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눌님한테 점수 딴 음식물 쓰레기 받침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는 남자들도 집안일을 도와야하죠. 싫든 좋든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마눌님은 저에게 화장실 청소를 부탁했는데 저는 왠지 청소 자체가 싫더군요. 해도 별 티가 안나고 쭈그리고 앉는 것 자체가 힘들어서요. 

그래서 저는 설겆이를 주로 맡아서 합니다. 평일에는 늦게 들어오기 때문에 못하지만 주말은 거의 대부분 제가 설겆이를 합니다.

그런데 설겆이를 하면서 가장 골치 아픈게 음식물 쓰레기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보통 비닐에 담는데 아무리 짠다고 해도 물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음식물쓰레기 비닐을 어디 놓기가 참 난감하더군요.

싱크대 수전에 놓자니 계속 물이 닿아서 들고 나갈때 마루에 물을 뚝뚝 흘리게 되고, 싱크대 위에 두자니 비닐이 조금이라도 찢어지는 경우 상판으로 냄새나는 국물이 새어 나오고... 참으로 난감합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비닐을 놓을 수 있는 배수가 잘 되는 받침대를 만들기로요. 대략 다음과 같이 설계를 했습니다. 설계의 핵심은 싱크대 수전의 자리를 많이 차지하지 않도록 아담한 크기일 것, 배수가 잘 되게 각재를 45도로 뉘일 것, 그리고 물에 강한 나무를 쓰는 겁니다.

사이즈 결정을 위해서 일단 재료부터 정해야 했는데 물에 강한 수종이라면 편백나무(히노끼), 적삼목, 삼나무 등이 있습니다. 이 중에서 편백나무를 택했는데 그 이유는 욕조에 쓰일 정도로 물에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한번도 편백을 다루어보지 않아 이번 기회에 한번 만져보고 싶어서 였습니다.

다행히 아이베란다에서는 일본산 편백나무의 18mm x 18mm 크기의 가는 각재를 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이를 1,200mm 길이로 구입했습니다. 위의 스케치업 설계도대로 120mm 길이로 6개, 40mm 길이로 4개의 조각이 필요합니다. 톱으로 신경써서 직각을 유지하면서 절단하여 아래 사진과 같이 준비합니다. 1,200mm 길이로 구매했으니 약 300mm 정도가 남았는데 이건 나중에 십자가로 만들어서 아들내미 친구에게 선물했습니다. 이건 다음 기회에 보여드리죠.

기본적으로 목심을 이용하여 결합하기로 했고 목공용 본드는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왜냐하면 목공용 본드가 물에 노출되면 흰색으로 변해서 좀 이상한데다가 무거운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물이 아니어서 약하게 결합해 두어도 될 듯해서입니다. 그리고 내부를 분해해서 과연 습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나무가 어떤 상태로 변할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기도 했습니다.

먼저 다리와 지지대를 ㄷ자 형태로 결합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다리의 상단 마구리 중앙에 6mm 타공을 한 뒤 도웰포인트를 꽂아서 지지대의 타공 위치를 꼭 찍어서 표시합니다. 그리고 그 위치에 수직으로 타공하면 됩니다만... 폭이 좁은 부재라 도웰마스터를 사용한다해도 수직으로 타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아주 신경써서 드릴링하고 혹시 수직에서 약간 틀어졌을 경우 목심을 약간 깍아내는 방법으로 수직을 대충 맞춰줍니다. 이런 작은 부재의 수직드릴링은 드릴프레스가 있어야 편합니다. 참 아쉽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ㄷ자 구조물을 만들었으면 가로대에 부착된 목심이 들어갈 구멍의 위치를 정확히 계산해서 송곳으로 표시를 해둡니다. 이런 구멍 표시는 목공용 드릴비트의 뾰족한 침을 사용하면 편합니다.

