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6월 6일 목요일

간이작업대를 위한 공구거치대

제가 베란다에서 목공을 좀 할라치면 우리 아들내미... 뭐가 그리 궁금한지 베란다를 내다봅니다. 그러다가 베란다 문을 열고 들어와 아예 자리를 잡고 장난감을 가지고 놉니다. "아빠한테 가까이 오지마~ 위험해~" 라고 엄포를 놓지만... 제가 뭔가 재밌어 보이는 걸 할때마다 맨발로 휘리릭 달려와 "아빠 뭐하는거야?" "아빠 내가 톱질해줄까?" 등등 훼방을 놓습니다.

저야 뭐 수공구밖에 쓰지 않기 때문에 크게 위험한 상황은 생기지 않겠지만 한가지 우려스러운 것은 아래 사진처럼 공구를 놓을데가 없어서 바닥에 어지럽게 내려놓는다는 겁니다. 아이가 맨발로 걸어오다 날카로운 드릴날이나 톱날을 밟아 피라도 날라치면 바로 저의 베란다 공방은 마눌님에 의해 폐쇄되고 말겁니다. 저의 취미생활 지속과 아이의 안전을 위해 뭔가 조치가 필요했습니다.



처음에는 베란다 한쪽 구석에 수납장을 짤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비용이 제법 들게 생겨서 포기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사용하는 작업대인 SKIL0909 하단에 뚫려있는 구멍들을 보았습니다. 옳지~ 이 구멍에 끼워서 살짝 고정할 수 있는 공구거치대를 만들면 바닥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집에 있는 자투리나무들을 모두 모아봤습니다. 삼나무 12t 패널이 좀 있더군요. 그리고 작년 추석에 선물로 들어온 오동나무로 만들어진 곶감상자, 그리고 자작나무 합판 3.5t 패널 자투리, 레드파인 12x12 쫄대 등등이 가진 것의 전부였습니다. 이런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공구거치대를 구상했습니다.


공구거치대 구상과 설계

먼저 공구거치대에 어떤 공구들을 놓을 것인가를 정해야 했습니다. 가장 제자리를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충전드릴입니다. 다음으로 얇아서 관리를 잘해야 하는 목심제거톱, 각종 드릴비트, 끌과 줄들, 목공본드, 샤프, 송곳, 드라이버, 톱, 고무망치, 삼각자, 콤비자 등입니다.

일단 다음과 같이 설계를 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ㄱ자 모양으로 두 판을 붙이고 상단에는 초록색의 곶감상자를 붙여 자질구레한 것들을 수납합니다. 그 옆으로 드릴을 놓을 수 있는 거치대, 그리고 그 옆에는 목심제거톱이 꽂힐 좁은 공간, 그리고 드릴비트 보관함이 위치합니다. 앞쪽 포켓에는 샤프, 본드, 송곳, 드라이버 등 길쭉한 것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뒷쪽은 작업대의 구멍에 안정되게 꽂을 수 있도록 목봉을 연결합니다. 이런식으로 걸쳐놓으면 공구거치대를 쉽게 분리하거나 설치할 수 있어 좋습니다.


공구거치대 제작 과정

가장 먼저 할 일은 작업대의 구멍에 끼울 수 있도록 상판에 목봉을 연결하는 겁니다. 이 작업이 의외로 어려운데 목봉이 수직으로 상판의 가운데 고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위치를 잡아 한꺼번에 피스 체결하기가 힘듭니다. 이럴 경우에는 상판에서 목봉을 연결할 지점에 먼저 구멍을 뚫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3mm 비트를 쓰지 말고 4mm 비트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4mm로 구멍을 내면 나사못이 헛돌게 되는데 이로 인해 반대편에 연결될 목봉을 잡아당겨 상판으로 붙일 수 있게 됩니다.


목봉은 직경 12mm정도로 가늘기 때문에 3mm 비트로 예비구멍을 내줍니다. 되도록 가운데에 뚫으려고 노력했지만 조금씩 옆으로 빗나갔네요. 그래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이제 상판의 구멍으로 나사못을 집어넣고 목봉의 예비구멍에 맞춘 다음 조이기만 하면 목봉이 상판에 밀착되어 고정됩니다. 이렇게 연결할 두 부재의 클램핑이 용이하지 않을때는 나사못 머리가 위치할 부재에 4mm 구멍을 뚫는 것이 좋은 팁입니다.


다음으로 상판과 포켓 밑판을 직각으로 연결할 차례입니다. 이 당시 도웰링에 대해 연습을 하고 있던 때라 이 결합도 도웰마스터를 이용하여 도웰링으로 합니다. 이런식의 연결은 도웰마스터의 기본 사용법 중 하나입니다. 먼저 마구리에 목심을 연결하고 목심의 위치에 맞게 밑판의 끝부분에 구멍을 냅니다.


원래 목심은 겉에서 볼때 흔적이 남지 않게 구멍을 관통시키지 않는데 이런 작업대의 경우 미관보다는 편한 작업을 위해 그냥 구멍을 관통시켰습니다. 그래서 아래 사진처럼 6mm 목심이 튀어나옵니다. 나중에 튀어나온 부분은 목심제거톱으로 잘라내면 됩니다. 목심과 구멍을 이용하여 ㄱ자로 연결한 후 작업대에 끼워봅니다. 다행히 잘 맞았고 안정적으로 거치가 됩니다. 아직 본딩을 한 단계는 아닙니다. 일단 분리하여 포켓을 모두 단 뒤에 최종적으로 본딩하여 ㄱ자 연결을 하는 것이 편합니다.


