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처제가 주문한 멀바우 4인용 식탁과 벤치세트... 완성된지 일주일이 넘어가는데 대전 출장이 계속 연기되는 바람에 저도 애타고 처제도 애가 탔습니다. 사진으로 식탁이 완성된 걸 보내주었더니 처제의 기대감이 상승되어서 부담스럽기도 했고, 대전에 내려간다 내려간다 하면서 여러번 일정을 연기해서 미안하기도 했구요.
드디어 지난주 금요일 대전 출장이 확정되었습니다. 회사일로 대전에 있는 어떤 연구소에 납품하러 가는 출장이었는데 겸사겸사해서 처제네에 식탁도 납품하러 갔습니다. 아들내미도 유치원 빼먹고 마눌님과 함께 내려갔습니다.
우리집에 세팅되어 일주일 동안 쓰던 식탁을 다시 분해했습니다. 식탁은 코너브라켓으로 에이프런과 다리를 연결하는 방식인데다가 다리의 구멍에는 번데기너트를 심어서 여러번 분해/조립해도 내구성에는 문제가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다리를 분리할 수 있어야 승용차에 실을 수 있어 일부러 이런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60x60 각재인 다리 네개를 묶고 싶은데 딱히 묶을 만한 것이 없어 마스킹 테이프를 썼는데 좀 약합니다. 나무파는데서 사용하는 짱짱하지만 나무에는 들러붙지 않는 청보호테이프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모서리를 보호할 스트로폼도 좀 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식탁 상판의 크기가 1,300 x 750mm 입니다. 이 정도 크기는 승용차(소나타 YF) 뒷자석에 눕혀서 실을 수 있습니다. 벤치도 뒤 좌석에 쏙 올라갈 크기구요. 서로 부딪혀 상처가 나지 않게 벤치는 안전벨트로 잡아 주었습니다. 식탁 상판은 집에 있는 모든 스트리폼을 동원해서 모서리 보호를 했구요.
두시간 반을 달려 처제네에 도착해서 설치를 한 모습입니다. 식탁 상판에 다리를 연결하는 것은 드라이버만 있으면 10분내에 간단히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우리집은 바닥이 하얀색 계통이라 멀바우 상판이 두드러지는 포인트였는데, 처제네는 바닥이 붉은 계통이라 연노랑의 레드파인이 포인트로 살아나네요. 투톤 가구는 이런식으로 어디서나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처제가 예쁘다고 아주 좋아하네요. 자세히 보면 결이 뜯어져 나간 곳도 있고 파진 부분도 있고 까칠까칠한 부분도 있어 내심 조금 불만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아하니 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예전에 쓰던 식탁 분해
아래 사진은 처제가 10년 전 결혼할 때 사서 쓰고 있던 장인가구에서 구입한 식탁입니다. 보기에도 무겁고 둔해보이고 실제로도 엄청 무겁습니다. 이리 무거운 것을 보니 상판은 틀림없이 합판일거라 생각했습니다. 다리는 90x90 고무나무 각재였습니다. 다리 역시 보통 무게가 아닙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식탁 다리 중 하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무거운 식탁인데다가 다리까지 흔들리지 얼마전 둘째를 낳은 처제의 마음이 참으로 불안했답니다. 그래서 급히 식탁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하네요.
아래 사진의 화살표처럼 다리 하나가 덜렁거려서 자칫하면 안전사고가 날 수도 있었습니다. 대체 왜 다리가 저모양이 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저렇게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튼튼한 가구를 만드는데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죠.
분해하여 버리기 위해 뒤집어 보았더니 메이커와 주재료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되어 수입된 제품이고 주재료는 합판, 화장합판, 파티클보드, MDF, 고무나무, PVC라고 되어 있습니다. 고무나무는 다리에만 사용된 것 같고 상판 등 기타 부분은 합판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무거웠던 겁니다.
다리는 나무로 만들어진 코너브라켓에 연결되는 구조입니다. 분해하기 전에는 다리가 흔들리는 것이 다리를 연결하는 구멍에 번데기너트를 쓰지 않아서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펴보니 번데기너트는 사용이 되었네요.
문제는 코너브라켓 역할을 하는 대각선의 지지목에 있었습니다. 볼트에는 제법 큰 지름의 와셔가 끼워져 있었는데 와셔를 사용하면 볼트머리가 나무를 파고들지 않아 튼튼하게 결합됩니다. 그런데 이 식탁의 경우 지지목이 무른 나무인지 와셔를 지지하는 부분이 내려앉았습니다. 그래서 볼트가 느슨해져서 다리가 덜렁거렸던거죠.
물론 다시 볼트를 조이면 당분간 문제없이 쓸 수 있겠지만 이미 새로운 식탁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굳이 고칠 필요는 없었죠. 디자인도 좀 옛날 스타일이고 어두운 색이라 별로 맘에 들지 않구요. 그래서 그냥 버리기로 했습니다.
튼튼하게 만들려면 제가 만들어 가지고 간 멀바우 식탁처럼 쇠로 된 코너브라켓을 사용하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쇠로 된 코너브라켓은 나무로 된 코너브라켓과는 달리 볼트머리가 파고 들거나 내려앉지 않기 때문에 더 튼튼합니다. 굳이 나무 코너브라켓을 쓰려면 와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코너브라켓 크기에 맞는 강한 철판을 대는 것이 나을 겁니다.
