할 수가 없었으므로 당연히 이런 결론이 났죠.
식탁에 쓰일 바니쉬의 경우 내열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실제 우리집 식탁의 경우도 뜨거운 커피잔을 올려놓은 곳에 링마크가 흉하게 있고(본덱스 퀵드라잉 바니쉬), 삼화페인트의 홈스타클리어 바니쉬로 마감한 접이식 상의 경우도 링마크가 곳곳에 있습니다.
이런 우려때문에 비싼 엔듀로프리캣을 사용했던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조그만 판재에 엔듀로프리캣을 발라놓고 시험을 해봤는데 열에 잘 견디는 것 같더군요.
근데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습니다. 처제네 식탁을 멀바우 상판으로 만들어 주었는데... 처제로부터 클레임이 들어왔습니다. 젖은 행주를 식탁에 올려두면 빨간 물이 베어나온다는 겁니다. 무려 바니쉬를 세번이나 발랐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멀바우 책상에서 시험을 해 보았습니다. 이 책상도 엔듀로프리캣을 세번 바른 상판입니다. 물티슈에 물을 적셔서 상판에 올려두고 10여분이 지나 확인해보니 사진과 같이 빨간 물이 배어 나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물이 상판으로 스며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삼투압 현상때문인지 멀바우의 빨간 물이 밖으로 배출이 되더군요. 참으로 난감한 일입니다.
즉 이 엔듀로 프리캣은 도막에 미세한 숨구멍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색이 배어나오지 않는 나무인 경우 내열성도 좋고 하니 좋겠지만... 적어도 멀바우같이 색이 배어나오는 나무에는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걸 유의해야 겠습니다.
바라탄을 덧칠하다
처제네에 침대를 납품하러간 날 새로 구매한 바라탄 바니쉬도 들고 갔습니다. 바라탄을 써보니 매끄러운 표면을 제공하는데다가 물을 흡수하지 않고 뱉어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에 처제네 식탁을 이걸로 덧칠해야 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엔듀로프리캣 반광이 세번 발라져 있었고 바라탄은 저광(Satin) 제품이었고 역시 세번을 덧칠해 주었습니다. 고로 총 여섯번의 바니쉬 코팅이 된 셈입니다. 다행히 같은 폴리우레탄이라 그런지 제품이 달라도 덧칠은 가능하더군요. 덧칠한 것이 저광 제품이라 식탁의 광은 확 죽었습니다만... 은은한 광이 있어 나름 괜찮습니다. 아래 사진이 바라탄 저광을 3회 덧칠한 결과입니다.
그리곤 젖은 행주를 올려놓고 10분을 두었습니다. 예상했던대로 전혀 빨간물이 배어나오지 않았습니다. 바라탄이 방수가 잘 되는 것인지... 여섯번이나 바니쉬를 칠했기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습니다만... 바라탄 바니쉬가 꽤나 발림성도 좋고 붓자국도 없고 코팅도 잘 되는 것 같아 대 만족입니다. 가격까지 착하구요.
아래 사진은 멀바우로 만든 벤치의 상판인데 엔듀로프리캣 바니쉬가 발라져 있는 상태에서 스크래치가 난 모습입니다. 아마도 이제 10개월된 어린 조카가 낸 상처라고 의심하고 있는데... 이제 겨우 기어다니는 아이가 이런 스크래치를 낼 수 있다면 엔듀로프리캣의 내구성도 그리 좋지는 않다고 생각됩니다.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엔듀로프리캣의 내열성은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완벽하게 방수는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멀바우의 마감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점을 알아두셔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내구성도 특출난 정도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두배입니다. 물로 엔듀로프리캣의 경우 촉촉한 감촉이 좋고 투명도가 좋아서 고급스럽기는 합니다만... 저런 점들이 아쉽습니다.
바라탄의 경우 착한 가격이고 발림성도 좋고 방수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바라탄의 홍보 촛점은 튼튼한 내구성입니다. 스크래치에 강하다는 건데요... 두고 볼 일입니다.
엔듀로 프리캣과 바라탄은 색이 다르다
엔듀로 프리캣은 사실 몇가지 측면에서 기존의 수성 폴리우레탄에 비해 기능이 개선된 점이 있어 비싼 가격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프리캣이라는 이름 자체는 Pre-Catalyzed라는 뜻으로 폴리우레탄의 중합 반응이 더 잘되도록 전처리를 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이론상으로는 더 강한 도막을 만듭니다.
그런데 이런 기능적인 면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은 엔듀로 프리캣은 호박색이 가미된 제품이라는 겁니다. 엔듀로 프리캣은 아래 사진과 같이 용액도 약간 호박색을 띄고 있으며, 도막도 유리같은 투명은 아닙니다. 마치 오일을 입힌 것 같은 호박색이 가미됩니다. 그래서 짙은 색의 나무에는 잘 어울리지만, 소나무 같이 밝은 색의 나무에는 약간 어색한 느낌이 있습니다.
반면 바라탄 폴리우레탄은 일반적인 수성 폴리우레탄처럼 우유빛 용액이며, 마르고 나면 완전히 투명한 도막을 만듭니다. 그래서 밝은 색의 나무에는 바라탄이 더 잘 어울립니다. 반면 짙은 색의 나무에는 약간 창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디왁스드 셀락으로 실링하여 호박색을 가미한 다음, 수성 폴리우레탄을 적용하는 기법을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도 제품 선택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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