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아들... 관심사가 참 남다릅니다. 또래의 아들 친구들을 보면 또봇, 파워레인저, 팽이놀이 혹은 스마트폰 게임 같은데에 빠져 있는데... 울 아들은 요즘 "태양계"에 빠져 있습니다. 한동안 알파벳에 너무 빠져 있어서 걱정이 되었었는데 그 관심이 태양계로 바뀌었네요.
마눌님이랑 아들내미는 밤에 잠들기 전에 꼭 책을 두세권씩 같이 읽고 자는데요... 한번은 태양계에 대한 책을 읽었나봐요. 그 이후로 태양계에 빠졌어요. 아마도 제 생각에는 행성들의 오묘한 색깔과 아름다운 무늬에 빠진 듯 해요. 마눌님은 이렇게 아들이 뭔가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의도적으로 그 관심을 더 깊이 가지도록 유도를 해줍니다. 태양계에 대해 더 잘 그려져 있는 도감이나 더 많은 설명이 되어 있는 책자... 혹은 영어로 된 태양계 관련 책들을 찾아서 구매하고 읽혀줍니다.
저는 마눌님의 이런 교육 방법을 좋아하는데... 책을 통해 더 많은 걸 알게 되어 아이가 책을 사랑하고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것은 아들이 책을 통해 익힌 지식들을 머리속에서 정리해서 그림으로 그리고 우리에게 설명한다는 겁니다. 제 경험으로 자기가 선생님이 된 것처럼 설명하는 것이 머리속에 지식을 정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스케치북에 태양계를 그리는 것은 매일 한두번 하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아들이 사랑하는 큰 화이트보드에도 이렇게 태양계 그림을 그립니다.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은 작은 행성이라고 묶었고, 나머지는 큰 행성이라고 묶었네요. 그런데 "작음"에 ㄱㅎ 받침을 썼네요. "많다"를 "만타"로 쓰길래 ㄶ 받침이라고 알려줬더니 작다도 ㅎ받침을 붙였다능...
조금만 빈틈을 보이면 울아들... 저나 마눌님을 앉혀놓고 이렇게 태양계에 대해서 강의를 합니다. 진지한 표정으로 낮과 밤이 왜 생기는지... 왜 수성보다 금성이 뜨거운지 (이산화탄소의 온실효과 때문입니다) 설명하는데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물론 지금 태양계를 안다는게 뭐 중요한 일이겠습니까? 나중에 어차피 다 알게 될텐데요.
중요한 것은 관심사에 대해 스스로 책을 통해 배우고 머리속에 정리하고 말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죠.
한날은 제가 스케치업으로 가구 설계를 하고 있는데... 아들내미 제 무릎에 앉더니 태양계를 그려 달랍니다. 그래서 대충 그려줬습니다. 그러곤 저보고 비키라고 하더니 행성에 색깔을 칠하고 놀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돌려가면서요...
요렇게 예쁘게 칠했네요.
마눌님은 책을 통해 아이의 지적호기심을 채워준다면, 저는 몸으로 때워서 채워줍니다. 아들을 데리고 과천과학관의 천체투영관에 가서 별자리와 태양계에 대해서 본 날, 아들은 너무도 기뻐했습니다.
최근에는 대전에 있는 시민천문대를 방문했습니다. 그곳은 실제로 망원경을 통해 하늘의 별을 관측할 수 있게 해주는데...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비가 와서 관측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그곳의 사진과 전시물을 통해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아래 전시물은 버튼을 누르면 태양을 중심으로 행성들이 회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데... 신경써서 잘 만들면 좋은 교재가 될 것도 같습니다.
대전시문천문대에서 파는 3D 행성 만들기를 사와서 집에서 만들었습니다. 한동안 여기에 또 빠져서 가지고 놀더군요.
최근에는 태양계 생성과정에 대한 그림을 그렸더군요. 철자는 엉망이지만... 먼지가 모여요 -> 석겨요(섞여요 ^^) -> 자국이 남아요(?) -> 막부디쳐요(막 부딪혀요) -> 짠~ 참 엉뚱합니다.
아이가 어딘가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때 부모가 그 관심을 이용하여 세상의 이치와 스스로 배우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참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일례로 아들과 친한 친구가 그 아빠랑 스마트폰에서 하는 낚시게임을 그렇게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그 게임에 나오는 온갖 종류의 물고기 이름을 다 외우고 그림을 그려도 물고기 그림을 그린다고 하네요. 그 친구 엄마는 아이가 게임에 빠져있다고 한걱정을 했는데... 울 마눌님이 그랬답니다.
"그렇게 물고기에 빠져 있을 때 아이에게 어류도감을 사줘라. 그러면 신나게 보고 공부할 거다. 그리고 영어로 된 물고기 책을 사줘라. 그러면 물고기 영어 이름도 다 욀거다. 아이 교육이 별거냐? 아이가 스스로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대해 더 좋아하도록 길을 터주는게 교육 아니냐~"
그렇습니다. 울 아들이 태양계 박사가 되었듯이 그 친구도 물고기 박사가 될 수 있을겁니다. 이런 점에서는 마눌님을 존경하고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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