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9년 5월 8일 수요일

총알볼트로 튼튼한 테이블 다리 만들기

두달간 미국 출장을 다녀오니, 여기저기 AS 요청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랫만에 목공 프로젝트를 몇개 하며 땀 좀 흘렸습니다. 오늘은 첫번째 얘길 풀어보지요.

6년 전에 목공에 한창 재미 붙이고 있을때, 처제가 주문하여 만든 멀바우 테이블이 있습니다. 상판은 멀바우로, 다리와 에이프런은 레드파인으로 만든 테이블입니다. 배송을 위해 다리를 분해/조립할 수 있도록 코너브라켓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혈기왕성한 아들 둘이 있다보니 집안에 성한게 없습니다. 어느날은 테이블 다리 하나가 흔들린다고 하더니, 얼마전엔 다른 다리 하나가 완전히 부러졌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고칠 수 있냐고...

사진을 보내왔는데, 보니 다리의 일부분이 아예 뜯겨 나가면서 박아넣었던 번데기너트가 통째로 다 빠져 버렸습니다. 다른 다리도 얘기를 들어보니, 번데기너트 중 위에 것이 나무에서 빠져나왔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윗부분 나무가 갈라져서 그런 것 같습니다.


처제네가 대전에 있다보니, 가서 수리하기는 어렵고 해서, 아예 다리 두개를 새로 만들어 주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블로그에 제작기를 자세히 남기다 보니, 6년전에 만든 테이블의 치수와 만든 방법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록의 위력을 또 한번 실감합니다.

이번에 다리를 만들 때는 전보다 더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전에 사용했던 번데기너트의 약점을 극복하려고, 총알볼트를 선택 했습니다. 아이베란다에 레드파인 60각재 800mm 길이로 두개, 그리고 M6 총알볼트와 너트를 주문했습니다.


이전 테이블에 사용했던 코너브라켓 여분이 다행히 있어서, 정확하게 치수와 구멍의 위치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코너브라켓이 굴곡이 있다보니 치수를 재기가 까다롭습니다. 이럴 때는 복사를 하세요. 종이에 윤곽을 인쇄하고 나면 정확하게 치수를 잴 수 있습니다. 

이 코너브라켓의 높이는 68mm이고, 구멍은 양 끝에서 9mm 지점에 중심이 있습니다. 


총알볼트(hanger bolt)는 아래 그림과 같이 두개의 나사산이 있는 볼트입니다. 나사산이 성긴 부분은 나무에 박히는 부분이고, 나사산이 촘촘한 부분은 너트를 조일 부분입니다.


아래는 실물 사진입니다. 총알볼트는 M6 50mm를 구매했습니다. 그런데 40mm가 더 나을 것 같네요. 너무 길어요. 너트는 두가지를 샀습니다. 왼쪽 것은 후렌지너트(flange nut)라고 하는 것인데 너트와 와셔가 한몸으로 되어 있어 편리하고 더 튼튼한 체결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워셔부분에 라쳇 패턴이 있어서 잘 풀리지 않습니다. 


총알볼트의 나사못 몸통을 재어보면 5mm가 약간 안됩니다. 그래서 4.5mm 드릴로 예비구멍을 뚫어주면 좋습니다. 4.5mm가 없으면 가지고 있는 5mm 드릴의 직경을 재어보세요. 대부분의 목공 드릴날은 표시된 치수보다 직경이 약간 작습니다. 제것의 경우 4.8mm 직경이더군요. 그래서 그걸 썼습니다. 


반면에 M6 번데기너트의 경우 8mm 드릴로 구멍을 뚫어주어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구멍의 윗쪽과 다리 끝의 간격이 1.5mm 더 얇아집니다. 

다리로 사용한 레드파인은 구조적인 강도는 적당하지만, 얇은 부분의 강도는 매우 약한 편입니다. 코너브라켓의 윗쪽 구멍은 다리의 끝에 가까이에 있는데, 단 1mm라도 두꺼워지는 것이 더 튼튼할 수 있습니다. 

총알볼트가 번데기너트에 비해 좋은 점 한가지 더는 나무에 박히는 깊이가 더 깊다는 것입니다. 번데기너트는 길어봐야 15mm인 반면에, 총알볼트는 20mm (이상)입니다. 그만큼 뽑아내는 힘에 잘 버틸 수 있습니다. 