이제 전면부 즉 포켓들에 대한 작업 과정입니다. 포켓면의 가장 오른쪽에는 목심제거톱이 들어갈 좁은 틈이 위치합니다. 목심제거톱은 매우 얇은 톱이라 보관이 까다롭습니다. 이런 톱집이 있으면 보관도 편하고 안전합니다. 삼나무라 끝이 엄청 뜯어집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두개의 세로대에 목심을 꽂고 구멍을 낸 뒤 연결하면 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나머지 포켓들도 세로대를 세워줍니다. 그냥 편하게 뒤쪽에서 피스를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에는 없지만 포켓 앞쪽은 자작나무 합판 쫄대로 막아줍니다. 포인트를 위해 검은 나사못을 이용했습니다.


대략 완성된 모양입니다. 앞에 자작나무 합판 쫄대를 붙이고 상단에는 곶감상자를 그냥 본드로 붙였습니다. 드릴도 저런식으로 안정되게 놓을 수 있고 나머지 자잘한 공구들도 포켓에 꽂혀 밑바닥이 깨끗해진 모습입니다. 훨씬 안전해 보이죠?


뒷쪽에서 바라본 모습입니다. 목봉이 구멍에 끼워져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대로 들어올리면 간단하게 분리가 됩니다.


이제 드릴비트를 꽂을 수 있도록 만들어 봅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38x19 구조재 자투리를 하나 가져다가 중앙에 선을 긋고 주로 사용하는 드릴비트로 구멍을 내 줍니다.


드릴비트가 꽂힐 나무조각을 본드로 상판에 연결하면 끝입니다. 드릴비트도 이렇게 손닿는 곳에 수납되어 아주 편리합니다.


톱거치대 만들기

많이 쓰이지만 아직까지 자리를 잡지 못한 공구가 바로 입니다. 톱은 길이 때문에 작업대 아래 턱에 걸치는 식으로는 거치를 시키지 못합니다. 궁리를 해본 결과 작업대 옆면의 다리 사이를 연결하는 지지대에 걸치는 방식으로 톱을 보관하는 톱집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계없이 즉석으로 자투리들을 이용하여 만듭니다.

12x12 레드파인 쫄대를 톱날 길이만큼 잘라서 놓은 뒤 이 쫄대를 감싸는 얇은 판재 자투리들을 앞 뒤로 붙여 줍니다. 그러면 톱이 들어갈 홈이 생겨 톱을 꽂을 수 있습니다.


이 톱집을 작업대 옆 연결막대에 걸 수 있도록 ㄷ자 모양의 고리를 만듭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반턱 가공을 해서 목심으로 결합하면 자연스럽게 ㄷ자 모양의 고리가 생기고 이를 막대에 걸 수 있습니다.


이제 완성되었습니다. 전면부에는 드릴과 목심제거톱, 끌 등의 공구와 자질구레한 것들이 있고 오른쪽 옆면에는 톱 두개와 고무망치 등을 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옆면 톱대에는 긴 나무를 덧대어서 목심을 좀 튀어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삼각자나 마스킹 테이프 등을 걸 수 있도록 했습니다.


공구거치대를 써보니...

들인 노력과 비용에 비해서는 아주 만족스러운 공구거치대입니다. 제가 쓰는 간이작업대에 딱 맞는데다가 공구들이 손에 닿는 곳에 있어 동선이 짧아 좋고 공구들이 바닥에 널부러져 있지 않아 안전해서 좋습니다. 예전에 드릴을 작업대 위에 올려놓고 톱질하다가 작업대가 흔들려 드릴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는데 하마터면 발등을 드릴비트로 찍을 뻔 했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죠. 이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참으로 좋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가지 개선해야 할 점은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작업대 위에서 톱질이나 드릴링을 하다보면 아래 공구거치대로 톱밥이 많이 떨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때 그때 진공청소기로 치우기는 합니다만 포켓이나 곶감상자 안에 톱밥이 그대로 있어 좀 보기가 그렇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이 상자와 포켓을 덮는 두껑을 만들어서 경첩으로 연결할까 합니다. 그러면 톱밥이 뚜껑으로 떨어져서 치우기가 쉽겠죠.


다음으로 삼각자나 콤비자를 거치할 좁은 틈을 어딘가에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목심에 걸어놓고 있는데 톱질하다 보면 덜렁덜렁 거려서 좀 불안합니다. 틈에다가 끼울 수 있도록 궁리를 해봐야 겠습니다.

불행히도 6개월 동안 잘 사용했던 이 SKIL 0909 작업대가 망가졌습니다. 작업대 바이스 한쪽이 나사선이 뭉개졌는지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4만원 주고 산 작업대니 본전은 뽑은 것 같아 불만은 없습니다. 조만간 울프크래프트 마스터200 작업대를 구매할 예정입니다. 그때 이 공구거치대도 마스터200에 맞게 수정되어야 할 걸로 보입니다.


댓글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