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20일 목요일

나무로 만드는 다관절 로봇 - 큐브봇

이것도 몇개월 전에 만든건데 이제사 올립니다. 만들고도 블로그에 올리지 않은것들은 마음의 빚처럼 남아있는데 이제 거의 다 올린 것 같네요. 이당시 제가 처음 목공하면서 공구를 좀 사느라 가계에 지출이 좀 있었는데 마눌님이 돈줄을 죄면서 나무 살 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집에 있는 자투리 나무로 계속 뭔가를 만들던 때였죠.

자투리를 이용하여 아이를 위한 나무장난감을 만들고자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했습니다. 원래는 나무로 자동차를 만들어 주려고 했죠. 그러다가 이 큐브봇(Cubebot)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큐브봇은 David Weeks라는 미국의 디자이너가 고안한 정육면체 모양의 로봇장난감입니다. 마치 트랜스포머처럼 정육면체는 고개를 들고 팔을 뻗고 허리를 펴고 다리를 내밀어 로봇으로 변신합니다. 참 재미있는 디자인이더군요. 국내에도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것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큐브봇의 불완전하지만 쓸만한 스케치업 도면을 구하게 되었고 이것을 바탕으로 도면을 다듬어 큐브봇을 만들 준비를 했습니다. 큐브봇은 여러가지 크기로 만들 수 있습니다만 중요한 원칙은 두께가 T인 나무가 있다면 T의 세배가 되는 정사각형의 조각이 세개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두께가 18mm인 나무라면 18의 세배인 54mm x 54mm 사각형 조각이 세개가 있으면 됩니다. 아래 도면을 참고하십시요.


큐브봇 조각 만들기

집에 89mm 폭의 19t 구조목 자투리가 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이용하여 큐브봇을 만들기로 합니다. 19t라고는 하지만 실측을 해보면 18mm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톱질하여 54mm x 54mm의 정사각형 모양으로 세개를 만듭니다. 그리고 각 정사각형 조각은 위 도면처럼 또 잘게 톱질을 해서 자릅니다. 일반톱은 손실분이 많기 때문에 얇은 등대기톱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톱질 후 거친 부분은 사포로 다듬습니다.


각 나무조각은 내부를 관통하는 고무줄로 연결됩니다. 그러므로 각 조각은 고무줄이 통과할 3mm 구멍과 3mm 폭의 홈이 파져야 합니다. 각 조각마다 홈의 위치가 다르기 때문에 스케치업을 띄워 도면을 확인하면서 나무조각에 연필로 가공할 부분을 그려줍니다.


그려진대로 3mm 구멍을 뚫습니다. 제법 긴 길이를 수직으로 뚫어야 하기 때문에 사진에는 없지만 드릴스탠드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조각에는 이중기리를 이용하여 8mm지름으로 보링을 했습니다. 이 곳에는 고무줄의 끝부분 매듭이 들어갈 자리입니다.


이제 홈을 팔 차례입니다. 작은 조각이라 기계가 있다고 해도 위험하므로 수공구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조각을 세워서 톱질해야 하므로 핸드스크류를 이용하여 클램핑합니다. 그리고 등대기톱으로 홈의 양쪽면을 잘라줍니다.


홈의 양쪽을 자르면 아래 사진과 같이 됩니다. 고무줄이 왔다갔다 하는 정도면 되기 때문에 그리 정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거친톱으로 홈의 가운데 부분을 긁어내 줍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홈이 생깁니다.


약간 거친 부분은 줄로 다듬어주면 됩니다.


이렇게해서 홈 가공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이 조각을 고무줄로 연결하면 큐브봇에 생명을 불어넣게 됩니다.


큐브봇 조립하기

큐브봇에는 네개의 고무줄이 관통하여 연결됩니다. 아래 도면에 네개의 고무줄을 색깔을 달리하여 표시해봤습니다. 고무줄의 끝부분은 매듭을 지어 숨겨야 해서 8mm 보링을 해주었던 겁니다. 즉 머리위, 양 주먹끝, 다리 시작부분 양쪽, 그리고 사타구니 부분에 고무줄 매듭이 위치합니다.


고무줄은 다이소에서 천원에 사왔습니다. "수예용 고무줄"이라는 이름이네요. 복원력이 좋은 고무줄이면 더 좋습니다. 그리고 빨대를 하나 준비합니다. 이 빨대를 잘라서 매듭으로 사용할 겁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빨대를 5~6mm 정도 길이로 잘라서 끈을 관통시켜 묶으면 보링한 구멍으로 쏙 들어가면서도 3mm 구멍에는 빠지지 않게 고정이 됩니다.


고무줄은 대부분 잘 끼워지는데 팔과 팔을 연결하는 고무줄처럼 매우 긴 조각을 통과해야 할 경우는 그냥은 어렵습니다. 이럴때는 바늘을 하나 꺼내와서 실을 연결하고 이 실을 고무줄과 연결합니다. 그리고 바늘을 구멍으로 꿰어주면 쉽게 고무줄을 관통시킬 수 있습니다. 어릴때 어머니가 빤스 고무줄 터지면 옷핀에 고무줄을 꽂아 다시 끼워주었던 것을 연상하시면 됩니다. ^^


이렇게 해서 완성되었습니다. 큐브봇은 이렇게 출동 전에는 정육면체 모양으로 잠들어 있습니다.


큐브봇 가지고 놀기

아들내미에게 큐브봇을 주었습니다. 아빠 이게 뭐야~ 하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봅니다.


제가 이렇게 가지고 노는거라고 알려주니 자기도 따라해 봅니다. 그러나 이게 쉽지 않습니다. 로봇 모양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정육면체로 만드는 건 마눌님도 아직 못합니다. ㅡ,,ㅡ 잘 안되면 짜증낼 줄 알았는데 아들이 박장대소하며 웃습니다. 로봇이 흐느적 망가지는 모습이 재밌나 봅니다.


딱 하루더군요. 하루가 지나니 이 큐브봇은 아들내미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다시 구석에 쳐박혔습니다. ㅡ,,ㅡ 제가 다시 건져왔습니다. 고개를 빠끔히 내밀고 저를 쳐다봅니다.


그런데 이거 만지작 만지작 해보니 재밌습니다. 요렇게 태권도 자세도 해보고...


강남스타일 말춤도 춥니다.


그렇습니다. 큐브봇은 아이의 장난감이 아니라 어른들의 장난감이었던 것입니다. 저는 요즘도 가끔 가지고 놉니다. 그리고 잘때 큐브봇을 쥐고 잡니다. 손이 요즘 저려서 지압하는셈 치고... 만지작거리며 자면 편안하게 잠듭니다.

아이가 큐브봇을 이해하게 될 나이가 되면 다시 제대로 된 나무로 만들어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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