또 고려해야 할 점은 총알볼트가 박힐 나무가 튼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레드파인 60각재는 집성각재이기 때문에 조각 나무가 접착제로 붙어 있습니다. 이왕이면 큰 나무 조각에 볼트가 박히도록 위치를 정해 줍니다. (사진에 연필로 표시)


사선을 따낼 위치는 21mm로 합니다. 정치수는 20mm 이지만, 다리를 더 밀착시켜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 1mm를 더 잘라냅니다. 


톱으로 다리의 사선을 따내고, 구멍 뚫을 위치를 표시했습니다. 코너브라켓을 대어보고 다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선으로 구멍을 뚫고 나서, 다시 코너브라켓을 대어 봅니다. 코너브라켓의 구멍의 10mm 이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는 괜찮습니다. 윗쪽 구멍을 뚫을때는 일부러 윗부분이 더 두껍게 되도록 살짝 아래쪽 위치에, 살짝 아래쪽으로 기울여 구멍을 뚫었습니다.


가공을 다 했으면 볼트를 박기 전에 대패로 표면을 매끈하게 정리해 줍니다. 스크래퍼와 사포까지 진행합니다.


다리를 730mm 길이로 잘라줍니다. 직각으로 자르기 위해 톱가이드를 사용했습니다.


가공된 다리입니다. 이제 총알볼트만 박으면 됩니다.


총알볼트를 설치하는 방법은 쉽습니다. 너트 두개를 촘촘한 나사산 부분 윗쪽에 돌려 끼웁니다. 그리고 스패너 두개를 반대방향으로 하여 꽉 죄여줍니다. 그러면 너트가 풀리지 않습니다. 


이 상태가 될 겁니다.


이제 위쪽 스패너를 위쪽 너트에 대고 돌려 총알볼트를 나무에 박으면 됩니다. 총알너트를 풀어야 한다면 반대로 아래쪽 너트에 스패너를 대고 풀면 됩니다.


완성된 모습입니다. 윗쪽 볼트는 살짝 안쪽으로 기울어져 박혀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코너브라켓을 실제 채워봅니다. 좀 불편하긴 하지만 스패너로 비교적 쉽게 죌 수 있습니다. 또는 라쳇렌치와 복스알로 하면 더 편합니다. 그런데 너무 큰 힘으로 죄면 안됩니다. 소프트우드라 나무가 부서지면서 볼트가 빠질 수도 있습니다.



마감하려고 창고에 있는 바니쉬 깡통을 열었더니, 너무 오래되어서 못쓰게 되었네요. 그래서 동네 페인트가게에 가서 바니쉬를 하나 사왔습니다. 삼화페인트 제품인데, 이건 처음 써봤습니다. 살짝 호박색이 들어있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설명서에도 페인트 위에는 칠하지 말라고 쓰여 있습니다. 나무에만 칠하라고... 완전 투명이 아니라 색이 의도치 않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굉장히 뻑뻑합니다. 소비자가 바로 쓰는 제품이니, 농도를 살짝 묽게 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명서에는 물로 희석해도 된다고 쓰여있긴 합니다. 뻑뻑하단 얘기는 빨리 마른단 얘기고 스스로 평잡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와이핑법으로 꾹꾹 펴서 칠했습니다. 상판이 아니기 때문에 까다롭게 농도 맞추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제 배송할 준비를 합니다. 다리 두개, 스패너 작은거, 프렌지너트, 가드스티커까지 싸서 보냈습니다. 꼼꼼한 고객서비스입니다. 그런데 배송비가 나무값과 비슷해서 놀랬습니다. ㅡ,,ㅡ


며칠 뒤, 처제가 다리를 받았고, 비교적 쉽게 조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완성된 사진을 보내 왔습니다. 새로 테이블을 사야하나 고민했다는데, 배송비 포함 3만원에 새 다리 두개를 받았으니 매우 좋아합니다.


총알볼트로 다리를 만들어보니, 번데기너트보다 더 쉽네요. 왜 애초에 총알볼트로 하지 않았나... 돌이켜보니, 그때 어디 동영상에서 총알볼트 설치법을 보았는데, 뾰족한 부분을 나무에 대고 그냥 망치로 때려박더군요. 그렇게 하면 나무가 으깨져서 매우 약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새로 총알볼트를 조사하면서 설치방법을 보니, 그때 영상이 잘못된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실 처제에게 다리 4개를 모두 교체할 것을 제안하려고 했습니다. 레드파인은 약하니, 고무나무나 애쉬같은 튼튼한 나무로 하려구요. 특히 고무나무는 가격도 저렴해서 그렇게 했더라면 좋을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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