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책 하나 들이셔요~

2015년 4월 13일 월요일

레드 오크와 화이트 오크의 구분과 특징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나무로 가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 공급이 충분하고 가격이 적당한 걸로 꼽으라면 몇 종류 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레드파인, 스프러스, 라디에타 파인, 엘리오티 파인, 낙엽송 등의 소프트우드들과 애쉬, 체리, 비치, 메이플, 오크 등의 하드우드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공방에서 정성들여 만들어지는 고급 가구들은 대부분 레드오크, 화이트오크, 애쉬(ash, 물푸레나무)를 사용하여 만들어 집니다. 

사실 애쉬는 상대적으로 비싼 오크를 대신해서 쓰는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전통적인 의미에서 고급 가구재는 오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크는 우리말로 참나무속에 속하는 나무들을 통칭하는 것으로 학명은 Quercus입니다.

참나무속에는 현재 약 600여종의 참나무가 발견되었으며, 전세계 온대지방에서 널리 자라는 매우 흔한 나무입니다.  이 중에서 가구재로 주로 쓰이는 것은 주로 화이트오크로 불리는 Quercus 절(Section)의 참나무들과 레드오크로 불리는 Lobatae 절의 참나무들 입니다.

이 두 그룹의 참나무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어서 이 글을 통해 전체적인 특성과 차이점 그리고 구분하는 법과 그 용도에 대해서 알아 보겠습니다.

화이트오크와 레드오크는 그룹의 이름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오크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미국은 자국에서 생산되는 오크를 두 개의 그룹으로 나눕니다.  그것은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입니다.  사실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는 종의 이름이기도 하고 그룹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목재상이 레드오크라고 하는 건 레드오크 그룹에 속하는 참나무들 중 하나라는 의미입니다.  각 그룹에는 다 기재하지는 못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참나무들이 속해 있습니다.

레드오크 그룹화이트오크 그룹
Red Oak
루브라 참나무
Quercus rubraWhite OakQuercus alba
Black OakQ. velutinaBur OakQ. macrocarpa
California Black OakQ. kelloggiiChestnut OakQ. prinus
Cherrybark OakQ. pagodaEnglish OakQ. robur
Laurel OakQ. laurifoliaHolm OakQ. ilex
Pin Oak
대왕 참나무
Q. palustrisOregon White OakQ. garryana
Scarlet OakQ. coccineaOvercup OakQ. lyrata
Shumard OakQ. shumardiiPost OakQ. stellata
Southern Red OakQ. falcataSessile OakQ. petraea
Water OakQ. nigraSwamp Chestnut OakQ. michauxii
Willow OakQ. phellosSwamp White OakQ. bicolor
Coast Live OakQ. agrifoliaOriental White Oak
갈참나무
Q. aliena
Blackjack OakQ. marilandicaMongolian Oak
신갈나무
Q. mongolica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갈참나무와 신갈나무가 화이트오크에 속한다는게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레드오크에 속하는 대왕참나무(Pin Oak)는 얼마전부터 우리나라에 조경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에서 고급 목재를 생산하기 위해 레드오크(루브라 참나무) 종을 우리나라에 들여와 대규모로 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참나무보다 2배는 빨리 곧게 자라서 경제성이 좋다고 하네요.

살아있는 오크의 구분

600여종에 이르는 참나무들의 공통점은 바로 도토리입니다.  그것이 크든 작든 길쭉하든 납작하든 고소하든 떫든간에 도토리가 달리면 참나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토리로 먹고 사는 동물들이 많은데다가 사람들까지 거기에 끼어서 도토리가 참 귀합니다만,  미국은 그렇지 않더군요.

몇년전 미국 동부에 몇달간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근무하던 곳 인근이 거의 모두 참나무들이더군요.  그러다보니 엄청난 수의 도토리들이 땅에 떨어져 거의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걸어다니는 사람들도 자동차들도 모두 도토리를 밟고 다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요.  참 아깝더군요.

우리나라에서 사는 참나무들과 북미에서 사는 참나무들은 종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이 큰 의미는 없습니다만 일반적으로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는 잎으로 쉽게 구분이 가능합니다.

화이트오크는 잎 끝이 둥글둥글한 반면,  레드오크는 잎 끝이 단풍잎처럼 뾰족합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화이트오크인 신갈나무와 갈참나무도 저렇게 둥근 끝의 잎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레드오크 소속인 대왕참나무의 경우 잎이 뾰족합니다.


