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3년 4월 16일 화요일

2013년 응봉산 개나리 구경

지난 금요일(4월 12일)에 응봉산 개나리축제 행사가 열렸었죠. 행사때는 주로 인근의 초등학생들이 응봉산에 모여서 개나리 그림을 그리곤 한답니다. 아무래도 그런 행사가 있을때는 사람도 많고 번잡하죠. 집에서 빤히 바라다 보이는 응봉산이지만 올해 들어서는 눈내린 추운날 한번 가보고는 기회가 닿지 않아 올라보질 못했네요. 노랗게 피어있는 개나리들의 유혹이 너무 강해 지난 토요일 응봉산에 다녀왔답니다.

이번 아들과의 짧은 여행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같이 했답니다. 하긴 응봉산 개나리는 전국구로 유명하니까요. 놀러와서 구경하실만도 하죠.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여행을 하면 어슬픈 저보다도 더 구수하고 상세하게 나무와 꽃들에 대해 아이에게 알려주신답니다. 저도 평소에 궁금했던거 많이 여쭤보구요. 응봉산 계단을 오르자마자 우리를 반겨주는 개나리들이 한창입니다. 이제 푸른 잎들이 나려고 하는걸 보니 일주일 뒤쯤에는 개나리꽃도 지기 시작하겠군요.


개나리만큼 화려한 노란색은 아니지만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산수유꽃들도 한창입니다. 응봉산에는 잘 자란 산수유 나무들도 꽤 있어서 개나리와 묘한 색의 대조를 이룬답니다. 할아버지는 산수유와 생강나무의 차이점을 아이에게 열심히 알려주시네요.


키가 작아 잘 눈에 띄지 않지만 할머니의 예리한 눈에 포착된 녀석이 있었으니... 바로 제비꽃입니다. 배수구 돌틈에 끼어 앙증맞은 보라색꽃을 피워냈네요. 제비꽃은 우리 민족과 친숙한 꽃이라 다른 이름도 많답니다. 오랑캐꽃, 반지꽃, 장수꽃 등의 이름도 있다고 해요. 보라색이 그리 눈에 띄는 색이 아니기 때문에 바닥을 유심히 보지 않으면 찾기 힘들답니다.


응봉산이 큰 바위산이다 보니 식물들이 살아가기에 쉬운 곳이 아닙니다. 이런 돌에서도 잘 자라는 애들이 있으니 바로 돌나물입니다. 나물들에 대해서는 할머니가 전공입니다. 할머니가 발견한 겁니다. 돌나물은 잎이 두꺼운 다육종이라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답니다. 그리고 구별도 쉽구요. 돌나물도 곧 꽃을 피울텐데 그 노란꽃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돌나물 무침도 맛있죠.


나물박사 할머니가 냉이도 발견했습니다. 이외에도 고들빼기, 쑥, 씀바귀 등도 좁디 좁은 응봉산 흙바닥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몇그루 없지만 아직은 어린 진달래가 꽃을 활짝 피웠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가 같이 피는 곳은 참으로 울긋불긋 아름다운데... 얘네들도 부지런히 씨를 뿌려 한자리 차지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리저리 꽃과 나물구경을 하다보니 짧은 길임에도 불구하고 더딥니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았는데 개나리가 지천입니다. 사진은 개나리의 화려함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보면 더 황홀한 풍경입니다.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언제나 여기서 서울숲을 바라보는 전망은 시원합니다. 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정상에 왠지 생뚱맞은 소나무가 심어져있네요. 이번에 정자공사를 하면서 심은건지 예전부터 있었던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무 자체는 커브가 살아있어서 아름답긴 한데 좀 안어울리는 곳에 있는듯


소나무와 응봉산 정자의 처맛살을 엮어서 구도를 잡아봤습니다. 괜찮은가요?