상판과 에이프런의 연결은 20x20 정도의 쫄대를 이용했습니다. 쫄대를 붙여두고 아래에서 위로, 안에서 밖으로 적당한 길이의 피스를 체결한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원목의 수축/팽창에 대응하지 못하지만 이 식탁의 경우 상판이 합판이므로 수축/팽창이 거의 일어나지 않으므로 이런식으로 만들어도 무방합니다.
서비스~
이 집의 큰 조카가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직 어른 책상을 쓰기에는 키가 작아 의자에 앉으면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발받침을 만들어 달라고 합니다. 그래서 어떤 디자인으로 만들어야 하나 하며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들을 살펴보니 삼나무와 소나무로 만들어지고 나름 인체공학적인 곡선이 반영된 발받침이 2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더군요.
발받침을 만드려면 작은 판재들을 가지고 만들어야 하는데 제가 나무를 사서 만들면 시중에서 파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것 같더군요. 그래서 저는 처제에게 그냥 G시장에서 사라고 했죠. 그런데 중국에서 만들어진 이 발받침을 받아서 실제로 사용해보니 별로 사용감이 좋지 않더라는 겁니다. 까시가 들 것 같이 마무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구요. 그래서 사포질 후 바니쉬를 발라주기로 했습니다.
식탁을 세팅한 뒤에 이 발받침을 살펴보았습니다. 15t 정도 되는 소나무 계열의 나무로 만들어졌고 조립은 타카로 되어 있었습니다. 나무의 결이나 모양 색상은 스프러스같은데 실제로 사포질을 해보니 레드파인과 비슷한 향이 나더군요. 스프러스라기에는 향이 강하고 레드파인 특유의 송진 향과는 약간 다르더군요. 어떤 나무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습니다.
기본적인 모서리 다듬기 가공은 되어 있는데 날카로운 부분이 중간 중간 있어서 사포 3종 세트로 맨들 맨들하게 만든 뒤에 바니쉬를 2회 발라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감촉도 좋아지고 빛깔과 모양도 한층 좋아졌더군요. 역시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 보다는 정성이 들어가야 나무에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목수가 필요하고 공방이 필요한 거겠죠.
여하튼 식탁 배달과 세팅 그리고 서비스로 발받침 마감까지 모두 마치고 피곤한 몸을 뉘여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처제가 큰 조카 방을 새로 세팅하고 싶다며 이것 저것 조언을 구하더군요. 2,750 x 2,750mm인 정사각형 방에 책상, 책꽂이, 침대를 원목으로 두고 싶다는 겁니다. 그 방에는 현재 어른이 쓰던 MDF책상과 피아노 그리고 잡다한 살림살이가 있더군요.
고민을 좀 해봐야 겠습니다. 제가 다 만들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고 배송도 문제이고 가장 큰 문제는 이제 더운 계절이라 베란다에서 작업하기에는 너무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침대 정도는 대전의 공방에 맡길까 생각 중입니다. 어쨌든 이번 여름에 육수 좀 흘리겠습니다.
남아있는 숙제들~
마눌님이 멀바우라는 나무에 반했나 봅니다. 아들내미도 이제 여섯살이니 슬슬 책상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마눌님이 멀바우로 처제네 것과 똑같이 만들어 달랍니다. 그래서 "나무좋아요"에 멀바우와 다리로 쓸 각재를 주문해 두었습니다. 처제네 식탁은 상판의 크기가 1,300x750 인데, 아들내미 책상은 1,400x700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길이는 약간 길어지고 폭은 약간 줄였습니다.
대전에서 올라오는 길에 나무좋아요에 들러 나무를 실어오기로 했습니다. 사전에 줄자로 얼마나 큰 판재를 실을 수 있나를 재어 보았고 1,400mm까지는 실릴거라고 예측하고 위의 크기로 주문했더랬습니다. 그런데 1,300mm의 경우 뉘어서 실을 수 있지만 1,400mm의 경우 세워서 실어야 합니다. 소나타 뒷좌석의 안쪽 폭이 1,500에 가깝긴 하지만 실제로는 문 손잡이 등이 튀어나와 있어 1,400mm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뒷좌석에 바로 세워서 실을 수는 없습니다. 타는 문의 입구가 좁기 때문인데요. 먼저 양쪽 문을 열고 뉘어서 집어 넣은 다음 돌려 세워야 합니다. 안정적인 자세로 돌릴 수가 없어 멀바우같이 무거운 판재의 경우 약간의 무리를 해야 합니다만 반대쪽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으면 좀 수월합니다. 나무좋아요에서 일하시는 직원 분이 승용차에 못 실을텐데... 하고 걱정하셨지만 제가 별 힘 안들이고 뒷좌석에 실으니 신기해 합니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베란다에서 주문한 레드파인 판재와 헤펠레샵에서 온 코너브라켓도 와 있네요. 또 한번의 무더기 목공 작업이 시작되는 순간입니다.
당장 만들어야 할 것들은 장모님을 위한 2단 선반, 아들내미 멀바우 책상, 멀바우 2인용 벤치 들입니다. 그리고 처제가 만들어 달라는 책상, 책장, 침대들을 설계해야 합니다. 능력도 안되는데 너무 많은 주문이 몰려와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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