45도로 뉘어서 설치될 가로대는 양끝에 구멍을 내어서 6mm 목심을 끼워넣습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네개를 준비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다리와 연결된 지지대에 표시한 타공 위치에 정확한 드릴링을 합니다. 이제 분비된 가로대를 끼워넣으면 조립이 끝납니다. 간단하죠.

절단면 등의 다소 거친 부분을 사포로 깔끔하게 다듬어 준 다음 조립을 하면 아래 사진과 같이 완성이 됩니다. 편백나무의 분홍색 속살이 참 아름답습니다. 무엇보다 편백나무를 가공할 때 발산되는 향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편백나무의 향기가 정서적 안정을 준다던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편백나무를 사포질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목재로서의 편백나무는 찰지다는 느낌이 듭니다. 뭐랄까 탄성이 좋고 잘 부스러지지 않으며 가공성이 좋은 느낌입니다. 실제로 편백나무 쪼가리 끝을 잡고 손으로 튕기면 실로폰처럼 맑은 소리가 납니다. 편백나무로 실로폰을 만들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완성된 음식물 쓰레기 받침은 싱크대 수전 한켠에 이렇게 위치합니다. 항상 물에 노출되기 때문에 편백나무를 썼는데 과연 얼마나 잘 버틸지 기대가 됩니다.

아래 사진처럼 사용합니다.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비닐을 이 받침위에 올려두면 물이 잘 빠져서 비닐이 잘 마릅니다. 이러헤 몇시간 둔 뒤에 밖에 들고 나가 버리면 됩니다. 예전에는 저 비닐이 수전 바닥에 놓여있어서 항상 물기에 젖어 있었죠. 마눌님이 아주 좋아합니다. 비로소 쓸만한거 하나 만들었다며... ㅡ,,ㅡ

물에 젖은 편백나무는 더욱 더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6개월 사용한 뒤의 소감

음식물 쓰레기 받침을 만든지 6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아직까지 잘 쓰고 있긴 한데, 약간의 곰팡이와 음식물에서 나온 물이 배어서 색이 좀 변했습니다. 그래서 현재는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은 아닙니다. 조만간 다시 만들어야 할 듯 합니다.

처음에 물에 젖으면 발산되던 좋은 향도 일주일 정도 지나니 사라지고 이제 코를 대어 맡아보면 별로 안좋은 냄새만 납니다. 이래서 물에 버티는 나무는 없나 봅니다. 그리고 아무리 물에 잘 견디는 나무라도 중간 중간 바싹 말려주지 않으면 곰팡이가 핍니다.

어쨌든 우리집에 놀러온 주부 손님들이 이 받침을 탐낸다는 군요. 만드는데 별로 힘들지 않고 재료비도 저렴한 편이니 적당한 때에 몇개 만들어서 선물로 돌릴까 합니다.

새로 만들때는 적삼목 쫄대로 만들던가 스프러스 등의 일반 목재에 바니쉬 마감을 해야할 듯 합니다. 적삼목은 나무 조직에 구멍이 많아서 편백나무보다 훨씬 더 빨리 잘 마릅니다. 그래서 곰팡이가 필 확률도 더 작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삼목도 음식물이 배이는 것은 막을수가 없기 때문에 바니쉬 마감은 필수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적삼목으로 할 것도 없이 저렴한 스프러스나 레드파인으로 만드는 것이 더 낫겠죠.

그리고 새로 만들때는 목심이 아니라 끼워맞춤 형식으로 만들어야 할 듯 합니다. 목심은 자작나무로 만들어지는데 그렇게 물에 강하지는 않기 때문에 끼워맞춤으로 만들고 바니쉬로 싸바르는것이 내구성 면에서는 가장 좋을 듯 합니다. 그리고 상판이 너무 평평한 것보다 약간 기둥을 세워두는 것이 더 실용적일 것 같습니다. 틈나는 대로 설계를 다시 해서 업그레이드된 음식물 쓰레기 받침을 선보이겠습니다.

간단하게 만들수 있으면서 마눌님에게 점수를 팍팍 딸 수 있는 아이템이니 도전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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