목재 상태일때의 구분 방법 

살아있는 오크는 잎으로 구분하지만 베어서 제재된 상태에서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흔히들 사람들은 이름을 연상하여 레드오크는 붉은기가 돌고,  화이트오크는 흰색기가 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사진과 같이 레드오크는 확실히 불그스럼한 기운이 돕니다.  하지만 화이트오크는 황토색과 갈색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런 색은 변재가 아니라 심재에서 나타나는 것이라는데 유의해야 합니다.  게다가 나무 속살의 색은 같은 종의 나무라 하더라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색깔을 가지고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를 구분하는 것은 틀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마구리면(end-grain)을 살펴보는 겁니다.  저 같이 노안이신 분들은 돋보기가 있어야 할 겁니다.  마구리면을 보면 아래 사진처럼 레드오크는 기공(pore)이 뚜렷하고 실제로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그런데 화이트오크는 기공이 있지만 뭔가에 의해 막혀있는 모양입니다.  화이트오크의 기공을 막고 있는 물질을 전충(tylose)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구멍을 막은 덕에 화이트오크는 레드오크에 비해 여러가지 면에서 물성이 더 낫습니다. 


마구리면으로 판별할 때는 마구리면을 진공청소기로 깨끗하게 먼지를 제거해야 합니다.  간혹 레드오크의 기공을 먼지가 막고 있어서 화이트오크로 잘못 판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 주의할 내용은 변재가 아니라 심재인지 꼭 확인해야 한다는 겁니다.  화이트오크라도 변재는 기공이 막혀있지 않습니다.  아래 사진은 화이트오크의 변재와 심재를 같이 보여주는데,  변재 부분의 기공은 뚫려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기공의 막힘 여부로 둘을 구분하려면 심재여야 하고, 먼지를 깨끗이 제거한 상태여야 합니다.


레드오크의 기공이 얼마나 시원하게 잘 뚫려있는지 심지어 "레드오크 빨대"라는 실험도 있습니다.  아래 동영상처럼 레드오크를 길게 켜서 물에 담근 다음 한쪽 끝을 입에 대고 바람을 불면 반대쪽 끝에서 거품이 올라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기공이 큰 이유로 와인을 숙성시키는 배럴(barrel)을 만들 때 레드오크를 쓰지 않고 화이트오크를 씁니다.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를 구분하는 또 다른 방법은 방사조직(ray)의 길이를 확인하는 겁니다.   오크를 판목제재(flatsawn)하게 되면 방사조직이 윗면에 짧은 선분의 형태로 나타납니다.   레드오크는 아래 사진의 오른쪽처럼 방사조직의 길이가 3~12mm 정도로 짧은 반면,  왼쪽의 화이트오크는 20~25mm 정도로 두배 정도 깁니다.   이는 마구리면이 보이지 않는 완성된 가구에서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를 구분하는 유용한 방법입니다.


아질산 나트륨을 이용하는 방법

좀 더 근사한 방법은 아질산 나트륨(sodium nitrite)이라는 화학물질을 이용하는 겁니다.  대략 한컵의 물에 4티스푼의 아질산 나트륨을 넣은 10% 용액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레드오크인지 화이트오크인지 모르는 나무에 바르고 10분 정도 기다려 봅니다.  레드오크는 아래와 같이 아주 옅게 회색톤으로 색이 변하지만,  화이트오크는 짙은 검은색으로 변합니다.


문제는 아질산 나트륨은 화공약품이라 소량으로 구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런 방법은 연구소 같은데서나 하겠지요.

레드오크와 화이트오크의 특성 차이 

큰 차이는 아니지만 레드오크보다 화이트오크가 약간 더 무겁고 약간 더 단단합니다.  사실 이 둘의 가장 큰 물성 차이는 기공이 막혀있냐 아니냐에 인한 것입니다.

화이트오크는 기공이 막혀있기 때문에 레드오크에 비해 잘 썪지 않습니다.  게다가 물을 잘 통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물을 담는 그릇이나 와인을 숙성하는 배럴, 더 크게는 보트를 만드는데도 쓰입니다.  그리고 야외에 놓일 가구를 만들때도 화이트오크가 좋습니다.  반면 레드오크는 실내에 놓일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레드오크보다 화이트오크가 약간 더 비쌉니다.


오크의 타이거 패턴

오크는 방사조직(ray)이 잘 발달된 나무입니다.  방사조직은 나무를 단면으로 잘랐을 때 원의 중심부에서 바깥쪽으로 길게 발달된 세포입니다.  이런 이유로 판목제재(flat-sawn)를 한 경우 방사조직은 짧은 선분으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오크를 정목제재(quater-sawn)한 경우는 방사조직의 얇은 두께를 반으로 가르게 되어 호랑이 무늬가 나타나게 됩니다.  앞서 보여드린 화이트오크의 마구리면 확대 사진을 보면 세로로 형성된 두껍고 긴 방사조직이 보입니다.  이걸 반으로 가르게 되니 멋진 무늬가 나타나는 거죠.  아래 사진이 전형적인 쿼터쏜 오크의 타이커 패턴이고, 레이 플렉(ray fleck)이라고도 부릅니다.



타이커 패턴은 화이트오크가 크고 잘 드러납니다.  그리고 레드오크도 소박하지만 타이거 패턴을 볼 수 있습니다.