응봉산 정자 옆 벤치에서 준비해온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노랑, 초록, 갈색만 들고 왔네요)를 꺼내어 놓고 아이가 개나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요즘들어 부쩍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네요. 옆에서 할아버지가 좀 도와주기는 했지만 개나리의 노란 꽃잎 네개를 정확하게 그리네요. 할아버지가 열심히 설명하시던데 보람이 있네요. 가능하다면 그림 그리는 도구를 챙겨가서 아이와 함께 꽃과 나무들을 그려보는 것도 아이가 여행에 재미를 붙이게하는 방법 중 하나랍니다.



햇살은 따뜻한데 정상이라 그런지 바람이 너무 붑니다. 그래서 그림만 그리고 산을 내려서기 시작했습니다. 응봉산 남쪽으로 내려서다 다시 돌아 북사면으로 가는 코스입니다. 거기서 잘 자란 살구나무를 발견했습니다. 살구꽃이 이제 절정이더군요. 꽃만 보면 벚꽃과 구분이 힘듭니다. 그런데 꽃받침을 보면 살구꽃은 빨간색이고 벚꽃은 연두색이어서 비교적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수피도 둘이 확연히 다르지요. 살구나무는 검은색에 가깝고 벚나무는 회색에 가까운데다가 가로로 터진 무늬가 있으니까요.


여기가 인공암벽공원입니다. 높아서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합니다. 앞에 보이는 저 철제계단으로도 응봉산을 오를 수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청아한 새소리때문에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아주 가까이서 나는 소리인데... 하면서 주변의 나무를 꼼꼼히 살펴보다 박새를 발견했습니다. 참새과에 속하는 작고 귀여운 새입니다. 저희 집 근처에서도 몇번 보았습니다. 아마 이곳의 박새가 저희집 근처까지 날아오나 봅니다. 한동안 서서 아이와 박새 울음소리를 감상했답니다. 직박구리의 탁하고 거친 소리만 듣다 박새소리를 들으니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소리라는 표현이 떠오릅니다.


응봉산을 오를때마다 항상 이름이 궁금했던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에서 지금 빨간 꽃눈이 올라오더군요. 역시 할머니가 제대로 나무 이름을 알려주시더군요. 바로 박태기나무입니다. 해마다 4월말 경이면 화려한 붉은 꽃을 피워서 매혹적이었는데 그 이름이 참으로 궁금했답니다.


아래 사진이 몇년전에 이곳 응봉산에서 찍었던 박태기나무의 화려한 꽃이랍니다. 응봉산 북사면에 대여섯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4월말/5월초에 오시면 이 꽃을 구경해 보세요.


응봉산에서 내려와 집을 가는 중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앞을 지나게 되었는데 유치원 화단에서 아이가 뭔가를 발견하고 좋아합니다. "아빠~ 나비가 바람에 안 날려갈려고 민들레를 꽉 붙잡고 있어~" 아이의 표현대로 정말로 거쎈 봄바람에 날려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비가 포착되었습니다. 아이의 참 엉뚱한 관찰력입니다.


그 위로 붉은 자목련이 꽃봉오리를 내고 있습니다. 얘네들은 좀 늦네요.


화단에서 아래 사진과 같은 아주 조그만 푸른색의 꽃을 발견했는데 아무도 그 이름을 모르시네요. 이름을 알기에는 너무 작은 꽃인가요? 인터넷을 뒤져도 이름 찾기가 너무 힘이 듭니다. 뭐든지 알수 있다는 우드워커 게시판에 사진을 올리고 꽃이름을 수소문해보았더니 어떤 분이 "꽃마리"라고 알려주셨습니다. 너무 작아서 인지하기조차 힘든 꽃이지만 이렇게 예쁜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게 되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응봉산 꽃구경은 잘했는데 몇시간 뒤부터 아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가네요. 쌀쌀한 곳에 너무 오래 있었나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주말 내내 끙끙 앓는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래저래 아직은 나들이 하기엔 쌀쌀한 날씨인가 봅니다. 얼른 나아서 또 놀러가야지~ 아가~

이날 걸었던 코스를 빨간색 선으로 표시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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