19세기 미국을 풍미했던 미션 스타일 가구들은 단순한 직선을 강조한 단순한 디자인이었지만 나무 원래의 아름다움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래서 당시 장인들은 정목제재한 오크(quater-sawn oak)를 애용했습니다.  바로 멋진 이 무늬(ray fleck)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같은 오크라 할지라도 판목제재한 것에 비해 정목제재한 오크가 두배 정도 더 비쌉니다.  그런데 이 호랑이 무늬가 일정하지 않게 드문드문하게 있으면 마치 나무가 오염된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정말 아름다운 호랑이 무늬를 가진 오크 판재가 있으면 잘 챙겨두어야 할 겁니다.

탄닌이 많은 오크

탄닌(tannin)은 많은 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생체분자입니다.  탄닌은 덜 익은 감, 녹차 잎에 느낄 수 있는 떫은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도 떫은 것을 꺼려하듯이 초식동물들도 그렇다고 합니다.  탄닌은 식물들이 자신들의 어린 잎이나 아직 익지 않은 열매가 온전히 자라도록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생성된다고 합니다.  한편 다 익은 열매는 동물들에 먹혀야 씨앗이 퍼지게 되므로, 탄닌이 사라져 단맛이 나게 된다고 합니다.

탄닌은 열매나 잎 뿐 아니라 목재의 속살에도 존재합니다.  나무의 종류에 따라 탄닌의 함유량이 다른데 그 중에서 오크, 체리, 월넛, 마호가니 등은 탄닌이 많은 대표적인 나무입니다.  탄닌이 많은게 왜 문제냐 하면, 탄닌은 화학적 작용을 통해 청색 혹은 검은색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알카리성 물질이나, 철성분과 반응하여 검고 푸른색으로 변합니다.  예를 들어 수성 마감제 중에는 화학적 안정을 위해 특정 알칼리 물질을 쓴 것이 있는데,  탄닌이 많은 나무에 사용할 때 의도치 않은 청색톤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처음 마감해보는 나무나 처음 사용하는 수성마감제가 있다면 반드시 자투리에 먼저 테스트를 해봐야 합니다.  푸른 톤으로 변하는 문제가 있다면 디왁스드 셀락으로 먼저 실링(sealing)을 하고 그 마감제를 쓰면 됩니다.

탄닌의 이런 특성을 이용하여 화학적 스테인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검은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에보나이징(ebonizing)이라고 하는데, 스틸울(steel-wool)을 식초(vinegar)에 녹여 철을 액체 상태로 만들고, 이를 탄닌이 많은 나무에 발라주면 됩니다.  만일 탄닌이 많지 않은 나무라면 탄닌을 미리 발라주기도 합니다.  탄닌은 가루 형태로도 판매되며,  간편하게는 녹차나 홍차팩을 높은 농도로 우려서 발라도 됩니다.

이런 화학적 스테인은 자외선이나 습기/외기 등의 요건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그 색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스틸울+식초 조합은 다른 화학적 스테인 방법에 비해 독성물질이 없어 위험하지 않은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오크는 철분이나 알카리에 의해 색이 변하기(tannin stain) 때문에 가구를 망칠 수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처럼 마감되지 않은 오크에 지속적인 철분이 노출되어 검은색으로 흉하게 변하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는  오크합판에 쇠못을 박았더니 비를 맞고 녹이 슬면서 그 주위가 검게 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크로 가구를 만들었을 경우는 마감을 꼼꼼하게 하고, 알카리와 철분의 지속적인 접촉을 피해야 합니다.


만일 저렇게 색이 변했다면 두가지 방법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도막을 올리지 않고 오일 마감만을 했다면 사포로 박박 문질러 검은 부분을 제거한 다음 다시 오일을 올리는 겁니다.

둘째로 표백(bleaching)하는 방법이 있는데, 생나무라면 옥살산(oxalic acid)을 물로 희석한 용액을 발라주면 깨끗하게 지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옥살산은 독성이 강한 약품이므로 반드시 취급 방법을 다른 문서를 통해 숙지하고 안전에 유의해야 합니다.



댓글 6개:

  1. 초보라 소프트 우드밖에 못 만져봤지만 참 재미난 내용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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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프트우드가 사실 더 어려워요. 깔끔하게 만들기 어려워서요. 싸니까 소프트우드로 시작하는데, 자기 실력이 나쁜지 알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나라도 레드오크 많이 심었다 하니, 저렴한 국산 레드오크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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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그렇군요. 저도 안양천변에 사니까 독일에서 셀락오면 좀 나눠드릴께요. 비교해서 써보세요. 1kg 씩이나 뭐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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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어이쿠 이런 감사할데가... 공짜는 그렇고 원가에 소량만 분양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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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왁스를 제거하지 않은 셀락은 상도용으로 쓰면 되는건가요? 디왁스드 셀락은 하도와 상도 둘 다 사용가는 한거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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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네 그렇습니다. 셀락에 은근히 왁스 많습니다. 왁스있는 셀락을 가라앉혀보면 절반 정도는 왁스입니다. 디왁스드 셀락이 그래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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